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Releases

  • 도토리(道土里) 서당은 고전 속에서 우리의 삶의 길(道)을 찾는 친구들이 토(土)요일에 모여 공부하는 마을(里)이란 뜻이다. 서당은 초등학생, 중학생, 학부모들 할 것 없이 함께 모여 고전을 공부하는 만남의 場을 마련하였다. 기본적으로는 고전강독, 산책, 점심 먹기, 시 감상, 독서 토론 시간으로 나뉘지만 모두 고전을 입으로 암송하고 손으로 쓰면서 몸에 새겨 넣는 활동이다. 앎과 몸이 일치할 때 공부가 내 몸 안에서 울려 퍼지고 다른 이들과도 공명할 수 있다.
  • 보리학교는 청소년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교’입니다. 연구자가 즐겁게 공부한 것을 청소년과 나누는 소박한 장입니다. 웃고 떠들고 가끔(!) 진지해지고 글을 써보고. 그 와중에 인문학이 슬그머니 끼어듭니다. 인문학은 어렵고 힘든 ‘학문’이 아닙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고민에서 출발한 ‘공부’입니다. 많이 배워야 할 수 있는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공부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 ‘자기 …

  •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 암송하는 즐거움

    고전(古典)은 수 천 년 나이를 먹은 우리들의 친구이자 스승이다. 시(詩)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된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승의 지혜를 우리들의 목소리로 지금 여기로 불러 오는 것이 바로 ‘암송’이다. 소리로 그 의미를 되새김질 하는 것은 옆의 친구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수 천 겹의 지혜의 지층을 펼쳐 보여 …

  • 학금 블랙리스트화를 멈춰라! 학비를 무료로! 학생생활비를 보장해라! 학생에게 임금을! 이런 요구를 하면서 <블랙리스트 회>는 활동해 왔다. 이 운동체가 생긴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그 전달(2008년12월)에 JASSO(일본학생지원기구)가 장학금 반납[상환] 체납자를 1400개 남짓한 금융기관에 보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그 계기였다. 이는 곧 장학금 반납 체납자를 블랙 리스트화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
  • 금강산(22)은 겨울방학 동안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10시부터 12시까지 한 타임 듣는다. 학원이 끝나면 12시부터 4시까지 카페에서 숙제를 한다. 세미나 관련 책 읽기나 글쓰기 등. 어떤 날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후 다섯 시 반에 귀가해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렸다가 같이 저녁밥 해먹고, 드라마 한 편 보고, 그리고 영어단어 좀 외우려고 책을 뒤적거리다가 잠이 든다. ...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유시버클리(UC Berkeley), 유시엘에이(UCLA) 등 ‘유시(UC)’ 계열이 모두 여기 소속이다. 그런데 작년 11월 유시버클리와 유시산타크루즈에서 미국 대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학생들의 건물 점거 투쟁이 일어났다. 등록금 인상이 그 발단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대학지원 예산을 6억3천7백만 달러나 삭감했다. ...
  • 대학 등록 시즌이 돌아왔다. 이 맘 때면 신00여사는 내가 내미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이렇게 소리치곤 했다. “등록금 낸 만큼 뽕을 뽑아라! 아니 그 2배로 공부해라! 돈 아깝지 않게!” 대학원 진학 후 더 이상 신여사께 등록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이제는 매 달 은행이 나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낸다. “0월 0일 학자금 대출 이자 출금일입니다. 통장 잔액을 확인해 주십시오.” ...
  • 일본에서 첫 이사를 준비 중이다. 이것이 참 성가시다. 값싼 곳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외국인 등록증, 소속기관 증명서, 일본인의 보증이 필요하다. 나는 명확하고 예의바른 일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연수입을 적는 란 앞에서 엉거주춤하고 있자 옆에 있던 친구는 말했다. "그냥 많이 적어요!" 집에 돌아와 일본인 선생님에게 보증인을 부탁하는 정중한 편지를 썼다. ...
  • 1월 1일 모 일간지 일면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2000원에 주인 되는 집! 주거난에 허덕이는 이들을 단박에 유혹하는 이 제목은 서울 용산2가 해방촌에 있는 대안적 주거공동체 ‘빈집’을 소개한 기사였다. 빈집은 하루 2,000원 이상의 분담금만 내면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일종의 게스츠하우스(Guests' house)다. 하루를 묵는 것도 몇 달을 머무는 것도 자유다. ...
  • 김기덕의 영화가 종교적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혹자는 때 ‘폭력에서 종교’로 변절한 것 아니냐며 휘둥그레했지만, 이나 도 이미 충분히 종교적이었다. 단, 여기서 ‘종교적’이라는 단어는 ‘현실 종교적’이라는 협의가 아니라, ‘종교의 원형질’에 가까운 광의로 이해해야 한다. ‘종교의 원형질’이란 이를테면 ...
  •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서, 2차선 도로로 40분을 달리면, 지르매재 넘어 내촌면이다.” 영화는 강원도 산골 마을의 한적한 모습과 그 위로 들려오는 감독의 푸근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짧은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그곳엔 지어진지 50년이 넘었고, 언젠가부터(정확히 말하자면, 날아온 씨앗이 싹을 틔워 작은 나무가 되는 세월 동안) 마을의 비료창고로 쓰이고 있었으나, ...
  • 헌정문집 는 ‘작가선언 6·9’의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을 접한 후 우리는 한동안 충격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 충격의 정체와 기원이 정확히 무엇이었는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총체적으로 상실된 시대를 살아야 하는 황량함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
  • ‘용산역’이 ‘용산참사역’으로 변한지 1년이 흘렀다. 삶을 통째로 빼앗긴 그들은 삶이 와해된 바로 그 자리에서 억척스럽게 살아냈다. 시커먼 연기 머금은 남일당 건물은 분향소로,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레아호프는 커피향 그윽한 카페이자 갤러리와 미디어센터가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고 양회성씨 가게였던 삼호복집은 유가족 살림집으로, ...
  •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대테러전쟁’에 투입되는 경찰 특공대가, 더 이상 밀려 올라갈 곳도 없는 철거민의 망루를 공격했다. 농성이 시작된 지 겨우 25시간 만이었다. 강력한 폭발과 거대한 화염. 누군가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쳤지만 거기 있던 ‘사람’은 결국 ‘숯’이 되고 말았다. 지난 9일, 그러니까 철거민들이 망루에서 타 죽은 지 꼭 355일이 되던 날,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