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벌써 세 시간째였다. 라연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을 지는 아직도 불투명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잡힌 회의는 끝날 줄을 몰랐다. 라연은 목을 길게 빼고 회의실 쪽을 쳐다봤다. 회의에 들어간 김차장이 빨리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10월부터 카페 별꼴과 수유너머 R은 삼선동의 삼정빌딩 3층에서 동거하고 있다. 처음 카페 마담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두렵고도 난감했던 게 이 카페의 '애매모호함'이었다. 수유너머R과 카페 별꼴의 공존. 카페 운영자로 일하게 되면 수유너머와 카페의 운영 측인 장애인극단 판 사이에 끼여 머리 아플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카페 운영자는 어떻게든 이 애매모호함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불거질 애매한 문제들을 도대체 누구와 얘기해야 하나? 머리가 아팠다.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아가며 고민을 거듭했다. 혼자서는 이 애매한 과정을 뚫고 나갈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카페를 한다면 공동운영을 꼭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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