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Releases

  • "햄릿", 아마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햄릿"만 그냥 공연하긴 뭣해서인지, 이런저런 변주들이 많은 듯하다. 보진 않았지만, "햄릿 머신"이란 인상적인 제목의 연극 포스터를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햄릿이 기계라면, 어떻게 작동하는 기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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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 콜하스는 『정신착란의 뉴욕』을 통해 뉴욕이라는, 어쩌면 20세기의 상징적인 도시가 되어 버린 도시에 대해, 그 도시의 마천루와 그 옆의 코니아일랜드에 대해 ‘애정 어린’ 선언문을 쓴다. 그가 대도시에 대해 이렇게 천착하게 했던 것은 필경, ‘68’이란 숫자로 표현될 어떤 ‘시대감정’ 속에서 도시에 대해 연구했던
  • 우리들은 오늘 또 한 번의 메이데이를 맞아, 전 세계의 총파업에 대한 미국발 오큐파이 운동의 호소에 부응하여, ‘총파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파업’은 어쩌면 매우 기이한 의미의 총파업이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면적인 파업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전면성’은 파업참가자들의 규모나 파업에 참가한 조직의 수를 뜻하지 않으며, 파업이라곤 하지만 중단할 ‘노동’조차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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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2-01-04
    카프카는 <성>에서 ‘성’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관료나 ‘국가’ 같은 것의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이웃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행사되는 권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성의 관료 소르티니의 구애를 아말리아가 거절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웃사람들은 아말리아의 아버지에게 맡겼던 구두를 하나둘 찾아가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또 마을 사람들이 그에 보낸 신뢰의 징표였던 자치소방대장에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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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12-06
    어떤 일을 ‘책임을 묻기 위해’ 따지는 것은 삶을 긍정하려는 사람들로선 결코 기분좋게 선택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개 무언가 잘못된 일에 대해, 혹은 부당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명령어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되어야 할 어떤 것을 부정하기 위해 부정의 이유를 찾는 질문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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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10-25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 은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기사 블로크에게 찾아온 죽음의 신과 더불어 시작한다. 블로크는 체스로 죽음을 피하거나 연기하고자 하지만, 그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다시 찾아온 죽음의 신에게 끌려 손을 잡고 언덕 저편 너머로 춤을 추며 건너간다. 블로크가 죽음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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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9-20
    푸코에 따르면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이전, ‘통치하다’라는 말은 “공간에서의 이동·운동, 물질적 생필품의 조달, 개인에게 부과되는 치료나 약속된 구제, 늘 헌신적이면서도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지휘나 명령의 실행 등”을 뜻했다. 그 말이 “자신이나 타인, 타인의 신체, 더 나아가 그 영혼이나 행동방식에 행사될 수 있는 지배”를, 개인 간의 교류 등을 뜻했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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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8-16
    카프카의 소설이 법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법 앞에서」라는 짧은 단편은 수많은 사상가들이 붙인 주석으로 인해 더욱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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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7-04
    잘 알려진 것처럼 팝아트는 예술품으로 만들어진 것과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교회의 벽에 그려진 벽화나 건물의 벽에 그려진 광고판의 그림 사이, 박물관의 아케이드와 백화점의 아케이드 사이에서 사람들이 발견하던 차이를 그들은 모두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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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6-13
    6월 10일, 금요일.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청계광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집회신고를 거부하여 처음부터 불법집회로 만들어 놓고는, 불법집회 저지를 명분으로 장소를 미리 경찰이 점거했지만,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해 맴돌던 분노는 거대 대중이 되어 둘러싼 경찰의 벽을 흘러넘쳤고, 거꾸로 집회장소를 점거한 경찰대열이 포위되는 양상으로 바뀌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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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4-04
    “하늘에서 갑자기 수백마리의 새떼들이 죽어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땅에선 천만에 가까운 동물들이 죽어, 그 핏물이 대지에 흘러넘치도다. 거대한 지진이 전에 없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육지가 이동하며 지구의 지축이 흔들려 밤낮의 행로가 틀어지도다. 근대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었다는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고 폭발하여 방사능이 물과 음식은 물론 전세계의 대기로 퍼져가 죽음의 재가 되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그 미래마저 잡아삼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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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이 발생하여 “가축들의 보호를 위한” 대대적 학살처분을 시작한지 100일이 되었다. 2010년 11월 29일 안동에서 발생한 이래 2011년 3월 7일까지 소 15만9백 마리 이상, 돼지 330만9천5백 마리, 염소 7천5백 마리, 사슴 3천2백 마리 등 350만 마리의 가축이 구제역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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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2-08
    작년, 아니 재작년에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운동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활동가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때 프리타 전반노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젊은 활동가와 무슨 얘긴가를 하다가 라는 일본 괴수영화에 대한 책 얘기를 들었다. 고지라에 대한 책이라고 하지만, 심형래 영화에 대한 진중권의 비판 같은 걸 모아 낸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1-03
    새해 첫 주에 할 말은 아니지만, 올해도 꽤나 시끄러울 것 같다. 그러나 특히나 시끄러운 것은 우선 개그계일 것 같다. 뒷구멍에 몰래 숨어서 종편인지 송편인지 나눠처먹은 넘덜이 새해 첫날부터 신문사설에다 특혜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뻔뻔개그를 하고 있고, 그걸 나눠주는데 앞장선 넘들은 10명 가까운 머리가 모여서 결정했다고 ‘집단지성’을 자처해서 개그계에 새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애들 급식 갖고 소란을 일으켜, ‘진보파’ 주장에 반대하면 무조건 지지할 거라고 생각되는 멍청한 넘덜 눈에라도 들어 대통령의 꿈을 키워보겠다는 서울시장의 노이즈 마케팅도 시끄럽다...
