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을 천안에 있는 엄마 집에서 보낸 나는 밤늦게야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석 달째 이사문제로 속을 썩이는 집이었다. 집 계약은 만료된 지 오래인데 새 집 주인은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엄마는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만 내려오라는 눈치를 시시때때로 보냈다. 나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고작 1년, 아직은 서울에서의 독립생활을 좀 더 누리고 싶었다.
밤새 두텁게 쌓인 눈에 소리마저 덮여버린 듯 학교는 고요했다. 파랑은 건물로 들어가는 하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보는 유리 너머 세상은 백색이었다.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보는 듯이 백색의 세상은 현실감이 없었다. 소실점 저 끝으로 하늘은 흡수되어 갔다. 스피커에서는 GOD의 ‘거짓말’이 흘러 나왔다. ‘싫어, 싫어’ 여자의 외침이 들렸다. 파랑은 차 문을
<두 개의 문>을 봤다. 유가족들의 비통함이 얼마나 절절할 것인지 남의 고통을 들여다봐야 하는 불편함에 미리부터 잔뜩 움츠렸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 날 있었던 사건을 전달하는 데 충실했다. 유가족들의 비통함이나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망루에 올라야 했던 농성자들과 명령이었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경찰 모두가 피해
안녕합니까. 카프카 세미나를 시작한다며 열에 들떴던 봄의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고 카프카 세미나도 종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단편이 끝나고 장편 세편을 남겨놓고 있지요. 이미 여러 차례 고백했다시피 이 작가가 저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해서 전 요즘 무엇을 하던 카프카를 떠올립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적인 것들이 저와 너무나 닮아있어서 사람들이 이 사람 왜 이런거야, 란 말을 할 때마다 속으로 뜨끔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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