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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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4일 - 나치스 복장을 입은 아베 총리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4-01-10
    2013년 12월 6일 ‘특정비밀보호법안(特定秘密保護法案)’이 날치기로 강행 채택되었다. 이를 막으려던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도 배반당했고 일본의 민주주의는 퇴보했다. 그러나 중의원 표결을 통과한 11월 28일부터 현재까지 법안폐지를 위한 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이 파시즘의 시대에 "NO PASARAN"이라고 외치는 정신이 점차 깨어나고 결집해 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비밀’을 선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white
    내가 본 최초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본 것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는 꽤나 시골에 살았던 모양이다. 예닐곱 살 무렵이 아니었나 싶은데, 어른들이 공터에 울타리를 만들고는 검은 휘장을 둘렀다. 그날 밤에 영화를 본다는 거였다. 무슨 식민지 시절 이야기도 아니고 70년대 후반이니 영화가 사람들에게 대단한 신문물은 아니었겠지만, 어떻든 나 같은 어린애나 일부 어른들에게는 그것에 필적하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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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 in 묘한 일기 2014-01-08
    고양이를 키우면서 받았던 질문 중에 기억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질문은 고양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지 않냐는 것이었다. 가난한 나의 경제 사정을 뻔히 아는 사람 둘이 물어봤다. 이 질문이 대답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가 물리학을 전공했을 때 "물리는 뭐하냐? 그거 하면 벌어먹고 사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와 같은 막막함과 먹먹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 안녕하지 못함을 그렇게 절실히 느꼈던 그 1주일과 안녕하냐 물을 수조차 없었던 시간들을 거쳐 오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 있었던 걸까요. 갈가리 찢겨 이 커다란 세계 속에서 홀로 외로울 수밖에 없었어도, 그래도 살아 있었던가요.
  • 풍경
    장률 감독의 첫 장편 (2004)를 제외한 그의 모든 영화들에는 디아스포라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2005)에서는 감옥에 갇힌 남편을 대신해 김치 행상으로 살아가는 조선족 최순희와 그의 아들 창호가 등장하고, (2007)에는 평양에서 출발해 두만강을 건너 몽골로 간 탈북자 최순희와 그의 아들 창호가 등장한다. (2007)에는 북경어 강습을 하는 쑤이와 매춘을 일삼는 그의 아버지가 등장하고, 이리역 폭발사건의 육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중경으로 이주한 한국인 김광철이 등장한다.
  • 외국인이 말했다. 자신의 나라에서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무조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연말이나 명절 때마다 가족이 없는 외국인들은 TV에 나와서 장기 자랑을 한다. 가족이 없는 비혼은 외국인도 아닌데 외계인 같은 느낌이 난다. 2003년 비혼 모임을 시작하면서 나는 어떻게 연말과 명절을 보내고 어떻게 나이를 먹었을까.
  • "햄릿", 아마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햄릿"만 그냥 공연하긴 뭣해서인지, 이런저런 변주들이 많은 듯하다. 보진 않았지만, "햄릿 머신"이란 인상적인 제목의 연극 포스터를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햄릿이 기계라면, 어떻게 작동하는 기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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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소극장 혜화동1번지에서는 이 소극장 역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작품의 공연이 전회 매진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 9일 동안만 공연한다고 해서 "구일만 햄릿"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연극. 햄릿도, 셰익스피어도 잘 모르던 해고 노동자들이 무대에 서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연기한 것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4-01-08
    세 번씩이나 우리 집 식구들 소개를 보면서, 믿기가 조금은 의아스럽고 수긍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통상 시골에서 기른 가축이라면, 함께 생활하는 개를 식구로 여김은 납득이 될 수도 있겠으나, 닭과 오리를 식구로 대접하여 표현함에는 거부감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세 번째 이야기로 “쥐와 뱀”을 식구라고 우기는 저를 보면서 결코 정상으로 보지 않을 듯 싶습니다. 저역시 이같은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냥 이해를 바랍니다. 어차피 꺼낸 이야기로 우리 집 식구 소개를 요번까지로 끝낼까 합니다.
  • 처음 연극을 제안 받았을 때 우리의 투쟁을 알리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어렵다. 뭐라고 할까? 눈빛, 억양, 동작,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해 관객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압박감에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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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 콜트콜텍 농성장 맞은편에는 LPG 충전소가 있다.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는 그곳이 바로 7년 전까지 콜트 공장터였고, 올해 1월까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집’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한, 이제 그곳은 LPG 충전소일 뿐이다. 내가 처음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만난 곳도 바로 그곳, 지금은 ‘사라진 집’이었다.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4-01-08
    2014년 최저임금은 5210원입니다. 지난 여름, 노동자들의 투쟁을 거쳐 작년도 최저임금인 4860원보다 7.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대부분의 식당 한끼 밥 값은 7000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5210원으로는 점심 할인 햄버거 세트나 짜장면 정도 먹을 수 있겠네요. 우리는 1시간 일을 해서 한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 달군 메인
    작년 2012년 8월 6일,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두물머리에는 불복종전야의 텐트촌이 등장했다. 도심의 더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한강 상류는 두물머리의 밤을 지새우려 몰려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음 날 새벽달을 보며 텐트촌 곁에서 미사를 드린 후, 뜨는 해와 함께 양손에 부들과 채소를 들고 국토해양부를 맞이하는 행진을 했다. 대오의 사이사이 하늘 높이 솟은 만장에는 "농사천하지대본", "공사말고농사" 등이 적혀 있었다.
  • 07375686
    윌슨의 『지구의 정복자』를 꼬박 이틀에 걸쳐 읽었다. 대체로 짜증 나고 지루했다(그중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나 그의 전공 분야인 사회성 곤충들의 생활사를 다룬 15, 16장이었다). 살다 보면 이런 책도 읽게 되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의 책을 소재 삼아 뜨거운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