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항녕

Releases

  • 오항녕 수유칼럼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3-12-17
    이 문제는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왜곡에서 시작되어 지금 더욱 논란을 부추키고 있는 사안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13년 5월 10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1차 검정 결과를 발표하였다. 국편은 신청한 9종 교과서 가운데 8종의 합격을 발표하였는데, 거기에 교학사에서 펴낸 한국사 교과서(이하 교학사 교과서)가 끼어 있었다. 이어 8월 30일 최종적으로 8종의 교과서가 검정에 합격하였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3-10-13
    ‘서양현대사’ 강의 시간. 백효리가 외우기 시작했다. “민중운동을 위해 승리의 기록을 날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역사 서술의 목적이 과거를 지배하는 실패만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사가들은 끝없는 패배의 순환에서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 역사가 창조적이라면, 또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도 가능한 미래를 예견하려면, 덧없이 스쳐 지나간 일일지언정 사람들이 저항하고, 함께 힘을 모으며, 때로는 승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3-07-07
    만약 사관(史官)이 자기에게 관계되는 사건을 싫어하거나 친척과 친구의 청탁을 듣고 관련 사실을 없애고자 하여 파일을 훔친 자는 ‘제서(制書 국서)를 도둑질한 법률’로써 논죄하여 목을 베고, 사초를 도려내거나 긁어 없애거나 먹으로 지우는 자는 ‘제서를 찢어 버린 법률’로 논죄하여 목을 베며, 동료 관원으로서 알면서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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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3-02-03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말일 텐데, 나에게는 두 가지 이유에서 각별하다. 하나는 내가 전혀 ‘불온’하는 인격과 거기가 멀다는 것. 정말이지 난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화가 난다. 여기서 ‘온(慍)’은 ‘꽁한다’는 말과 가깝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12-13
    극심한 가뭄 끝에 단비가 흠뻑 내렸는데, 형의 정리(靜履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의 안부)가 어떠하신지요? 지난번 춘장(春長 친구 이만영(李晩榮)의 자)을 통해서 제가 형을 남에게 비방했다고 하여 형이 자못 언짢아한다고 들었습니다. 대개 형의 지난번 일은 특히 저와 의견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제가 과연 사람들에게 드러내놓고 배척하였으니, 이른바 비방했다는 것은 빈말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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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11-08
    알라이다 아스만은 차곡차곡 쌓아 놓는 기억을 저장기억이라고 부르고, 탁 떠오르는 또는 그렇게 떠올리는 기억을 기능기억이라고 불렀다. 저장기억은 비활성화되어 있고, 비교적 무념무상하게 불러줄 때를 기다리고 있다. 19세기 역사 실증주의시대에 니체는 이 저장기억을 역사학의 책무로 삼는 경향에 대해 기억과 회상의 활기를 빼앗는 원흉으로 보고 비판했다. 물론 문서와 책으로 남은 기억에 대해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8-30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자연적인 훼손과 인위적인 파괴. 그 중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안타깝게도 인위적인 파괴 쪽이다. 먼저 자연적 원인 잠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태풍 볼라벤이 올라오고 있다. 바람, 비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전에 국가기록원에 근무할 때 한 지방자체단체에서 침수된 기록물의 복원에 대한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침수(沈水)는 전통적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8-02
    큰애, 말도 늦게 배우고 쪼그만 해서 이게 세상을 제대로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시킨 적이 많았다. 지금은 빈들거리기도 하고, 뭔가 꼼지락거리며 하기도 하면서 지 인생 알아서 살고 있다. 나도 애들 인생과 내 걱정은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고.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6-21
    급훈이 중요하다. 학교 다닐 때 태극기 옆에 액자에 걸려 있던 교훈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시간표 옆이라든지 환경미화란에 나름의 권위를 과시하던 슬로우건. 정직, 성실 같은 하나마나한 말도 있지만, ‘담임이 보고 있다’는 매우 프라그마틱한 교훈도 있어서 웃음을 주기도 하나보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5-17
