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픈옹달(수유너머 R)

Releases

  • 2009년 두 편의 공포영화 <불신지옥>과 <독>은 공통점이 많다. 형식의 측면에서 과장된 세트가 아닌 일상적인 현실의 공간을 무대로 삼으며, 자극적인 시청각 효과가 아니라 서사와 심리를 통한 공포를 추구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내용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두 영화의 중첩된 문제의식을 키워드로 요약하면, 개신교, 아파트, 소녀, 계급이다. 이상 네 가지 키워드는 ...
  •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려는 달팽이들의 옴팡진 계획은 예년에 비해 몸서리치도록 매섭게 다가 온 겨울 한파 때문에 무산되어 버렸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강릉에 가서 바닷가를 거닐며, 횟집에 들러 모처럼 회식도 하고, 눈썰매도 타고 커피거리도 거닐며 시간을 보내자던 꿈같은 계획은 결국 햇살이 좀 따스해지는 3월로 미뤄졌다. ...
  • 예전에 아내가 어떤 분의 강의를 듣고 와서 그분의 우스갯소리에는 뿌리 깊은 남근중심주의가 있다며 불쾌해한 적이 있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상품가치가 노동 시간으로 계산된다면서, 그런 식이라면 ‘아이’의 가치는 5분여의 섹스시간으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비꼰 것이다. 그분은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남자의 사정(射精)을 위한 섹스노동으로 생산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
  •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 한의대 가볼까?” 이 친구는 공대를 나왔고, 지금 잘 나가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도 제법 잘 벌고 있다. 이유 없이 배알이 꼴려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돈 좀 벌어볼라고?” 그러자 친구가 그건 아니라고 얼굴이 새빨개지며 항변한다. 지금 한의사가 포화상태라 한의대 나온다고 무조건 돈 잘 버는 게 아니며, 개업할 수 있는 ...
  • 해마다 연말이면 늘 그렇듯이 많은 시상식들이 열린다. 2009년의 연말 시상식, 그 중에서 내가 관심 있게 본 것은 예능부문의 시상이었다. 각 방송사마다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리얼’, ‘야생’, ‘도전’ 이라는 타이틀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웃음을 보여주는 컨셉이다. ...
  • 이따금 생각지도 못했던 귀한 선물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찔끔 나는 선물. 얼마 전 받은 귤 한 박스가 꼭 그랬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아 껍질이 무지 두텁고, 까만 점이 곰보처럼 박힌 귤.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욕심에 주인집 밭에 가서 하루 종일 귤을 땄더니 허리가 꽤 아프더라고, 이제 나도 다 된 것 같다고 소녀처럼 깔깔 웃으시던 선생님이 생각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