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

Releases

  • 95년도. 내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8년 동안 일했던 곳이다. 그때는 김포읍 이였었는데 이젠 김포시로 변했다. 내가 일했던 곳도 그때 작은 마을 같았는데 이젠 높은 건물들로 꽉 찬 동이 됐다. 마을버스밖에 안 다녔던 그 곳에 이젠 커다란 버스들이 정신없이 다니고 있고 좁았던 도로도 이젠 지하 지상 도로로 서로 눈치 보필 없이 바꿨다...
  • 박김영희
    며칠 전 주민센터를 찾았다. 지금의 활동보조 시간으로는 갈수록 나빠지는 몸에 갈수록 늘어나는 바깥 활동을 감당할 수 없어서 추가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사회복지과에서 추가신청요청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와상(누워있는 장애) 또는 사지마비장애인만 신청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결국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일급, 아니 특급(?) 장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활동보조 추가 신청을 하는 이유를 나열했다...
  • 539_겨울이되면
    흰 겨울이 내리면 난 굵은 철사랑 나무판자 얼기설기 엮어 썰매도 만들고 비료푸대 덜렁 기대어 둔덕 위아래도 내달리고 눈꽃 가득한 솔숲사이 맘대로 휘젓고도 싶으니
  • 지난 몇 달 동안 ‘타블로’라는 이름이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타블로의 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점점 판을 키워가더니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의 회원이 2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타진요’에서 떨어져나간 일부 회원들이 만든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라는 또 다른 카페에서는 성적표 위조로 타블로를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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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달 첫째주에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11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철학서적이 이렇게 오랫동안 돌풍을 일으키는 건 매우 특이한 경우다. ‘문화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여름,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지에 챙겨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긴 했지만, 돌풍은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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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 in 동시대반시대 2010-10-20
    SSM, 기업형 슈퍼마켓이 문제다. 대기업들이 골목길마다 큰 슈퍼마켓을 열고 있다. 재래시장을 비롯한 지역 상권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자, 이 상황에서 ‘정의’는 무엇인가? 대기업들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자기 돈 들여서 슈퍼마켓 짓고 장사하겠다는 데 그걸 못하게 하는 게 불법에 더 가깝다.
  • 위클리 수유너머 19호에 소개했던 목판화가 오경영 선생님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을 돌며 만났던 목판화가 10인을 추억하며 다시 만나보고자 한다. 한 분 한 분이 이 분야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분들이지만 작품이나 내용보다는 작업실의 분위기와 인물에 초점을 맞춰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 안에서 작품을 감상할수 있도록 했다...
  •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음악 교과서 편집’이다. 교육 과정이 계속 바뀌어 오면서 지금의 교과서는 내가 배웠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국악’에 관련된 부분이다. 무엇보다 교과서 전체 중 ‘국악’의 비율이 확 높아졌다. 그래서 이 전보다 훨씬 다양한 곡을 공부한다.
  • 겉표지
    팔이 아프다. 저릿저릿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간헐적으로 통증이 찾아온다. 손으로 누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픈 날이 있는가 하면, 거짓말처럼 말짱한 날도 있다. 기가 막히는 건 외형상으로는 아무런 증표가 없다는 것. 그러니 아프다는 내 하소연은 번번이 엄살로 귀결되거나, 구박을 받는 원인으로 소급되고 만다...
  • 요堯 · 순舜 · 우禹 · 탕湯 · 문文 · 무武 · 주공周公으로 이어지는 고대 성왕聖王들의 덕치德治가 완성된 문물제도로 꽃피었던 주나라가 망하고 세상은 “힘과 힘의 대격전” 권력 다툼의 살벌한 전쟁터가 된다. 이때 어진 군주의 덕으로 살았던 많은 백성들이 망국의 유민이 되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농사 지을 땅은 전쟁으로 황폐해지고, 늘상 이런저런 전쟁에 끌려다녀야 했다. 이러다 보니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런 당시의 삶이 시경 왕풍에 절절한 노래들로 전한다. 그중에 한 편-「중곡유퇴中谷有蓷」라는 시를 보자.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19
    수요일과 토요일, 적잖는 인원의 두 차례 방문으로 지난 주간엔 참 바뻤습니다. 한 팀은 우리 교회내의 장년회라는 나의 소속 그룹인 동료 집사들이었고, 다른 한 팀은 나의 고향 사람들의 바둑 동호회원들이었습니다. 나의 초청이었으며, 인원은 두 팀 공히 십 오륙 명으로 지척의 매우 격의없는 인연들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나에겐 매우 신경이 쓰이는 초청 팀이었습니다...
