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이마트가 비웃는 ‘이념 소비’로 자본의 횡포 극복하자

- 정원각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

대형 할인매장을 경영하는 세습 재벌 자본가인 한 CEO(본인은 세습 재벌 자본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사위에게 한 것도 세습이므로 세습 재벌 자본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가 대자본이 동네 골목에 진출한 것을 비판하는 시민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로 ‘소비도 이념으로 하나?’며 소비자는 실질 소비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 것에서 시작된 ‘이념 소비’ 논쟁에 대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는 소비자들이 실질 소비를 하도록 돕는 것이 유통업의 사명이라는 사명론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므로 이글에서는 먼저 그가 주장한 ‘실질 소비’와 힐난한 ‘이념 소비’를 살펴보고 그 주장의 정당성 그리고 이념 소비의 중요성 등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한편 이 논쟁을 촉발시킨 정 부회장이 ‘이념 소비’를 비난하고 ‘실질 소비’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먼저 짚어볼 것이다.

필자는 이 논쟁의 중심에 있는 정 부회장을 비롯하여 재벌로서 대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은 ‘실질 소비’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재벌 중에 실질 소비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박정희부터 지금까지 국가, 민족에 대한 애국주의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이념 소비를 하도록 강요받는 상태에서 성장했다. 정부가 국민들이 실질 소비를 할 기회를 막은 환경에서 성장한 기업들이다. 심지어 국민에겐 비싼 가격으로 팔아서 남은 이윤으로 수출에서는 싼 가격을 유지하는 덤핑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애국심을 통해 가격과 품질 외적인 요인과 정경유착이라는 부패로 성장한 재벌이 이제 와서 실질 소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둘째, 자기는 실질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실질 소비를 요구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스캔들’이라는 이중 잣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실질 소비를 주장하는 근간에는 소비자가 자신의 이기적 만족감에 가장 충실한 방향으로 소비한다는 주류 경제의 ‘합리적인 소비’에 근거한다. 하지만 그가 소비자에게 실질 또는 합리적인 소비를 주장하려면 자신이 먼저 합리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가? 이번에 이마트에 피자점을 넣은 과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좋은 품질의 피자를 가장 싼 값에 들어오도록 공개 입찰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피자 판매권을 주식회사로 가장한 동생 개인 회사에 가까운 기업에 넘겨줬다. 본업이 의사이고 경제는 아르바이트인 박경철 선생도 아는 사실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그 부회장 자리는 그의 자리가 아니다. 박경철 선생이 지적했듯이 이런 행위는 주주의 가치에 충실해야할 주류 자본주의의 합리적인 기본을 배반한 것이다. 이것이 실질 경영, 합리적 경영인가?

셋째, ‘한국의 가난한 자영업자들이 누구인가?’를 돌아봤을 때 ‘실질 소비’가 유통자본의 사명이라는 그의 주장은 파렴치 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자영업자 25%라는 경이적인 기록(OECD 국가들은 10%정도라고 한다.)을 가지고 있는 것은 1997년 IMF를 전후로 하여 대기업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잘려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2006년을 까르푸 19개 매장의 홈에버 인수 그 후 다시 홈플러스에 넘어가는 과정은 한국의 유통자본이 얼마나 천박하고 폭력적인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영업이익도 낮은 까르푸 매장을 매각 차액만 89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웃돈으로 더 주고 인수한 후 수 많은 노동자를 해고 또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홈에버는 2008년 다시 2조3천억 원을 받고 홈플러스에 넘겼다. 지금의 ‘삼성홈플러스테스코’다. 이유는 노동자들을 해고하여 주주 배당을 높이거나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렇듯 노동자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것이 한국의 유통자본이다. 그 유통자본을 비롯한 대자본의 폭력 속에서 가난한 자영업자가 된 것이 오늘 우리 주변에 있는 피자집, 김밥집, 튀김닭집이다. 이마트의 피자 판매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제 실질 소비와 이념 소비에 대한 비교를 위해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그 CEO가 언급한 실질 소비와 이념 소비는 간단하다. 실질 소비는 ‘소비자가 구매할 때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면 된다는 것’이고 ‘소비자가 실질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공급할 수 있는 유통 자본의 사명이라는 것’ 정도다. 이와는 달리 이념 소비는 ‘소비자가 구매할 때 품질과 가격 외에 다른 것을 고려하여 구매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려의 대상으로 재래시장 상인, 지역의 자영업자의 생존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내용은 재래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의 생존만이 아니다. 이념 또는 윤리로 표현되는 소비에서는 품질과 가격 외에 환경 보전, 인권 보호, 동물 복지 실천, 정치의 자유 그리고 지속 가능한 생산 등을 고려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고려하여 소비하는 것이 ‘윤리적 소비’라고 유럽사회가 정리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중요하며 각각의 세부 내용도 무척 다양하다.

