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

Releases

  • 시경 위풍에 나오는「기욱淇奧」은 유가의 이상적 인간형-군자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 시이다. 군자는 바위에서 보석을 만들듯이 끊임없이 학문과 인격을 수양하는 사람. 절차탁마하는 사람이다. 이 시에서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나왔다. 절차탁마? 각진 턱을 깎아서 갸름하게 만들고[切], 뭉툭한 코를 오똑하게 세우고[磋], 쌍꺼풀을 만들고[琢], 얼굴의 주름을 펴서 피부를 매끈하게 만든다[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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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8-11
    본래 운동을 하는 건 좋아해도, 구경하는 건 즐기지 않는다. 야구도 그렇다. 가끔 가까운 문학경기장에 맥주와 통닭을 들고 들어가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치고 달리는 모습을 감상하곤 하지만, 정말 그건 가끔일 뿐이다. 아무려면 중고등학교 때 옆 반 아이들과 짜장면 내기하던 그 재미만 하겠는가. 그러다가 요즘 야구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S. J. 굴드의 ‘풀하우스’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고, 하나는 아는 분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가셨기 때문이다.
  • 3.사쿠라이
    두 달전 R3에 실린 연극인 사쿠라이 다이조씨의 인터뷰 원고를 봤다. 평소 각성만을 가져다주는 연극 말고 다른 방식의 연극에 목말라 하던 중 사쿠라이씨의 인터뷰기사 중 '자의식의 혼재상태에서 창출해내는 공공성, 계몽이 아닌 결핍으로부터 현실 사회 속에 함몰을 내는 연극, 사람들에게 가시화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가시화하기' 등등의 말은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만드는 연극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연극이 '어떤'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걸까. 계획은 '무작정'으로 마음만은 '작정'하고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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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제주도에 있다. 남편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방학이 되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 제주로 내려왔다. 공항에서 받은 제주도 지도와 뉴스를 보면 누구나 제주에서 가 볼 만한 곳이 정말 많고 여름을 지내기 딱 좋은 곳이라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열흘 남짓 생활하는 동안 우리 가족도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본성(?)은 속이지 못하나 보다. 내가 이곳에서 꼭 빠뜨리지 않고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도서관이었다.
  • 이번호는 ‘텐트연극, 현실을 허구화하다’이다. 그 주인공은 사쿠라이 다이조(桜井大造)다. 그는 일본과 타이완, 중국, 한국 등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연극인이다. 그는 1973년부터 1980년까지 극단 ‘곡마관’(曲馬館)으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텐트연극을 했다. 해산 후에는 ‘바람의 여단(風の旅團)’을 창단해 10년간 전국 공연을 다녔고, 1994년 다시 ‘야전의 달(野戰の月)’을 꾸렸다. 1999년에 대만에서 「EXODUS出核害記」를 공연하면서 이후 일본과 타이완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극단 이름을 ‘야전의 달=해필자(野戰の月=海筆子)’로 바꾸어 …

