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 몰린 선희가 선희를 아끼는 세 남자와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이 말들과 선희란 사람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들이 선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문장을 조금 수정해 보자. "영화를 찍는 브루노 뒤몽이 플랑드르와 까미유 끌로델을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이 말들과 영화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들이 영화를, 그리고 뒤몽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계획에 없던 여행이라 여행계획도 없었던 나는 무료했던 며칠을 보내고 분라쿠 극장에 갔다. 분라쿠는 주로 무사, 서민, 무용 등을 제재로 삼는 일본식 인형극이다. 내가 본 것은 그중 한 무사와 그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 했기 때문에 내용에 관해선 자세히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무능은 외려 내용에 몰입했다면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극에 설정된 기초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안경 쓴 남자가 죽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분명 자신의 방에 들어올 남자가 위협적일 것을 예감하고 미리 몸수색까지 감행하였다. 또한 귓속말을 요청받았을 때도 그는 경호원으로 하여금 재차 그가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예방에도 불구하고 죽게 되었다. 결
일곱 개의 시계를 가진 종탑. 시계들은 제각각 다른 시간을 가리킨다. 허나 그것은 시계들 뿐 아니라 이 마을 전체가 그렇다. ‘지금’이라 명명된, 양쪽으로 쭉 뻗친 직선 위의 한 점이라 생각 된 그 시간은 무수한 직선들의 교차점인 것이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선이나 점 따위로 얘기될 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레이터의 말대로 그것은 ‘사악해’ 뵌다.
바람 부는 소리는 들려오고 다른 어떤 배경 음악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어떤 배경 음악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듣는다. 그저 바람이 불 때 바람 소리가 날 뿐이다. 텍사스의 풍경 또한 태연하기만 하다. 풍경을 이루는 공기와 날씨는 결코 등장하는 인물의 심경이나 스토리의 박진감에 보조를 맞추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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