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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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나 혁명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혁명하면 대단히 장엄한 모습을 떠올린다. 지리멸렬한 현실과는 다른 고귀하고 위엄 있는 세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혁명 세계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균열을 일으킨다. 혁명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하고, 또한 투쟁하는 동안에도 먹고사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
  • 4년 전쯤, 과방에서 후배 한 명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는데 후배가 넌지시 나에게 물었다. '형,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몸을 던졌을까요?' 그때 나는 '심청이? 왜 공양미 삼백 석 가지고 지아비 눈 뜨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 라고 답을 했다. 그러자 후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무래도 자기가 살기 싫으니까 뛰어 내렸던 거 같은데.' 라고 나의 대답에 대꾸했다. ...
  • 요즘에는 청년이 유행어다. 입을 열면 청년, 입을 닫아도 청년이다. 하지만 청년이라고 해도 일률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 깨어 있는 자도 있고, 자고 있는 자도 있으며, 혼수상태에 있는 자, 엎드려 있는 자, 놀고 있는 자와 그 밖에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전진을 지향하는 자도 있다. 전진을 지향하는 청년들의 대부분은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고자 한다―절대로 찾지 못할 것이라고. ...
  • 풍상에 시달린 영혼은 사납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와 같은 영혼을 사랑한다. 형태도 색도 없이 생생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사나움에 나는 입을 맞추고 싶다. 가엾는 이름난 정원에 진귀한 꽃과 풀이 만발하고, 두 뺨이 발그레한 숙녀는 뜬 세상 아랑곳없이 이리 저리 거니는데, 외마디 학 울음소리에 흰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 “생각컨대, 나 자신은 아직까지도 간결함이 치밀어 저절로 말로 되어 나온다는 식의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그 무렵 내 적막의 슬픔을 잊을 수 없는 탓이어서인지 때로는 뜻하지 않은 납함이 입에서 나올 때가 있는데, 그나마라도 적막 가운데를 돌진하는 용사로 하여금 그가 안심하고 앞장서 달릴 수 있도록 다소의 위안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
  •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은 이미 루쉰 연구자들에게 고전으로 읽히지만, 이 작품이 그저 연구서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루쉰>을 읽으면 여러 곳에서 비약이 눈에 띄는데, 짙은 정서가 그런 비약마저 머금고 하나의 전체상을 구현하고 있다. 그 속에서 루쉰의 다양한 면모는 ‘문학가 루쉰’으로 응결된다. ‘문학가 루쉰’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다케우치가 루쉰의 사상적 장소를 ‘문학’에서 찾을 때 ‘문학’은 이미 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 ...
  •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팔리고 있는 중국현대문학 작품 가운데 90% 이상이 루쉰(魯迅)의 작품이다(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치가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말은 “루쉰”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면 웬만큼 팔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럴까, 루쉰의 대표작인 을 타이틀로 달고 나온 책들을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나 를 내걸고 ...
  • 1909년 일본에서 귀국한 루쉰은 항주와 절강에 있는 두 사범학교에서 생리학과 화학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이듬해 고향인 소흥부 중학교의 교사로 취임했다가 중화민국정부가 수립되던 해 산회초급사범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했다. 1912년부터 17년까지 잠시 공백이 있었지만 교육부 직원으로 일하다가 1920년부터 베이징대와 베이징여자고등학범학교에 출강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