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

Releases

  • 언젠가 같이 밤을 새며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눈동자가 풀려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 제자가 “저 죽을 것만 같아요”해서 자라했더니 나중에 깨서 하는 말 “사진 찍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위험한 지역에서 사진을 찍은 것일까? 물론 전혀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지역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일 것이다.
  • cha
    우리는 모니터에서 밥 먹는 사람을 보고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차명진 의원이다. 아니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차명진 의원을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이다. 이 사진은 지난 7월 24일 차명진 의원 홈페이지에서 태어났다가(?) 원본은 금세 사라지고 복제된 이미지만 인터넷에서 무수히 떠돌고 있다. 크기가 480x320도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디지털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커져 사람들 마음을 가슴 아프게 하는(그래서 분노하게 하는) 거대한 폭탄이 되었다. 이 사진 폭탄은 이제 그 방향을 잃어 무작위로 인터넷 이곳저곳을 가리지 않고 터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은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그냥 흘려보면 보이지 않는다...
  • 근심이 많은 마음이여[心之憂矣]/빨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구나[如匪澣矣]” 처음 시경을 읽었을 때, 「백주柏舟」의 이 두 구절에 완전히 꽂혔다. 맞다 맞어!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무릎을 치면서. 그건 마치 오래 비가 오다 해가 나는 날씨와 같았다. 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아무도 모르는 나의 시름을 깊이 헤아려주는 지기知己를 만난 듯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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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지리산 새벽 눈꽃... 티베트 땅 드넓은 광야를 찢겨내 듯 나부끼는 바람의 향연... 호기심 가득한 함박웃음으로 기분을 풀어주는 어느 동네 아이들의 눈빛...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9-08
    지난 4월 전주대로 자리를 옮기고나서 그 좋은 방학도 없이 동료 학자들과 위백규(魏伯珪)라는 호남 학자의 문집 《존재집(存齋集)》을 번역을 하고 있는데, 매주 수/목요일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 7시까지는 합동 검토시간을 갖고 있다. 그동안 나온 논문들을 보면 위백규에 대해 ‘호남 실학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번역하느라 그의 문집을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위백규의 문집은 지방 학자가 충실하게 성리학을 공부했을 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다. 해서, 조만간 나는 이 분을 놓고, 성리학의 변이(變異)라는 사실(史實)의 측면과, 실학 개념의 해체라는 인식(認識)의 측면을 엮어 곧 글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한다.
  • 맑스 아님. 윌리엄 모리스이다.
    일상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공예는 근대 산업화 이후 오랫동안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며, 기계와 비교해 경제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전근대적이라고 평가되었다.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는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만들어 내는 대량생산품에 반대하고 수공예에 의한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인간 감성을 회복하자는 새로운 예술운동을 주창하였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노동을 돈 버는 것에만 사용하는 것을 몹시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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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여 일의 제주에서의 체류를 마치고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로 떠날 때는 그동안 하고 있던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찜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다. 돌아와보니, 별일 없었기 때문이다.
  • 영화  1985
    테네시 윌리암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희곡의 배경은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한 집에 모인 떠들썩한 가족의 모습이다. 형님 내외인 구퍼와 메이는 다섯 아이를 대동하고 곧 여섯째가 될 아이를 임신했다. 반면 동생 내외인 마거리트와 브릭은 학생시절부터 연애를 했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결혼한 젊은 부부다. 브릭은 한때 잘나가던 축구 선수였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은 채 스포츠 중계일도 그만둔 상태. 마거리트는 여전히 아름답고 조금은 앙큼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상냥하고 좋은 아내. 하지만 브릭과 마거리트는 아직 아이가 없다...
  • 402_땡큐마스터
    황진미 in 씨네꼼 2010-09-07
    은 2008년도에 호주에서 만들어져, 2009년 더번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나라에는 200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던 작품이다. 호주의 유명 재즈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2001년도에 한국인 제자가 건넨 ‘무형문화제 82호’ 김석출의 연주CD를 듣고 낯선 충격에 휩싸인다. 그 후 수년간 한국을 십여차례 방문하여 이미 80세에 가까운 김석출을 뵙고자 탐문하지만, 한국에는 그를 아는 이는 커녕 변변한 자료조차 없다...
