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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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01-24
    안산 야트막한 산자락에 대나무 숲이 늘푸르다. 동구길에는 탱자나무가 둘러서 있다. 겨울이면 대나무 숲에 눈꽃이 아름답게 피고, 앙상한 탱자나무에는 참새들이 모여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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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01-17
    한 주일을 주말까지 잘 보내고는, 월요일만 되면 마음이 잔뜩 긴장되고 신중하다. 좀더 일찍 준비하고 미리 대처할 일을, 그냥 미루다가 월요일인 오늘에사 원고를 마련하기 위한 것 때문이다. “여강만필” 원고를 늦어도 월요일인 오늘 이내에 보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미리 쓸거리라도 생각해 두었으면 그리 긴장되거나 서성거리지 않아도 될 일을 무작정 미루다가 꽉 막히면서 끙끙데기 일수다. 재주도 없으면서 성실성도 부족하고 지혜도 우둔함이 정말로 한심해, 이런 내가 미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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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01-10
    남쪽에는 평생 처음 보는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는데, 북쪽의 이 곳엔, 아직 큰 눈은 내리지 않고 큰 추위만 계속되고 있다. 한참 전에 내렸던 3~40미리의 쌓였던 눈이 추운 날씨로 녹지를 않고 계속 쌓여있어 겨울 정취를 지키고 있다. 땀흘려 걷운 결실과 함께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누리며 혹한의 겨울철을 보내는 것이 농촌의 겨울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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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01-04
    다시 새 해를 맞았다. 지난 해를 생각하면, 뿌듯하여 좋은 기억보다는 아쉽고 안타까웠던 일이 앞선다. 지난 해의 일로 아직도 마음에 남아 아쉬운 일들은, 서해의 잔학 무모한 북측의 도발 행위와 반달곰의 동물원 탈출, 그리고 오지의 땅 수단에서 아름다운 봉사를 펼치다 선종한 이태석 신부를 떠올리게 된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2-29
    참으로 우울한 세밑이다. 몇십 년만의 한파에 따끈한 차라도 마시면서 얼어버린 마음을 달랬으면 싶어, 가까운 몇 집들에 차를 세밑 선물로 보냈다. 그 이후 가벼운 선물에 고맙다는 마음의 전화를 받으면 공연히 머쓱해 진다. 그렇치만 결코 싫친 않았다. 그런데 그 고맙다는 한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너무도 당혹스럽다. 복바친 슬픈 생각에 어수선한 세밑이 더욱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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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2-20
    많고 많은 세상사 얽히고 설킨 삶을 살면서, 어찌 세상일 모두를 다 이해하면서 살 수가 있겠는가?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나는 늘 일상사를 대충 이해하면서 그런 태도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사가 대강 대강 매끄럽지를 못해 갈등을 느끼며, 때론 속상하기도 한다.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2-13
    겨울방학이 가까워지고 있구나. 이번 방학이 끝나면 너는 6학년이 되는 게지. 초등학교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리 되었구나... 초등학생이 되면서 너는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참 자주 하더니, 차츰 차츰 한 학년씩 오르면서 전화질이 점점 줄어들어, 5학년이 된 지금은 너의 목소리를 듣기가 정말 가끔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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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2-07
    한적한 조락의 초겨울, 쓸쓸한 산촌의 한낮입니다. 맑은 햇살에 창공은 더욱 푸르러 밝고 투명한 쪽빛이요, 차가운 삭풍에 흩어진 낙엽들이 구르고 있습니다. 힘없이 메달린 떡갈잎의 간들거림에 놀랜 풍뎅인가 했더니, 잣나무숲의 산비들기가 창천을 날아 오름니다. 사르르 실눈을 뜨며 무료를 달래는 분이도 창공을 날으는 비들기를 힘없이 쳐다봅니다. 독수리 타법의 서툰 손길로 자판을 두드려 보지만, 정적에 잠긴 나의 의식이 도대체 요지부동으로, 고개를 넘고 있는 산비들기만을 바라보며 무료를 달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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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1-29
