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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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5-25
    내 고향은 따뜻한 남쪽 바닷가이다. 늘푸르러 하늘을 치솟는 울창한 대밭이 있고, 긴 고샅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다 이맘 때면 하얀꽃을 피워 가을엔 노랗게 익은 탱자가 주렁 주렁 열리고, 가시로 빽빽한 탱자나무 숲엔 참새들 노릿터로 석양이면 모여든 새들의 우짖는 소리에 귀청이 터질듯 하다. 지금은 머릿속 기억만의 어렷을 적 고향 모습이다. 오래전 우리집 대밭은 돌림병으로 자취를 감췄고, 그 많던 참새들
  • 그림 2010. 5 서울-팔당 두물머리 자전거 떼잔차질
    우리는 외부세력이다. 올해로 벌써 3년이 되었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도로를 놓기 위해 강변의 유기농단지를 철거할 계획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곳에 가서 자전거도로 반대 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자전거를 좀 탄다는 친구들이 있어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나는 당시 자전거를 못 탔다. 출발과 정지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빈 운동장에서 매우 긴장하며 한 바
  • 이미 독자분들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얼마 전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세분께서 수유너머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활보일기’관련하여 간담회를 요청하셨기에 약속 후 방문하신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만남 이전부터 어떤 낌새를 채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술자리에서 동건씨를 비난한 장애인분이 계셨습니다. 동건씨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글의 내용들을 다 알고 있으며, 그 내용이 동건씨의 이야기임을 이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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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5-23
    만득귀자. 늦게 얻은 귀한 자식이 있네. 예전에 어느 역술인이 사주를 풀면서 한자로 써주었다. 표현이 하도 예스러워 신선했다. ‘늦게’라는 시간은 주관적이다. 간절히 딸을 원하다가 첫 아이 낳고 6년 만에 가까스로 만났으니 내게 너무 늦은 자식인 건 맞다. 주변 엄마들을 보아도 둘째 아이에게는 매우 관대하다. 나 역시 만득귀자를 보노라면 거의 부처님 수준의 자비심이 발했다. 발이 녹고 무릎이 없어지는 다정함의 세계. 품에서 내놓기 싫어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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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짓돈 모아서 만든 우리학교. 아무리 차별당하고 외면당해도 버릴 수 없는 단 하나, 우리학교만은 지켜야 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국적이 될 ‘조선적’을 버릴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건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닌 하나 된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었기
  • 뉴욕에 대한 첫 인상. 야경사진 찍을 때나 쓸모 있는 높은 빌딩과 그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 그리고 고도 비만인들이 제법 많다는 것과 의외로 거리에 백인들이 드물다는 것. 하긴 평일 대낮에 거리를 배회하는 자들이란 관광객 아니면, 실업자일 확률이 높지. 혹은 그가 일용 계약직 육체노동자일 순 있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쭉쭉빵빵한 백인 뉴요커들은 다 어디에 숨었을까,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2-05-23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스윗 홈(My sweet home)>을 보았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다 부상을 입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끝내 법정 구속된 세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지금도 거기 나온 세 사람, 김창수, 김성환, 천주석 님의 얼굴은 잊혀지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길에 차창에 볼을 기대며 신록이 짙어가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도 영화의 한
  • 2012_05_15_11_54_23
    5월 15일 화요일 위클리 편집위원들이 두물머리에 방문했습니다. 두물머리에는 아직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물머리를 관통하는 자전거도로를 반대하며 불복종 텃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기나긴 싸움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지쳐 떠나가고 두물머리에는 이제 4명의 농부가 남았습니다. 4명의 농부들께서 시간을 내어주셔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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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2-05-23
    작년부터 그 파급력을 주목받기 시작한 이른바 병맛 개그 코드는 이제 인터넷 월드의 상층권을 뚫고 리얼 월드에 진입하여 맹렬히 번식중이다. 이 병맛 개그의 탄생과 번성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하는 분석들이 현재 일반적인데 훌륭함만을 최대치로 늘이고자 하는 욕구의 반작용, 루저의 감각을 일찍부터 깨우친 젊은 세대의 확산 등이 그 근거로 꼽히고 있다. 현실에서는 실존인물인지 의심이 드는 엄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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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아야, 살다보면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반드시 들이닥친단다. 늙고 병들어 결국은 죽는 문제 말이다. 젊고 건강한 시절에 그걸 잊고 지내는 동안은 남의 일 같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늙음과 병듦을 데리고 들이닥치면 대개는 당황하다가 절망하고 비참해진단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나 차라리 젊고 건강한 때에 이 문제에 맞서자고 제안한단다.
  • kbg
    두물머리밭전위원회. 정부의 ‘4대강개발’로 경작권을 박탈당한 두물머리(양수리) 농민들과 농사를 함께 지으며 싸우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처음 본 이들 중 상당수가 무심코 ‘밭전’을 ‘발전’으로 읽습니다.‘개발’이나 ‘성장’, ‘발전’ 같은 말들이 오랜 세월 우리 눈에 씌여 있어서 일 겁니다. 뭔가 눈에 씌이면 바로 보고도 잘못 읽게 됩니다. 제 생각에 ‘두물머리밭전위원회’라는 이름 속 ‘밭전’이라는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5-23
    [2차 공판] 2012년 4월 18일 10시에 있었던 2차 공판은 약 30분 만에 끝이 났다. 박정근은 지난번 공판 때와는 달리, 잠을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새로 바뀐 이원모 검사는 뭔가 예습을 안 해온 학생마냥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반면 변호사는 무척 의욕적이고 공세적인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