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호

Releases

  • p222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하면서 우리는 단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미디어가 발달한 지금, 거의 매일같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소식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그 현실에 대한 부당함과 분노를 느끼기보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폭력에 대한 무거움 그리고 팔레스타인과의 거리감으로 무기력이나 좌절감에 더 익숙해 지고 있는 것 같다.
  • duribanbig
    우리를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래 공방을 떠나왔다 돌아온 지금,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설명하면 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해보려고 합니다. 달팽이 공방이라는 모임은 다른 곳, 예컨대 수유+너머 보다 설명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공방工房은 무언가를 만드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도자기 공방, 화장품 공방, 가구 공방……. 우리 주위에는 많은 공방들이 있지요.
  • iki1
    날이 차다. 하늘은 맑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교실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따뜻하게만 보인다. 얼마 전 쌓인 눈 위에 눈부시게 비치는 햇빛이 차가운 눈마저 따뜻한 솜이불처럼 보이게 한다. 세상이 차다. 세상은 멋지게 보인다. 높은 빌딩이 하늘로 치솟고 있고 멋진 차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교실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점점 더 세련된 모습이다.
  • 1
    황진미 in 씨네꼼 2011-01-11
    보통의 한국인이 쿠바에 대해 아는 건 카스트로와 체게바라가 혁명을 일으킨 사회주의 국가이자, 아마추어 야구 최강이라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좀 많이 보는 사람들은 좀 더 긍정적인 팁을 가지고 있다. 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미국에서도 불가능한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쿠바 식 사회주의가 경이롭게 소개되었고, , 에서 허름한 골목 모퉁이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수준급인 뮤지션들이 일상적으로 리듬을 맞추고, 거기에 늙고 젊은 몸들이 자연스럽게 춤의 쾌락을 향유하는 꿈같은 광경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 lim3
    나는 비건이다. 어쩌다 페스코 베지터리언으로 채식을 시작한 것이 2009년 봄 무렵. 비건이 된지 일 년 남짓 되었다. 간혹 우유가 들어간 초콜릿을 먹기도 하고, 액젓이 들어간 김치를 먹기도 했지만 그 이외 육류, 조류, 어패류, 우유, 난(卵)류(앞으로 이 모든 것을 총칭해서 ‘고기’라고 일컫겠다.)가 들어간 음식은 엄격하게 먹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기를 ‘먹을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 닭고기를 끊은 지 9년이 되어갑니다. 어떤 일을 결심하고 군말 없이 그대로 행한, 제 삶에서 아주 드문 일 중 하나입니다. ‘내게 이런 힘이 있었다니’ 하고 나름 대견하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 계기는 사실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당시 수유너머 회원 모두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던 ‘케포이필리아’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리프킨의 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고기의 대량 생산과 유통, 소비 시스템이 갖는 각종 폐해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만, 제 결심을 추동한 것은 그런 사회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들에게 지옥 갈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jojoongdong
    안녕하세요. 저는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에서 ‘파울홈런’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회원입니다. 그동안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것과 느꼈던 것들을 간단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주제는 ‘조중동 끊기, 삼성제품 끊기, KBS수신료 끊기’입니다.
  • k2
    얼마 전 자유시장경제 연구기관(이 기사가 나올 때까지 있는 줄도 몰랐..)인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이 힙합 앨범을 냈다는 기사를 봤다. 김 원장은 힙합 그룹 '김 박사와 시인들'을 결성, 오는 21일 디지털 앨범인 '희망의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 '똥파리들', '챔피언 한국' 3곡은 김 원장이 직접 랩을 맡은 곡이다. 그 중 타이틀 곡 '개미보다...'는 경쟁을 피하고 삶에 안주하려는 세태를 비판했다고 한다. 가사 인트로만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01-10
    남쪽에는 평생 처음 보는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는데, 북쪽의 이 곳엔, 아직 큰 눈은 내리지 않고 큰 추위만 계속되고 있다. 한참 전에 내렸던 3~40미리의 쌓였던 눈이 추운 날씨로 녹지를 않고 계속 쌓여있어 겨울 정취를 지키고 있다. 땀흘려 걷운 결실과 함께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누리며 혹한의 겨울철을 보내는 것이 농촌의 겨울나기이다.
  • 092 001
    창 바깥 한겨울 시린 바람은 쉼 없이 방안을 기웃거립니다. 깨진 유리창에 대일밴드 몇 개를 이어 틈을 막고 찢어진 비닐 몇 겹 창틀에 덧대어도 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겨울바람은 이미 낯을 익혔을 할머니 콧등에 붉은 서리 한 꺼풀 씌우고는 제 집인 양 털썩 주저앉아 거드름을 피웁니다.
