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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teach-in@히토츠바시에 대한 잡감(雜感)과 끙끙거리는 고양이

- 다케모토 니나(嶽本新奈, 히토츠바시 대학원 박사과정)

번역: 신지영

  3월11일 도호쿠 태평양 해안지역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그에 따라 일어난 원전 사고. 그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6월 11일. 이날 내가 다니는 히토츠바시 대학이 있는 쿠니타치시에서 시민들이 주최하는 워크(walk)가 있었다. 더불어 히토츠바시 대학에서도 teach-in(대학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강연과 토론의 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정치적인 논의와 활동을 하는 것)을 개최하게 되었다. 나는 이 teachi-in에 준비단계부터 참여하게 됐지만, 그 계기는 단적으로 말해 그저 어쩌다 보니 였다. 이번 지진에 대해서 내가 뭔가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도 입장이 명확해졌는가 하고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 없다.

도호쿠 태평양 연안 지역에 일어난 재난은 여태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보지 않았던 일본의 정치적 구조, 즉 도시와 지방이라는 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원전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여태까지의 나의 무지/ 무관심한 태도를 심각하게 반성도 했다. 그렇지만 항간에서 엄청나게 고조되었던 반원전・탈원전 운동이나 담론에 공감할지언정, 그것은 아직 내 속에서 나오는 말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현재를 표현할 사상과 말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재난을 표현할 말을 갖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나는 teach-in에 참여했던 내 경험과 잡감을 엮는 데 그치게 될 것 같다. 먼저 이 점 양해를 구하고 싶다.

Teach-in을 준비하면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입장을 명확히 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점이었다. 반원전이나 탈원전이라는 명확한 슬로건을 갖지 못한 사람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고 끙끙거리고 있는 사람들도 찾아오도록 하자. 따라서 처음부터 반원전・탈원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진과 원전 사고에 대해서 생각하자는 것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따라서 타이틀도 「함께 이야기하자, 재난과 원전사고(語り合おう震災と原発事故)」가 되었고 대학 정문에 세워 둘 입간판에도 재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품고 끙끙거리고 있는 고양이를 그리기로 했다.
끙끙거림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된다. 그렇지만 나는 “상황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불만불안한 모습”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이번teach-in의 의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일련의 대화와 합의는 에둘러가는 표현이나 방식으로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러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다. 먼저 입장이 애매한 나도 참가하기 쉬었다. 둘째로 가깝게 지내는 후쿠시마 출신의 친구들 사이에도 원전에 대한 생각은 복잡한 지점들이 있다. 또한 나는 그 친구들이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원전・탈원전 데모에 대해서 반드시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출발점을 ‘반원전’ 이전의 논의에 맞춘 이번의 시도는, 이러한 그들/그녀들과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셋째로 나는 사상・신조・정치적 입장이 다른 대학원생 140명과 함께 대학원생 기숙사에 살고 있다. 그러한 나로서는, 반원전・탈원전을 좌익운동이라고 처음부터 간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끙끙거림을 공유하자라는 요청은, 어프로치하기 쉽다는 점도 있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을 모두 끙끙거리는 고양이에 담아서, 입간판을 만들고 찌라시를 만들고 배포하면서 teach-in을 준비했던 대학원생들의 성과였을까? 6월 11일 당일 teachi-in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 주었다. 태반이 문제의식이 높은 사람들 뿐인 듯했지만, 그 속에는 처음으로 이러한 이벤트에 참가하는 학생이나 시민분들도 있었다. 부드럽고 조용한 우리들의 시도가 자그마한 열매를 맺은 듯해서 기뻤다.

그러나 사실, teach-in에 참가하는 것을 통해 누군가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든가 하는 것은 내가 잘난 듯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철두 철미하게 나 자신을 위해서 움직였었다는 게 정직한 감상일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teach-in 당일 보다도 준비과정 쪽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준비할 때부터 참여했던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동작업으로 만들었던 입간판이나 찌라시 배포 등이 그것이다. 특히 끙끙거리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 함께 작업하는 대학원생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의 공유, 그런 “공간”이 있어서 무엇보다 구원받았던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입간판이나 찌라시에 씌어진 끙끙거리는 고양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6월 11일도 지나고,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은 이미 7월 11일에 가깝다. 앞으로 내가 매일매일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탈원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국가나 도쿄 전력이 결정한 소비전력의 15% 삭감 목표에 편승해서 서둘러 절전 대책을 결정했던 히토츠바시 대학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손쉽게 절전 대책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지점부터 생활을 고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마쿠사의 바다

