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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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클리 수유너머》가 벌써 100호를 맞았단다. 놀랍고도 신기하다. 휘어지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보니 반갑고 대견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를 달뜨게 하고, 누군가를 매혹시키고, 누군가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겠지. 때로는 말갛게 자신을 비워내게 하고, 옆에 있는 ‘동무’를 돌아보게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잠시 필자로 함께했던 시간들이 오롯이 되살아나며 마음 밭이 환해진다.
  • 80.2
    2011년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다. “생물다양성은 생명.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은 생물다양성의 해를 상징하는 표어다. 이 표어는 온 지구상, 아니 온 우주상의 생명체가 모두 다 소중한 존재이며, 그들을 홀대하거나 외면하고서는 인간의 삶 또한 행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73.0
    ‘시조’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학창시절, 오로지 점수를 얻기 위해 달달 외웠던 시조들이 어쩌다 떠올랐지만, 별반 감흥이 없었다. 인상이 고약한 이웃을, 단지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할 수 없어 억지웃음을 짓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씁쓸하고 심심했다.
  • 67book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책이 참 귀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터라 새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친척집에 다녀온 엄마 보따리에서 책이 나오면, 횡재를 한 것처럼 즐겁고 좋았다. 낙서가 되어 있건, 겉표지가 빛이 바랬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 64sc
    한 사내가 있다. 반백의 사내는 늘 구부정하니 걷는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사내는 꽃다발을 들고 벌써 두 시간 째, 봉분 주위를 왔다 갔다 한다. 가끔 멈춰서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하고, 아주 가끔 ‘허허’ 낮은 신음을 토해내기도 하고, 또 아주 가끔 눈을 지그시 감고 회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 sc58
    여자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공주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에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고, 멋진 왕자를 만나는 이야기에 설레기도 한다. 그러나 서양 동화 속 대부분의 공주들은 주체성을 포기한 나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절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선택을 받아야만 부귀와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 chiogibong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에 시달려왔다. 인정 욕망은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인정받지 못한 경험들은 아픈 상처로 남아, 남은 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무관심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것이다.
  • kpj
    작은 부평초로 뒤덮인 호수에 붉은 낙엽 한 장이 누워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녹색 천지인 세상에 너무도 편안히 누워 있는 붉음. 그 파격이 어찌나 눈부시던지!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눈부심이란 다름 아닌 이질적인 존재들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8961770314_f
    ‘완벽한 가족’. 다가가기엔 너무도 먼 꿈같은, 그래서 헛헛하기까지 한 이 제목에 대한 반감은 표지에 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스르르 녹는다. 앞표지엔 단정한 옷차림의 가족이 소파에 앉아 있다. 박제된 듯한 정지된 표정이 ‘완벽한 가족’이라는 설정에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뒤표지엔 정물처럼 앉아 있는 가족들 뒷모습 사이로, 가족의 구멍인 알렉스만 얼굴을 반쯤 내밀고 있다. 알렉스만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성찰하는 존재라는 듯이.
  • 55
    언니! 변두리 버스 정류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어요. 옆으로 쓰러질 듯한 쇼핑백을 바로 세우고, 어디서 나올지 모를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핑크색과 보라색 리본으로 어설프게 멋을 낸 와인 한 병, 선물로 받았으나 나보단 선생님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챙겨온 목도리 하나, 여드름 다닥다닥한 중학생 녀석들 몇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신다기에 챙겨온 책 세 권. 마음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가벼운 쇼핑백이 자꾸 넘어져요. 저 멀리 보이는 산머루에선 스멀스멀 안개가 내려오네요...
  • 45cb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인간의 마음을 절묘하게 묘사한 유행가 구절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남이 어느 순간 내 온 가슴을 헤집어 놓는 님이 되기도 하고, 하루라도 안 보면 눈이 멀 것만 같던 그리움이 지겨움으로 변해 ‘도로 남’이 되라는 요상한 주문을 입에 달고 다닌 경험이 있는 이에겐 ‘도로 남’ 이라는 유행가 가사야말로 구구절절 옳은 말이요, 만고의 진리다.
  • coolb
    ‘쿨하다’는 말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시원시원하고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무지 담백할 것 같은 느낌. 세상이 무너져도 똑 부러지게 제 할 말은 다 할 것 같은 당당함. 그래서인지 ‘쿨하다’는 게 마치 신세대의 아이콘처럼 생각된 적이 있었다. 쿨하고 싶었고, 더러는 쿨 한 체 하기도 했다.
  • 겉표지
    팔이 아프다. 저릿저릿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간헐적으로 통증이 찾아온다. 손으로 누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픈 날이 있는가 하면, 거짓말처럼 말짱한 날도 있다. 기가 막히는 건 외형상으로는 아무런 증표가 없다는 것. 그러니 아프다는 내 하소연은 번번이 엄살로 귀결되거나, 구박을 받는 원인으로 소급되고 만다...
  • ma
    송언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어떤 선생님일지 눈에 확 그려진다. 아이들보다 더 아이 같고, 아이들보다 더 어수룩한, 아이들보다 더 눈물이 많고, 아이들보다 더 짓궂은 선생님. 키도 아이들처럼 아담하고, 얼굴도 아이들처럼 동글동글한, 그래서 한없이 만만한 선생님. 그래서 어른이라는 걸 깜빡깜빡 잊어버리게 하는 재주 좋은 선생님.
  • 겉표지
    거울을 보기가 겁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그렇다. 빼어난 미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형을 한 것도 아닌 데도, 얼굴은 볼 때마다 다르다. X-RAY선으로 마음속을 투사하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할 때는 얼굴도 쭈그렁 마귀할멈이 되어 있다. 모처럼 옛날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고 들어온 날은, 중학교 적 갈래머리 아이의 눈웃음이 살랑거린다. 뼈마디가 욱신거려 따끈한 아랫목만 자꾸 밟히는 날이면, 얼굴 가득 실뱀이 기어간다. 눈 꼬리도 실룩, 입 꼬리도 실룩, 여간 꼴사납지 않다. 그러니 하나의 얼굴이 수십 개의 얼굴로 변주되는 것쯤이야 다반사다.
  • 겉표지
    미하엘 엔데의『보름달의 전설』은 참으로 철학적인 그림책이다. 진리, 구원, 깨달음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비네테 슈뢰더의 몽환적인 그림 또한 텍스트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그림책은 은자와 도둑.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잘 보여준다. 은자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젊었을 때 죽도록 사랑했던 여인은 결혼식 전날 다른 사내와 줄행랑을 친다. 부유하고 명망이 높았던 예비 장인은 폭풍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거지가 된다. 은자는 사랑, 부, 명망……. 지상의 모든 것들이 허울뿐이며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은자는 진리를 찾기 위해 책 속으로 파고든다. 보일 듯 보일 듯,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진리를 찾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 저작을 샅샅이 뒤진다. 그러나 아퀴나스는 죽을 무렵에 쓴 마지막 책에 가서야 “내가 쓴 모든 책이 진실로 속이 빈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았다”며 은자의 뒤통수를 친다...
  • 겉표지
    얼마 전 발표된『미리 가본 2018년 유엔 미래보고서』를 읽다가, 2018년 대한민국 인기 직업 가운데 ‘다문화 전문가’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다문화 가족이 무려 100만 명, 10년 후엔 4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란다. ‘그래, 그쯤 되면 다문화 전문가가 필요하기도 할 거야.’ 싶으면서도, 한편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우린 뭐든 자신 없는 일엔 그럴듯한 ‘전문가’를 내세우지 않던가? 이번에도 혹여 ‘전문가’ 뒤에 숨어 묻어가고픈 얄팍한 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치자. 그들에겐 과연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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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맞이의 책꽂이 – 파베우 파블락 그림 / 베키 블룸 글 / 김세실 옮김 / 시공주니어

