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Releases

  • 편집자 in Weekly 2010-02-24
    | 편집자의 말 | 대학 교수들에게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도쿄의 블랙리스트회 _ 블랙리스트회와 친구들
    등록금 ‘갚아야’ 하는 이 더러운 세상! _ 죠스
    누가 대학을 점거했는가 _ 고병권
    전선인터뷰: 내 나이 스무 살에 벌써 빚쟁이라니 – 금강산 _ 은유 | 수유칼럼 | 저자와 독자, 출판사는 만나야 한다 _ 유재건 | 매이데이 | 에일리언 2: 매이와 촛불 _ 매이 아빠…
  • 보통 우리는 하루의 얼마만큼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고 있을까? 이 시간은 가장 가치 있고, ‘유일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위한 사적(私的)인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니체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자는 노예라고 구분 짓고 있다. 노예적 상태의 사람이라는 것은, 그가 아무리 많은 자본을 독점하고 있더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
  • 처음부터 끝까지 귀로만 듣게 되는 책이 있다. 신명조체의 활자가 한순간에 저자의 목소리로 변해 귀에 박히는 책. 저자와 약간의 일면식이라도 있거나, 그 자신의 문체만큼이나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쓴 책이라면 더 그렇다. 윤구병의 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칼칼한 선생의 목소리가 쟁쟁 울리고, 그때마다 변산 공동체의 명랑, 왁짜, 싱싱한 풍경들이 활짝 피어난다. ...
  • 한 독자가 제보를 했다. 그린비 다섯 권 모두가 ‘다음’의 한 카페에 PDF파일로 통째로 올라와 있다고. 카페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기가 막혔다.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내려받기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이름하여 디지털 시대정신, 유비쿼터스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했다. 30대 초반의 영어학원 강사였다. ...
  • 드디어, 결국, 마침내 금서령이 떨어졌다. 앞에 거창한 수식어를 사용한 까닭은 사실 머지않아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감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도 아닌데 웬 금서령이냐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금구매서령(禁購買書令)이라 해야겠다. 이런 상황이 닥친 것은,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아들 녀석의 책상 위에 얌전히 놓인 지난 달 카드 사용 내역서를 봐 버렸기 때문이다. ...
  • 두 영화의 공간은 낡은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공간을 구획하여 최대한 사생활이 보장되도록 격리된 수 십 개의 동일한 주거공간을 만들어낸다. 우리 집과 똑같이 생긴 거실에서 누워 똑같은 위치의 TV를 보겠지만,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알고 싶지 않다’. 아파트는 ‘알고 싶지 않은’ 욕망이 축조된 공간으로, 그곳에서 타인과의 조우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일이다. ...
  • 학금 블랙리스트화를 멈춰라! 학비를 무료로! 학생생활비를 보장해라! 학생에게 임금을! 이런 요구를 하면서 <블랙리스트 회>는 활동해 왔다. 이 운동체가 생긴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그 전달(2008년12월)에 JASSO(일본학생지원기구)가 장학금 반납[상환] 체납자를 1400개 남짓한 금융기관에 보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그 계기였다. 이는 곧 장학금 반납 체납자를 블랙 리스트화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
  • 금강산(22)은 겨울방학 동안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10시부터 12시까지 한 타임 듣는다. 학원이 끝나면 12시부터 4시까지 카페에서 숙제를 한다. 세미나 관련 책 읽기나 글쓰기 등. 어떤 날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후 다섯 시 반에 귀가해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렸다가 같이 저녁밥 해먹고, 드라마 한 편 보고, 그리고 영어단어 좀 외우려고 책을 뒤적거리다가 잠이 든다. ...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유시버클리(UC Berkeley), 유시엘에이(UCLA) 등 ‘유시(UC)’ 계열이 모두 여기 소속이다. 그런데 작년 11월 유시버클리와 유시산타크루즈에서 미국 대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학생들의 건물 점거 투쟁이 일어났다. 등록금 인상이 그 발단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대학지원 예산을 6억3천7백만 달러나 삭감했다. ...