좀 갑작스럽지만 나는 큐슈의 쿠마모토(熊本)현에 있는 아마쿠사(天草)라는 섬 출신이다. 도호쿠와 마찬가지로 아마쿠사도 어업과 농업으로 근근히 생활하는 가난한 시골이다. 내가 대학진학을 위해서 아마쿠사를 떠난 뒤, 우리집은 시외에서 해안 길로 3km 들어간 산과 논과 밭 속에 있는 옛날부터 지어져 있던 민가로 이사했다. 이사한 민가에는 고에몬 목욕탕(五右衛門風呂:가마솥 밑에 직접 불을 때는 무쇠 목욕통으로 탕 안에 들어갈 때 위에 띄운 나무 뚜껑을 가라앉혀 깔고 앉아서 목욕을 함)이 있었다. 귀성했을 때 고에몬 목욕탕을 경험하게 된 뒤부터, 나는 기숙사의 샤워 물을 틀어놓은 채로 그대로 두는 일이 없어졌다. 고에몬 목욕탕에서는 다음에 들어올 사람을 생각하면서 온수를 사용하게 된다. 자신이 사용했던 만큼의 온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물과 장작과 불과 그리고 누군가의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나오고 수도꼭지를 비틀면 온수가 나오는 환경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지만 바로 그 지점에 남을 배려하는 고운 마음이 있다. 제각각 따로따로 귀가하는 우리 집에서도 고에몬 목욕탕에 언제 불이 지피는가 중요하게 된다. 너무 빠르면 나중에 귀가하는 사람이 목욕탕에 들어올 때 물이 식이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늦으면 지쳐서 귀가한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만다. 각자가 상대의 일정을 염두해 두면서 먼저 돌아온 사람이 고에몬 목욕탕을 준비하고, 식사준비를 한다. 편리하지 않기 때문에야 말로 늘 누군가가 누군가를 배려하게 된다. 후쿠시마에 있는 원전에서 온 전기를 향유하며 학생생활을 보내는 나는, 가끔 아마쿠사의 고에몬 목욕탕을 떠올린다. 편리함과 풍부함은 다르다. 무엇이 풍부함인가를 다시 질문하지 않는 한, 탈원전을 외친다고 해도 그 무엇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고, 나는 지금도 내심 끙끙거리고 있는 것이다.

응답 3개

  1. 조항미말하길

    다케모토상!

    끙끙거리는 고양이…
    그리고, 고에몬 목욕탕…
    글 속에서 인상적으로 발견한 두 개의 단어입니다.

    그 낱말들 속에 들어있는 당신 생각의 흔들림과 솔직함도,
    제 독해범주내에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신지영님!
    일본어를 어쩌면 이리 잘하시나요? ^^
    저도 6개월 정도 공부하고 있는데,
    아직도 히라가나, 가타가나 구분 못하고 있어요. ㅋㅋ

    참, 소식지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두 개의 글을 실을 예정이었으나, 지면상의 문제로, 한 개의 글만 실었습니다.

    회원 분들께서도 수유너머를 잘 알고 있었고요,
    아마, 조회수가 올라간다면, 한일합동교육연구회회원들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해 주세요. ^^

    고맙습니다.

  2. 조항미말하길

    끙끙거리는 고양이…
    그리고, 고에몬 목욕탕…
    글 속에서 인상적으로 발견한 두 개의 단어입니다.

    그 낱말들 속에 들어있는 당신 생각의 흔들림과 솔직함도,
    제 독해범주내에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신지영님!
    일본어를 어쩌면 이리 잘하시나요? ^^
    저도 6개월 정도 공부하고 있는데,
    아직도 히라가나, 가타가나 구분 못하고 있어요. ㅋㅋ

    참, 소식지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두 개의 글을 실을 예정이었으나, 지면상의 문제로, 한 개의 글만 실었습니다.

    회원 분들께서도 수유너머를 잘 알고 있었고요,
    아마, 조회수가 올라간다면, 한일합동교육연구회회원들일지도 몰라~ 생각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 낙타말하길

      조향미님,

      소식지 감사하게 받았어요.
      사람들에게 글을 전달하는 소중한 일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글에 대한 감상, 필자에게 꼭 전달할게요. ^^
      아마 무척 기뻐할 거예요!

      조향미 님의 활동이 다른 좋은 활동들과 활발히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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