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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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시 3월이 되었다. 교칙상 겨울코트를 입을 수 없는 달이지만 그렇다고 봄이 오진 않은 교실에 오십 명 남짓의 여중생들이 모여 있었다. 3월에는 난로를 켜주지 않았다. 얇고 때가 묻은 커튼을 활짝 걷어놓아도 햇살은커녕 바람만 더 들어 왔다. 그나마 몇 줄기 비치는 햇살에는 먼지만 방향 없이 춤추고 있었다. 봄방학 동안 신지 않은 실내화는 체온까지 앗아갈 만큼 차가웠다.
  • 토요일 저녁 6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시청은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제가 한창이다. 집회 현장은 난생 처음 와보는 소심한 나였다. 빨간 수건을 목에 두르고 ‘해고는 살인이다’ 외치는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을 헤집고 지나가기가 망설여진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는 대형 스크린 쪽은 백 미터 남짓 앞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집회 발표자의 쩌렁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