    조선시대 실록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자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실록을 그냥 역사책이라고 알고 있다. 맞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史)이다. ‘史’에는 근대적 의미의 역사(history) 뿐 아니라 기록(archives)이 포함된다. 실록은 기록의 모음, 문서 모음이다. 사관(史官)들이 후대에 남길만하다고 생각하여 보존한 문서를 날짜순으로 모아놓은 것이다.(2011년 7월 19일자 수유너머 위클리 칼럼에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3-21
    잘난 척 하는 사람일수록 원래 남 잘난 척하는 꼴을 못 본다. 재수 없는 사람일수록 원래 남 재수 없는 꼴을 못 본다.(재수 없다는 말은 전아(典雅)한 표현은 아니어서 종종 쓰기 꺼려지면서도 그 적실성 때문에 놓기 어려운 말 중 하나이다.) 내가 그렇다. 이 글에도 분명 그런 사심(私心)이 묻어 있음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다. 사심이 사심을 드러내주는 법이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2-07
    방학을 맞아 두 곳에서 경연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나라의 대학은 지역에 사는 동네 사람들과 거리가 있다. 요즘 지역주민과 함께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기는 하지만 그건 공원으로서의 대학, 산책로인 대학이다. 그것도 진전이긴 하다. 무엇보다 대학과 지역의 분리는 대학의 ‘학문’과 지역의 ‘삶’의 분리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별로 연관이 없는 것이다. 전에 있던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한때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강좌를 기획한…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2-15
    누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내게 다가왔다. “가령 내가 그것을 했다고 쳤을 때, 나는 이런 행동을 한 나 자신과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객설 한 마디 하련다. 양해 바란다. 내게는 어렸을 때 콤플렉스가 있었다. 공부도, 키도, 얼굴도, 집안 형편도 아니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1-09
    몇몇 대학교가 퇴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정을 보면 퇴출당해도 싸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부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예술대학에서 취업률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듯이 대학평가의 기준이 갖는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른바 대학 운영에 대한 ‘감독’ 기관으로서 그동안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책임이 바로 교과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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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0-05
    가끔 쓰는 말, 언감생심. 한문이다. 한자가 아니라. 어찌 언(焉), 감히 감(敢), 날 생(生), 마음 심(心), 어찌 마음이나 먹어 보겠느냐, 어찌 꿈이나 꾸겠느냐는 말이다. 이 말을 왜 하느냐 물으신다면? 모르고 쓰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아닌가? 나만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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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8-24
    참 다채롭게 보여준다. 한 달에 한 번 〈수유너머 위클리〉에 쓰는 글이지만, 세월이 이래서는 소재든 주제든 쉽게 잡을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주에 생각해 둔, 아니 어제 생각해 둔 주제마저도 시사성을 잃는다. 쉽게 말하면 머리속이 왔다 갔다 한다. 기어이 어제도 서울시장 나부랭이가 주말 가을 기운을 받아 조금 맑아진 심기를 건드렸다. 천하게 … . 조선 500년 역사에도 보기 드문 중생들을 몇 년 사이에 참으로 다채롭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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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7-19
    광화문에서 버스를 탔으니까 얘기를 듣기 시작한 건 훨씬 전부터인 듯한데, 자꾸 숭실대에서 넘어오는 고갯길, 봉천고개길이 기억난다. 맘에 드는 친구와 모처럼 만나 음악회를 갔다가 한 잔 하려고 피차 본거지가 가까운 관악구청 근처로 자리를 옮기던 중이었다. 어디쯤에서 그 얘기가 나왔는지, 왜 그 얘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잊히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름 석 자, 김종배. 친구의 말을 옮겨보자.
