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연

Releases

  • 회의실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벌써 세 시간째였다. 라연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을 지는 아직도 불투명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잡힌 회의는 끝날 줄을 몰랐다. 라연은 목을 길게 빼고 회의실 쪽을 쳐다봤다. 회의에 들어간 김차장이 빨리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 _DSC0333
    10월부터 카페 별꼴과 수유너머 R은 삼선동의 삼정빌딩 3층에서 동거하고 있다. 처음 카페 마담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두렵고도 난감했던 게 이 카페의 '애매모호함'이었다. 수유너머R과 카페 별꼴의 공존. 카페 운영자로 일하게 되면 수유너머와 카페의 운영 측인 장애인극단 판 사이에 끼여 머리 아플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카페 운영자는 어떻게든 이 애매모호함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불거질 애매한 문제들을 도대체 누구와 얘기해야 하나? 머리가 아팠다.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아가며 고민을 거듭했다. 혼자서는 이 애매한 과정을 뚫고 나갈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카페를 한다면 공동운영을 꼭 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