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Releases

  • ‘전원개발촉진법’은 1978년 유신정권 말기에 제정되었다. 전원개발사업자의 선정부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승인과 주민 등의 의견 청취, 그리고 사업 시행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조리로 점철되어 있는 이 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건설의 법적 근거가 된다. 때문에 전원개발촉진법을 파악함은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차상의 문제를 드러냄과 같다.
  • 171_mil-al
    171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1-19
    171호. 코뮨으로 가는 길
  • 전기와 자기는 별개의 것이었다. 그런데 1820, 30년대에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를 통해 둘은 서로 전환 가능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패러데이와 맥스웰에 의해 전자기는 뉴턴 식의 원격작용이 아니라 장을 통해 전파(傳播)되는 것임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맥스웰은 그 전자기장(場)을 수학 방정식으로 통해 진술하는 데 성공하였고, 헤르츠에 의해 그런 수학적 구조물이 실재한다는 게 입증되었다. 전자기장은 실재했던 것이다.
  •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두 가정이 시도되었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첫째는 운동하는 물체가 에테르를 운반한다는 가정이다. 그런데 광속이 광원의 운동에 대해 독립적이라는 사실은 이 가정과 모순된다.” 이 가정은 갈릴레오의 상대성원리를 비롯한 우리의 모든 상식에 부합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와 모순된다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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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영화를 보면서 꿰어 맞췄던 퍼즐은 마지막 신(scene)에서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주인공들을 그저 현실물정 모르는 청년들의 유희라고 판단했던 내 생각들이, 순수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고, 그들은 그저 어른아이라고 생각했던 내 판단들이, 마지막 신에서 송두리째 뒤집혀 버렸다.
  • mimyo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1-19
    발이 흰 고양이가 양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엎드려 있거나,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으면 작고 동그란 양발이 꼭 밀가루에 데굴데굴 굴린 찹쌀떡처럼 보인다. 발바닥에 있는 분홍색 혹은 까만색의 말랑거리는 살은 젤리 같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의 흰 발을 찹쌀떡이라고 부르고, 발바닥은 젤리라고 한다.
  • “내가 할게.” 우리가 이구동성 하는 말이다. 전 직장에서 각자 베테랑급으로 일했던 우리는 제 나름대로 ‘열심’을 빼면 시체였다. 어지간한 ‘열심’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향,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태도, 몸에 밴 성실함, 그것이 우리가 가진 미덕이자 자부였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1-19
    창상지변(滄桑之變).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갑자기 환경이 천양지차(天壤之差)로 확 변함을 뜻하는 말이다. 현대인들의 재기(才氣) 넘치며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신조어들이 넘쳐난 요즘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창상지변(滄桑之變)과 같은 뜻으로 쓰인, 지금 엄청 변하고 있는 세상을 보면서, 내가 모르는 신조어(新造語, 새로 만들어진 말)가 분명 또 만들어졌을 것 같다. 그 말이 나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 1-1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하필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11월 7일, 2013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날이었다.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메인에는 시험의 난이도와 수험장에서 발생한 해프닝에 관한 글이 가득했고, 그 사이에 올해도 어김없이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끼어 있었다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3-11-19

    코뮨이 무엇일까? 내가 수유너머라는 코뮨에 발을 들인 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그것이었다. “코뮨이 무엇인가, 코뮨은 어때야 하는가?”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의 혹은 나의 행동, 무슨 말에 대해서 ‘이건 코뮨인가? 저건 코뮨인가?’ 라고 재고, 따져보고, 생각해왔었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공동체라는 이름에 강한 반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공동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종교나 민족 혹은 가족, 학교를 자동적으로 연상시켰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 …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1-19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 그리고 연대해오는 각종 사람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는 여전히 강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현장을 소개하면, 송전탑은 산 위에 세워지고 산 위로 갈 수 있는 통로는 경찰이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 밀양에서 신고리 원전 공사에 사용될 위조부품으로 공사에 불합격이라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은 명분없는 일임이 분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눈과 귀를 닫은 정부와 한전은 고집스럽게도 공사를 강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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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일본에서 가장 큰 뉴스 중 하나가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 참의원 의원이 천황(일왕)에게 편지를 전달했다는 행위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천황의 정치 이용이라든가 이런저런 비판이 나왔으며, 인터넷에서도 아주 큰 논의 거리가 되었다.
  • 묘한일기5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1-12
    지난 일요일, 석류와 내가 함께한 지 199일째 되는 날 석류가 처음으로 울었다. 영국인에게 납치당한 모글리가 정글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듯 창가에 앉아 목놓아서 “으아아, 으아아아, 우아아, 으아, 으아아아, 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우는 석류를 보니 이대로 조금만 더 운다면 내가 견디지 못해서 고양이를 자연으로 방생해 줄 것 같았다.
  • 170_wooback
    170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1-12
    170호. 어머님은 어떤 여성일까
  • 잔인한 나의 홈
    작품을 보기 전 이 다큐멘터리가 친족 성폭력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선뜻 영화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성폭력도 아닌 아버지에 의해 저질러진 성폭력의 피해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서 생길 심적 부담감이 미리부터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못한다기보다는 만들긴 만드는데, 그 맛이 잘 안 난다. 배고프니까 먹는 그저 ‘먹거리’가 아니라 ‘요리’를 ‘요리’답게 해 주는 그 특별한 감칠맛 말이다. 왜 그럴까? 함께 산 지 3년이 되어 가는 애인은 나에게 ‘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지난 주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았습니다. 매주 금요일밤 EBS에서 방영하는 고전영화코너였습니다. 마침 남편이 출장을 갔고 일주일의 긴장이 확 풀어지는 ‘불금’이라 넋을 놓고 영화를 보는데 영화 속 캐릭터들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 같은 코너에서 자주 봤던 영화인데도 새롭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 1
    이번 주는 몇 주 전에 이야기하다 일시 중지했던 지동설 대 천동설의 마무리 편이다. 원래는 총 3회로 생각했었는데 3주차 글을 쓰던 중에 갑자기 몸살이 걸려버렸다. 견디며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진행될수록 정리가 더 안 되고 원고 분량이 늘어만 갔다. 급기야는 원고가 자기 증식하는 희한한 상태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 송이1
    지난 10월 16일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공항공사 사장직에 취임했다. 여전히 용산 참사는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았다. 한편 영상은 과거를 가장 직접적으로 지금-여기로 소환하는 기록 매체다. 그래서일까? 끝나지 않은 채 멀어져가는 용산 참사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다큐멘터리 작업들이 꾸준하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1-12
    ‘우백당 식구들’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 집 지킴이 견공들, 특히 동내 건달꾼으로 통하는 “건우”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백당”은 당호이며, “건우”는 우리 집 최고령 수캐의 이름이다. 우백당처럼 산중에 있어 인적이 드문 외딴 집에선 낯선 인기척을 비롯한, 멧짐승들의 집 밖 동태에 여간 민감하다. 외딴 산촌의 생활에선, 사람과 작물의 보호, 안전은 물론 심심풀이 말벗으로 통하는 개들의 도움이 여러 곳에서 꼭 필요하다.
  • 169
    169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1-04
    169호. 친구의 결혼식
  • “승때숙씨?” 느물거리는 놈 전화다. 천하의 원수다. “누구세요?” 어쩌다 한 번 보는 얼굴이니 누군지 잘 몰라버릴 테다. 어젯밤에도 문자만 띡 보내서 졸리니 먼저 자야겠다고 했던 바로 그 놈이다. 집에도 안 들어온 놈이 그런 문자를 보내니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겨우 깨달았다.
  • 재규어 in 편집실에서 2013-11-04