  • 겉표지
    미하엘 엔데의『보름달의 전설』은 참으로 철학적인 그림책이다. 진리, 구원, 깨달음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비네테 슈뢰더의 몽환적인 그림 또한 텍스트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그림책은 은자와 도둑.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잘 보여준다. 은자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젊었을 때 죽도록 사랑했던 여인은 결혼식 전날 다른 사내와 줄행랑을 친다. 부유하고 명망이 높았던 예비 장인은 폭풍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거지가 된다. 은자는 사랑, 부, 명망……. 지상의 모든 것들이 허울뿐이며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은자는 진리를 찾기 위해 책 속으로 파고든다. 보일 듯 보일 듯,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진리를 찾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 저작을 샅샅이 뒤진다. 그러나 아퀴나스는 죽을 무렵에 쓴 마지막 책에 가서야 “내가 쓴 모든 책이 진실로 속이 빈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았다”며 은자의 뒤통수를 친다...
  • 수유너머N 엠티를 다녀왔습니다. 점심 삼계탕, 저녁 삼계탕+삼겹살볶음 이라는 고단백의 식사를 마친 뒤 심하게 체하는 바람에 음주가무는커녕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함께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엠티 장소에 도착한 점심시간부터 자정이 되도록 지난 1년간의 수유너머N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고 합니다. 이러저러하니까 앞으로 잘해보자, 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엠티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니 달팽이공방이 떠올랐습니다. ‘수유너머N이 생김과 동시에 만들어진 달팽이공방의 1년은 어떠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 PiAdornoTW1
    우울과 허무주의는 철학에서 언제나 끈질기게 따라붙는 물귀신 같은 것이었다. 철학뿐만이 아니다. 그리스 시대의 비극을 포함해서 모든 예술작품은 그것이 허무와 구원의 문제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어째서 그럴까? 어떻게 ‘허무주의’는 하나의 ‘~주의’로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길바닥에 앉아 한탄하는 자들을 가리켜야 할 것이 아닌가? 우울과 절망이 어떻게 철학자의 사유의 원동력이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도르노의 책 가 그렇다. 어찌보면 이 책은 우울과 절망으로 점철된 염세주의자의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밑도 끝도 없는 어둠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 이열치열! 그러나 이열치열이 단지 덥게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따뜻한 성질의 것을 먹어 차가워진 속을 보하는 것이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8-10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는데 이놈의 더위는 그칠 줄 모른다. 찌는 듯한 더위라는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걸어다니다 보면 온 몸의 육수가 줄줄 흐른다. 앞으로 이런 더위가 한 달은 더 간다고 하니. 아이고야. 여름이 다 끝나가는 시기라서 약간 뒷북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여름나기와 관련해서 썰을 좀 풀도록 하자...
  • 공연에 앞선 배우들이 분장하는 모습
    중국은 거짓말처럼 더웠다. 아니다. 거짓말 같지 않고 '리얼'하게 더웠다. 텐트가 세워지고 있는 피춘(皮村)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숨 막힐 듯 뜨거운 공기가 살에 닿았다. 서울과 비교해 온도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습도 때문인지 정말로 뜨거운 공기가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10
    일상생활에서 “바쁘다”는 단어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대인들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일이 있어 바쁜건지, 마음이 바쁜건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주위의 모두들, 바빠 죽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이요 성화이다. 별 볼 일이 없을 듯 싶은 사람들도 바쁜 일상엔 거의 예외가 없는가 싶다.
  • 312_발리바르
    근래 들어 다시 번역되기 시작한 발리바르의 저작들은 그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상당히 불식하고 있다.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중반까지 발리바르는 맑스주의가 처한 위기의 극복을 모색하는 맑스주의자로서 면모가 강했다. 의 역자해제에서 진태원에 따르면 그는 “자본주의 분석을 위한 탁월한 지침이자, 프롤레타리아트독재의 이론가”로 수용되어왔다. 하지만 근래 번역되기 시작한 그의 저작에서는 그런 작업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역시 진태원의 지적처럼 “이 책(-인용자)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프롤레타리아독재에 관한 논의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하겠다...
  • 303_아저씨
    황진미 in 씨네꼼 2010-08-08
    한국판 ‘레옹’이란 별칭이 붙은 의 구도는 익숙하다. 범죄조직에 가족을 잃은 소녀와 ‘옆집 아저씨’의 응징이 골간이다. 차이점은 아저씨의 용모가 남다르다는 것. 의 최대 매력은 역시 원빈이다. 조각 같은 얼굴과 우수에 찬 눈빛, 거기에 복근까지 완비된 원빈이 전광석화처럼 특공무술을 펼치는 모습은 무려 의 강동원을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게 할 지경이다. 조연들의 캐스팅과 연기도 아주 좋다.
  • 쑨거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8
    몇 해 전의 일이다. 타이페이에 들렀을 때 친구의 안내로 「차사극단差事劇團」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일본어를 알아듣는다고 친구가 소개하자 극단의 책임자는 “당신은 사쿠라이 다이조씨를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어왔다. 아무래도 그에게 사쿠라이 다이조는 일본 이해의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인 모양이었다.나는 그때 사쿠라이와 텐트 연극의 존재를 처음으로 들었다. 내가 “모른다”라고 답하자 그 타이완의 예술가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내 뇌리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사쿠라이 그리고 그와 고락을 함께 하는 「야전지월해필자」, 「타이완해필자」라는 극단의 멤버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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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03
    매이가 처음으로 차별을 경험했다. 매이를 아주 예뻐하는 매이의 사촌언니 생일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거기서 준 할인권을 이용하러 근처 커피숍에 갔다. 테이블 별로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아 주문도 따로 했다. 우리 식구는 커피와 주스를 시켰고 옆 테이블의 언니네 식구는 음료수와 함께 커피 전문점에서 따로 구워 파는 빵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옆 테이블에 빵을 주고 돌아가자 매이가 왜 우리 테이블에는 빵을 안 주냐며 깜짝 놀라 소리치는 것이다. 저건 주문한 사람만 주는 거고 우리는 안 시켰다고 얘기했지만, 주문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자본주의적 생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매이는 계속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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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8-01
    나를 키운 8할은 오빠들이다. 열아홉 이후에는 늑대소굴에서 살았다. 그들을 남자로 보았을 리 만무하다.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 여지도 없었다. 성적인 것에 무지했다. 순결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된 줄도 모른 채였다. 당시 내게 남자란 이성理性. 다른 성별이 아니라 합리적 존재였다. 같이 있으면 말도 통하고 배우는 것도 많고 즐거웠다. 좋은 사람의 좋은 기운에 끌렸고 그들도 나를 국민여동생처럼 예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