이 가운데 이번 논쟁의 중심인 재래시장 상인과 자영업자 보호는 지역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자연에서 얻어지는 농수축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이나 물자의 생산도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이념 소비(또는 윤리적 소비)는 사실 생협과 같은 협동조합이 평소에 추구해 오던 것이다. 반면 이념 소비와 대립되는 실질 소비는 대형 유통 자본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에 이념 소비와 실질 소비의 차이를 다음의 <표1>에서 정리해 보았다.

<표1> 실질 소비와 이념 소비의 비교

구분 이마트와 같은 유통 자본 그리고 유통 자본의 실질 소비 생협 그리고 생협의 이념 소비(또는 윤리적 소비) 비고
소비 성격 즉자적인 소비. 당장 자기의 만족에만 충실한 소비. 타인, 자연에 대한 영향 고려 안 함 대자적인 소비. 나의 소비가 타인, 자연에 미칠 영향 고려 함 공정무역, 친환경농업 등
소비 선택의 기준 맛, 포장(시각적 효과), 가격 건강, 내실과 내용, 가치
매장의 소유 소유주인 주주의 대부분이 매장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지 않음 매장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출자를 통해 소유할 수 있음
매장 사업의 목적과 최고의 가치 투자한 자본에 대한 증식, 주식 가치 상승 등 사적 이윤 추구 조합원의 욕구 충족과 조합원 이익 보호
매장 소유자와 소비자의 관계 소유는 주주, 이용은 소비자 – 소비자로부터 이윤을 남겨 주주에게 배당하므로 결국 소유자와 이용자는 대립 관계 매장의 소유자와 이용자가 동일한 조합원으로 협력적인 관계
노동자 고용 주주 이윤 배당 또는 주가 상승을 위해 언제든지 해고의 위험 노동자의 귀책사유 없이는 해고를 거의 하지 않음
사업체 내의 CEO와 최저임금 관계 수십 배 ~ 수백 배(스톡옵션 등을 포함하면 알 수 없음) 5배 이하 아이쿱생협 기준
지역 경제와 관계 소비자가 소비한 돈이 본사나 주주 즉, 지역 외부로 빠져나가서 결국 지역 경제 위협 소비자가 소비한 돈이 지역에서 순환되어 지역 경제 탄탄해 짐
지역 상인과 관계 적대적 모순 관계, 충돌 협력, 지역 상인들끼리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함

이제 왜 이념 소비를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보자.

첫째, 이념 소비는 지역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

실질 소비는 소비자에게 순간적으로 싸게 샀다는 금전적인 이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진주에 사는 주민들이 이마트에서 피자를 사 먹으면 지역 주민이 지불한 돈은 어디로 갈까? 그것은 4시간 안에 이마트 본사가 거래하는 은행에 있다가 월말에 이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그것도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에게 임금으로 지불하고 남은 이윤은 최종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이마트 주주들 중에 진주에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서울의 서초, 강남 등에 산다. 이런 탓인지 이마트, 홈플러스가 진주에 들어와 있지만 경제가 나아지지는 않고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낮아진 진주시청의 재정 자립도가 증명한다. 10년 전에는 40% 가까이 됐으나 2009년에는 32%로 낮아졌다. 진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그러하다. 이에 비해 본사나 주주들이 많이 사는 서울의 부자구들은 재정 자립도가 80~90%를 유지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지역 주민이 소유하는 매장에서 지불한 돈은 외부에서 들어온 원료 값만 제하고 대부분이 지역 안에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둘째, 이념 소비는 제3세계 농민, 노동자 삶을 개선한다.

이념 소비의 중요한 실천 중에 하나는 공정무역인데 ‘실질 소비’라는 틀로는 불가능하다. 품질과 가격 외에 제3세계와 연대라는 가치를 배려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특히,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생산자(아동 또는 여성, 농민 등)의 어려움,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존재의 고통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이 공정무역이다. 선진자본 국가가 저개발 국가를 ODA(공적개발원조)로 지원하는 방식은 거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무역은 ‘고기를 잡는 방법’을 스스로 배우게 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질 소비’만 하는 정 부회장이 공정무역과 같은 인간의 연대와 나눔을 통한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낄 수 있을까?