    계절은 순환한다. 24절기의 소설이 지나 대설이 멀지 않았음을 보면, 이제는 본격 겨울철에 들어섰다. 수확을 끝낸 장포는 갈묻이를 하여 봄을 기다린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의 허술한 결실로, 자급량도 않된 농작물에 도대체 올해는 수확이 시원찮아 갈무리의 수고도 없다며 이웃 농가들이 탄식하며 허탈해 한다. 나는 조금 심었던 고구마, 콩이 잡초에 묻혀버렸고, 무우 배추도 잦은 비에 녹아 없어졌다. 나야 애시당초 자급에도 못미칠 소량의 경작이지만, 많은 투자와 함께 정성을 드린 농부의 겨워하는 그 오죽하랴 싶은 심정을 십분 이해하면서 안타깝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1-22
    지난 “주담 객설4”에서, 막걸리를 나의 “경애하는 벗”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온 국민이 즐겨 마시는 국주(國酒)로 추천하였다. 이에 공감의 반응도 있었고, 지나친 방정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음주 경력 반 세기라는 표현으로 술고래 취급을 받기도 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1-15
    지금까지 서너 번의 만필을 써온 “나의 술 이야기” 타이틀을 “주담 객설”로 바꿔야겠다. 처음엔 나의 술 이야기나 한 번 해보겠다며 별 다른 생각없이 붙인 타이틀이 두 번, 세 번으로 계속되면서 자꾸 어색하여 늘 마음에 걸린다. 지극히 보편적이요 평범한 객담이요, 술김에 떠벌리는 허튼 소리가 분명하다싶어 바꿔본 이름이 나에게는 훨씬 편하게 느껴지며, 뜻으로도 지당하다고 여김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1-09
    어제는 입동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화창하고 맑았던 늦가을 날씨가 입동을 막 지내며 겨울의 문턱에 선뜻 다다른 것 같다. 아직도 해는 중천을 조금 기울었는데, 금방 눈이라도 내릴 듯, 회색빛 하늘은 불투명으로 어둡고 칙칙하며, 물기를 가득 머금은 찬 공기는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1-02
    자연은 변화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며,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한다. 동토에 트인 새 싻이 성장을 거듭하여 드디어 결실의 계절이 되었다.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영겁을 지속하고 있지만, 계속된 무더위에 비의 횟수가 좀 길고 잦으면, 서둘러 조금만 빨리 얼음이 얼고 첫 눈이 내리기라도 하면, 이상 기후라며 호들갑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사위를 둘러봐도 흐르는 시간에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있다면 우리들 기억의 착각이요, 마음안에 조급함이 있을 뿐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27
    우리가 일상 즐겨먹는 먹거리로 술처럼 다양한 경지의 음식은 없을 것 같다. 바람의 속성이나처럼 어데나 때도 없이 끼일려고만 하면 주저없이 끼일 수 있는 것이 술이다. 품이나 격은 도대체 없는, 속성으로 치면 십상 천덕꾸러기인 것이 술이다 싶어 어이 술의 풍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싶은데, 술은 오랜 세월을 풍월주인으로 지금까지 절대 지위를 지켜오고 있다. 풍류도 예사 풍류가 아닌, 詩酒風流요 呑花臥酒와 같은 말로써, 술의 풍류기질은 가장 아름다운 꽃과 시를 동반한다. 최상의 술꾼이란 풍류가 있는, 그래서 얼근히 취한 기분을 모르는 사람은 자격없는 술꾼으로, 애주가는 이처럼 정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술의 정서였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19
    수요일과 토요일, 적잖는 인원의 두 차례 방문으로 지난 주간엔 참 바뻤습니다. 한 팀은 우리 교회내의 장년회라는 나의 소속 그룹인 동료 집사들이었고, 다른 한 팀은 나의 고향 사람들의 바둑 동호회원들이었습니다. 나의 초청이었으며, 인원은 두 팀 공히 십 오륙 명으로 지척의 매우 격의없는 인연들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나에겐 매우 신경이 쓰이는 초청 팀이었습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12
    내가 애주가임을, 특히 막걸리를 좋와함을 “나의 술 이야기1”에서 밝히면서 나의 술 이야기를 몇 차례 더 쓰겠다는 생각을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해오고 있다. 반 세기도 넘는, 그것도 거의 매일을 함께 했던 술과 더불어 지내온 경험담을 꺼리로 삼아 몇 차례는 충분히 쓸꺼리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다른 쓸꺼리가 막히면 그동안 겪고 생각했던 나의 술 이야기를 꺼내어 써먹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10-05