  • <위클리 수유너머> 5호 특집 주제는 ‘대학 등록금’입니다. 비싼 등록금이 가난한 이들을 배움의 장에서 내쫓고 있습니다. 고등교육에 들어갈 학비를 내려줄 생각은 죽어도 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등록금을 내리느니 싼 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건데요. 대학은 등록금 올려받고 정부는 이자받고 빌려주고. 무슨 짜고 치는 사기꾼들 같습니다. 서민들의 피를 빠는 사채업자들 광고 있지 않습니까. ‘싼 이자 묻지마 대출’, ‘나중에 돈 생길 때 갚으면 돼요’. …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2-24
    나의 화장대 세간은 단출하다. 스킨과 로션, 영양크림, 비비크림 정도. 가끔 아이크림이나 향수도 끼어있다. 입국자들에게 선물 받은 건데, 끝까지 써본 적이 없다. 성의가 고마워 간직하다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고서야, 그것들은 쓰레기통에서 서글픈 최후를 맞이했다. 그래도 아이크림은 사용률 50%를 상회한다. 향수는 거의 0%다. 그런 내게, 재작년에 업무관계자가 향수를 선물했다. ...
  • 난 백수다. 가끔은 문필하청업자 노릇도 한다. 둘째 놈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해리포터를 찜쪄 먹을 수 있는 대작을 터뜨려서 인생이 한 방이라는 걸 보여주라고 성화지만, 그건 너무나 먼 세상의 이야기라……. 그냥 산다. 설렁설렁 건들건들. 마흔을 훌쩍 넘겨 깨달은 건, 살아 보니 내 욕심껏 세상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게 제일이라는 거 ...
  • 세뱃돈을 꼬박꼬박 받던 시절, 명절 한 번 세고나면 큰댁에서 얻어온 부침개와 나물들, 선물로 들어온 과일들이 집안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명절 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흐뭇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지요. 하루 이틀정도 먹다가 실수로 냉장고에 넣지 않은 나물은 쉬어버리고, 부침개들은 맛있는 것만 다 빼먹고 맛없는 것들은 냉동실 한켠에서 빙하기를 맞이하고, ...
  • 오랬동안 미술계를 전전하다보니 많은 만남이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좀 다른 삶을 지향하는 작가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고 그들과 어울려 사는삶속에 내 인생도 같이 흘러 비슷해져 가고 있습니다. 어떨때는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들도 있고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기도 해가며 서로의 이상과 작업세계가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고 때론 흩어지기도 합니다. ...
  • 대학 등록 시즌이 돌아왔다. 이 맘 때면 신00여사는 내가 내미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이렇게 소리치곤 했다. “등록금 낸 만큼 뽕을 뽑아라! 아니 그 2배로 공부해라! 돈 아깝지 않게!” 대학원 진학 후 더 이상 신여사께 등록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이제는 매 달 은행이 나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낸다. “0월 0일 학자금 대출 이자 출금일입니다. 통장 잔액을 확인해 주십시오.” ...
  •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2-24
    오늘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잡설 하나 풀고 가기로 하자.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비는 소원 중 하나가 뭐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이쁜 여자 만나게 해주세요(ㅡㅡ;)..뭐 이런거도 있겠지만, 그래도 딴에는 세속적이지 않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소박한 희망 중 많은 것이 ‘올 한해 건강하게 보내게 해주세요’일 것이다. ...
  •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들이미는 행위는 남의 일상에 갑자기 작은 파란을 불러일으킨다. 그 파란은 서로 간에 웃음으로 번질 수도 있고, 상대의 주뼛거림이나 불편한 표정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찍고 찍히는 사이에 그렇듯 알게 모르게 의미가 교환될 테지만, 대개 그 의미는 찍는 쪽이 결정하거나 적어도 보존한다. 글로 쓰는 일과 달리 사진은 사진찍는 내 행위를 상대가 눈치 채기 쉽다. ...
