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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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에 보면 공자가 아들 공리孔鯉에게 시 공부를 독려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시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마치 벽을 코앞에 두고 선 사람 같다고. 한마디로 콱 막힌 사람이라는 말일테다.
  • 비너스의 탄생. 여자들은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상이고, 음양으로도 안으로 병이 쌓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기혈의 순환이 중요하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10-27
    이제 대충 오장육부까지 훑었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훑었다.^^ 동의보감의 목차를 보면 오장육부 다음에 포(胞)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이 시작을 정(精), 기(氣), 신(神)부터 시작해 혈(血)을 그 다음으로 다루고 있는 이치와 같다. 정기신이라는 기본적인 원리가 인체 내에서 혈을 통해 쓰임을 갖게 되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오장육부의 원리는 포를 통해 쓰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양계장 직송계란이 이천원에 판매합니다. 창문을 닫으며 나도 모르게 양계장 직송 계란을 이천 원에 판매합니다. 비문에 개의치 않고 트럭에 모여들어 계란을 사가는 사람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왜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는지. 띄어쓰기를 거부하는 문장을 바르게, 나는 잘못 고친다. 간신히 틀려 놓으면 컴퓨터가 띄어쓰기를 해버린다. 때로 글자들에서 한나절 옥상에 말린 이불, 구운 햇볕 냄새가 난다...
  • sungtaesuk
    그런 아이가 아닌데 내내 기운 없는 얼굴로 머리를 싸안고 며칠 동안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아이의 모습이 이상하다. 물어봐도 그저 잠을 좀 못자서 피곤하다고만 할 뿐 별다른 대답도 없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다른 교사랑 아이를 데리고 수다나 떨자며 도너츠 가게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아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한 때 아이의 그였던 공부방 녀석의 철없고 철면피한 연애 행각이 도마에 올라 우리 셋은 입에 침을 튀어 가며 비난과 야유를 쏟아 내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27
    우리가 일상 즐겨먹는 먹거리로 술처럼 다양한 경지의 음식은 없을 것 같다. 바람의 속성이나처럼 어데나 때도 없이 끼일려고만 하면 주저없이 끼일 수 있는 것이 술이다. 품이나 격은 도대체 없는, 속성으로 치면 십상 천덕꾸러기인 것이 술이다 싶어 어이 술의 풍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싶은데, 술은 오랜 세월을 풍월주인으로 지금까지 절대 지위를 지켜오고 있다. 풍류도 예사 풍류가 아닌, 詩酒風流요 呑花臥酒와 같은 말로써, 술의 풍류기질은 가장 아름다운 꽃과 시를 동반한다. 최상의 술꾼이란 풍류가 있는, 그래서 얼근히 취한 기분을 모르는 사람은 자격없는 술꾼으로, 애주가는 이처럼 정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술의 정서였다...
  • 옛날 선비들은 때에 따라 출처出處를 달리 했다. 세상이 나를 알아줄 때 힘과 재능을 다해 세상을 위해 일한다. 이른바 출세出世하여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 즉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공부해도 운이 닿지 않아 벼슬자리를 못 얻거나, 정치적 불화로 벼슬자리에서 물러날 때, 조용히 숲속에 숨어 살면서 자연을 벗삼아 책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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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여기가 강폭이 일케 크지도 않았어. 조그만 여울이었지. 내가 여기서 고기 잡아다가 내다 팔았거든. 쪼그만 목선 타고 말이여. 없는 물고기가 없었어. 엄청 많았지. 그걸로 우리 식구들 자알~ 먹고 살았지. 밭뙈기도 쪼금 허구. 허허.” “근디 전두환 때 뭐 틀어막고 모래 퍼 담아내고 그러더라고. 우린 뭐 그런가 보다 했지. 힘없는 놈들이 뭐 대들 수나 있나. 암튼 그러고 나서는 고기도 안 잡히더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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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10-26
    남겨짐, 그 후 폐인되는 사람 있고 시인되는 사람 있다. 심보선은 시인이 됐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14년 만에 시집 를 냈다. 문단에선 귀한 자리에 불러 마땅한 ‘2000년대 젊은 시인’이고 그를 사회학자로 아는 어느 네티즌에겐 ‘생각보다 유명한 시인’이며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슬픔의 자산가’(허윤진)이고 장모님에겐 ‘꽤나 진지한 태도의 시인’이며 유학시절 사회운동가 친구에겐 ‘한국에서 온 좌파 급진주의’이다...