  • 524_매이데이5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0-19
    매이를 키우다 보면 매이에게 한 수 배울 때도 많다. 아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지난 주 일요일 집 앞에 있는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예배 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뛰어노는 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매이 또래의 친구들은 일찍 가고 두살 많은 언니들만 남았다. 평소 그 나이의 언니들 세명이 뭉쳐 놀았는데 그날은 매이를 곧잘 놀이에 끼워주던 '착한'언니 한 명이 안 와서 둘만 있었다...
  • 526_굿모닝1
    황진미 in 씨네꼼 2010-10-19
    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MB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김종철)나 “슬픔은, 지금 이런 대통령을 보지 못한다는 거”(이용철)에서 보듯이, 영화의 선의와 현실정치에 대한 반면교사적 측면이 강조되며 이루어진다. 감독도 “꿈의 대통령을 그린 것”( 인터뷰)이라 밝힘으로써, 영화가 바람직한 대통령상을 제시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 그렇다면 영화의 가치를 담보하는 ‘이상적 대통령상’이 어떠한지를 검토하는 작업은 필요불가결하다...
  • c-6
    식민지의 역사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정치 전통은 자유주의Liberalism를 기틀로 삼아왔다. 여하한의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개입도 배제하며 자유로운 선택과 자기 결정의 자유를 미국적 가치의 근본으로 여겨왔으며, 이는 곧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서구 사회의 기본 원리와도 상통한다(미국적 가치의 다른 편에는 공화주의Republicanism가 있다)...
  • Rio_Grande_Immigrants
    존 쿳시가 소설 제목으로 따오면서 회자된 카바피(C.P. Cavafy, 1863-1933)의 시. 나는 그 일부를 진은영 시인의 글에서 처음 접했다. 에서 그가 인용한 시를 읽었을 때 꽤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일반적 해석에 따르면 “이 시는 야만인과 같은 타자를 만들어냄으로써만 존속할 수 있었던 로마제국의 논리를 풍자하고 있다...
  • dsas
    16세기, 토마스 모어가 “불안과 고삐 풀린 공포가 제거된 세계를 그린 자신의 청사진”(지그문트 바우만)에 ‘유토피아(utopia)’라는 이름을 붙인 이래, 근대는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으로 충만한 시기였다. 알다시피 유토피아는 ‘선한 곳’을 뜻하는 에우토피아(eutopia)와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하는 우토피아(outopia)라는 두 개의 그리스어를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었다. 근대적인 의미의 진보주의자들에게 진보는 유토피아라는 (도달할 수 없는) 허상의 뒤를 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사람들 각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구체적 형상은 달랐을지 몰라도,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을 유토피아로 표상한다는 점에서 근대적인 열망은 단일한 것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유토피아의 정치학」은 이런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이후의 현실에서 시작된다.
  • 8936803263_2
    며칠 전 수유 너머에서 고미숙 선생님과 함께 했던 마음 세미나를 끝냈다. 3월부터 시작해서 10월까지 했으니 꽤 긴 시간 동안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물론 중간에 마음이 흔들려서(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본다는 게 무척이나 힘이 들고 고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빠지기도 했고, 여름에 제주에 내려간 기간 동안 참석을 못하기도 했다. 이제 세미나를 정리하고 나니, 이제야 겨우 내 마음자리의 언저리에 발을 디뎌 놓은 것 같은데, 무척 아쉽기만 하다...
  • 잘못된 식습관으로 대장에 이상이 있어 몸에 면역력이 약화된 탓이기도 하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10-12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누가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이라고 했을 때 처음 생각나는 노래 구절이었다. 왜일까? 가을에 유달리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운 이유가. 가을이 오면 누구나 약간은 감상적 기운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가을이 오행상으로는 금(金)의 기운과 연계되고, 그 기운은 슬픔을 주관한다고 보는 것은 오바일까? 잡소리 그만하고.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