  • 인간 에일리언은 뱃속에서 나오고 나서도 오래 동안 엄마 몸에 달라붙어 있다. 젖을 빨고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때로는 바다 달팽이의 기생충처럼 숙주가 전에 없던 행동을 하게 만든다. 2008년 5월 이 에일리언들은 집에만 있던 어미를 광장과 가두로 뛰쳐나오게, 그래서 광우병 원인물질의 유입을 저지하는 싸움에 앞장서게 만들었다. 촛불시위의 배후에는 에일리언이 있었다. ...
  • 일본에서 첫 이사를 준비 중이다. 이것이 참 성가시다. 값싼 곳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외국인 등록증, 소속기관 증명서, 일본인의 보증이 필요하다. 나는 명확하고 예의바른 일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연수입을 적는 란 앞에서 엉거주춤하고 있자 옆에 있던 친구는 말했다. "그냥 많이 적어요!" 집에 돌아와 일본인 선생님에게 보증인을 부탁하는 정중한 편지를 썼다. ...
  • 편집자 in Weekly 2010-02-17
    | 편집자의 말 | 만국의 가난한 이들에게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거리에 고미니티(ゴミ쓰레기+community코뮨)를 _ 신지영
    도심속 공동주거실험 2년 ‘빈집’ – 아규, 김디온 _ 은유
    <앞산展>(김지현, 2009) _ 변성찬
    요한계시록과 화엄경이 만난 종교영화 <빈집> _ 황진미 | 수유칼럼 | 글리벡 약가 인하 취소 판결, 또는 옵션이 된 생존권 _ 최진석 | 매이데이 | 에일리언과 함께 살기 _ 매이 아빠 | …
  • 만국의 가난한 이들에게

    “혼자 살 건지, 함께 살 건지의 문제입니다.” 이번 3호 <전선인터뷰>를 위해 ‘빈집’을 찾았을 때, 아규씨가 한 말입니다. 제가 물었거든요. 당신한테는 집이 무엇이냐고. 웬 동문서답인가 싶었는데, 어쩐지 그 말이 묘하게 저를 사로잡습니다. 집만이 아니겠지요. 세탁기도 그렇고, 냉장고도 그렇고, 책상도 그렇고. 혼자 쓸 건지, 함께 쓸 건지 생각해보라는 건데요.

    혼자서 오래 넓게 누리는 게 불가능한 빈자들은 결국 함께 …

  • 편집자 in Weekly 2010-02-10
    | 편집자의 말 | 만국의 가난한 이들에게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도심속 공동주거실험 2년 ‘빈집’ – 아규, 김디온 _ 은유
    <앞산展>(김지현, 2009) _ 변성찬
    요한계시록과 화엄경이 만난 종교영화 <빈집> _ 황진미 | 수유칼럼 | 글리벡 약가 인하 취소 판결, 또는 옵션이 된 생존권 _ 최진석 | 매이데이 | 에일리언과 함께 살기 _ 매이 아빠 | 영장찢고 하이킥 | 20대 …
  • 2호에서는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커피를 볶아볼까 합니다. 키보드 자판으로 ‘커피’라는 단어만 적었는데도 코 끝에서 커피 향이 나는 듯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알갱이는 원래 푸른색입니다. 로스팅 작업을 거쳐서 갈색으로 된 것을 갈아서 마시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커피가 원래 푸른색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마시는 커피를 ...
  • 제주 거리예술제가 진행되며 이어진 문화유목민의 여정은 그동안 시골에서 공연등 문화생할에 소외된 주민들과 마을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유랑극단처럼 공연도 하고 마을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즐겁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록 적은 관객이 모이더라도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마을과 마을을 걷고 이동하며 모두가 텐트에서 야영생활을 해야하므로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
  • 수업시간이다. 아이들의 표정에 지루함이 담긴다. 자신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아이도 눈에 띈다. 뭔가가 필요하다. 오늘은 어떤 책으로 아이들을 깨어나게 할까? 그래, 차윤정 선생의 을 소개하자. “얘들아, 내가 퀴즈를 낼 테니 맞춰봐!” 아이들의 눈이 열린다. 귀를 쫑긋 세운다.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는 하지만 덩치만 컸지 역시 아이들이다. ...
