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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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이었다. 남편이 하루는 『한겨레21』을 내밀었다. 특집기사로 노동일기를 연재하는데 기자가 직접 빈곤노동일을 하면서 쓴 노동일기라고 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편이 덧붙였다. 그때 읽었던 기사가 ‘감자탕 노동일기’였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음식점마다 직원 수가 줄고 한 사람이 맡은 일은 늘어나서 하루 종일 쉴 사이 없이 일을 하는 식당 아줌마들은 식당 종이 울릴 때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응을 한다. 하루 12시간을 일한 후 퇴근하면 다시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뻗어버린다...
  • 24_bs02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7-14
    신장하면 흔히 단순히 오줌을 내보내는 배설기관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양에서 신장은 서양보다 꽤, 엄청, 무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오장육부중 가장 중요한 장기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생명의 근원으로서 신장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크게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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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한가지 재능을 가지기도 쉽지않은 평범한 우리들 인생에서 한 개도 아닌 두가지 이상의 비범한 재능을 지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될것이다. 그것도 그저 잘하는 수준을 넘어 신이 내린 축복처럼 뛰어나다면...그런 재능을 지니기 위해서는 물론 남보다 더 피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설명할수없는 것들도 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7-14

    농사꾼 마음의 이해를 바라며…

    여름을 접어들면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집에도 벌써 가까운 이들이 몇 차례 다녀갔다. 방학이 시작되고
    본격 휴가철이 되면 방문객도 늘고 더욱 바빠질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는 한촌인지라 계절의 혜택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산나물이 나는 봄철엔 나물 채취로, 밤이 익어 떨어지는 가을이면 밤 줍기를
    위한 인근 도회의 꾼들이 잠깐 나들고 있으나, 본격 여름철이면 …

  • 모과는 좀 특이한 과일이다. 보통 과일 열매들은 예쁘다. 먹었을 때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다. 그런데 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겼다. 떫고 신 맛이 난다. 그리고 과육이 단단해서 모르고 덜컥 씹었다가는 턱을 약간 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떤 친구는 자동차에 방향제로 놓아둔 모과를 ‘아 맛있겠다’ 하고 먹었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안쪽은 맛있겠지··· 하면서 한 입 더 베어먹었다가··· 왜 이런 걸 차에 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모과도 모르나? 그리고 한 번 씹어 보고 아니면 말지 끝까지 하는 기질이라니!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7-14
    32살. 내가 결혼한 나이다. 그렇게 늦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제때 한 결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내 결혼 시기에 대해서는 뭔가 억울한 느낌 같은 걸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할 얘기에 조금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마음에 걸리지만, 얘기를 하려다보면 어쩔 수가 없을 듯하다. 강의시간에도 학생들과 이런저런 생활 얘기를 하는 편이고, 가끔 답사를 겸해서 술 한 잔씩 나누기 때문에 자연 내 경험 얘기를 할 때가 많다. 몇 년 전부터 나는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살라고 권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 24_ud_03
    최근 국내에서 번역된 발리바르의 저작, < 우리, 유럽의 시민들?>을 관통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1990년대 유럽의 맥락에서 정치의 가능조건을 다시 묻는 것이다. 역사적 사회주의가 몰락, 제3세계로부터 이주해오는 인구들의 급증, 자본주의 질서의 전지구화, 유럽연합 건설 프로젝트의 구체화라는 정세 속에서 유럽의 정치적 환경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급변하는 유럽의 정세 속에서 인종청소로 불리는 발칸 전쟁이 발발하였다. 동유럽에서 다양한 종족적 동일성을 통합하던 권력형태인 국가가 붕괴로 인해 집단적으로 심각한 동일성의 위기에 처하게 된 자들이 인종이라는 상상적 동일성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다른 인종을 자신들을 위협하는 타자로 설정하여 그들에게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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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7-14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25일까지, 그는 누구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한성대학교 연구동 805호에는 방송사 카메라가 찾아와 전쟁과 분단을 물었다. 각종 학술행사와 원고청탁이 밀려왔다.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을 전공한 학자는 많지만 젠더(gender) 관점의 평화 연구자로서 김귀옥 교수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한반도 분단 역사에서 민중, 여성이 당한 역사적 고통을 집중 연구해 남성중심의 기성 정치사에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동안 그 실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북파공작원과 민간인 납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월간 < 말>지와 < 민족21> 등에 기고해 주목을 끌었다...
  • 달팽이 공방에서 하는 활동에는 만들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라고 이름 붙은 세미나가 하나 있다. 이 세미나는 공방에서만 따로 하는 것은 아니고 수유너머N의 세미나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수유너머N과 달팽이 공방의 관계가 모호하듯이 이 세미나도 성격이 참 애매모호하다.

