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훈(면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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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후반 이래 첨단 생물학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모방이라 할 수 있다. 자연현상과 생명현상을 모방하여 소기의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생물학이 모방을 통해 전개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를 한 가지 들어 볼까 한다. 바로 항체공학이다. 거의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가 자연의 사례를 탐구하고 그 사례가 작동하는 원리원칙을 따르면서 거기에 한 두 가지 변용이나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개입시킴으로써 생명을 활용한 응용(Biotechnology)을 실현시켜낸다.
  • “내게 화학은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담은, 무한한 형태의 구름이었다.”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가 처음 화학의 문을 열고 그 안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던 시기, 대학을 들어가기 전 그가 마음에 품었던 바에 대한 고백이다. 그는 아래와 같이 부연하고 있다. "이 구름은 번쩍이는 불꽃에 찢기는 검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내 미래를 에워쌓는데, 마치 시나이 산을 어둡게 둘러싼 구름과 비슷했다.
  • 일 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거친 바람처럼 밀려와 내 안의 많은 것들을 부숴 버렸다. 마음을 자꾸 부리지 않고 가만히 가라 앉혀 보고자 애를 써 보았지만 가라앉기 보단 무너져 내렸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 만치 마음이 상해 버렸다.
  • 세자르는 1984년에 단일 클론 항체를 만들어 내는 Hybridoma개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나는 그와 6개월 동안 같은 연구소 비좁은 3층 서로 마주 보이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행운을 맛보았다. 나는 저녁이면 Mowbray road를 동료와 함께 산책하며 무언가 열심히 토론하던 그를 몰래 뒤 따라 걷다 몇 블록 넘어 있던 집까지 기쁜 마음으로 달음박질 치곤 했다. 내가 박사과정동안 하던 일 (B cel
  • 낙엽수들은 왜 가을이 되면 잎새를 땅으로 떨굴까? 생물학에서는 낙엽이 되는 과정을 이층형성(Abscission)이라 일컫는다. 이층(異層)이란 말 그대로 단일한 존재였던 한 덩어리에서 일부가 다른 존재로 변화되어 이룬 층을 의미한다. 가을이 되기 전까지 잎새는 가지와 한 몸이었다. 가을이 되어 해가 짧아지고 온도가 내려가면서 잎에서 벌어지던 광합성 작용은 감소되기 시작한다. 그 상호작용으로 뿌리에서 올라오던
  • 무엇을 안다는 것은 무얼 뜻할까? 배낭여행이 되었건, 기획관광이 되었건, 여행을 하고 난 뒤 사람들은 어느 장소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다. 그곳을 오감을 동원하여 직접 체험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판단을 가능케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몇 시간 혹 며칠 동안의 체험을 통해 무엇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가능할까? 여행뿐만이 아니다. 요즘 인터넷의 위키피디아를 통해 사람들은 아주 홍수 같은 정보를 아주 손쉽게 얻을 수
  • 8차선 고속도로는 다분히 작위적인 길이다. 별로 타협하지 않고 길게 직선으로 난 길.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길이다. 보통 길은 타협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강물이 흐르는 궤적과 타협하고, 언덕과 산들의 생김새와 타협하고, 나무나 생태계의 분포와 타협한다. 인류를 비롯해 움직이는 생명체들이 길을 내는 원리는 이러한 타협이었다. 나는 진보를 이러한 길의 속성에 빗대 개념 지을 수
  •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는 사실 간단한 이야기이다. 어떤 입자(또는 물질)를 특정 위치에 고정시키는 순간 그것의 움직임에 대한 표현 가운데 하나인 모멘텀(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반대로 운동의 모멘텀을 정확히 계산하는 순간 그 물질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얘기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 JOHN D MCHUGH / 2006 AFP
    4년 전 BBC에 뜬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영국 국회에서 두 가지 주제와 관련된 투표를 했다는 소식이다. 그 하나가 인수(Human-Animal) 혼성 배아의 허용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형제 구조자 (Savior siblings)와 관련된 시술을 금지하려는 개정 법안을 기각하는 투표였다. 인수 혼성 배아에 대한 논의는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할 생각이다. 기사를 보며 생각에 잠겼던 주제는 형제 구조자와 관련된
  • 서구 문명에 의해 평정된 세상을 살아가면서, 또한 그것이 지옥이건 낙원이건간에 서구 문명이 만들어 낼 세상의 미래를 고스란히 우리의 미래로 안고 살아가면서 그 문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두고 아주 자주 고민에 빠져 든다.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면 대체로 세 가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말은 당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다름'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단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각기 다른 개체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과 '다름'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개체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이야기이다. 어떤 인위적인 조작을 거쳐 이처럼 자연스러운 다양성을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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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서 영국의 의료시스템인 NHS (National Health Service)에 대한 연재를 한 바 있다. '의료민영화'와 '무상의료'라는 두 다른 극단을 두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연재를 한번 봐두면 참 좋을 것 같다. 영국에서 6년을 살면서 나 역시 NHS에 대해 참 할 말이 많다. 거기에는 제도에 대한 칭찬이나 비판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이 만든 제도이니만큼 문제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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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대략 세 달 동안 우리나라 사육 돼지의 삼분의 일에 달하는 3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바이러스’라는 키워드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