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호

Releases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2-29
    참으로 우울한 세밑이다. 몇십 년만의 한파에 따끈한 차라도 마시면서 얼어버린 마음을 달랬으면 싶어, 가까운 몇 집들에 차를 세밑 선물로 보냈다. 그 이후 가벼운 선물에 고맙다는 마음의 전화를 받으면 공연히 머쓱해 진다. 그렇치만 결코 싫친 않았다. 그런데 그 고맙다는 한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너무도 당혹스럽다. 복바친 슬픈 생각에 어수선한 세밑이 더욱 우울하다...
  • 두리반 전경
    1년 가까이 이어가는 지난한 철거 투쟁, 그리고 단전. 여느 철거 투쟁의 현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홍대 앞 두리반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음악회와 다큐 상영회, 강좌가 매주 이어지고, 또 작가들의 낭독회와 영어공부 모임까지, '투쟁'과는 잘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프로그램들이 공간을 채우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공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 위클리 수유너머의 1년이 지나갑니다. 달력처럼 1월에 시작했으니 한 해의 마지막 장에 1년을 똑같이 마감합니다(참 내년 1월 29일 돌잔치를 연답니다. 많이들 오세요. *^^*). 지난 호들을 쭉 훑어보니 염치없게도(?) 스스로 뿌듯해집니다. 뭐, 잘하고 싶은 것,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히 많지만, 우리 스스로 삶을 고쳐가듯 위클리도 계속 고쳐 가면 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의 코뮨을 가꾸어가듯이, 잘나든 못나든 위클리도 하나의 코뮨으로서 웹상에서 조금씩 삶의 숲을 이루어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 cc
    고아원에는 66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 자원활동가 몇이 이들과 함께 더불어 지내면서 춤과 노래 그리고 한글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국어를 곧잘 하지요. 아이들의 춤공연이 있던 날. 책상 하나 끌어다 놓고 자리를 차지한 말썽꾸러기들 몇 녀석은 관람은 귀찮다는 듯 딴짓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 쯤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 j4
    사람이 사람을 샅샅이 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장투 노동자들의 장단점은 다 이 속에 있다. 장기 투쟁의 시간은 좋을 때는 발가벗고 만나도 좋은 동지가 되지만 나쁠 때는 남 눈에 자기가 발가벗겨져 있다는 당혹감과 수치심으로 우울증에 빠진다. 그렇게 무섭다.
  • 위클리 수유너머의 1년이 지나갑니다. 달력처럼 1월에 시작했으니 한 해의 마지막 장에 1년을 똑같이 마감합니다(참 내년 1월 29일 돌잔치를 연답니다. 많이들 오세요. *^^*). 지난 호들을 쭉 훑어보니 염치없게도(?) 스스로 뿌듯해집니다. 뭐, 잘하고 싶은 것,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히 많지만, 우리 스스로 삶을 고쳐가듯 위클리도 계속 고쳐 가면 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 a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12-28
    삼성 직업병 피해자 관련 영상자료를 보다 보면 젊은 의학전문가가 등장한다. 한번은 긴 머리, 한번은 짧은 머리, 안경을 쓸 때도 있다. 인상은 매번 다른데 소견을 밝히는 야무진 말투와 ‘의사 공유정옥’이란 자막은 똑같다. 동일한 인물이다. 세월의 폭이 느껴지는 모습이 말해주듯 그는 일찌감치 노동자 편에서 일했다. 금속·자동차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과 산재보상을 일궈낸 노동보건운동 활동가로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발족에 참여하는 등 삼성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공론화하는데 힘썼다...
  • 121212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12-28
    11월 하순 즈음, 피아노 선생님에게 아들 겨울방학에 어떤 곡을 칠까 의논을 드리니 어쩌면 레슨이 어렵겠다고 한다. 가슴에 뭐가 만져져서 병원을 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단다. 선생님은 대학생 아들을 두었는데 단아한 스타일 덕에 거의 내 또래로 보인다. 너무 놀랐지만 설마 암은 아니겠지 걱정일랑 묻어두었다.
  • 박경석 in 수유칼럼 2010-12-28
    장애인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전체 사회의 변화와 결부돼 있다. 장애인 운동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장애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장애인의 인권문제가 그들끼리만 먹는 ‘따로국밥’이 될 수도,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적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차별과 경쟁의 속도를 멈추고 모든 소수자들과 함께 먹는 ‘비빔밥’이 될 수도 있겠다. 장애인인권 문제는 상황과 정세에 따라 ‘따로국밥’이 되기도 하고, ‘비빔밥’이 되기도 한다.