    현재 일상예술 세미나에는 완전 백수도 있고, 세미 백수도 있고, 정규직도 있다. 아이 엄마도 있고 학생도 있다. 참 많이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과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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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미 in 씨네꼼 2010-07-14
    아동성범죄에 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는 비분강개와, 형량 강화로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엄벌주의가 대세를 이룬다. 그밖에 신상공개와 전자발찌를 둘러싼 이중처벌과 인권논란이 잠시 일다 묻히는 정도다. 그러나 아동성범죄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사건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경찰청자료에 의하면 13세 미만의 아동성범죄는 최근 4년간 급증하여 2008년에는 1,220건에 이른다...
  • 24_rp_02
    성폭행이 물리적 폭력과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이 말은, 보수꼴통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성(sexuality)이라는 범주에 깊은 통찰력을 가졌으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이 문제적 발언의 주인공이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성폭행에 관한 법안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성을 좀 더 중요한 법적 대상으로 부각시키고, 성 범죄를 여타 범죄와 다른 논리로 다루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푸코는 이런 일련의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지난 주 <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학술면 필자들께 감사의 말 전합니다. 디자인과 편집은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 조금 엉성하고 부족한 면이 있을 겁니다. 이역만리에서 작업과 공부를 병행하고 계시는 저희 막강 디자이너, 매주 밤을 지새우는 웹팀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개편 축하메시지와 독자가 만드는 < 위클리 수유너머> 코너는 일주일 정도 더 받겠습니다. 이미 응모하신 분들, 경쟁률이 낮아 경품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흐뭇해하셨겠지만, 경품에는 역시 ‘흐뭇’보다는 ‘스릴’이죠...
  • 겉표지

    달맞이의 책꽂이 -『할아버지와 나』마야 게르버-헤스 글 / 하이케 헤롤드 그림 /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할아버지와 아이(손자)가 마주 서 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할아버지는 아이와 잘 지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뭔지 어색하다. 두 손을 무릎과 무릎 사이에 끼고 있다. 아이 역시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는 폼이, 어정쩡하다. 마음을 열기 전인 모양이다. 화가는 어색한 …

  • '위안부' 문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1년에 김학순 할머니의 고발로 공식적으로 문제화되었다. 그런데 하나 상기해야 할 것은 이전에 일본 혹은 한국에서 위안부의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나 연구자들은 물론, 책들을 통해 그런 ‘비극’이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일본정부 고관들의 잇따른 망언에 분노한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그들의 삶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일 뿐 공식적으로 책임의 소재를 촉구하거나 사죄를 요구하는 일은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면서 가족(가부장제) 바깥에 있게 된 자는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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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시위, 어느덧 강산이 거의 두번 바뀔 시간이 흘러 925회를 맞았다. 2010년. 7월 6일. 젊은 나도 견디기 어려운 더위였지만 925회의 시간 동안 추위도 더위도 견뎌오신 할머님들은 거뜬해 보이셨다. 오히려 그게 더 마음 아플 정도로.
  • 매일 바쁘게 활동하면서 “밍글라바 코리아”라 는 제목으로 위클리에 글을 보내 온지 이제 4개월째 입니다. 처음에 고선생님이 위클리에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말씀을 하셨을 때 걱정이 컸습니다. “말100마 디 하는 것보다 글 한 글자를 쓰기가 더 어렵다”라는 버마 속담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속담이 100점 만점 맞습니다. 맞고요~심지어 글이 버마 글이 아니라 한글이라서 걱정 안 될 수밖에 없죠...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7-07
    시골구석에서 사는 아이가 희귀난치병이다. 몇 번 들었어도 이름을 외기 힘든 척수성근위축증. 태어나자마자 사지에 힘이 빠진다. 심폐기능이 약해 호흡이 어렵다. 지역 내 큰 병원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억척스레 아이를 들쳐 업고 상경했다. “그래도 큰 병원 가봤다는 소리는 들어야지 원이 없잖아요.” 난 이런 얘길 들을 때 눈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투박하고 새까만 문신한 눈썹과 실밥 뜯어진 비즈가 처량하게 매달린 네크라인을 멀뚱멀뚱 훑는다...
  • md_thum
    소속감 (1)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7-07
    “대함~민국” 어디서 배웠는지 매이가 월드컵 구호를 흉내낸다. 아직 “짜짝~작 짝짝” 새마치 장단의 박수는 못치고, 어설프게 손바닥을 두세 번 부딪치고는 불경스럽게(?) 가운데 손가락만 편 양 손을 앞으로 쭉 내민다. “푸하하. 매이야 그게 뭐야?” “응, 대함~민국 하는 거야” 나는 그 의도치 않은 불경스러움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대한~ 민국” 하며 매이처럼 ‘성(性)스러운’ 가운데 손가락을 곧추세워 양 손을 앞으로 쫙 폈다. “짜짝~작 짝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