  • ohn-80x80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4-26
    4월 22일에 이런 보도가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환원한다는 내용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사의 필수과목 전환 이유에 대해 정부는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강화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등의 역사 왜곡에 대응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3-29
    《자치통감(資治通鑑)》이라는 획기적인 역사서로 알려진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란 분이 있다. 물론 《자치통감》이 왜 획기적인 거작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사(通史)로는 사마천의 《사기》이후 처음이고, 편년체 통사로는 《춘추좌씨전》이래로 처음이다. 거기에 20년에 걸친 자료수집과 편찬, 고증의 성과는 《자치통감고이(資治通鑑考異)》 등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의 관견(管見)으로 볼 때도 압도될 저작이니, 제대로 아는 분의 눈에는 어떨까?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2-21
    이게 뭐 특별한 편지는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대개 하는 말이다. 가끔 내가 죽을 때 할 수 있는 말을 떠올려보곤 하는데,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 얘기는 그렇게 떠올랐다 사라졌거나 아직 사라지지 않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마침 첫째가 대학에 들어가고, 둘째도 귀한 경험을 하고 맡는 신학기기에 시의성이 있을 듯하여 몇 자 적어보는 것이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1-10
    처음 《논어(論語)》〈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대목, 정치를 하면 가장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에, 공자는 “반드시 해야 할 게, 이름을 바로잡겠는 거겠지![必也正名乎]”라고 대답했다. 그때, 뭐 이런 대답이 다 있어!, 하며 시큰둥했던 기억이 있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12-13
    올 초, 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의 책을 냈을 때, 예상치 못하게 어떤 분이 간단히 서평을 해준 적이 있다. 같은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져준 것이 감사했고, 아, 이런 분들까지 내 책을 보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글을 조심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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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11-16
    며칠 전에 엽서가 왔다.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서거 40주년 기념행사에 대해 알려왔다.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지만 그래도 전태일 형이 서거했을 때 어려서인지, 또 추체험을 통한 체득이라는 혈구지도(絜矩之道)가 부족해서인지, 전태일이라는 존재는 왠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전태일 형은 늘 나에게 두 가지 기억과 함께 찾아온다. 하나는 꽤 오래 되었고, 하나는 비교적 가까운 날의 일이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10-12
    먼저 칼럼을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오늘 글의 성격은 강호 제현들에게 드리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러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되겠느냐고 여쭙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요즘 북한의 세습을 계기로 다시 떠올랐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9-08
    지난 4월 전주대로 자리를 옮기고나서 그 좋은 방학도 없이 동료 학자들과 위백규(魏伯珪)라는 호남 학자의 문집 《존재집(存齋集)》을 번역을 하고 있는데, 매주 수/목요일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 7시까지는 합동 검토시간을 갖고 있다. 그동안 나온 논문들을 보면 위백규에 대해 ‘호남 실학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번역하느라 그의 문집을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위백규의 문집은 지방 학자가 충실하게 성리학을 공부했을 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다. 해서, 조만간 나는 이 분을 놓고, 성리학의 변이(變異)라는 사실(史實)의 측면과, 실학 개념의 해체라는 인식(認識)의 측면을 엮어 곧 글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한다.
  • ddd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8-11
    본래 운동을 하는 건 좋아해도, 구경하는 건 즐기지 않는다. 야구도 그렇다. 가끔 가까운 문학경기장에 맥주와 통닭을 들고 들어가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치고 달리는 모습을 감상하곤 하지만, 정말 그건 가끔일 뿐이다. 아무려면 중고등학교 때 옆 반 아이들과 짜장면 내기하던 그 재미만 하겠는가. 그러다가 요즘 야구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S. J. 굴드의 ‘풀하우스’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고, 하나는 아는 분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가셨기 때문이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7-14
    32살. 내가 결혼한 나이다. 그렇게 늦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제때 한 결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내 결혼 시기에 대해서는 뭔가 억울한 느낌 같은 걸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할 얘기에 조금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마음에 걸리지만, 얘기를 하려다보면 어쩔 수가 없을 듯하다. 강의시간에도 학생들과 이런저런 생활 얘기를 하는 편이고, 가끔 답사를 겸해서 술 한 잔씩 나누기 때문에 자연 내 경험 얘기를 할 때가 많다. 몇 년 전부터 나는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살라고 권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