여강만필

주담 객설 5 – 막걸리 예찬이 지나치다고?

- 김융희

지난 “주담 객설4”에서, 막걸리를 나의 “경애하는 벗”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온 국민이 즐겨 마시는 국주(國酒)로 추천하였다.
이에 공감의 반응도 있었고, 지나친 방정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음주 경력 반 세기라는 표현으로 술고래 취급을 받기도 했다.
나름의 생각과 다양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막걸리 예찬으로 허풍선이 취급을 당하더라도 오히려 여불비례의
미흡이 불만일 뿐, 부정적 반응이나 빈정거림이 조금치도 억울하거나
섭섭하지는 않다. 누구나 막걸리에 대한 나의 예찬을 받아 드린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리를 함께하여 그와 막걸리를 나누고 싶다.

조상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우리의 탁월한 전통주인 막걸리를
우리보다는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먼저 그 진가를 알고, 이마쿠 오이시,
‘달고 맛있어요’라며 즐겨 마신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남들이 먼저 좋와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관심을 갖게되는 우리의 술,
곡주인 막걸리는 맛도 뛰어나며 영양분이 넘쳐나는 술이면서
건강음식이다. 내 어렷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농업국가로 쌀과 보리의 수확이 거의 모두를 차지했을 때에는
집에서 기르는 소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지금처럼 우유나 식육을 위한 소가 아니라, 논밭갈이와 농산물등의
운반 수단으로 대부분의 역할을 소가 담당했던 것이다.
막중한 역할로 혹사당했던 소가 견디다 못해 앓기라도 하면
유일한 약은 막걸리였다. 그 당시엔 가축병원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때로써, 소가 아파도 약이 있을 수 없는 때였다.
앓고있는 소의 입을 벌리고 막걸리를 부어 넣으면 더러는 회피도
하지만, 대부분이 받아 먹는다. 막걸리를 마신 소는 신통하게도
회복이 되었던 것이다. 내가 직접 보아왔던 경험이다.

동물 뿐만이 아니다. 나무가 싱싱하지 못하고 비실데면서 열매를 잘
맺지 못하면 나무 밑둥에 막걸리를 부어 주었고, 역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어렸을 때, 고향의 집안에 약간 고목의 대추나무가 있었다.
언젠가 잎이 싱싱하지를 않더니 결국 열매가 열리지도 않았다.
해거린가 했더니 이후 계속 비실거리는 대추나무를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들고있던 막걸리를 항아리 채 들고 나오셔서, 그 대추나무에
소복히 부어 주시었다. 이후 놀랍게도 대추나무는 생기를 되찿았고,
다음 해에는 주렁주렁 열매가 열였다.
이처럼 동식물에게도 영향을 끼치며 놀라운 효능을 보이는 탁월한 술
막걸리는, 약이며 영양식품이요 웰빙음료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있었다는 이야기 한 토막, 꽤 높은 버슬자리에 있는
분이 있었으니, 신분으로 보아 당연히 고급 술인 약주나 소주를 들 수
있는데도 이 관리는 한사코 탁주만 들었던 것이다. 이를 보면서
그 이유를 케묻는 사람이 많았다.
하루는 이유를 묻는 그에게 소의 쓸개 세 개를 가져오게 했고,
그 세 개의 쓸개주머니에 소주와 약주, 그리고 막걸리를 따로 따로
넣어 막아두게 하였다. 한참을 있다가 쓸개주머니를 보았더니,
소주를 담아둔 주머니는 구멍이 뚤려 있었고, 약주를 담아둔 주머니는
많이 상해 있었지만, 탁주를 담아둔 쓸개주머니만은 아무렇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두꺼워 보이더란 것이다.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막걸리를 담궈 뜨겁게 끓여 증류를 하면
알콜이 증류되면서 증류소주가 만들어진다. 이때 증류로 남게된 찌거기는
쌀과 누룩의 잔류물로써 맛도 달콤하며 영양도 많은 식품인 것이다.
배곮은 시절이라 우리도 곧잘 먹었지만, 가축 특히 돼지가 이것을 아주
좋와해 즐겨먹으며 잘 자랐다. 그런데 이것을 먹고 큰 돼지를 잡아보면
내장이 매우 앏았던 것이다. 독주를 자주 마시면 분명히 오장육부의
어딘가에 영향이 있으리라 믿어진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다.

그동안의 이런 저런 경험들, 동식물까지도 신통 방통의 효과를 경험했고,
또 도수 높은 술의 피해를 목격도 했으며, 술의 기분이나 진미도 알고 있는
내가 막걸리를 좋와하며 예찬을 했기로니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겠다.
나의 막걸리 예찬에 대해 어느 누구도 내게 특별한 배품도 배려도 없으려니와
나를 알아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막걸리를 좋와하기로 술을 사는
어느 누구도 없거니와, 막걸리 예찬을 했기로 오히려 내가 막걸리를 사야하는
경우는 많다.

그럼에도 막걸리는 참 좋은 술이다. 좋은 술이기에 자랑도 하고 싶다.
막걸리가 없음 허전하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막걸리가 항상 있다.
솔직한 표현으로 나는 주정뱅이의 오해도 발생하며, 낭패의 경험도 있다.
막걸리가 좋와 가깝게 지내지만, 그러나 결단코 나는 주정뱅이가 아니다.
술의 마시는 양도 많지를 않다. 혼자서 들 때는 한 잔이면 족하며,
더불어 마시는 술자리에서도 두세 잔을 넘기지 않는다. 그리고 마시는 술이
거의 막걸리뿐이다. 애주가라기 보담 막걸리를 좋와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여름철 뙈약 볕아래 장포에서 일할 때, 갈증이나 시장기를 느낄
때면 한 잔의 막걸리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내가 술앞에 군자의 대접은
못 받기로 술고래로 폄훼하여 비아냥 거림은 천만 부당임을 밝힌다.

응답 1개

  1. 이성자말하길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점들을 조목조목 말씀해 주시네요. 오늘 저녁 집에서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네요.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막걸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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