  • 401_매이데이3
    엄마 (7)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07
    요즘 매 주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미신고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조사를 나가고 있다. 지난 주 고양시의 한 장애인시설을 보고 느낀 게 많다. 지적장애인들과 무의탁 청소년들이 함게 생활하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재활용처리사업과 병행한다고 해도 주거환경이 너무 끔찍했다. 컨테이너 건물 주변에는 분리중인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건물 안에는 쥐들이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07
    태풍 “말로”가 남해안을 지나고 있다는데, 이 곳은 맑고 쾌청한 날씨입니다. 많은 상처를 남기고간 “곤파스”도 이 곳엔 비만 좀 내렸을 뿐, 조용히 지나가 주어 다행중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전국이 너무 많은 상처로, 특히 농작물과 과일의 피해지역 농가를 생각하면 나만의 무사함이 버거운 마음입니다.
  • 사진은 흘러간 과거를 기록으로 남긴다. 사진에 담기면 어떤 과거든 제법 되돌아볼만한 해진다. 사진은 또한 전문적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도 그럴듯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주류 예술이다. 운이 좋으면 무심결에 세상의 멋진 단면을 수집할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은 여행과 나란히 성장해왔다. 사진은 여행을 다녔다는 증거이자, 여행의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프레임이다...
  •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0-09-07
    벌써 3년 전이네요. 잿빛 톤의 잔잔한 격정이 흐르는 포스터에 끌려서 본 영화가 있습니다. 니콜키드먼 주연의 입니다. 에서 버지니아울프의 생애를 보여주었던 그녀가 또 한 번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완벽하게 그려냈더군요. 는 사진가 디앤아버스Diane Arbus(1923-1971)의 자전적 영화입니다. 디앤아버스는 꽤 유명한 사진작가입니다. 장애인, 기형아, 성전환자 등을 ‘대놓고’ 찍었거든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허문 사진가로 불립니다. 다큐사진을 거대담론에서 한 개인의 심리로 옮겨왔다고도 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졌다고도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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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뢰즈의 정치’에 대해서 말하려 하면, 먼저 ‘들뢰즈와 정치’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한다. 들뢰즈 사유의 정치철학적 함의를 다룬 폴 패튼의 저서 제목이 『들뢰즈와 정치』가 된 것도, 아마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들뢰즈는 아주 강한 의미에서의 ‘철학자’이고, 그의 사유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존재론이고, 그 ‘존재론과 함께 하는 윤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 정치가에 대해, 또는 그들과 함께, 자신의 사유를 펼쳤지만, 한 번도 특정 분야에 대해 ‘반성’하는 철학(가령, 예술철학, 과학철학, 정치철학 등)을, 적어도 명시적으로는, 펼친 적이 없다. 들뢰즈의 정치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들뢰즈의 존재론과 정치를 접속시키는 창조적 재구성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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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9-07
    레닌이라니. 전생에 잠깐 스친 첫사랑처럼 흠칫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이름이다. 우연찮게 일 년 터울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2006) (2007) (2008) 각각 시집, 사진책, 철학서인데 표지나 표제가 빨갛다. 마치 3부작 같다. 아직도 참숯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레닌을 호명하는 이들은 대체 뉘신가. 시인 김정환은 레닌을 노래했다. 기억의 시간의식이 ‘지워지는 것’은 지나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짓밟히는’ 것이라며 “인간의 조직이 아름다웠던 시간”을 환기했다...
  • 지난 9일 서울에서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운행 도중 폭발해 17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버스에서 ‘펑’하는 소리가 크게 나고 연기 속에 발목을 심하게 다친 아주머니가 한 명 보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디자이너 앙드레김 아저씨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 og31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8-31
    사랑하는 일을 왜 사과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그런 설정이 많이 나온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놓고 배우자 혹은 애인에게 눈물 흘리며 속죄의 발언을 한다. 난 그것이 못마땅하다. 사랑을 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도 사랑했다는 것인가? 이것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사랑의 자유의지를 전제하는 것이다. 맹금류가 양을 잡아먹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와 같다. 동의할 수 없다. '그 잔인'은 아무 죄가 되지 않는다.
  • 우울증은 간기가 울결하여 감정이 제대로 흘러다니지 못하고 막혀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8-25
    “아~우울해. 살기 싫어” 주변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게다. 이제 우울증은 과도하게 감상적인 사람만이 걸리는 병이 아니다. 영화 속이나 책 속의 멜랑꼴리한 등장인물이 약봉지를 한 움큼 입 속에 털어넣으며 “요즘 우울증이 있어서요”라며 날리는 멘트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비단 이렇게 바깥으로 표출되는 우울증 말고도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