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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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의 말 – 아이가 되기 위한 인문학

    3년 전 즈음, 어느 어린이 독서캠프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철학 강연을 해달라는 거였는데요. 제목이 ‘철학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아마도 세상의 여러 물음 중에 제일 무서운 게 ‘…란 무엇인가’ 아닌가 싶어요. 요즘 제 딸이 글자, 특히 받침 없는 글자를 조금씩 읽는데요. 어제는 책상에 있던 플라톤의 <정치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더니, 두 글자가 똑같다고 ‘정치’를 가리킵니다. 아직 …

  • “처음 왔을 때 엄청났죠. 말이 공부방이지 골목을 막아서 천막 치고 주방으로 쓰고 있었어요. 애들은 시커멓고. 첫날에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급한 볼일 있다며 도망치듯 나왔어요.(웃음) 다음 날부터 근무했는데, 제가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이랬대요. 너희들 정말 안 되겠구나!” 구로동 일대에 철거가 한참이었다. 어수선한 틈에 아이들은 방치됐다. 어느 날 집에 가보면 아이만 두고 가족이 다 이사를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은 자주 싸웠다. 거칠었다. ...
  • 배움이란 소박한 것이다. ‘학學’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진 배경만 봐도 알 수 있다. 학學은 원래 집을 짓는 일에서 유래했다. ‘짚이나 억새 등으로 덮은 초가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새끼줄로 묶는’ 일을 상형한 게 학學이다. 지붕宀 위에서 새끼줄爻을 묶는 두 손의 모양을 보고 글자를 만든 것이다. ‘뚜껑 있는 집’에 살려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가 학學에 담겨 있는 셈이다. 그래 까막눈도 할 수 있는 게 배움이어야 한다.
  • 도토리(道土里) 서당은 고전 속에서 우리의 삶의 길(道)을 찾는 친구들이 토(土)요일에 모여 공부하는 마을(里)이란 뜻이다. 서당은 초등학생, 중학생, 학부모들 할 것 없이 함께 모여 고전을 공부하는 만남의 場을 마련하였다. 기본적으로는 고전강독, 산책, 점심 먹기, 시 감상, 독서 토론 시간으로 나뉘지만 모두 고전을 입으로 암송하고 손으로 쓰면서 몸에 새겨 넣는 활동이다. 앎과 몸이 일치할 때 공부가 내 몸 안에서 울려 퍼지고 다른 이들과도 공명할 수 있다.
  • 보리학교는 청소년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교’입니다. 연구자가 즐겁게 공부한 것을 청소년과 나누는 소박한 장입니다. 웃고 떠들고 가끔(!) 진지해지고 글을 써보고. 그 와중에 인문학이 슬그머니 끼어듭니다. 인문학은 어렵고 힘든 ‘학문’이 아닙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고민에서 출발한 ‘공부’입니다. 많이 배워야 할 수 있는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공부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 ‘자기 …

  •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 암송하는 즐거움

    고전(古典)은 수 천 년 나이를 먹은 우리들의 친구이자 스승이다. 시(詩)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된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승의 지혜를 우리들의 목소리로 지금 여기로 불러 오는 것이 바로 ‘암송’이다. 소리로 그 의미를 되새김질 하는 것은 옆의 친구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수 천 겹의 지혜의 지층을 펼쳐 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