  • 1월 1일 모 일간지 일면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2000원에 주인 되는 집! 주거난에 허덕이는 이들을 단박에 유혹하는 이 제목은 서울 용산2가 해방촌에 있는 대안적 주거공동체 ‘빈집’을 소개한 기사였다. 빈집은 하루 2,000원 이상의 분담금만 내면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일종의 게스츠하우스(Guests' house)다. 하루를 묵는 것도 몇 달을 머무는 것도 자유다. ...
  • 1월 22일 ‘글리벡’의 약값 인하를 취소하라는 서울 행정 법원 행정3부의 판결이 나왔다. 글리벡은 1일 1회 복용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희소 의약품으로, 스위스 노바티스사에서 개발하여 2001년 미국 식품 의약국 안정청의 승인을 받으며 국제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백혈병 치료를 위한 만족할 만한 대체 의약품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
  • 김기덕의 영화가 종교적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혹자는 때 ‘폭력에서 종교’로 변절한 것 아니냐며 휘둥그레했지만, 이나 도 이미 충분히 종교적이었다. 단, 여기서 ‘종교적’이라는 단어는 ‘현실 종교적’이라는 협의가 아니라, ‘종교의 원형질’에 가까운 광의로 이해해야 한다. ‘종교의 원형질’이란 이를테면 ...
  • <불신지옥>에서 짧지만 강렬한 공포를 안겨주는 인물로 경비원을 꼽을 수 있다. “월남전...베트콩...빨갱이 새끼...재수 없고 요망한 년...십창을 내어...삼청교육대...서울대 나온 놈이 내 앞에서 벌벌벌....” 등의 섬뜩한 언사를 자기도취 상태로 내뱉는가 하면,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태도를 보인다. 또 희진의 환상 속에서 누워있는 희진에 올라타 다리를 긁어대는 ...
  •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서, 2차선 도로로 40분을 달리면, 지르매재 넘어 내촌면이다.” 영화는 강원도 산골 마을의 한적한 모습과 그 위로 들려오는 감독의 푸근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짧은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그곳엔 지어진지 50년이 넘었고, 언젠가부터(정확히 말하자면, 날아온 씨앗이 싹을 틔워 작은 나무가 되는 세월 동안) 마을의 비료창고로 쓰이고 있었으나, ...
  • 는 너무 다른 두 ‘날 것’의 이야기다. 크나큰 배고픔 하나밖에 없는 여우 씨는 숲속 호숫가에 홀로 앉아 있는 엄마 오리를 보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그럴듯한 허울을 붙이기는 하지만, 속이야 뻔하지 않은가! 대책 없는 엄마 오리는 자기만 살겠다고 제 새끼(알)를 남겨둔 채 줄행랑을 치고, 여우 씨는 알과 친구가 된다. ...
  •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2-10
    이제 아침까지 먹었다. 이제 출근이건 등교건 밖으로 나갈 준비들을 하겠지? 일단 꽃단장부터 할 것이다. 뭐 요즘에는 남자들도 꽃미남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더라도 컬러로션은 기본으로 바르는 세상이니. 어떤 화장품 카피에서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고 말하던데, 이 말 진리다. 피부는 겉으로 들어나 있을 뿐, 우리 몸 바깥이나 안이나 모두 피부인 것은 마찬가지다. ...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누대로 이어진 이 상투적인 질문 따위는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하고 말았다. 아무리 지적인 사람도 연애를 하면 상투적이 된다. 애기 목소리를 흉내 내게 되고, 온갖 유치한 감정놀이와 판타지에 몰입하게 된다. 자식과의 초기 관계는 확실히 연애 관계이다. 판타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연애관계다. ...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2-10
    우리가 조직을 이탈해 첫 만남을 가진 날, 대화의 주제가 '첫사랑'이었다. 신천역 새마을시장 포장마차. 그는 첫사랑의 여자와 7년 연애 끝에 헤어졌으며 독신으로 살거라고 말했다. 사랑하던 여자가 부모의 의견에 따라 다른 데로 시집을 가버렸으니 혼자 살면서 지순한 사랑을 지키고 싶은 눈치였다. 좀 귀엽기도 하고 참신했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편하고 커피보다 술이 더 좋았던 나는 ...
