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호

Releases

  • _MG_8649
    솜지마을의 집들은 얇은 함석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마을 한편에는 공동저수조와 공동화장실이 있습니다. 낮에는 노인과 어린아이들,그리고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자들만 남아있습니다.
  • eun-u
    사실 어떤 일을 겪기 전까지는 자기도 자기자신을 잘 모른다. 가령, 사이좋은 부부가 있다. 십년 동안 부부싸움 일회도 없이 그림처럼 살았다. 남자의 엄마가 치매로 쓰러졌다. 여자는 그다지 헌신하지 않는다. 남자는 실망한다. 당신 착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어?
  • suyup
    길은 어느덧 경기도를 벗어나 충청남도 아산에 접어들었다. 시야를 가로막던 콘크리트 벽이 사라지자 추수를 끝낸 빈 들이 양 옆으로 펼쳐졌다. 길섶에 코스모스 한 송이 피어있을 법도 하건만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바람이 불어 그나마 붙어 있던 남은 잎들마저 약탈자처럼 훑어가고 밭두렁에서 벗겨낸 검은 비닐들이 공중에 우우 떠다녔다. 들판 위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 지난주 목요일(13일) 쥐 그래피티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굳이 안 와도 된다고 통지서에 써 있었지만 대법정 구경 좀 하려고 굳이 갔습니다. 뇌가 썩은 걸까요? 대법원 건물이 꼭 남근처럼 생겼습니다. 공항 게이트보다 철저한 몸수색을 하고서야 2층 1호 법정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2층에는 화장실이 없답니다. 대법정의 신성함을 화장실 냄새로 훼손할 수 없다는 발상이 참 놀랍습니다. 방청객들 각 잡는 것도 어이가 없습니다. …

