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Releases

  • 어느해 추운 겨울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에서 조각가의 글을 쓰기위해 와있던 시인 한분을 만났다. 추위를 녹이듯 다정다감한 말투와 눈빛이 따뜻해 낯선곳에서의 어색함은 금방 사라졌고 밤새 계속된 촬영을 곁에서 도와주며 나눴던 인연으로 이천에 살고 있는 시인 최종상씨를 자주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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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벙깍호수’ 4구역 마을. 이곳은 오랜 기간 도시빈민의 안식처였습니다. 돈 없고 땅 없는 이들. 날품팔이로 하루를 채워가는 이들. 비 피할 곳 찾는 이들. 하나 둘 이곳을 찾아온 그들은 나무판자 몇 개로 얼기설기 호숫가에 집을 지었습니다. 새 생명이 태어났고 세간도 늘었습니다. 호수에 넘쳐나는 물고기를 잡아 밥을 지어먹고 시장에 내다팔며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호수를 둘러싸고 모두 7개 구역의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벙깍호수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의 둥지가 되었고 그렇게 30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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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란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현실 정치가 궁극적으로 어느 곳에 돈과 영향력이 배분되어야 할지 결정하는 투쟁 혹은 교섭인 것은 그 때문이다. 맑스주의는 이런 정치를 늘 혁명과 연계한다. 혁명이야 말로 희소한 자원을 가장 극단적으로 재배분하는, 나아가 무엇이 희소하고 귀중한지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버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 시경詩經 주남周南에 나오는「卷耳」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슬픔을 노래한 시이다. 즉 실연가失戀歌이다. 이 시에서 사랑을 ‘애인愛人’이라고 하지 않고 ‘회인懷人’이라고 하였다. 사람을 품다! 그렇다. 사랑은 너의 전부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슴이 심장을 품고 있는 것처럼 너와 나는 사랑이라는 사건 속에서 하나가 된다. 나는 네가 되어 이 세계를 함께 바라보고, 함께 느낀다. 그러므로 실연失戀은 내가 가진 어떤 것 중에서 무언가를 조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가슴에서 심장이 사라지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게 되는 치명적인 사건이다. 내 존재의 근거 자체가 무너지는, 생명의 순환 리듬이 일순간 끊어지는, 일종의 ‘죽음의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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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바디우의 ‘비미학’은 ‘미학’과 ‘반미학’ 모두를 겨냥한 철학적 개념이다. 그의 『비미학』은 “비미학이라는 말은 철학과 예술이 맺는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처럼 “철학과 예술이 맺는 관계”를 사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정작 ‘미학’이라는 단어에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철학과 예술의 관계가 ‘미학’이 아니고 왜 ‘비미학’이어야 하는가, 이 책에서 이 의문에 대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독서가 될 것이다.
  • 이번 가을 특집을 맞아 지난 2주간 «마이너리티의 배우자 선택 기준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유너머, 노들장애인자립센터, 발바닥 행동, 참여연대, MWTV, 빈집, 그린비,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100명의 조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설문지 전문과 함께 공개합니다.
  • ma
    송언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어떤 선생님일지 눈에 확 그려진다. 아이들보다 더 아이 같고, 아이들보다 더 어수룩한, 아이들보다 더 눈물이 많고, 아이들보다 더 짓궂은 선생님. 키도 아이들처럼 아담하고, 얼굴도 아이들처럼 동글동글한, 그래서 한없이 만만한 선생님. 그래서 어른이라는 걸 깜빡깜빡 잊어버리게 하는 재주 좋은 선생님.
  • 일주일 전, 나는 수유너머 위클리 관계자 박 모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내게 수유너머 위클리팀이 야심차게 기획한 ‘마이너리티의 배우자 선택 기준 설문 조사’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해줄 것을 제안했다. 음,,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사회학과 출신이라는 이유로 연말 행사의 ‘사회’를 맡아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 노예 (4)
    어머니. 옛날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현재의 우리는 노예로 살기 위해, 스스로 나갑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 최근 들어 장애인 연금을 신청하는 장애인에게 장애 상태와 등급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또 이것이 활동보조서비스의 자격에까지 영향을 미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 등급제를 개선하거나 나아가서 폐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겠으나, 서비스․프로그램 제공에 있어서의 자격 기준이 되는 장애의 정의를 재고해 보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일이 될 것이다.