    1.
    다음 주면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간다. 동창의 결혼을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결혼하는 친구의 연애사부터 결혼준비 그 과정을 들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갔다. 내가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엄마는 거의 매일 내게 결혼에 대해 말한다. 내가 바르고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 꾸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려서부터 …

  • 은선3
    '리슨투더시티'의 디렉터 박은선은 말이 참 빠르다. 그 빠른 말을 빠뜨림 없이 챙기려는 글도 참 빠르다. 그의 글들을 따라 읽다 보면 호흡이 가빠와 의식적으로 숨 고르기를 해 줘야 할 정도다. 활동 리듬도 굉장하다. 분명히 여기서 이걸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보면 또 저기에 가있다. 낙동강 내성천, 또 강정, 노점상들이 철거당한 거리, 최근에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현장까지. 대도시가 '침범'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그 와중에 웹포스터들을 만들어 돌리고,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글도 쓰고 세미나도 한다.
  • cat1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1-04
    “그 머리 위에는 붉은 주둥이를 잔뜩 벌리고 눈동자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그 끔찍한 짐승이 앉아 있었다. 그 짐승의 사악함은 나를 살인으로 이끌어 갔으며, 그 배신 같은 울음소리는 이제 나를 사형수에게 넘겨 주었다. 나는 그 괴물을 무덤 속에 함께 매장했던 것이다.”
  • 네팔 왕궁 앞을 지키고 있는 하누만, 이 문을 하누만 도카(문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힌두교 혹은 불교 국가들에서 통치자는 비슈누신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하누만은 이 왕을 지키는 충실한 부하를 뜻한다.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으로만 많이 알려져있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힌두교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는 법적으로는 세속주의 국가인데 반해 네팔은 힌두교가 국교이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3-11-04
    열려 있던 방문을 밀치고 원숭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의 눈치를 살살 보며 유유하게 말이다. 나가라는 손동작을 취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어찌할 줄 모르고 넓지도 않은 방 맞은편에서 지켜봤다. 제법 덩치가 컸는데, 어쩌다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은가.
  • 말자 3 in Weekly 2013-11-04
    올해 봄, 말자들이 뭉쳐 말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들은 같은 일터에서 “미스 김"(올해 방영되었던 ‘직장의 신’의 주인공)업무를 밤 12시까지 하면서 정이 들었다. 일터는 공장이 아닌 사무실이었지만 갑 님들에게 어마어마한 서류 더미들을 가지런히 철해서 합격 점수를 받아야 월급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엄청난 서류를 한 번 더 복사하고, 종이에 구멍 뚫고, 철하는 업무가 많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명의 말자를 뺀 나머지 말자들이 모두 이 곳을 퇴사해서 대부분 백수가 되었다.
  • 템즈강 수문 / 출처 : http://www.london-attractions.info/thames-barrier-information-centre.htm
    다음으로, 템즈강 수문(水門)의 사진이 있지요. 이게 생긴 것은 84년 정도인데요,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얼마 전부터 수문을 닫는 회수가 증가되고 있다, 고 쓰여 있는데요, 조금만 조사해 봐도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실제로는 해수면이 20센치 정도 올라갔는데, 올라간 첫 번째 이유는 영국 본도(本島) 남부의 침하입니다. 옛날에는 스코틀랜드 쪽에 빙하가 있어서 무거워졌던 것인데, 이게 녹아 버렸어요. 그래서 스코틀랜드가 상승하고, 남부는 시소처럼 가라앉습니다. 이것이 20센치 정도인 거죠.
  • 우리 선희
    "구석에 몰린 선희가 선희를 아끼는 세 남자와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이 말들과 선희란 사람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들이 선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문장을 조금 수정해 보자. "영화를 찍는 브루노 뒤몽이 플랑드르와 까미유 끌로델을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이 말들과 영화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들이 영화를, 그리고 뒤몽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