셋째, 이념 소비는 환경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실질 소비’에 의한 부작용 중에 전형적인 예가 패스트푸드와 비만이다. 주류 경제학의 주장처럼 노동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 조건을 바탕으로 품질과 가격을 고려하여 정크 푸드거나 정크 푸드에 가까운 패스트푸드를 먹는다. 그리고 저소득층 자녀들은 식품첨가물이 매우 많이 들어가 있는 라면 등을 많이 먹는다. 그 결과 저소득층 자녀들이 아토피, 천식 등의 질환이 많고 혈중 중금속 농도가 높다. 그 결과 주의력 결핍 등이 생기고 그로 인해 학교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이념 소비를 할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하여 학교에서 이념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여 학교급식 등을 지원하면 비만, 환경성 질환 등을 줄여갈 수 있다. 노동자야말로 안전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그 시작은 이념 소비이고 국가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이념 소비를 지원해야 한다.

넷째, 이념 소비는 노동자의 고용과 서민 물가를 안정시킨다.

실질 소비를 주장하는 한국의 유통자본은 까르푸 매장 인수할 때의 약속을 어기고 인수 후에 300명, 이듬해에 500명, 뉴코아에서 300명 등 해고 또는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킨 반면 이념 소비를 하는 스위스생협은 까르푸 매장을 12개 인수하면서 노동자 전원을 고용승계 했다. 2010년 9~10월 실질 소비를 하는 이마트 등의 대형매장들이 배추 한 포기에 1만5천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폭리를 취할 때 이념 소비를 하는 생협은 한 포기에 2600원에 팔면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청와대의 슬로건이 허무할 정도로 아랑곳 하지 않고 1만5천원을 받았다. 권력이 기업에 넘어갔다는 말이 실감 났다. 정 부회장이 주장하는 실질 소비가 얼마나 허구인가? 지금 단계에서 실질 소비라고 하면서 가격을 낮춘 것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일시적 꼼수일 뿐 본 모습이 아니다. 동네 피자집을 다 무너뜨린 다음에는 가격을 올릴 것이다. 초기 시장 진입 때에는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유지하지만 어느 정도 정비가 된 후에는 대자본끼리의 카르텔을 형성하거나 비싼 독점 가격을 형성할 것이다. 이것이 최대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이 아닌가?

소비자는 눈앞의 최대의 효용(경제적인 만족도)만을 바라면서 소비한다는 경제학적인 사고는 그가 공부한 미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지지를 잃었다. 그리고 삶의 질이 높으며 고소득사회라는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1980년대부터 소비자들이 생각하며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소비가 지구와, 지역사회와,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당장은 조금 더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지역의 생산자와 노동자의 고용을 생각하며 국내(또는 지역)산 농산물의 구매, 공정무역, 아동노동착취기업의 제품 거부운동 등을 펼쳐왔다. 이런 소비자들의 행동이 다국적기업의 행동기준을 정한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와 OECD의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책정케 했다는 사실은 아는 이들은 다 안다. 소비자의 이념소비는 ‘삶에 대한 태도(ideology)가 그대로 소비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시민의식의 성숙이다. 이는 향후 거세지면 거세졌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마무리를 하자. 정 부회장은 ‘실질 소비가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는 위선의 탈을 벗어야 한다. 누이동생과 회사의 부를 위한 것이지 소비자를 위한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지 않는가? 또한 정 부회장이 주장하는 실질 소비는 너무 근시안적인 소비다. 내가 피자를 먹기 위해 지불한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대해 1분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싼 가격,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이마트에서 피자를 구입하는 것은 동네 피자 가게를 고사시키고 지역 경제를 죽인다. 그리고 부메랑이 되어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킨다. 결국에는 그 피해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반면 이념 소비는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들고 나와 가정의 건강을 유지하며 자연환경을 보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의 소비자들이여 이념 소비 그리고 협동과 연대를 통해 폭력적인 자본으로부터 우리 생활 터전을 지켜내자.

응답 2개

  1.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정성인, 진보 뉴스. 진보 뉴스 said: [수유너머] 이마트가 비웃는 “이념 소비”를 통해 자본의 횡포를 극복하자: 대형 할인매장을 경영하는 세습 재벌 자본가인 한 CEO(본인은 세습 재벌 자본가가 아니라… http://bit.ly/chDY6z http://suyunomo.jinbo.net […]

  2. 퐁티말하길

    와~ 도표만 봐도 정리가 되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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