  • 대마다, 처한 위치에 따라 사람과 모든 사물이 타고난 바를 해석하는 척도가 달랐다. 특히 고대인의 척도에서 보는 마땅히 해야 할 바는 기독교적인, 혹은 헬레니즘 시대 이후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고대 희랍인(그리스인)들에 있어서의 선악(善惡)에 대한 판별을 그 중의 한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에게 선에는 선, 악에는 악으로 갚을 힘을 갖고 있고, 실제로 복수할 수도 있으며 ...
  • 멕시코시티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오른 것은 네 번째다. 미국을 경유한 비행기는 늘 밤 시간에 도착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는 바깥 세계의 어둠들. 창에는 바깥 풍경 대신 내 얼굴이 비친다. 또 왔구나. 오랜 비행시간에 초췌해진 얼굴을 보며 말한다. 우웅 … 귀를 가득 메우는 비행기 실내의 소음은 내면의 대화로 들어가는 적절한 정막이 되어 준다.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2-03
    위클리 수유너머 창간파티 성황리 개최 “온갖 섞여 사는 이야기 담길 것”

    필진 및 하객 50여명 첫출발 축하

    ‘위클리 수유너머’ 창간기념 오픈파티가 따뜻한 성원과 관심 속에 치러졌습니다. 지난 1월 31일 수유너머R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필진 및 외부인사 50여명이 모여 ‘위클리 수유너머’의 힘찬 첫걸음을 축하해주었습니다. 먼저 위클리 수유너머를 기획한 고병권 편집장이 창간 취지 및 제작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온갖 …

  • 편집자 in Weekly 2010-02-03
    | 수유칼럼 | 그 어떤 ‘혁명’보다 위대한 것은 오늘의 ‘일상’이다 _ 최정은 | 매이데이 | 매이와 몽이 _ 매이 아빠 | 돌에 새긴 이야기 | 도명(道明), 지나침과 모자람을 넘어서기 _ 고윤숙 | 달팽이 공방 | 만두를 빚다 _ 졸린 달팽이 | 백수 건강법 |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기 2 _ 담담 | 책빵 | 배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 _ 김대경…
  • 2009년 두 편의 공포영화 <불신지옥>과 <독>은 공통점이 많다. 형식의 측면에서 과장된 세트가 아닌 일상적인 현실의 공간을 무대로 삼으며, 자극적인 시청각 효과가 아니라 서사와 심리를 통한 공포를 추구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내용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두 영화의 중첩된 문제의식을 키워드로 요약하면, 개신교, 아파트, 소녀, 계급이다. 이상 네 가지 키워드는 ...
  • 어떤 일이 실재하는 것으로 그것은 정당성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합법성이 부여된다. 또 다르게는 어떤 생각 혹은 판단하는 바가 즐거움을 주면, 그것은 참된 생각이며 그 결과 또한 훌륭하다고 여긴다. 이에 근거하여 그 생각 자체도 또한 훌륭하고 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듯 효용적인 면에서 즐겁거나 좋은 것이라는 ...
  •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려는 달팽이들의 옴팡진 계획은 예년에 비해 몸서리치도록 매섭게 다가 온 겨울 한파 때문에 무산되어 버렸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강릉에 가서 바닷가를 거닐며, 횟집에 들러 모처럼 회식도 하고, 눈썰매도 타고 커피거리도 거닐며 시간을 보내자던 꿈같은 계획은 결국 햇살이 좀 따스해지는 3월로 미뤄졌다. ...
