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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지마할의 뒤편. 무굴제국의 최고의 건축물인 타지마할. 우리는 타지마할을 보며 뭄타즈 여왕에 대한 샤자한 황제의 사랑에 감탄하지만 따지고 보면 타지마할은 한 황제 부부의 로맨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착취당했는지 보여 주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 전역에서,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든 만나는 거대한 건축물들, 특히 국가 건축과 종교 건축물은 거의 언제나 그 시대 최고의 착취의 산물이다. 우리 시대의 착취는 고층 빌딩으로 상징되지 않을까?
    들깨 in 수유칼럼 2014-01-22
    타지마할의 뒤편. 무굴제국의 최고의 건축물인 타지마할. 우리는 타지마할을 보며 뭄타즈 여왕에 대한 샤자한 황제의 사랑에 감탄하지만 따지고 보면 타지마할은 한 황제 부부의 로맨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착취당했는지 보여 주는 곳이기도 하다.
  • 네팔 왕궁 앞을 지키고 있는 하누만, 이 문을 하누만 도카(문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힌두교 혹은 불교 국가들에서 통치자는 비슈누신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하누만은 이 왕을 지키는 충실한 부하를 뜻한다.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으로만 많이 알려져있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힌두교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는 법적으로는 세속주의 국가인데 반해 네팔은 힌두교가 국교이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3-11-04
    열려 있던 방문을 밀치고 원숭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의 눈치를 살살 보며 유유하게 말이다. 나가라는 손동작을 취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어찌할 줄 모르고 넓지도 않은 방 맞은편에서 지켜봤다. 제법 덩치가 컸는데, 어쩌다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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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깨 in 수유칼럼 2013-10-07
    인도의 동해안 뿌리라는 도시에서 난 벵갈만의 일출을 보러 새벽 일찍 바닷가로 나갔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해안가를 걷는데 사람들이 잔뜩 앉아서 나와 같은 동쪽 방향을 보고 있었다. 난 그때 현지인들도 일출을 감상하는구나 하며 신기해 했다.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일출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해는 떴고 주변이 밝아진 덕에 난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닷물이 밀려오는 해변가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장엄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올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나왔지만 숙소로 돌아갈 때는 뭔지 모를 꺼림칙함을 감내하며 발밑을 조심하며 해변을 걸어야 했다. 이후 나는 ‘똥’에 대한 느낌의 다름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게 됐다.
  • 들깨 in 수유칼럼 2013-07-07
    미누를 인터뷰 하기 전에 미리 머릿속에 그려놓은 구상에선, 이진경 선생님이 쓴 글의 마지막 구절을 비판하면서 이 글을 시작하려 했다. 네팔에서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유령’이 아니라 엄연히 살아있는 실체이며 그와 함께 여전히 어떤 연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유령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가 죽은 사람도 아니고 엄연히 네팔에 살아있는데 그를 ‘유령’이라 부르는 것이 강제추방이라는 것을 어떤 끝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 들깨 in 수유칼럼 2013-04-20
    원래 이주노동자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기분이 몹시 나쁜 일이 생겼고 산에 가고 싶어졌다. 말하자면 도피하고 싶어진 것이다. 한 2주쯤 떠나고 싶었는데 중간에 마감일이 있었다. 아직 쓰려던 글에 필요한 만남들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왜 갑자기 산에 가고 싶어졌는지 쓰는 것으로 이번 글을 대신하려고 한다. 그냥 감정적 투정에 불과한 글일 수도 있겠지만(그런 점을 감안해서 삐딱하게 읽어주시