  • 이진경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12-06
    프랑스의 상황주의 그룹의 리더였던 기 드보르(Guy Debord)는 의 첫문장을 시작한다. “현대적 생산조건이 지배하는 모든 사회들에서, 삶 전체는 스텍터클들의 거대한 집적으로 나타난다.”(, 10쪽) 맑스의 을 패로디하여 적은 이 문장에서, 스펙터클이란 알기 쉽게 말하면, ‘구경거리’란 뜻이다. 그것은 “일체의 시선과 일체의 의식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사실 상품으로 생산되는 것들은 어느 것이나 눈에 보이는 양상이 중요하다. 보기 좋은 과일이 비싸게 팔리고, 보기 좋지 않은 과일은 상품이 되지 못해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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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11-03
    G20이 2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가끔씩 지나치는 눈에 걸리는 슬로건 같은 문구가 반복해서 눈에 띈다: “G20을 계기로 국격을 높이자!” ‘국격’? 생소한 말이지만, 나는 한자를 꽤나 배운 세대인지라 그 정도는 알아먹을 수 있다. ‘나라의 격’이란 말이렷다! 백번 타당한 말이다. 나도 ‘격조’ 께나 따지는 편인지라, 격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천 번 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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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논평해야 할까? 영화에 대해? 혹은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국제철학콜레주에 대해? 영화에 대해 논평해야 한다는 사실은 영화에 대해 말할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영화평론가로서 초대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영화보다는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국제철학콜레주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 이진경(섬네일용)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09-29
    며칠 전 고려대학교에서 수시선발을 하면서 고등학교들에 대해 다른 점수를 주어 ‘차별’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던 것에 대해 법원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떨어진 학생들에게 위자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이 과학고나 외고 등 잘나가는 학교, 그리고 강남지역처럼 잘나가는 지역, 잘사는 지역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수시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도 등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입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내 귀에도 들어올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감추어진 공공연한 사실을 법원이 이제야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 HannahArendt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차피 인간 또한 영토적 동물이라, 자신의 ‘나와바리’를 만들고 타인들로부터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스런’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사람이라도 다 같은 건 아니어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그런 성향을 ‘본성(nature)’이라고 간주하여 고수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대면하고 넘어서려는 줄기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를 잡아먹는 것이 ‘자연적 성향’이라고 보아 그것과 대결하고 바꾸어보려는 이들도 있다. 어떤 문제에서도 이런 두 가지 상반되는 태도는 나타나게 마련인데, 말 그대로 어떤 것을 지키려는 태도가 ‘보수주의’가 전자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주어진 것을 바꾸려는 태도로서 ‘진보주의’라는 말에는 후자를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 ko 031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08-17
    나는 맑스주의자라서 프롤레타리아트가 계급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만큼, 부르주아지들의 계급적이고 편파적인 사고나 행동에도 사실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부르주아지가 계급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야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이렇게 그들의 당파성과 계급성을 인정해주고 시작해도, 도대체 이놈의 정권은 웃음 없이는 신문을 읽을 수가 없게 한다. 아무리 계급적이고 당파적이라고 해도, 그런 계급적 기준에 따라 자기들이 만들고 지키라고 요구하는 법이나 규칙 정도는 자기들도 따르거나, 정 안되겠으면 따르는 시늉이라도 하게 마련이다.
  • ‘정치’라는 말이 그토록 오래도록, 그토록 다의적인 방식으로 사용되었고, 많은 경우 서로 상반되는 관점과 정의가 대결하고 있었음은 잘 아는 바일 것이다. 정치를 사유하는 장을 ‘정치철학’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수도 없이 다른, 대립적이고 이질적인 정치의 개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연합하면서 유동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의 개념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정치를 사유한다는 것 자체가 항상-이미 계급투쟁이라고, 혹은 어떤 대결을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랑시에르의 정치철학이 정치적 사유에 기여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를 ‘치안’과 구별하여 정의한 것이다. 즉 정치는 치안과 그 본성을 달리한다는 테제가 그것이다. 사실 정치라는 말은 사용하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를 뿐 아니라,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치에 대한 사유가 정치의 개념으로 집약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어쩌면 매우 자연스런 것이라고도 할 것이다. 가령 슈미트가 정치에 고유한 것을 명확히 구별하여 ‘정치적인 것’을 정의하려고 했을 때나, 아렌트가 그리스에서 오이코스와 폴리스의 구별을 통해 정치를 정의하려고 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