  • moon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1-01-10
    배우 김영호씨를 만났다. 김영호. 한번쯤은 같은 반이었을 것 같은, 아니면 소설에서 주인공 친구로 나왔을 법한 순하디 순한 이름이다. 영화배우라 목둘레에 후광이 비친다. 훤칠한 키보다 먼저 들어오는 순박한 웃음과 허공을 응시하는 멍한 눈빛에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 "잘 생기셨네요?" 기어코 푼수처럼 한마디 던진다. 인터뷰 자료를 찾으면서 그가 ‘영혼’이란 말을 자주 쓰는 것과 '스님'이 되려했다는 얘길 보고 의외였다.
  • 소박 맞은 여자의 노래. 시경 패풍에 나오는 「곡풍谷風」이라는 시는 가난한 시절 뼈빠지게 고생하다가 이제 고생 끝나고 살 만하게 되자 남편이 새 여자 얻어 오는 바람에 쫓겨나게 된 조강지처의 탄식이다. 고대 사회에서 남편에게 버림받는 여자의 처지란 단순히 상심의 차원이 아니다. 생존권이 박탈되는 절박한 삶의 위기이다.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쫓겨났으니 이제 뭐 먹고 살 것인가. 어디 가서 살 것인가. 소박 맞은 여자의 쓰라린 심정을 이 시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누가 씀바귀를 쓰다고 하는가! 냉이보다 달구만!
  • 아들이 셋 있다고 하면 “밥을 안 드셔도 배부르시겠어요.” 하며 부러워했던 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요즘은 대놓고 안됐다는 표정을 짓는 건 물론이고 아들 하나당 돈이 얼마인데 하며 빠르게 셈을 하느라 눈동자가 흔들린다.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사교육비용에 여차하면 보내야하는 어학연수 혹은 조기유학, 게다가 결혼자금까지 생각하면 아이하나도 등이 휠 지경인데 셋이라니 어찌 흔들리는 게 눈동자뿐일까. 하지만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과 게으름으로 주위의 염려보다는 한결 맘 편하게 세 아들, 찬찬찬(이름이 모두 찬으로 끝난다)을 키웠다...
  • 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1-01-10
    “엄마 좋아. 아~잉. 아빠는 미워. 때~찌.” 요즘 매이는 흑백논리에 빠졌다. 좋은 건 꼭 나쁜 것과 함께 있어야 한다. 엄마가 좋으면 좋았지, 왜 그걸 꼭 “아빠 미워”로 확인하냐고~. “엄마 좋아” 하면서 엄마 뺨에 입을 맞추고는 예외 없이, 옆에 있는 내 뺨을 때리면서 “아빠 싫어” 한다. 2주일째 유나가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저녁에 엄마와 노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나오지도 않는 엄마 젖을 물고 빨거나 함께 동화 구연 쇼를 하거나 동요 메들리를 하는 게 새삼 엄마가 좋아진 이유일 터, 상대적으로 아빠에게서는 얻는 게 별로 없다고 여겨진 탓이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1-10
    처음 《논어(論語)》〈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대목, 정치를 하면 가장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에, 공자는 “반드시 해야 할 게, 이름을 바로잡겠는 거겠지![必也正名乎]”라고 대답했다. 그때, 뭐 이런 대답이 다 있어!, 하며 시큰둥했던 기억이 있다.
  • gagoong
    무언가를 끊겠다는 생각은 그 무언가의 반복적인 행위를 전제한다. 우리는 이를 습관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자신의 선택의 결과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떠맡아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습관이 온전히 개인의 몫일뿐일까? 습관이라는 단어의 앞뒤를 바꾸면 관습이란 단어가 되듯 개인의 행위를 뒤집어 보면 그 이면에는 사회 구조적 반향의 몫이 드러난다.
  • 겨울은 거두어들인 모든 것을 저장하는 시기.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절제가 필요한 시기이다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1-01-04
    신묘(辛卯)년 새해가 밝았다. 뭐, 엄밀하게 따지자면 신묘년 새해는 음력 설, 구정부터 시작이지만 말이다. 새해 들면 다들 하는게 하나씩 있다. 새해 결심! 금연, 운동, 다이어트 등등. 하지만 며칠 못가 지레 포기하고 만다. “에이, 뭐 그냥 이대로 살지 뭐. 난 원래 그래” “뭐, 그냥 편하게 살자. 그거 한다고 뭐 얼마나 좋아지겠어” 급기야는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으로 마무리 짓는다. “구정이 되야 진짜 새해니까 구정부터”
  • po33_02
    정치란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현실 정치가 궁극적으로 어느 곳에 돈과 영향력이 배분되어야 할지 결정하는 투쟁 혹은 교섭인 것은 그 때문이다. 맑스주의는 이런 정치를 늘 혁명과 연계한다. 혁명이야 말로 희소한 자원을 가장 극단적으로 재배분하는, 나아가 무엇이 희소하고 귀중한지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버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