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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0분이었다

- 김재송(사진가)

단 10분이었다.

평소보다 좀 크고 길다 싶은 떨림이 찾아오고 그 10분 뒤,

평온한 시골 마을은 한순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주민 타케노 미키코(31)는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최근 들어 지진이 워낙 잦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크고 길다 싶더라고요.

왠지 심상치 않아 TV를 켜봤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떨림이 멎고 한 10분쯤 지난 후 밖에 나갔던 아버지가 급히 들어오시며

“쓰나미가 왔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밖에 나가보니 집 바로 아래까지 물이 잠겨있었어요.

물이 덮치고 물건들이 깨지는 커다란 소리 같은 건 없었어요.”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오후나토쵸. 쓰나미가 할퀴고 가기 전,

이곳은 작고 한적한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었다.

특이한 점이라고는 바닷가에 있는 거대한 쓰나미 방벽 뿐.

이는 일본에서 가장 큰 쓰나미 방벽으로, 51년 전 오후나토에 쓰나미가 찾아온 뒤

만들어진 것이었다.

주민들은 두 번 다시 그러한 재앙을 겪지 않고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쓰나미 방벽을 쌓고, 치밀하고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마을 곳곳에는 쓰나미를 대비한 대피소와 대피 루트에 대한 표지판이 세워졌다.

지난해에는 쓰나미 50주년 행사를 치르며 다시 한 번 쓰나미 대비에 대한 다짐을 세웠었다.

그러나 어떠한 노력도 20M 크기의 거대 해일을 막아내지 못했고,

지난 50년간 쌓아온 것은 그렇게 단 10분 만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쓰나미는 마을의 많은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던 장소에는 어디선가 몰려온 쓰레기더미들이 가득하고,

주유소 지붕위엔 배 한척이, 공장지붕위엔 5톤 트럭이 올라서 있다.

그곳에 자리하지 않았던 것들과 그곳에 있었으나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들이

한데 뒤섞여 마을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폐허만이 가득한 풍경 속에도 산과 하늘의 모습은 예전과 다름없다. 자연에서 온 것들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비해

사람이 만든 것들은 이리도 쉽게 무너져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

2011년 3월 지금의 이 모습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오후나토는 그들이 50년 전에 얻었던 교훈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중이다. 대지진과 쓰나미 그 후 한달, 아직은 절망하기에도 부족한 것만 같은 시간,

그들은 가느다란 희망의 맥박을 찾고 있다. 또 다른 50년을 쌓기 위해, 그들에게는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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