    강형, 이번에도 나 때문에 작업 차질이 많았지. 나에게는 자네의 도움이 고마웠지만, 자네의 일손에 차질이 왔을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해서 전화도 못한 채 며칠을 보내다가 말고, 오늘은 편지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29
    나는 늦깎이 일자리로 황혼 창업의 준비중임을 알리는 글을 앞서 쓴 적이(위클리 18호) 있습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수유너머 위클리”에 맨 먼저 알리겠다는 약속을 그 때에 분명히 밝혔음도 기억합니다.. 늦었지만 오늘은 그 약속, 황혼 창업 이후의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준비와 더불어 시작한 일이 그동안 그럭 저럭 진행되고 있어, 아직은 말처럼 그럭 저럭입니다만, 크게 잘못 되어 후회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차적 사업 “한가로운 여행”에 대한 경험에 비해 어쩐지 좋은 예감의 고무적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14
    여름내내 계속 내리고 있는 비는 참으로 지겹습니다. 높은 하늘아래 맑은 햇빛이 내려 쪼이면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랐던 작물들의 결실이 탐스럽게 여물어가는 풍성한 가을이여야 함에도 계속 비만 내리고 있습니다. 금년 내내 떠올리기 조차 싫은 비, 비로 인한 작물 피해와 그에 따른 힘든 작업...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07
    태풍 “말로”가 남해안을 지나고 있다는데, 이 곳은 맑고 쾌청한 날씨입니다. 많은 상처를 남기고간 “곤파스”도 이 곳엔 비만 좀 내렸을 뿐, 조용히 지나가 주어 다행중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전국이 너무 많은 상처로, 특히 농작물과 과일의 피해지역 농가를 생각하면 나만의 무사함이 버거운 마음입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31
    처서가 지나면서 밤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여름철 하지 무렵엔 네 시경이면 벌써 밖이 환해 졌는데, 오늘 아침엔 여섯 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밖이 한 밤중처럼 깜깜합니다. 요즘 계속된 비는 지금도 천둥 번개와 더불어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세찬 비바람에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에 교회를 나서려니 귀찮아 언짢습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25
    올여름 무더위를 한고비 넘기는 어제는 처서였다. 기상대 일기예보에서도 처섯날은 많은 비와 함께 지금껏 기승을 부린 늦더위도 한풀 껶이겠다고 했다. 계절의 질서는 어김없다 했더니, 비는 틀림없이 많이 내렸지만 더위는 여전이다. 처서는 농사꾼에게 의미있는 중요한 절기이다. 이 날을 중심으로 가을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겨울 준비로 가을이면 꼭 해야할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것은 김장이다. 그 김장용 무, 배추는 처서를 두고 전, 후 5일을 기준하여 심는다. 또한 씨를 뿌리는 일은 이것으로 마지막 끝내기가 되는 것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17
    탁주와 더불어 반 세기 나는 술을 많이는 마시지 않지만 아주 애주가이다. 특히 탁주인 막걸리는 거의 매일 한 잔씩은 들고 있다. 저녁 식사와 더불어 한 잔의 막걸리는 나의 좋은 동반자로써 거의 반 세기를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집에는 항상 막걸리가 준비되어 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8-10
    일상생활에서 “바쁘다”는 단어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대인들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일이 있어 바쁜건지, 마음이 바쁜건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주위의 모두들, 바빠 죽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이요 성화이다. 별 볼 일이 없을 듯 싶은 사람들도 바쁜 일상엔 거의 예외가 없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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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 여강만필의 필자로 계시는 김융희 선생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함께했던 멤버들은 병권, 은유, 단단, 꼬기, 그리고 유나, 서형으로 모두 수유너머R의 식구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갔던 것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도 안 납니다. 