  • 문제의 그 기차에서 찍은 오디샤주의 풍경. 오디샤주와 비하르 주 모두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히고 있다. 오디샤 주는 철광석과 보크싸이트등의 지하광물이 풍부한 곳이기도 한데 그 때문에 여러 대형 기업들과 주민들, 시민단체들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러해동안 환경파괴와 인권침해로 세계적인 이슈가 됐던 베단타 철강 건도 오리싸주에서 벌어졌다. 비하르주는 낙살라이트의 주요 활동지역이며 오리싸주 일부도 낙살라이트 영향하에 있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3-04-03
    또, 하나의 유령이 이번 여행을 따라왔다. 인도의 야간열차에서였다. 인도 동부의 오디샤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비하르의 보드가야로 가는 기차였다. 활짝 열려 있는 침대칸의 창 밖이 깜깜해졌을 때 갑자기 장총을 든 경찰들이 소란스럽게 올라탔다. 강도라도 들었나 했다. 옆의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낙살라이트 구역을 지나는
  • 캄보디아에 처음 들어가서 국경에서 탄 버스이다. 한글로 안내문이 적혀있다. 한국의 하나투어에서 쓰던 버스이다. 한국의 유치원이나 여행사에서 쓰고 버린 낡은 버스들이 고속버스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버스가 너무 낡아서 중간에 차가 뻗어 버리고는 하는데 그러면 새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나 또한 차가 한번 멈춰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 새 버스로 갈아타고 간 적이 있는데 흔한 경우라고 한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3-01-26
    하나의 유행이 이번 여행을 따라왔다. 8월에 한국을 떠나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내내 곳곳에서 나는 그와 마주쳐야 했다. 거리에서, 상점에서,식당에서 언제나 오빤 강남스타일이었다. 수억이 봤다는 뮤직비디오도 캄보디아 시엡립에서 묵었던 숙소의 직원 덕에 처음 봤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공연도 어떤 인도인이 스
  • 학생들이 장을 보고 돌아오고 있다. 집집마다 한명씩 돌아가며 당번을 한다. 이들은 해도 뜨기전인 꼭두새벽 네시에 출발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을 본다. 우리도 같이 가려고 전날 약속을 했었는데 늦잠을 자서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 학생들이 돌아올 때 가서 사과를 했는데 웃으면서 용서해줬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2-12-02
    다른 한 공간은 군대였다. 이곳에선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웠다. 90년대 민주캄푸치아 정권이 사라진 후 이곳은 학교이자 하나의 마을이 됐다. 처음에는 지뢰와 확산탄 등 전쟁으로 인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는 학교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차 그런 사람들이 줄어들자 이제는 좀 더 문을 넓혔다. 프놈펜에서 10키로쯤 떨어진 반티에이 뿌리웁이라는 학교이다. 뿌리웁은 캄보디아말로 평화를 상징하는 비
  • 캄보디아 시엠립에 있는 전쟁박물관. 나무들 사이사이에 전쟁이 끝나고 수거한 무기들이 나열돼있다. 조금씩 부숴지고 녹슨 모습 그대로 놓여져 있다. 마침 비가 쏟아졌는데 영화나 책으로 접했던 밀림 사이로 크메르 루주 군이, 베트콩이 다가오는 장면이 연상됐다. 무기들엔 설명이 조금씩 돼있는데 캄보디아 군이 썼던 무기들은 소련제, 폴포트가 썼던 무기는 중국제, 크메르 루주 전정권이 썼던 무기들은 미제가 많다. 대부분 무기는 2차대전 때 사용됐던 무기를 중고로 판매한 무기이며 캄보디아 전쟁이 어떤 대립구도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이 곳의 가이드도 대부분 지뢰로 다리나 팔을 잃은 전직 군인이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2-11-02
    냉전은 사기였다. 실제로 전쟁을 치루지 않은 전쟁이라는 뜻의 냉전이었지만 어떤 곳에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폭탄이 뿌려졌고 근대에 들어 가장 잔인했던 학살이 이뤄졌다. 미국과 소련, 중국 등 열강들이 개입했고 그것은 누구나 알았지만 비밀이라 했다. 이 전쟁엔 한국도 참여했다.
  • 들깨 in 동시대반시대 2011-09-20
    평화비행기 탑승객들을 비롯한 1000여명의 외부세력들을 맞이한 경찰버스에 써 있던 문구이다. 이 버스는 그러니까 영도에서 수천명의 탑승자를 막아선 그 버스였던 것이다. 영도에서 김진숙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이 강정에서도 구럼비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 무관하지 않았듯이 그들과 마주한 외부세력도 결국엔 한통속이었다. 그 장소가 명동이든, 영도이든 강정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