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호

Releases

  • 요즘 나는 정말 바쁘다. 학교와 여러 단체들에 이주관련 강연과 공연, 그리고 MWTV 활동으로 정말 몸이 두 개, 세 개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 말 회사를 그만 두고 나니 사장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15년 동안 평일활동이 있는 날이면 사장이나 상사한테 거짓말로 이유를 대고 나오곤 했다. 정말 싫은 일이다. 또한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면서 활동하는 것도 나를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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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추방’은 경계 밖으로 추방되었다. ‘탈주’는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중간고사 기간 내내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는 나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시험 시작 종이 울리고 답안지를 나눠주자마자 시험지도 보지 않은 채 답안지를 작성하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은 또한 어디쯤 있는 것일까? 암울해진다...
  • 국제철학콜레쥬(College International de la Philosophie).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자크 데리다 등 프랑스 몇몇 철학자들이 주도해서 만든 철학학교입니다.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것은 그 운영방식입니다. 재정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을 받습니다만 운영은 완전히 독립되어 있습니다.
  • 잘못된 식습관으로 대장에 이상이 있어 몸에 면역력이 약화된 탓이기도 하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10-12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누가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이라고 했을 때 처음 생각나는 노래 구절이었다. 왜일까? 가을에 유달리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운 이유가. 가을이 오면 누구나 약간은 감상적 기운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가을이 오행상으로는 금(金)의 기운과 연계되고, 그 기운은 슬픔을 주관한다고 보는 것은 오바일까? 잡소리 그만하고. 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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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7일 수유너머N 연구실에서는 ‘파리국제철학학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가 상영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일본의 동경수도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철학자 니시야마 유지가 만든 것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순회 상영되었고 앞으로도 독일, 홍콩, 영국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니시야마 유지 선생은 이 순회 상영회와 더불어 오늘날 철학 연구와 교육을 위한 방식과 제도를 고민하는 이들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동시에 마련해왔다. 수유너머N에서 열린 상영회와 토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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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10-12
    먼저 칼럼을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오늘 글의 성격은 강호 제현들에게 드리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러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되겠느냐고 여쭙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요즘 북한의 세습을 계기로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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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논평해야 할까? 영화에 대해? 혹은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국제철학콜레주에 대해? 영화에 대해 논평해야 한다는 사실은 영화에 대해 말할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영화평론가로서 초대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영화보다는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국제철학콜레주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 이 영화는 1983년 자크 데리다 등이 파리에 창설한 연구 교육의 어소시에이션 에 대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본 작품에서는 이 연구 교육 기관의 독창성을 구체적인 예로 들며 수익성이나 효율성이 추구되는 현재의 전지구적 자본주의 속에서 철학이나 문학, 예술 등의 인문학문적 가능성을 어떤 현장을 통해 구상하고 실천하면 좋을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 저는 니이가타 대학에서 철학 교육에 종사하며, 특히 자크 데리다를 중심으로 현대철학과 18세기 말 독일 철학자 칸트를 연구해 왔습니다. 데리다와 칸트, 시대도 다르고 지역도 다른 두 명의 철학자가 대결하는 지점에서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붙들어 온 문제 역시 ‘철학과 대학’, ‘인문학과 대학’입니다. 오늘 제가 발표할 수 있게 된 것도 ‘철학과 대학’에 대한 연구회를 통해 이 영화의 감독 니시야마 씨와 지금까지 수년간 활동해왔기 때문입니다...
  • 북문北門,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동쪽이나 남쪽은 해가 잘 드는 곳이다. 이에 비해 북쪽은 해가 잘 들지 않는 음지陰地이다. 그러니 시경 패풍의 「북문北門」이라는 시. 제목만 봐도 우울한 정서의 시이겠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는 뜻을 얻지 못하고 낮은 벼슬로 가난하게 사는 하급관리가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탄식한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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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10-12
    사는 일에 미련이 없다. 없었다. 그말을 예사롭게 해댔다. 진심이었다. 자식 두고 죽는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쯤이면 나한테는 생의 마지노선까지 다녀온 거다. 한편으론 죽음이 목전에 닿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팔자 좋은 말잔치 같아 부끄러웠다. 지금도 크게 바뀐 건 아니다. 삶의 밀도에 연연하지 길이엔 관심없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명제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이론을 인정하고 긍정한다. 사는 동안 존재를 확장하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겠지만 순한 양처 럼 주어진 시간에 복종하고 싶다. 어디로든 끝 간에는 사라질 길. 그저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12
    내가 애주가임을, 특히 막걸리를 좋와함을 “나의 술 이야기1”에서 밝히면서 나의 술 이야기를 몇 차례 더 쓰겠다는 생각을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해오고 있다. 반 세기도 넘는, 그것도 거의 매일을 함께 했던 술과 더불어 지내온 경험담을 꺼리로 삼아 몇 차례는 충분히 쓸꺼리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다른 쓸꺼리가 막히면 그동안 겪고 생각했던 나의 술 이야기를 꺼내어 써먹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 511_평양의+봄
    10년도 더 지난 예전 기억이 문득 새롭습니다. 기자의 신분으로 기회가 닿아 처음 북녘 땅을 찾았지요. 그곳 평양 시내의 한 공원에서 바라본 봄날 오후입니다. 겨울잠이 아직 아쉬운 나무들 사이 진달래가 살짝 봉우리를 틔웠습니다. 봄기운에 서둘러 보랏빛 자태를 뽐내려 했을 터인데, 가엾게도 그만 장난꾸러기 꼬맹이들 손에 들려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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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미 in 씨네꼼 2010-10-12
    ‘부모를 죽인 아이들’이란 제목을 보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말할 것도 없이 ‘패륜아’가 자동 연상될 것이다. 1994년 100억대 재산을 노리고 부모를 죽인 박한상 사건부터 최근 강남에 살고 싶어서 어머니와 누나를 청부살해한 17세 장모군 사건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패륜범죄’의 보도를 접하면서, 부모살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이렇게 구성된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의 은공을 저버리고, 오직 돈에 눈이 멀어 부모를 살해하는 가장 반인륜적인 범죄라는 것...
  • 이제모든
    연구실의 친구인 ‘노들장애인야학’과 꾸준히 함께 공부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장애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 년 전, 장애 운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었다. ‘버스를 타자’로 압축될 수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상당한 진전을 낳았다. 예전보다 노란색 장애인 콜 택시가 자주 눈에 띄고, 저상버스도 많이 도입되었다. 광화문 사거리에 놓인 횡단보도도 큰 성과다.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그 곳을, 이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다닐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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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모처럼 동네 도서관에 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이 무척 많았다. 나도 이참에 멋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내 책을 보느라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데는 영 인색한 엄마다), 서가에서 근사한 그림책 몇 권을 골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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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28
    매이의 연기본능이 폭발하고 있다. 일단 감정표현에 과장이 심하다. 조금만 기분 좋으면 양손을 들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폴짝폴짝 뛰고, 별로 슬퍼할 일도 아닌데 폼 잡고 우는 시늉을 한다. 어제는 잘 놀다 말고 “아빠, 민준이 오빠는 키가 커. 오빠라서. 매이는 애기라서 키가 작아.” 하며 처연한 표정을 짓더니 양손을 눈에 대고 눈물까지 훔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도 슬픈 척하며 “엉엉, 그랬구나. 매이가 많이 슬펐구나.” 하며 안아 줬더니 금새 해죽거리며 TV쪽으로 뛰어간다. 비가 오면 분홍색 우산을 쓰고 빨간 색 구두를 신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센치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