별로 바쁘게 살았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리 돼버렸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그것도 산 좋고 물 맑다는 강원도 연천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껏 부풀었더랬죠...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7-21
    실용과 편의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낮은 곳을 골라 조심스럽게 흐르는 물길은 강 줄기가 구불거려서는 안 된다며 똑바로 흐르도록 전국의 강들은 정비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적당히 오르내리며 때로는 굽이도는 신작로 역시 똑바로 곧아야 한다며 산을 자르고 뚫는 토목공사로 온 국토가 갈려 찢기고 있는 요즘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7-14

    농사꾼 마음의 이해를 바라며…

    여름을 접어들면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집에도 벌써 가까운 이들이 몇 차례 다녀갔다. 방학이 시작되고
    본격 휴가철이 되면 방문객도 늘고 더욱 바빠질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는 한촌인지라 계절의 혜택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산나물이 나는 봄철엔 나물 채취로, 밤이 익어 떨어지는 가을이면 밤 줍기를
    위한 인근 도회의 꾼들이 잠깐 나들고 있으나, 본격 여름철이면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7-07
    같은 식물이지만, 우리에게 유익하며 먹이가 되면 농작물이 되고, 유해하며 무익하면 잡초가 된다. 또한 그 기능이 애매하여, 약초로 쓰인 식물이 쓰이기에 따라 독초로 변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홀대를 받지만, 다른 곳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애용되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우리 인간과 식물은 생사를 함께하는 절대적 관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6-30
    우리의 판소리나 대중가요 음악회에서는 전혀 아닌 순수 음악회를 관람하면서 늘 이해 못한 나의 아쉬움이 있다. 음악은 듣고 감동하며 즐기는 것이라면 어떤 격이나 룰에서 좀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이면 안될까? 판소리 굿판에서 추임세나 가요제에서 환호처럼, 음악회에서도 음악가의 열창이 있다면 관객의 감동도 함께 했으면 하는데...무지의 소치려니 소양도 부족하고 경망스런 나는 도대체 힘겨워 때로는 엉뚱한 실수로 나를 당황케하는 관람 분위기의 적응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6-16
    요즘 참 바쁨니다. 뚜렷하게 잡히는 무엇도 없이 허우적 거리게 바쁨니다. 오늘도 사당역 부근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다녀 옵니다. 오래전에 정해진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부랴 다녀옵니다.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는 다행히 빗나가 날씨는 햇빛이 납니다만, 이삼 일후면 장마가 시작되겠다는 예보가 내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합니다. 손 봐줄 야채들 생각으로 더욱 조급해 집니다.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6-09
    사십년 전 단골집을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10년이 넘어서야 들렸습니다. 낙원동 뒷골목에 있는 구멍 식당으로 “해물 칼국수 집”입니다. 그 식당은 좁은 공간에 칼국수만 팔고 있는 헙수룩하여 전혀 볼품은 없지만, 옛부터 신문 잡지에도 소개되었고, 언제나 손님이 넘쳐나는 집이었습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6-02
    삼 년 전이었습니다. 하동 매화마을의 친구가 매화나무를 보내 왔습니다. 집을 지었다는 소식에, 홍매화 세 그루에 청매화 두 그루를 보내 주었습니다. 한 그루는 욕심낸 친구에게 선물하고 네 그루는 터를 잡아 대충 심었드랫습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5-25
    화창한 봄날, 연구소 가는 날을 접고 잠깐 야유회를 다녀왔다. 모처럼 나들이로 한강변은 초록빛 자연에 마음이 상쾌하다. 잘 정비된 도로, 벌써 두물머리 양평 양수리에 있는 “세미원”이다.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5-19
