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

Releases

  • 이주노조는 7월 13일부터 명동 향린교회에서 G20을 빌미로 한 단속 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우리의 주된 슬로건은 이주노동자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이런 그릇된 편견이 한층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부담스러운 짐짝처럼 취급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둥, 생산성에 비해 이들의 임금이 너무 높다는 둥 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그 알량한 임금마저 삭감하게 했다.
  • 로니를 찾아서
    황진미 in 씨네꼼 2010-08-25
    2009년 여름에는 이주노동자를 다룬 한국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하였다. 영화 (2009)의 개봉을 전후하여 연전에 만들어졌지만 개봉하지 못하고 있던 영화 (2007)과 (2008), (2008)들도 개봉관을 잡으면서 이주노동자 영화는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였다. 이전까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영화로는 인권영화프로젝트의 옴니버스 단편 (2003)와 (2006)가 전부였던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로 꼽을 수 있다....
  • 재작년 여름 일본 홋카이도의 도야코에서 G8회담이 열렸습니다. ‘G8에 맞서는 포럼(Counter G8 Forum)’에 참가하기 위해 당시 도쿄를 방문했는데요. 그 포럼은 여러 나라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운동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G8’으로 상징되는 전지구적 통치체제에 반대를 표명했습니다만, 지구화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대안적 운동, 대안적 삶의 지구화를 모색하는 장이었지요.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연구자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는 지적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G8 정상회담 반대의 형식을 취한 것이지요...
  • 음악을 작정하고 감상하지 않고서는 음악은 삶의 짧은 순간의 배경음악이 되어 잠깐 반짝이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공부 할 때 같이 특정한 일에 몰두할 때 주변의 소음을 잠시 물리치고 일정한 진동으로 집중을 하거나, 멍하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습관적으로 귀에 이어폰을 꼽거나, 아니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음식점이나 커피가게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사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나 음악에 아주 전문적인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음악을 진득하니 듣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 1
    미국 22개 주가 선거를 앞두고, 애리조나 주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 및 처벌 강화 법안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 이민법이 인종차별적 요소 등에 의해 핵심 조항들이 발효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애리조나 사막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시신이 150구 넘게 발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단지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며, 마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추방해버리면 경제 위기 및 실업은 물론 범죄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떠들어댄다...
  • 겉표지
    거울을 보기가 겁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그렇다. 빼어난 미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형을 한 것도 아닌 데도, 얼굴은 볼 때마다 다르다. X-RAY선으로 마음속을 투사하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할 때는 얼굴도 쭈그렁 마귀할멈이 되어 있다. 모처럼 옛날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고 들어온 날은, 중학교 적 갈래머리 아이의 눈웃음이 살랑거린다. 뼈마디가 욱신거려 따끈한 아랫목만 자꾸 밟히는 날이면, 얼굴 가득 실뱀이 기어간다. 눈 꼬리도 실룩, 입 꼬리도 실룩, 여간 꼴사납지 않다. 그러니 하나의 얼굴이 수십 개의 얼굴로 변주되는 것쯤이야 다반사다.
  • 하루에 버스가 단 세 번밖에 오지 않는 산간 마을에 은둔(?)하며 지내고 있다.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제주 시내나 어딘가로 가려면 큰맘 먹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여름은 어찌나 더운지 제주 도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나는 나름 이 여름을 색다르게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못 보고 못 느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기에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자 칩거 생활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25
    올여름 무더위를 한고비 넘기는 어제는 처서였다. 기상대 일기예보에서도 처섯날은 많은 비와 함께 지금껏 기승을 부린 늦더위도 한풀 껶이겠다고 했다. 계절의 질서는 어김없다 했더니, 비는 틀림없이 많이 내렸지만 더위는 여전이다. 처서는 농사꾼에게 의미있는 중요한 절기이다. 이 날을 중심으로 가을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겨울 준비로 가을이면 꼭 해야할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것은 김장이다. 그 김장용 무, 배추는 처서를 두고 전, 후 5일을 기준하여 심는다. 또한 씨를 뿌리는 일은 이것으로 마지막 끝내기가 되는 것이다.
