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Releases

  • 여러분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1급 장애인, 2급 장애인, … 사실 저희 아버지도 2급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등급 판정 받을 때 어떻게든 한 등급이라도 높았으면 하고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삶을 살게 되느냐가 이 등급 판정에 달려있으니까요. 이번주 의 표제에 들어간 ‘생사의 저울’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일상을 가능케 하는 온갖 서비스들이 국민연금공단이 지정한 전문가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

  • 당신은 효자입니까? 세상에 효자가 어딨냐? 부모 입에서 효자가 나는 거지. 요즘은 참 효자가 없는 것 같다. 효자는커녕 부모 자식 간에는 원수 안 지면 다행이라고도 한다. 시경 패풍에 나오는 「개풍凱風」이라는 시는 효도에 관한 시이다. 거참 효도라니! 관계가 부재한 현대인들에게 효도라는 말은 참으로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말 효도는 시대착오적인 고리타분한 도덕에 불과한 것일까?
  • 8993208816_1
    평소 존경하는 선배교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7년 째 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선배교사였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시절에는 함께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책 중 좋았던 책을 그녀에게 빌려주었다. 얼마 뒤 그녀가 그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학교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국어교사, 그녀는 지구과학교사였다. 흔히 이야기하는 문과적 사고와 이과적 사고가 만나 어우러지는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 09055837_001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가끔 전화가 오곤한다. 이들의 하소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말이 붙는다. '뭐랄까. 잘못된 건 없는 데 뭐가 잘못된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고 할까. 좀 허무하다고 할까' 대학교 4년 내내 목숨을 걸어가며 준비한 끝에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도 곧잘 이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 ko 031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08-17
    나는 맑스주의자라서 프롤레타리아트가 계급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만큼, 부르주아지들의 계급적이고 편파적인 사고나 행동에도 사실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부르주아지가 계급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야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이렇게 그들의 당파성과 계급성을 인정해주고 시작해도, 도대체 이놈의 정권은 웃음 없이는 신문을 읽을 수가 없게 한다. 아무리 계급적이고 당파적이라고 해도, 그런 계급적 기준에 따라 자기들이 만들고 지키라고 요구하는 법이나 규칙 정도는 자기들도 따르거나, 정 안되겠으면 따르는 시늉이라도 하게 마련이다.
  • 장애등급심사에 떨고 있는 장애인들! 2010년 7월부터 장애인연금이 시행된다. 비록 대상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급여액은 실질적인 소득보장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것조차 접근이 쉽지 않다. 기존 중증장애수당 대상자가 아닌 신규 해당자들은 장애등급심사를 받아 1급 또는 2급으로 재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급 장애인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본인이 신규 해당자라 하더라도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칫 등급이 하락하는 날에는 활동보조가 중단될 테니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17
    탁주와 더불어 반 세기 나는 술을 많이는 마시지 않지만 아주 애주가이다. 특히 탁주인 막걸리는 거의 매일 한 잔씩은 들고 있다. 저녁 식사와 더불어 한 잔의 막걸리는 나의 좋은 동반자로써 거의 반 세기를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집에는 항상 막걸리가 준비되어 있다.
  • jk01
    언젠가 TV에서 ‘네 잎 클로버’만을 따로 재배·가공하여 액세서리로 만들어 국내시장만이 아니라 수출까지 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농장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음 머금었었다. 우리가 행운의 심벌로 여기는 ‘네 잎 클로버’야말로 사실은 장애를 지닌 이른바 ‘비정상적’ 클로버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행운의 심벌로 여기고서 온 들판을 헤매며 찾기도 하고, 앞의 경우에서 보듯 임의로 재배하고 상품화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
  • jj01
    지금까지 슬라보예 지젝은 주로 프로이트-라캉 정신분석학의 개념으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잡다한 대중문화 현상을 재기발랄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비평가로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정신분석학의 신학적 사유를 통해 난쟁이처럼 왜소해진 맑스의 역사유물론을 구원하고자 하는 정치신학에 있다. 정치신학은 노모스(법)의 질서를 수립하는 정치학에 신학의 ‘외부’ 개념을 도입하여 법 바깥의 영역에서 정치와 혁명의 동력을 찾는 실천이론이다. 들뢰즈와 푸코가 비판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정신분석학은 근대의 세속화된 유대-기독교 신학이다. 지젝은 정신분석학의 신학적 사유구조를 한계가 아니라 현실정치의 외부를 발견하는 돌파구로 본다...
  • 8932003971_1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8-17
    학교가 파하는 12시 40분이면 어김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에 새겨진 이름 꽃수레. 집 전화다. 며칠 전엔 현관문을 열었을 때 책상에 엄마가 없으면 너무 허전하다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제목으로 일기를 써서 나를 놀래킨 딸내미. 이번엔 또 어떻게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받는다. 짐짓 밝은 척 오버한다. “어, 우리 딸, 집에 왔구나!” “오늘로 6일째야. 엄마가 집에 없는 거....” 풀이 다 죽은 목소리다...
  • 329_여성적인+매이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17
    “예쁜 구두 신을거야. 매이는 여자니까” “아빠, 개똥 좀 치워! 아빠는 남자잖아.” 요즘 매이의 말 속에 부쩍 남자와 여자가 따라붙는다. 과연 매이는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별할까? “매이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여자” “왜?” “예쁘니까” 엥? “그럼, 엄마는?” “엄마도 예쁘니까, 여자” 안 예쁜 여자도 있다는 말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고, “그럼, 아빠는?” “응, 남자” “왜?” 뭐라고 대답할지 기대됐다. 잠시 생각하다가 매이는 “응, 멋지니까” “고마워, 그럼, 최문기는?” “최문기도 멋지니까 남자야” 매이에게 예쁜 것과 멋진 것은 미적인 범주가 아니라 성적인 범주였다...
  • js0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17
    생의 윤곽이 흐릿하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후 집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에 4학년 봄소풍, 중학교 입학식,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연대별 서사로 생애를 구성할 수 없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을 닮은 내일을 살았다. 스물다섯까지 그랬다. 시간의 강물은 설움으로 엉켰다. 방, 마당, 병원 등 공간과 결합된 몸의 기억들, 분리된 사건과 이미지만 아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파란색 장애인수첩을 처음 받던 날, 오른쪽 아래께 날짜가 반쯤 지워진 내 인생의 한 컷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322_천국의+속삭임
    황진미 in 씨네꼼 2010-08-17
    은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2008년 함부르크영화제 최우수어린이영화상을 수상하였다. 1961년생 미르코는 8살 때 총기 오발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시각장애인에게 일반학교 교육이 허용되지 않았던 당시 법에 따라 미르코는 부모님과 떨어져 제노바의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한다. 가톨릭 기숙학교인 타소니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직조기술과 배전기술 등 직업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 이열치열! 그러나 이열치열이 단지 덥게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따뜻한 성질의 것을 먹어 차가워진 속을 보하는 것이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8-10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는데 이놈의 더위는 그칠 줄 모른다. 찌는 듯한 더위라는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걸어다니다 보면 온 몸의 육수가 줄줄 흐른다. 앞으로 이런 더위가 한 달은 더 간다고 하니. 아이고야. 여름이 다 끝나가는 시기라서 약간 뒷북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여름나기와 관련해서 썰을 좀 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