    나이가 점점 들면서 함께 느는건 손자녀들 뿐이다. 자식들이 벌써 어버이가 되어 그들의 식구들도 십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전혀 가족이 늘었다는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나보다는 자식 손자들이 훨씬 더 바쁜 것 같다. 언뜻 언뜻 생각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5-12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법 혼잡한 여섯 번째 쯤 칸에 탔다. 어지간히 혼잡한데도 앞 칸에서 계속 승객들이 건너오고 있다. 문이 열리면 아주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지독한 악취가 찬 공기와 함께 몰려와 숨쉬기 조차 고통스럽다. 그 때마다 빨리 문을 닫으라고 여기 저기서 고함이다. 영문 모른 나는 어리둥절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4-28

    나는 지금 작은 한 점의 그림 앞에 전율한다. 얼핏 보면, 우리 산하의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린, 10호 크기의 유화이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자세히 보면, 한적한 시골의 모습이 변형으로 왜곡되어 있고, 실경과 색체도 조작된, 예사롭지 않는 그림이다.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4-21
    유난히도 변덕이 심했던 지난 겨울이었다. 눈도 자주 많이 내렸고(엊그제도 강원 어디선 눈이 내렸다) 변덕에 혹한이 늦게까지 꽃샘 추위로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날씨 변덕이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이상 기후라며 호들갑들이다. 어떻든 지겨운 추위가 싫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4-14
    본격 건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누구나 없이 관심이 많은 건강이다. 역사 이래 건강이 중요치 않는 때가 있었겠는가마는, 요즘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태도는 그 어느 때 보다 유별난 것 같다. 현대인의 건강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자연과 환경의 오염과 파괴는 날로 심각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 우주적 재앙이 염려되고 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4-07
    수유너머의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프로그램들, 드디어 노령층에게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강좌가 개설되었다. 이름하여 6080세대를 위한 고전학교. 지난 18일로 제4기를 성황리에 끝내고 제5기가 4월 8일부터 시작된다. 제4기에서는 조선 후기의 실학파들,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청장관 이덕무. 이옥. 초정 박제가의 소품문을 채운선생의 열강으로 공부, 드디어 종강 리포트를 제출하고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 감상으로 즐거운 강좌를 마쳤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3-31
    몸의 불편으로 며칠을 꼼짝없이 엎치락거리며 지냈다. 의사는 크게 우려할 중병이 아니라지만, 견디기엔 고통이 너무 크다.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먹고, 만나도 보고, 걷기도 하고, 여러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3-24
    설이 지나고 우수도 넘겼으니 멀지 않아 봄이 오겠다. 유난스러운 혹한에 봄 소식이 더욱 간절하다. 귀성객들의 나들이로 전국의 고속도로는 전쟁터 같다. 이같은 교통 상황을 매스컴은 계속 생중계이다. 별난 혹한에 폭설도 잦은 올 겨울의 기후 탓인가.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3-17
    늦가을인데 벌써 냉이가 무리져 쑥쑥 잘 자랐습니다. 두어 달이나 빠른 하늘의 봄, 천기를 받고 자란 냉이입니다. 성급한 놈은 벌써 꽃대를 세우고, 햇빛이 든 곳에선 붉은 색 음지에선 진초록으로 잘 자랐습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3-10
    나는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며 서울을 다닌다. 칠십 킬로가 채 안된 거리인데도 두어 시간이 더 걸린다. 이처럼 먼 길을 오가는 나의 서울 나들이에 대한 남들의 동정어린 말도 듣고 측은지심의 눈총을 맛보기도 한다. 아무렇치도 않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결코 아니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