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핵에너지가 그린 에너지면, 똥파리도 새다!

- 황진미

일본 대지진으로 핵공포가 갈수록 태산이다. 사건 초기 위험도가 쓰리마일 사고보다 낮은 4등급이라고 발표하던 일본정부는 이제 위험도를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7등급이라고 수정하였다. 이미 배출된 방사능의 양이 체르노빌의 수준을 능가한다는 보고와, 4개의 원자로가 동시에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체르노빌 때 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아직도 규모 7이상의 여진이 핵발전소 인근에서 발생중이다. 후쿠시마 이외에도 일본의 지진대에는 5개 이상의 핵발전소들이 존재한다. 이미 대기와 바다로 기준치의 수천 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었고, 편서풍과 조류 타령만 해대는 한국정부의 예측과는 달리, 한반도 연안과 상공으로 방사성물질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일본정부는 1-4호기의 전면 폐쇄방침임을 밝혔지만, 기술적/재정적 어려움으로 수습에 수십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지진으로 인한 2만 명 이상의 사망자나 수십만 명의 이재민 구호도 모두 새발의 피로 보이게 할 만큼 끔찍한 공포를 낳았다. 천재지변보다 핵발전소가 더 큰 재앙을 낳은 것이다.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위험을 축소하고 덮으려는데 급급하여 초기대응에 실패하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의문이 앞선다. 일본처럼 지진이 잦은 나라에서, 일단 사고가 나면 자국민은 물론, 이웃나라나 미래세대에 이르기까지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핵발전소를 왜 운영할 수밖에 없었을까? 더구나 핵이라면 가장 치를 떨 일본인들이 왜 핵발전소라는 위험을 감수했던 것일까?

‘핵발전 불가피론’은 일종의 ‘신화’처럼 유포되어 있다. 그 첫째가 석유는 고갈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지금, 이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 핵발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더 이상 건설되지 못하던 핵발전소가 21세기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은 것은 유가폭등과 온실가스 때문이다. 2005년 교토협약 이후 일본은 핵발전 확대를 선언하였고, 유엔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역시 핵발전을 대안 중 하나로 채택하였다. 핵발전소는 우라늄 핵분열로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장치인데, 핵분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으니 ‘청정에너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의 전 과정을 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그리 적지 않다. 우라늄을 채굴·제련·가공·농축·운송하고,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만드는 전 과정에 엄청난 화석연료가 소비된다. 핵발전은 풍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 사이비 청정에너지이다.

핵발전의 전력단가가 싸다는 점도 강조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긴 어렵고, 대체에너지 개발도 미미한 상태에서 값싼 전기를 풍족하게 공급할 핵발전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과정을 무시한 근시안적 계산의 결과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에 환호하였듯이, 핵발전소 건설에는 1기당 4-5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핵폐기장 건설문제가 지역경제를 들쑤셨듯이 핵폐기장 건설에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수명이 30년에 불과한 핵발전소 폐기비용도 1기당 1조원에 육박한다. 이 모든 비용이 정부보조금으로 충당되며, 전력단가산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핵발전은 수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이나 계절적인 잉여전력이 발생한다. 이는 효율이 낮은 단점에 속하지만, ‘풍부한 값싼 에너지’로 홍보되면서, 전력과소비를 부추기는 바람에 더 많은 전력수요를 낳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서는, 희박한 사고 위험성 때문에 핵발전을 포기하라는 주장은 문명을 과거로 돌리자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핵발전소 1기당 사고확률이 0.1%미만이라 해도 전 세계 약 450여기의 원자로 중 한곳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낮지 않다. 그 결과 1979년 쓰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1999년 도카이무라에 이어 2011년 후쿠시마까지 근10년에 한번 꼴로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핵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핵에너지는 출발부터 핵무기였고,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슬로건 역시 지극히 정치적인 기원을 지닌다. 냉전시대 미·소간 수소폭탄 보유경쟁의 시대에, 핵무기 확산을 막고 미·소 공동으로 핵을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핵보유국들의 상호감시 하에 평화적 이용에 국한하여 핵개발을 인정하는 핵무기 확산 방지조약(NPT) 체제가 마련되었고, 각국은 정치적 필요에 의하여 핵발전소 건립에 나섰다. 일본과 한국에서 핵발전이 시작된 역사도 민간의 필요나 시민사회의 합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주도로 막대한 예산을 풀어 비밀리에 밀어붙인 것이었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에 국제사회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핵발전과 핵무기가 전혀 별개의 과정이 아니다. 이번 사고로 일본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핵발전소 연료로 사용하고 있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지진 빈발국인 일본이 55기나 되는 원자로를 운영하였던 것도 국제사회의 견제를 받는 핵무기보유국가가 아니면서도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 핵보유국이 되고자하는 군사적 열망 때문이다. 또한 최근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동에서 핵발전이 경쟁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이란의 핵에 대응하기위한 미국의 전략재구성과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 이후의 다극화된 세계질서에 대응하려는 각국의 ‘핵주권’에 대한 열망과 관련이 깊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현재 21기의 핵발전소에 13기를 추가로 증설하여, 현재 31.4%인 핵발전 비중을 59%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 밀집도가 높은 나라가 된다. 최근에 발표된 박년배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이 2050년까지 핵발전소를 더 건설하여 49기의 핵발전소로부터 전력사용량의 39%의 전력을 얻는 ‘핵의존 사회’로 가는 길과, 단계적인 폐쇄조치를 통하여 7개의 핵발전소로부터 전력사용량의 3%만을 충당하는 ‘핵탈피 사회’로 가면서 나머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길 사이의 재정적 부담 차이는 10%에 불과하다고 추산되었다. 핵 없는 세상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핵발전 비중이 30%이상이지만, 최종에너지소비의 측면에서 보자면 7%에 불과하다. 가늠할 수 없는 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느니,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개발로 만회할 수 있는 수치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간다. 정부는 현재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의 0.68%만을 재생에너지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보다 많은 액수인 100억 원을 핵에너지가 녹색에너지라는 홍보에 쓰고 있다. 핵에너지가 녹색에너지면, 똥파리도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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