  •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그동안 평범한(?) 교사로 살아오던 나에게는 좀 색다른 한 해가 될 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부과된 것도 그런 색다른 경험 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부담감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주는 기대감에 은근히 배가 부르다. ...
  • 예전에 아내가 어떤 분의 강의를 듣고 와서 그분의 우스갯소리에는 뿌리 깊은 남근중심주의가 있다며 불쾌해한 적이 있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상품가치가 노동 시간으로 계산된다면서, 그런 식이라면 ‘아이’의 가치는 5분여의 섹스시간으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비꼰 것이다. 그분은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남자의 사정(射精)을 위한 섹스노동으로 생산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
  •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2-03
    자, 지난 번에 이야기한대로 실천들은 하고 계신지? 뭐, 안봐도 비디오다. 그냥 한 번 보고 ‘아 그렇군’ 아니면 ‘과연 그럴까’ 하고 넘어들 갔을거다. 뜨끔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내일 아침부터라도 다시 시작하자. 3*7일, 즉 21일을 넘기는게 중요하다. 습을 바꾼다는 것,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는 전에도 말했듯이 단지 정보로서의 지식이 아니라, ...
  • 경기도 화성시 동탄쪽에 자리잡은 깊은 골짜기 목리란 마을에 2002년부터 독지가의 도움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회화,조각,판화)이 이곳에 터를 잡아 각자의 영역에서 수많은 작업과 독창적인 작업세계로 미술계에 주목을 받고 명성들을 쌓았습니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작가들이 있었지만 터주대감 역할을 하는 조각가 이근세씨 작업장 “화성공장”이 있고 ...
  •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은 전사자의 묘지이다. 광장에 가지런히 세워진 검은 석제 묘비는 한자 한자 전사자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광장 뒤편의 기념비는 일본의 각 도시·부·현 단위로 전몰자를 위령하고 있다. 찬찬히 비석들을 훑어본다. 일본인만이 아니라 적국이었던 미군 병사의 이름도 눈에 띤다. 전쟁의 역사를 뒤로 하여 민간인과 군인 전사자의 이름이 국적을 불문하고 함께 새겨져 있다. ...
  •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 한의대 가볼까?” 이 친구는 공대를 나왔고, 지금 잘 나가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도 제법 잘 벌고 있다. 이유 없이 배알이 꼴려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돈 좀 벌어볼라고?” 그러자 친구가 그건 아니라고 얼굴이 새빨개지며 항변한다. 지금 한의사가 포화상태라 한의대 나온다고 무조건 돈 잘 버는 게 아니며, 개업할 수 있는 ...
  • 해마다 연말이면 늘 그렇듯이 많은 시상식들이 열린다. 2009년의 연말 시상식, 그 중에서 내가 관심 있게 본 것은 예능부문의 시상이었다. 각 방송사마다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리얼’, ‘야생’, ‘도전’ 이라는 타이틀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웃음을 보여주는 컨셉이다. ...
  • 이따금 생각지도 못했던 귀한 선물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찔끔 나는 선물. 얼마 전 받은 귤 한 박스가 꼭 그랬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아 껍질이 무지 두텁고, 까만 점이 곰보처럼 박힌 귤.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욕심에 주인집 밭에 가서 하루 종일 귤을 땄더니 허리가 꽤 아프더라고, 이제 나도 다 된 것 같다고 소녀처럼 깔깔 웃으시던 선생님이 생각나서 ...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2-03
    "내가 어떻게 너를 낳았을까. 태어나줘서 고마워~" 딸아이만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고장난 벽시계에서 뻐꾸기 튀어나오듯이 수시로 나오는 말이다. 그러면 딸아이는 즉각적으로 화답한다. "괜찮아. 어차피 엄마가 낳았으니까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114 안내원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매번 같은 대사가 나온다. 고 작은 입에서. 그걸 지켜보는 아들은 '둘이 잘한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