  • 위는 습한 것과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마른 음식과 찬 음식은 싫어욧!!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9-15
    무언가를 아는 것은 쉽다. 누구나 이렇게 하면 몸에 안 좋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무언가를 안다는 것과 무언가를 믿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것이 단지 정보 차원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자기 구원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 앎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머리 속으로만 아는 것, 그것이 자신의 삶의 문제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믿음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믿는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믿음이 행동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앎이 삶이 되는 것은 믿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믿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것은 다들 경험들 해보셨으리라.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하기는 쉬우나 그것을 계속해서 지켜내는 것을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단계까지 와야 비로소 도를 지키며 오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14
    여름내내 계속 내리고 있는 비는 참으로 지겹습니다. 높은 하늘아래 맑은 햇빛이 내려 쪼이면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랐던 작물들의 결실이 탐스럽게 여물어가는 풍성한 가을이여야 함에도 계속 비만 내리고 있습니다. 금년 내내 떠올리기 조차 싫은 비, 비로 인한 작물 피해와 그에 따른 힘든 작업...
  • jj0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9-14
    “와인파티에 와인 마시러 가는 바보가 어딨니~” “결혼정보회사 직원도 보험직원처럼 병원으로 세일즈를 다니거든” “서울대 졸업반 23세 여자는 가입비 무료래” “6회 쿠폰 다 쓰고 기간 연장하면 할인 안 해주나?” "같이 살려면 금기가 같아야 해" “하필 그 때 옆에 있었고 마초 아니어서 결혼했어” “서로의 존재감으로 물들면 그게 사랑이지” ......
  • 다음 주에는 추석이 있습니다. 연휴 기간에는 웹진을 열람할 시간이 적을 것 같아서 오늘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두 주 동안 계속 노출하기로 했습니다. 필진 여러분은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 글을 준비해 주시고 독자 여러분은 새로 업데이트 되는 글을 느긋하게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회에 놓쳤던 이전 기사 두루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old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9-14
    지하철에서 소요했다. 이리저리 헤매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취재였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잠실에서 무학재까지, 3년간 매일 세 시간 가량을 지하철에서 보냈다. 사춘기 시절 나의 자궁이었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친숙하고 중요한 삶의 장소인데 ‘이용자’가 아니라 ‘관찰자’의 배치에 놓이니까 그 공간이 한 없이 낯설었다. 개찰구 주변 저만치에 나처럼 서성이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열다섯살 정도 되었을까. 얼굴은 검고 키가 작았다. 몸집이 왜소했다. 생기없는 낮은 걸음걸이. 보라색 셔츠에 검은 넥타이로 멋을 냈는데 몇 개월 갈아입지 않은 옷 같았다...
  • cc01
    황진미 in 씨네꼼 2010-09-14
    여기 한 집안이 있다. 문상 온 동창생이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는 집안. 서울토박이에 중산층이며, 딸은 30대 후반에 서교동 집을 물려받는다. ‘홍대 권역인데, 땅값이 얼마야?’라는 감탄이 튀어나오는가? 영화는 그 감탄의 지점에 질문을 들이민다. 당신이 부러워하는 한국주류우파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무엇으로 사는가?...
  • 영악한 계집애들은 20대 초반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남자를 만난다. 미리미리 대학이나 집안 등을 충분히 고려해가며, ‘장래성이 있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 하지만 20대 열정에, 그러기는 어디 쉬운 일이랴. 필이 통하는 애인과의 ‘이대로 죽어도 좋을 사랑’을 희구하는 게 몇 배는 더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내 인생이 뭔지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부터 생각하는 것은 ‘배운 뇨자’로서 비겁한 노릇이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 401_매이데이3
    엄마 (7)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07
    요즘 매 주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미신고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조사를 나가고 있다. 지난 주 고양시의 한 장애인시설을 보고 느낀 게 많다. 지적장애인들과 무의탁 청소년들이 함게 생활하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재활용처리사업과 병행한다고 해도 주거환경이 너무 끔찍했다. 컨테이너 건물 주변에는 분리중인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건물 안에는 쥐들이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