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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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를 그리는 일은 내게 무엇일까? 그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밤을 꼬박 새워 그림을 그리고 나면 이전보다 커진 나를 느낀다. 나의 상상력이 지면 위에서 생명을 얻는 것을 볼 때의 환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마감시간에 쫒길 때는 피를 뽑히는 기분이다. 그보다 더한 고통은 나보다 몇 수 위의 작가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작품들을 보면서 밀려오는 열등감과 싸우는 일이다. ...
  • "좋아하는 만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원고 청탁을 받을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야 나는 나의 만화읽기가 하나의 '길티 플레져'였음을 깨닫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좌파로서의, 혹은 꼬뮨주의자로서의 공적인 내 모습이 너무나 피곤하고 견디기 괴로울 때, 나는 집 앞 만화방(그 이름도 찬연한 STARBOOKS였었다.)로 달려가 목이 뻣뻣해지고 눈이 아플 때까지 만화를 읽곤 했었다.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3-24
    만화, 만만치 않습니다

    “9호는 쉬어가는 느낌으로 만화 어때?” 편집회의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 바로 나온 답변이 “만화가 그렇게 만만해?”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속웃음이 나왔습니다. 오래 전 아내에게 들었던 말이거든요. 만화 보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 사귀던 때에도-그러고 보니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군요- 아내는 만화에 빠져 있었습니다. 만화방은 아내가 저를 기다리는 장소였거나, 만나서 함께 찾아가는 장소였지요.

    연인의 손에 …

  • 고대 동양의 우주관은 흔히 ‘상관적 사유(corelative thought)’라는 말로 정의되곤한다. 인간-국가-우주가 하나의 상관성으로 이어져있다는 말이다. 하늘이 둥글고 땅이 네모난 것을 닮아 사람의 머리는 둥글고 발이 네모나다는 것. 이것이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논리이며, 하늘에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는 것,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 오장이 있다는 것이다. ...
  • 초속 30만 km,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로도 저 별에 닿으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수십 년 뒤 우주 저편 어느 별에서 반짝이는 후레시 불빛을 발견하더라도 그 소년은 이미 지구에서는 중장년이 되어 있어있겠지. 바꿔 말하면 하늘에서 보는 모든 별들의 모습은 수십 광년, 혹은 수억 광년을 달려온 수십, 수억 년 전 과거 모습이라는 말이다. ...
  • 만화 속 벌레는 생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그 종류가 무수하며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들은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어떤 벌레와 언제 어떻게 마주치게 될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화 속 인간들은 벌레와의 만남으로 인해 때로는 목숨을 잃고, 때로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
  • 기생수? 워낙 유명한 만화라서 알만한 사람들 알만한 만화이긴 하지만 처음 제목을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만 하다. 생수 이름인가? ㅡㅡ;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감이 왔겠지만 기생충할 때의 기생처럼 기생하는 동물이라서 기생수(寄生獸)이다. 이와아키 히토시(Iwaaki Hitoshi)의 작품으로 그림체가 보기에 따라서는 워낙 엉성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쉽게 손이 안가는 만화책이긴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
  •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자고, 하루 세끼 집 밥을 먹는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빠의 인생 철학이었다. 수능 시험을 치고 서울 신림동에 사는 언니의 자취방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나는 고등학교 내내 아침밥을 먹고 다닌 거의 유일한 아이였다. 아빠가 오래 보관이 되는 마른 반찬을 싫어하셨던 터라, 엄마는 매 끼니마다 한 두개의 반찬을 새로 하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