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지기 박혜숙

Releases

  • BIN0001
    뮤지컬을 보았다. 제과회사 직원들이 전쟁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날 신제품의 홍보영상물을 만들어 좋은 결과를 얻는다. 이 일을 계기로 직장인 밴드를 조직해서 서로간의 우정을 다져 나간다. 회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다.
  • 『느낌의 공동체』신형철 지음, 문학동네
    노를 젓는다. 그녀와 그의 뒷모습이 고요하다. 아마 저 배는 어딘가에 가 닿을 것이다. 그곳에 가 닿기 전에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가 닿았을 것이다.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 70book
    2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막막한 느낌만 가득했다. 무거운 안개가 내려 회색빛으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볼 수 없었다.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무거운 안개 속으로 조금씩 걸어들어갔다.
  • 66th
    지난 겨울,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였다. 중산간지역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박물관에 갔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모습을 재현해 놓아서 지난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코흘리개 시절에 보던 풍경이 즐비했다.
  • 61book
    문학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다. 남학생반 수업이었다. 아이들의 잠을 깨우느라 보낸 시간이 길었다. 졸고 있는 아이들은 복도에서 찬바람을 쐬게 했다. 잠을 깬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졸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전해졌나 보다.
  • sc55
    한 소녀가 바다를 보고 있다. 푸른 바다가 아니다. 어두컴컴한 바다다. 그 위로 초승달이 떠있다. 달빛이 희미하게 비친다. 소녀는 까치발을 하고 한쪽 팔꿈치를 창틀에 올린 채 어두컴컴한 밤바다를 바라본다. 뭔가 간절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책 표지를 가로질러 붉은 연이 날아올랐다. 소녀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걸려있다.
  • kikilop
    지난 가을 제주도를 여행했다. 어느 땐가부터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곳이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귀에 익숙한 관광지 대신 올레길 몇 구간을 걸었다는 말을 했다. 나는 기대했다. ‘바다가 있고 억새가 있는 길을, 그리고 맑은 바람이 있는 제주길을 걷는다는 말이지…….’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에 올레길 중 한 구간과 제주를 사랑한 사진 작가 김영갑 갤러리,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용눈이 오름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 iki1
    날이 차다. 하늘은 맑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교실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따뜻하게만 보인다. 얼마 전 쌓인 눈 위에 눈부시게 비치는 햇빛이 차가운 눈마저 따뜻한 솜이불처럼 보이게 한다. 세상이 차다. 세상은 멋지게 보인다. 높은 빌딩이 하늘로 치솟고 있고 멋진 차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교실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점점 더 세련된 모습이다.
  • 0
    오늘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에 계시는 조한혜정 선생님 강연회가 울산에서 열린다. 이 행사를 위해 전날 울산에 내려오신 선생님은 학교 수업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전에는 인근 중학교 수업을, 오후에는 고등학교인 우리 학교 수업을 참관하시기로 했다. 조한혜정 선생님 제자 한 분과 인근 학교에서 오신 국어교사 두 분, 그리고 우리 학교 동료교사 세 분과 교감 선생님도 참관을 하겠다고 했다. 잠시 후 선생님들이 들어오셨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들. 선생님들이 교실 뒤편 자리에 앉으셨다...
  • 8958623047_1
    예전 선배교사의 소개로 『고함쟁이 엄마』(유타 바우어 지음, 이현정 옮김, 비룡소) 라는 그림책을 본 적이 있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자 주인공 아기 펭귄의 머리는 우주로, 몸은 바다로 날아가 버린다. 아기 펭귄은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부리가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어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고, 훨훨 날고 싶지만 두 날개가 밀림 속으로 사라져버려 날 수가 없다. 뒤늦게 엄마 펭귄은 아기 펭귄의 몸을 모아 꿰맨다. 그리고 말한다...
  • 8976827198_f
    책표지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추방’은 경계 밖으로 추방되었다. ‘탈주’는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중간고사 기간 내내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는 나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시험 시작 종이 울리고 답안지를 나눠주자마자 시험지도 보지 않은 채 답안지를 작성하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은 또한 어디쯤 있는 것일까? 암울해진다...
  • pp01
    빗속을 달렸다. 퇴근 후 저녁 7시 30분에 울산에서 출발했다. 경기도 남양주를 향하는 먼길이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차 속에는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네 명의 벗이 있었다. 독서교육활동가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좀더 긴호흡으로 독서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연수를 기획했다. 이 연수에서는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사례, 사례를 전달하는 방식, 앞으로 마련해야 독서정책을 고민하게 된다...
  • pj01
    풍경지기의 책이야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휴먼 앤 북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2004년 어느 날, 체격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1학년 때부터 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체격검사를 하는 날은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자랐구나!’ 하고 감동하는 날이 된다.

    우리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웃음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우스갯 소리가 들린다. 우리 반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가 저울에 올라선 것이다. 우리 …

  • 8993208816_1
    평소 존경하는 선배교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7년 째 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선배교사였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시절에는 함께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책 중 좋았던 책을 그녀에게 빌려주었다. 얼마 뒤 그녀가 그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학교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국어교사, 그녀는 지구과학교사였다. 흔히 이야기하는 문과적 사고와 이과적 사고가 만나 어우러지는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 8990816785_1
    작년에 처음으로 교육실습생을 지도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가르쳤던 제자였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그의 담임교사였다. 그는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따뜻함, 유쾌함을 간직하는 그를 보면서 그와 만나 함께 배움의 장을 만들어갈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꿈대로 국어교육과로 진학했고 작년 내가 있는 학교로 교육 실습을 왔다. 그가 교육실습을 마치고 떠나던 날, 『행복한 인문학』(임철우 외 지음, 이매진)을 선물했는데 속표지에 위와 같이 적었다.
  • cb01
    이 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이었다. 남편이 하루는 『한겨레21』을 내밀었다. 특집기사로 노동일기를 연재하는데 기자가 직접 빈곤노동일을 하면서 쓴 노동일기라고 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편이 덧붙였다. 그때 읽었던 기사가 ‘감자탕 노동일기’였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음식점마다 직원 수가 줄고 한 사람이 맡은 일은 늘어나서 하루 종일 쉴 사이 없이 일을 하는 식당 아줌마들은 식당 종이 울릴 때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응을 한다. 하루 12시간을 일한 후 퇴근하면 다시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뻗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