  • sungtaesuk
    여름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으니 좀체 기운이 오르지 않는다. 한창 땡볕에도 불타오르는 정념에 더위도 모르고 정신을 불사르고 다녔건만 고갱이가 사라진 지금 무너져 내리는 허무감을 달랠 길 없어 애꿎은 더위 탓이 점점 심해진다. 보건복지부를 향해 지역아동센터가 겨누었던 칼날이 이제 내려진 탓이다. 사실은 겁탈이라도 당하기 직전의 음전한 처녀마냥 제 목에 제대로 거누었던 칼날을 겨우 끌어 내려지고 이제 막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중이다...
  • 354_데리다3
    데리다는 시종일관 경계의 문제를 자기 사유의 주제로 삼았던 철학자다. 경계란 세계에 어떤 구별을 도입하는 것, 구별짓기를 통해 질서와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경계의 이편과 저편, 내부와 외부를 나누고, 거기에 권리나 자격을 할당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랑시에르 식으로 말해 경계짓기는 대개 치안(police)으로서 정치를 정초한다. 개인적이고도 집단적인 정체성의 여러 표지들, 곧 인종과 민족, 국적, 성별 등의 차별의 분할선들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데리다의 문제 설정은 경계가 경계로서 내세우는 권위의 원천이 우연스럽고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 mwff_poster_3
    요즘 이주노동자의 방송 사무실이 9월 4일 이주노동자 영화제를 앞두고 아주 정신없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5번째로 하게 된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그림자에서 인간으로”입니다. 그림자 란? 그림자는 밝을 때 안 보입니다. 그림자는 어두울 때만 보입니다. 어두움 속에 두려워할 때 그림자는 옆에서 함께 있어주면서 위로하는 역할을 합니다.
  • ms-04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24
    ‘G20을 빌미로 한 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미셸 파울로(39) 이주노조 위원장. 그는 단식 12일째에 토혈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마치고 다음날 일반병동으로 옮겨야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다. 서류상 여자로 표기된 그에게 병원 측은 여자병동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현재 남성호르몬을 투여 중인 그는 남자병동을 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타협하지 못하고 중성지대인 중환자실에 이틀 더 머물렀다...
  • 당신은 효자입니까? 세상에 효자가 어딨냐? 부모 입에서 효자가 나는 거지. 요즘은 참 효자가 없는 것 같다. 효자는커녕 부모 자식 간에는 원수 안 지면 다행이라고도 한다. 시경 패풍에 나오는 「개풍凱風」이라는 시는 효도에 관한 시이다. 거참 효도라니! 관계가 부재한 현대인들에게 효도라는 말은 참으로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말 효도는 시대착오적인 고리타분한 도덕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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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가끔 전화가 오곤한다. 이들의 하소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말이 붙는다. '뭐랄까. 잘못된 건 없는 데 뭐가 잘못된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고 할까. 좀 허무하다고 할까' 대학교 4년 내내 목숨을 걸어가며 준비한 끝에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도 곧잘 이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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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8-17
    학교가 파하는 12시 40분이면 어김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에 새겨진 이름 꽃수레. 집 전화다. 며칠 전엔 현관문을 열었을 때 책상에 엄마가 없으면 너무 허전하다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제목으로 일기를 써서 나를 놀래킨 딸내미. 이번엔 또 어떻게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받는다. 짐짓 밝은 척 오버한다. “어, 우리 딸, 집에 왔구나!” “오늘로 6일째야. 엄마가 집에 없는 거....” 풀이 다 죽은 목소리다...
  • 329_여성적인+매이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17
    “예쁜 구두 신을거야. 매이는 여자니까” “아빠, 개똥 좀 치워! 아빠는 남자잖아.” 요즘 매이의 말 속에 부쩍 남자와 여자가 따라붙는다. 과연 매이는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별할까? “매이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여자” “왜?” “예쁘니까” 엥? “그럼, 엄마는?” “엄마도 예쁘니까, 여자” 안 예쁜 여자도 있다는 말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고, “그럼, 아빠는?” “응, 남자” “왜?” 뭐라고 대답할지 기대됐다. 잠시 생각하다가 매이는 “응, 멋지니까” “고마워, 그럼, 최문기는?” “최문기도 멋지니까 남자야” 매이에게 예쁜 것과 멋진 것은 미적인 범주가 아니라 성적인 범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