    난 달리기는 젬병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그 흔한 공책 한 권 못 받았다. 울 엄마는 다른 집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팔을 쑥 내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참 많이 부러워했다. 슬며시 다가가 팔에 찍힌 도장을 확인하고는 “오메, 좋겄다!”를 연발했다.

    언젠가 한 번 정말 죽기 살기로 달렸던 적이 있다. …

  • 겉표지

    달맞이의 책꽂이 -『할아버지와 나』마야 게르버-헤스 글 / 하이케 헤롤드 그림 /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할아버지와 아이(손자)가 마주 서 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할아버지는 아이와 잘 지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뭔지 어색하다. 두 손을 무릎과 무릎 사이에 끼고 있다. 아이 역시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는 폼이, 어정쩡하다. 마음을 열기 전인 모양이다. 화가는 어색한 …

  • ‘독일의 순교자’, ‘프라하의 도살자’ 상반된 이 별칭은 라인하르트 트리스탄 하이드리히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하이드리히는 히틀러가 가장 신뢰하던 부하였으며, 나치를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쟁기계였다. 유럽에 있는 모든 유태인을 말살시켜 버리겠다며 ‘최후의 소탕작전’을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레지스탕스에게 암살당하자, 나치들은 그에게 ‘독일의 순교자’란 거룩한 이름까지 부여했다. 우표까지 발행하며 그를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