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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나

- 이케우치 분페이(독화성 호응계획)

며칠간 꽤 큰 ‘여진’이 이어집니다. 진도 5에서 7정도입니다. 3월 11일의 진도가 9.0으로 너무나 강렬했기에 “이 정도야” 싶기도 하지만, 여느 때라면 신문 1면에 나왔을 규모입니다. 실제로 토사 붕괴 등으로 희생자가 나왔지만, 도호쿠 지방의 태평양 연안에는 “망가져서 이제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번 피해는 상대적으로 ‘경미’해 보입니다. ─ 피난민의 마음은 결코 그렇지 않겠죠.

대지진/해일로부터 거의 한 달이 지났습니다. 4월 12일까지 사망자 1만 3232명, 행방불명자 1만 4554명(경찰청 추산). 1995년 한신대지진(사망자 6434명)에서 한 달 후 불명자가 분명 두세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불명자’ 수는 아연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해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겠지요. 그 바다에 도쿄전력은 “낮은 농도니까”라며 방사능으로 오염된 1만 톤의 물을 배출했습니다(4월 4-10일).

(이번 한 달 동안 내가 ‘최악’의 일로 여긴 것은 이시하라 신타로가 도쿄도지사 4선에 성공한 일입니다. 이번 지진 재해를 ‘천벌’이라 말하고(역시 철회한 모양입니다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늘어놓고 일본군 핵무장을 공언하는 등 형편없는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260만 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습니다!)

3월 말부터 많은 기업이 ‘지진 재해’를 명목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피해를 입은 현지 기업만이 아니라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현지 공장의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 조업을 축소하거나 정지하고 있으며, ‘계획 정전’으로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급의 ‘자택대기’를 권고하더니 다음 수순이 해고입니다. 제조업 분야만이 아니라 여행 회사나 관광 산업, 유통 회사에서도 해고가 번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방사능 오염으로 피해를 입은 식품 부문도 피할 수 없습니다. (부품 조달 부족은 국내 생산지만이 아니라 해외 공장으로도 파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지 고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또한 수출품을 쌓아 배가 싣고 가도 방사선량이 ‘기준 초과’라서 수취를 거부당해 각국으로부터 그대로 반송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해고’는 비정규직이나 신규취업자처럼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향합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규직도 ‘정리해고’ 당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그다지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기업이 이번 사태에 편승해 ‘해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태는 ‘도시 하층 빈민’에게 영향을 줍니다.
우선 ‘생활보호’에 기한을 마련해 지원을 끊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향후의 ‘부흥 자금’ 지출과도 맞물려 ‘정당화’될지 모릅니다. 국가는 ‘생활 보호비’를 되도록 아끼고 싶기 하니 좋은 ‘기회’를 만난 셈입니다.

이번 발생한 재해 난민과 종래의 사회적 난민(노숙자로 불립니다)에 대한 이중기준의 문제도 있습니다. 신 난민의 수용(보호)과 맞바꿔 노숙자들을 배제하려 합니다. 한신의 지진 때도 노숙자들은 공원에서 쫓겨났습니다. 행정은 뭔가 ‘기회’를 찾아내 ‘노숙자’를 내쫓으려고 항상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해일/원자력 발전으로 발생한 이재민들도 현지 산업이 파괴되었기에 머지않아 도시지역으로 유입해 ‘노숙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흥’에는 반드시 ‘선별’이 따르게 마련이며, 거기서 ‘외면당한’ 사람들은 ‘기민’으로 유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12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의 사고 평가가 ‘레벨7’로 ‘격상’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 실제로 방사능에 노출당하는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한 달 이상 지난 지금까지 방사능이 나오니까 역사상 최악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전문가’는 “체르노빌보다 낫다”고 말하며, 매스미디어는 “뭐가 나은”지 따지려 들지 않습니다. (학회에게도 보도기관에게도 정치가에게도 전력회사는 중요한 스폰서여서 따지고 드는 건 무리임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요컨대 비용 계산만을 염두에 두고 ‘위험’ 부분은 잘라 버려 ‘안전’하다며 점점 더 열을 내어 말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인 것입니다. 3월 25일 세 명의 하청노동자가 방사능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과 비교한다고? 아직 직접적인 방사능 노출자는 없지 않은가”라며 딴 소리를 합니다. 어제 TV에서 교토대 대학원 교수라는 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사히신문도 그런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하청노동자는 변함없이 ‘인간’이 아닌가 봅니다. “낮은 농도이니까 아직 괜찮다”라며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 “손쉬운 발상”(적지 않은 기술자가 “탱커에 옮겨 실어라”고 제언했습니다)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 … 지금, 정리중입니다.

덤. 4월 10일 코엔지에서의 데모입니다.

     http://jp.youtube.com/uniontube55

아무튼 한 달이 지났습니다. 나도 여기서 눌러앉아 ‘대본’에 착수하려 합니다.

5월 17일부터 1주일 정도 한국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18일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운동계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한다고 들어 그걸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견학하고 광주에서 ‘이팝나무’ 꽃을 볼 생각입니다.

또 연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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