  • c0074789_49791faec8415
    전쟁의 참혹한 광경을 다룬 사진들은 2차세계대전 발발이후 전쟁 사진작가들이 생겨나면서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쟁사진이 일간 신문들과 주간 신문들에 대거 실리기 시작했고,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포토저널리즘의 등장과 함께 시대를 기록하려는 사진들이 대거 등장했다.
  • mm2
    부담감 (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2-27
    어제 집에 돌아갔더니 아내가 울상을 지으며 매이에게 그 이야기를 아빠에게 말해도 되냐고 허락을 받는다. 매이가 약간 겸연쩍어 하는 것을 보니 매이가 뭘 잘못한 모양이다. 주일마다 매이와 아내가 밥 얻어먹는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찬양예배를 했는데, 유아반 아이들과 엄마들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 11
    황진미 in 씨네꼼 2010-12-27
    영화는 개병(광견병)걸린 개를 회상하는 구남(하정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닥치는 대로 몽땅 물어죽이던 개가 사라졌다가 백일 만에 바짝 말라서 나타났다....내 옆에 눕더니 죽었다. 나는 묻어주었지만, 어른들이 그날 밤 잡아먹었다... 다시 개병이 돈다” 개병 걸린 개는 광포한 위험물이자, 비참한 죽음을 앞둔 가여운 존재이다. 그 죽음은 애도되지 못하고, 어른들의 식탐에 착취된다. 구남의 내레이션은 자기 운명에 대한 예언이자, 영화의 전문(前文)이다...
  • 47sr
    겨울이 아무리 춥고 외로워도 기다려지는 건 따뜻한 겨울 간식과 연말에는 한 번쯤 보게 되는 오래된 인연과의 만남, 그리고 무엇보다 눈부시게 하얀 눈 때문이 아닐까? 눈으로 온통 뒤덮인 겨울 리조트에서의 눈은 그냥 눈이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무심결에 보게 된 창밖의 눈은 ‘와’하는 탄성을 부른다. 불편한 교통과 의상이 걱정이긴 해도 그래도 행복하게 한다.
  • 3
    지난 10월 16일 오후 3시20분경, 서울 한복판 서초동 법원청사 5층 난간 바닥에서 서울중앙지법 등기과 소속 공익근무요원 故 강경석 씨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그가 하루 전인 10월 15일 법원청사 21층 옥상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하 ‘사망추정일’). 그런데 그 이틀 전인 10월 13일, 고인은 수서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한나라당 누리집 네티즌 발언대에 '4대강사업 반대' 등의 글을 올렸다가 한나라당 당원으로 짐작되는 신○○씨로부터 모욕죄로 앞서 8월 17일 고소당한 것과 관련해서였다...
  • 가렴주구가 심하던 시절, 백성들은 한 해 농사 지어 봤자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고대에 세금은 수확량의 10분의 1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50% 이상을 빼앗겼다. 거기다 걸핏하면 성 쌓는다 제방 만든다 해서 불러 일을 시키고 젊은 장정들은 전쟁터에 끌고 가니 그야말로, 그놈의 나랏님들 먹여살리느라 백성들 등골이 빠진다. 과중하게 세금을 거두는 정치를 풍자한 시로, 시경詩經 위풍魏風에 「석서碩鼠」라는 시가 있다. 클 석[碩]. 쥐 서[鼠]. ‘큰 쥐’라는 뜻이다. 쥐,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G20 회의장 앞의 쥐그림? 관련이 있다. 요즘 쥐가 무능한 위정자의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데, 옛날에도 세금 착취하는 탐욕스러운 관리를 ‘큰 쥐[碩鼠]’라고 했다. 창고의 곡식을 몰래 훔쳐 먹는 커다란 쥐처럼 자기 배 불리는 데 나라 살림을 축내는 탐관오리를 ‘석서’라고 했다. 시경 위풍의 시-「석서碩鼠」는 이렇게 커다란 쥐처럼 백성들을 착취하는 탐관오리들이 전횡하는 정치 현실을 풍자한 시이다.
  • rp31
    21세기의 첫 십년 동안 네그리(A. Negri)와 하트(M. Hardt)는 통상 ‘제국 3부작’이라고 불리는 3권의 책, (2000), (2004), (2009)를 펴냈다. 이들의 작업, 특히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해에 출간된 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또 그만큼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설령 ‘운’에 불과할지라도, 어떤 ‘때’가 닥쳤을 때 그것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처럼 낚아채는 책들이 있는데, 도 그런 책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