  • kyh77.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10-18
    나는 농사꾼이 아닙니다. 요즘 사이비가 많은 어수선한 세상에 태어난 엉터리 농사꾼으로, 서툰 농사꾼도 못 됩니다. 아버지께서 농부시었고, 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어찌 살다보니 텃밭이 조금 딸린 시골집에 살면서 자급용 먹거리로 3, 4 백평에 채소를 가꾸고 있습니다. 그것도 몇 년 전의 근래에 시작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마치 농사의 달인처럼 농사꾼으로 행세하면서 주저없이 농사일지를 연재까지 하고 있는 엉터리 올시다. 오직 참과 진실뿐, 농부는 거짓을 모릅니다. 지극히 착하고 부지런합니다.
  • 지난주 금요일 수유너머R과 카페 별꼴의 오픈파티가 있었다. 수유너머R에게 그것은 삼선동 시대를 여는 소박한 자리였다. 그러나 다채로운 공연, 그보다 더 다양한 손님들의 면면은 새 출발에 큰 힘을 보태주셨다. 아니 ‘손님’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오신 많은 분들은 수유너머에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으며 혹은 수유너머를 통해 우리와 연을 맺으신 분들이며, 앞으로 수유너머R의 미래를 지켜봐주실 분들이기 때문이다.
  • cineccome
    황진미 in 씨네꼼 2011-10-18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푸웃! 에서 이 멘트가 웃긴 이유는 ‘화자의 꼼수’ 때문이다. 소선거구를 채택하는데다 지역감정마저 작동하는 한국의 정치인에게 지역기반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으랴. 지역기반은 영화에서도 중요하다. 선거판의 표심이나, 박스오피스의 티켓심이나 다르지 않다. 화면 속 장소, 인물, 언어는 친숙함과 낯설음을 가르는 요인이다.
  • DSCF2860
    그런데 공감 경험을 만들어 사이코패스를 통합적으로 치료하려면 반드시 하나의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단다. 공감능력이 많고 적은 차이는 있지만 파충류도 아닌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공감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전제 말이다. 앞에서 공감과 양심이 서로가 필요한 보완관계이므로 공감이 없다면 양심도 없고 양심이 없다면 공감도 없음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없다’는 말 뜻이 ‘전무(全無))’일까 아니면 ‘(극소(極少)’일까. 사이코패스와 같이 차라리 전무라고 생각해야 그를 이해하기에 더 편리할 만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최근 심리학이 발견 했다고 하자.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공감과 양심이 생길 가능성이 ‘전무’일 수도 있을까. 그러니까 사이코패스도 공감과 양심이 부족하지만 ‘있다’고 전제하고 논의를 계속해보자는 거다.
  • weibo
    웨이보 (3)
    홍진 in 수유칼럼 2011-10-18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6차 회의의 주요 안건은 ‘문화개혁론’이다. 관에서 문화(체제)를 개혁한다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험해 보인다. 웨이보를 중심으로 한 SNS 미디어와 상업화 되어가고 있는 방송에 대한 대책을 논의 하는 이번 회의의 암묵적인 주제는 ‘어떻게 통제할까?’ 라는 한마디 질문으로 압축된다.
  • 글을 좀 미리미리 써놓으면 참 좋을텐데, 나의 천부적인 게으름은 그런 사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원고 마감일이 닥쳐와서야 대뇌가 활성화 되곤 한다. (‘monthly 수유너머’로 운영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 아무튼 웹진 운영하시는 분들게는 죄송한 마음을 전해드린다.) 우선 소재부터 잡기 위해 한 주간의 기억을 더듬어야한다. 일상에서 등장하는 헛소리들, 가슴 아팠던 뉴스 기사, 진솔한 취중진담… 마땅치 않으면 할 수 없다. 최후의 보루인 근로기준법을 뒤적거린다. -옳거니, 하나 건졌다. 이번에는 근로기준법 제 3장 46조 말씀이다.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10-18
    지난 주말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켠 이들은 심란한 장면을 보아야 했을 것이다. 우리 ‘가카’께옵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야구 모자를 쓰고, 디트로이트의 GM 공장에서 연설하는 장면, “내가 오바마와 함께 약속하건대, 한미 FTA가 여러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운운하며 어설프게 팔을 휘젓는 모습 말이다.
  • 12-1
    맨하튼 남동쪽, 여기 사람들이 ‘로우어 이스트사이드’라고 부르는 곳에 ‘블루스타킹(Bluestockings)’이라는 아주 멋진 서점이 있다. 자신들의 소개에 따르면 자율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운영하는 독립 서점인데, 진보적인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11-1
    이번 점거에서 자주 보이는 피켓 중 하나는 ‘직접 민주주의(Direct Democracy)’다. 미국의 대의정당들인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해 사람들은 모두 월스트리트를 대의하는 ‘똑같은 놈들’이라고 말한다. 이들 정당들이 사실상 대중이 아닌 돈을 대의(대표, 표상, representation)한다는 점에서 ‘금권정치(plutocracy)’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기업의 이해를 대의한다는 점에서 ‘기업정치(coporatocracy)’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 자유의 종' 목거리를 만들어나눠주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일을 하는가(10월 7일 리버티플라자).
    도대체 이번 점거는 무엇을 얻어냈을 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점거가 1회성 시위가 아니라 지속의 형식을 취하면서 사람들은 이것이 언제까지 진행되는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 점거를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지점이 어디냐는 것이다. 또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계산법이 분명히 서야 나중에 이 점거를 평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묘하게도 이런 의견은 ‘도대체 요구하는 게 뭐냐’는 주류 언론이나 정치권의 물음과도 통한다. 점거의 목표 내지 목적을 묻는 것이다.
  • Love_Story
    AA in AA의 일드보기 2011-10-18
    '차도남'은 한 인기웹툰에서 처음 나온 단어로 차가운 도시 남자의 줄임말이다. '까도남'은 '차도남'에서 파생된 단어로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를 가리킨다. 두 타입 모두 다정한 수식어 대신 차갑고 무뚝뚝한 단어로 대화하고 좀처럼 쉽게 마음을 열 것 같지 않으나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센스를 탑재하고 있는 캐릭터다. 언젠가부터 온화한 실장님 대신 다루기 어려운 고양이 같은 남자들이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의 대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