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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을 졸업하던 해, 중등교사임용시험에 보기좋게 떨어졌다. 나는 하루빨리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빠는 집안형편을 생각해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이 시험에 합격하자 직장에 근무하며 야간대학에 다녔다. 그리고 의학공부를 하고 싶어하던 동생은 학비가 들지 않는 간호사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입시를 두 번 실패하고서야 대학에 들어간 나만 여전히 부모님의 짐이 되고 있었는데 중등교사임용시험마저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
  • ihunnyi in 씨네꼼 2010-06-23
    < 마이 제너레이션>은 ‘자신의 세대’에 대해 발언한다. < 플레전트빌>이 아니더라도 의미를 파악함직한 무채색 화면으로, 영화는 담담하고 처연하게 청년실업과 ‘카드깡’을 말한다. 시무룩한 표정과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영화가 전하는 아픈 진실은 이런 것이다.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은 IMF사태 이후 일어난 일시적인 소요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사적 과정이며, 노동과 고용의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고...
  • 하얀 바탕에 진회색의 육중한 건물이 우뚝 서 있는 겉표지를 보는 순간, 스르르 손이 먼저 움직였어. 『섬』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도 좋았고. 정현종이 그랬던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켰으니 그에게 섬은 아름다운 공간, 희망적인 공간일 거야. 섬을 통해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고 싶어 하니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보면 섬은 매개의 공간이요, 소통의 징검다리이기도 할 테지. 하지만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섬은 단절의 공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심연의 공간이기도 해.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섬』이라고 적은 건, 정말이지 절묘한 선택인 것 같아...
  • ihunnyi in 백수 건강법 2010-06-23
    질문 하나 하고 넘어가자. 오행, 오행 이야기하는데 그럼 오행(五行)이 뭘까? 목화토금수. 세상을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작위적인 것일 수 있다. 모든 세상의 사물들을 다섯 개의 틀에 억지로 끼어맞추는 듯 한. 그럼, 왜 꼭 다섯 개야 하는데? 나무이면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그 다섯 개로는 포괄 안되는 그 무엇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
  • 얼마 전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머위 장아찌를 보낸다는 말씀이셨다. 아는 친구의 텃밭에서 머위를 따다 이틀밤을 꼬박 새며 껍질을 벗기고 간장을 부어 장아찌를 담그셨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팔을 다쳐 잘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왜 또 무리를 하냐고 약간은 짜증 섞인 소리로. 내가 좀 살갑지 않은 성격이라 그런지 여는 집 엄마와 딸들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난 엄마와 그리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다. 사실 별다른 일 없으면 난 친정엄마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다...
  • ihunnyi in 수유칼럼 2010-06-23
    월드컵과 전자책, 요즘 내 관심을 끌고 있는 두 가지 주제다. 둘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닮아 있다. 먼저 월드컵은 공중파(public wave)의 영역이고 전자책은 출판(publication)의 영역으로, 둘 다 퍼블릭(public) 즉 공공성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하나, 둘은 모두 시장에 종속되어 있는데, 똑같이 시장에 종속되어 있긴 해도 그 양상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월드컵은 시장의 맨 앞에서 설쳐대는 방식으로, 전자책은 시장의 맨 뒤에서 쭈뼛쭈뼛 눈치보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시장의 노예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