  • 아주 유명한 이야기지만 플라톤의 국가에서 시인은 추방된 자, 즉 난민입니다. 이데아에 대한 회화나 조각의 모방도 탐탁지 않게 보는 그가, 도무지 묘사 대상을 알 수가 없는 시에 대해 가졌을 불만은 짐작이 갑니다. ‘시인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 게다가 걸핏하면 ‘격정과 광기에 휩싸이고’. 진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철인의 세계에서 시인의 거짓과 광기는 난민 생활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플라톤도 한때는 대단한 문학청년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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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나는 너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려고 한다. 그 전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혹은 던지지 않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오후의 전철 안, 기타를 들고 한 남자가 노래를 부른다. 그는 전철 통로에 앉아서 기타를 퉁긴다.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서 잠을 잔다. 누군가는 깨어 있어 노래하는 남자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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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라타니 고진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해 어느 정도 작성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정한석의 ‘이창동의 도덕’( 제753호)을 보면, 그 역시 를 보며 가라타니 고진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그는 친절하게도 (내가 작성해두었던) 공동체의 도덕을 버티고 서려는 이창동과 그것을 넘어 윤리의 차원으로 나아가려는 고진의 차이를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었다. 방향의 전환, 그리고 글의 수정. 나는 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 자못 궁금하면서도 풀지 못할 것 같아 접어뒀던 어떤 의문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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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과동기 중에 가로수정비사업으로 인해 도심에 버려진 나무들을 모아두는 '나무 고아원'을 찾아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4년 내내 '나무고아원, 나무고아원' 하더니 졸업할 즈음이 되어서 대학로 어느 카페로 나를 불러 '나무고아원'이라는 제목의 연극대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각종 행사의 촬영을 하고 돈을 받는 회사에 들어갔는데 입사한 지 3년이 지났을 즈음, 친구가 늘어놓는 불평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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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10-26
    친구가 풀죽었다. 여친이 갑자기 자기를 피한다고. 작년에 둘이 해외로 여행도 다녀왔으나 두 사람 연애사를 지켜본 바로는 위태로웠다. 이런저런 이별의 징후들을 터놓는데 여친 마음은 이미 돌아선 것 같았다. 나는 충고랍시고 일단은 먼저 연락하지 말고 인연의 흐름을 지켜볼 것을 권했더니 얼마 전 명품백 선물해줬다며 서운하고 분한 표정이다. 난 명품백이 한 백만원 정도 하는 줄 알았더니 세배를 상회하더라. 정말 놀랐다...
  • 95년도. 내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8년 동안 일했던 곳이다. 그때는 김포읍 이였었는데 이젠 김포시로 변했다. 내가 일했던 곳도 그때 작은 마을 같았는데 이젠 높은 건물들로 꽉 찬 동이 됐다. 마을버스밖에 안 다녔던 그 곳에 이젠 커다란 버스들이 정신없이 다니고 있고 좁았던 도로도 이젠 지하 지상 도로로 서로 눈치 보필 없이 바꿨다...
  • 위클리 수유너머 19호에 소개했던 목판화가 오경영 선생님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을 돌며 만났던 목판화가 10인을 추억하며 다시 만나보고자 한다. 한 분 한 분이 이 분야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분들이지만 작품이나 내용보다는 작업실의 분위기와 인물에 초점을 맞춰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 안에서 작품을 감상할수 있도록 했다...
  •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음악 교과서 편집’이다. 교육 과정이 계속 바뀌어 오면서 지금의 교과서는 내가 배웠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국악’에 관련된 부분이다. 무엇보다 교과서 전체 중 ‘국악’의 비율이 확 높아졌다. 그래서 이 전보다 훨씬 다양한 곡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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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0-19
    매이를 키우다 보면 매이에게 한 수 배울 때도 많다. 아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지난 주 일요일 집 앞에 있는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예배 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뛰어노는 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매이 또래의 친구들은 일찍 가고 두살 많은 언니들만 남았다. 평소 그 나이의 언니들 세명이 뭉쳐 놀았는데 그날은 매이를 곧잘 놀이에 끼워주던 '착한'언니 한 명이 안 와서 둘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