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Releases

  • 2003년 11월 추운 겨울. 서울시 성공회 성당 앞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와 전면 합법화 요구 농성장. 버마, 네팔,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지원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래된 친구들을 내쫓지 말라고 소리 높였다...
  • goldrush-1
    벤야민의 논문「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이제껏 영화이론의 첫 출발로, 매체미학의 선구적 역할로, 맑스주의적 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아 왔다. ‘기술과 기계, 그리고 대중에 대한 무한한 신뢰’라는 평가와 더불어 벤야민은 이 논문과 함께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공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로 그가 예찬 했던 영화는 현대에 와서 가장 혁명적이기를 포기한 매체처럼 보인다. 영화는 헐리웃의 대자본의 기획 하에서 끊임없이 주류적인, 자본주의적인 가치에 대해서 읊어 대고 있지 않은가?...
  • 바흐친과 혁명, 혹은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먼저 조심스럽다. 이유는 간단한데, 바흐친 자신의 지적 이력에서 그가 정치적인 주제에 관해 발언하거나 글을 쓴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사유와 저작 활동을 철저히 문예학과 문화 연구에 한정시키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 20040824135357705
    1930년대 후반 파리에 망명하면서『파사젠베르크(Passagen-Werk)』를 준비하던 벤야민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 커피와 흡연 그리고 항상적 과로의 탓일 것이다.『파사젠베르크』에는 심장병을 앓는 사람의 생리적 징후가 존재한다. 충격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한 왼쪽 가슴을 두 손으로 누르며, 짐짓 차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심장병 환자의 표정이, 수많은 페이지들을 가로질러 새겨져 있다.
  • 8990982162_1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모처럼 동네 도서관에 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이 무척 많았다. 나도 이참에 멋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내 책을 보느라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데는 영 인색한 엄마다), 서가에서 근사한 그림책 몇 권을 골라 왔다...
  • 11
    Aura 외국어영역』. 우연하게도 지금 내 옆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이 보고 있는 책의 제목이다. 벤야민이 역설한 ‘아우라’의 단어 그 자체가 현시대에는 복제되어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벤야민이 진중하게 생각했던 ‘아우라’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벤야민의 텍스트를 무작정 읽으려 한다면 아마 사상적 교감이라기 보다는 미로로 빠져들어가는 혼란함만 가중될지도 모른다...
  • sungtaesuk
    A와 그 동생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역아동센터로 의뢰된 것은 A와 동생이 아버지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것을 동생의 담임이 신고를 한 후이다. 위기 상황에 개입하여 아버지와 아이들을 분리하기는 하였지만 아이들의 어머니가 문자해독능력이 없을 정도로 지체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일상을 챙길 수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들과 어머니의 일상을 챙길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로 사례를 의뢰한 것이다.
  • 23
    가드지 베리 빔바 글란드리디 라울리 로니 카도리 가드자마 빔 베리 글라싸라... “그들은 타자기, 드럼, 갈퀴, 항아리 뚜껑으로 연주했다. 옆에서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웃고, 손짓 발짓으로 말한다. 우리는 사랑의 신음소리, 계속되는 딸국질, 시, 소 울음소리, 중세풍의 소음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 내는 고양이 울음 같은 잡담으로 화답한다. 트리스탄 차라는 벨리댄스를 추는 무희처럼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장 얀코는 바이올린도 없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처럼 팔을 움직이다가 부수는 연기를 하고 있다.”
  • Coll IMJ,  photo (c) IMJ
    벤야민은 “파시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걸었던 정치가들이 패배하고 그 정치가들이 자신을 배반함으로써 패배가 더 강화되는 순간”, 곧 나치즘과 독소불가침 조약 그리고 전쟁의 발발로 이어는 파국적 상황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 개념을 전개한다. 자동기계 인형과 이를 조종하는 꼽추 난쟁이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자동기계 인형이 역사적 유물론이고 흉측한 난쟁이가 신학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근대 이후 신학은 왜소하고 흉측한 꼽추 난쟁이가 되어 결코 눈에 띄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용도 폐기된 낡은 유물로 간주됐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05
    강형, 이번에도 나 때문에 작업 차질이 많았지. 나에게는 자네의 도움이 고마웠지만, 자네의 일손에 차질이 왔을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해서 전화도 못한 채 며칠을 보내다가 말고, 오늘은 편지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네.
  • 497_김복남
    황진미 in 씨네꼼 2010-10-05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에 대한 평들은 큰 틀에서 일치한다. ‘투박하고 불균질적이나, 통쾌함이 살아있는 복수극’ 이 중론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이견이 발견된다. 장병원은 (770호 전영객잔)은 을 여성주의 복수극이라고 보기엔 영화가 여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태도가 혼란스럽고 이중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의 여성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태도는 매우 일관되고 분명하다...
  • 예전 밤하늘 초롱초롱한 별빛을 보면, 바다처럼 일렁이는 하늘과 등대처럼 반짝이는 별을 그린 고호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벤야민을 생각합니다. 벤야민이 보았을 밤하늘을 제멋대로 생각해봅니다. 저는 유물론(역사)과 혁명(구원)에 대한 벤야민이 생각이 점성술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그 자신도 어디선가 점성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 484_MT2U0350-어린이
    머뭇거림은 잠시일 뿐이다.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피부색의 진하고 덜함의 구분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서로가 가진 호기심은 교감의 신호음이고 평행으로 이뤄지는 눈빛의 맞닿음은 소리 없이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이내 웃음이다. 맑음...
  • 13
    『삼성을 생각한다』가 출간되었을 때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언급되지 않았을까 생각 하였는데, 전혀 언급되지 않아 조금 실망했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일 수도 있다. 필자는 200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교대 근무하던 두 여성이 7개월 간격으로 같은 종류의 백혈병으로 사망하였지만 삼성에서 산재인정을 거부한다는 뉴스를 보고,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현재 삼성반도체 백혈병, 암 발병 피해자는 100명에 육박하고 그 중 알려진 사망자는 22명이다. 이 사건은 삼성 무노조 경영의 온갖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고, 대한민국 사회의 비합리적인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 act0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28
    매이의 연기본능이 폭발하고 있다. 일단 감정표현에 과장이 심하다. 조금만 기분 좋으면 양손을 들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폴짝폴짝 뛰고, 별로 슬퍼할 일도 아닌데 폼 잡고 우는 시늉을 한다. 어제는 잘 놀다 말고 “아빠, 민준이 오빠는 키가 커. 오빠라서. 매이는 애기라서 키가 작아.” 하며 처연한 표정을 짓더니 양손을 눈에 대고 눈물까지 훔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도 슬픈 척하며 “엉엉, 그랬구나. 매이가 많이 슬펐구나.” 하며 안아 줬더니 금새 해죽거리며 TV쪽으로 뛰어간다. 비가 오면 분홍색 우산을 쓰고 빨간 색 구두를 신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센치한 표정을 짓는다...
  • apple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9-28
    '난 사랑은 교통사고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피할 수 있다는 거?’ ‘응’ ‘음..그래. 어떤 점에서 그런지 더 설명해줘’ ‘주체는 자기 의지와 윤리적 선택에 따라 형성되는 거잖아. 먼저 결정돼 있는 게 아니고’ ‘그래도 싫은 사람을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잖아.’ ‘좋은 사람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나는 어떤 남자에 굉장히 빠졌었거든. 그 때 외로워서 그랬던 거 같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거야.’ ‘왜? 섹스하고 싶어서?’ ‘응. 근데 뻔히 보였어. 굉장히 강하고 복잡한 사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