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5월

Releases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5-26
    작년 여름까지 매주 월요일 점심때면 아버지가 오셨다. 빈 반찬통이 들은 가방과 아이들 과자를 한보따리 들고 오신다. 그러면 나는 일주일치 밑반찬을 만들어서 빈통에 담아 드렸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뭐 별거 있을까. 멸치나 북어를 볶은 마른반찬 한 가지, 삼색나물 중 두어가지, 오뎅이나 두부조림, 불고기나 오징어볶음 같은 단백질류 등등이다. 일요일에 준비하거나 월요일 아침에 허겁지겁 준비하는데, 그 시간이 한없이 우울하다. ...
  • 17호 (0)
    편집자 in Weekly 2010-05-26
    | 편집자의 말 |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전선 인터뷰 – Stop Crackdown! 끝나지 않는 나의 노래 _ 은유
    이상한 나라의 이주노동자 _ 죠스
    축복받은 땅, 버마의 아픈 역사 _ 뚜라
    아름다운 고통 _ 소모뚜 | 수유칼럼 | 아버지가 늙는다 _ 최정은 | 매이데이 | 부정의 쾌락 _ 매이 아빠 | 여강만필 | 문학의 고향 _ …
  • 얼마 전에 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내용은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입니다. 여자들은 지방 일을 해야 해서 남자들처럼 밖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없고 또한 밖에 나가서 일을 하게 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서도 집안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
  • 독립영화 작가들의 모임인 ‘인디포럼 작가회의’가 매년 개최하는 영화제인 ‘인디포럼’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이며, 독립영화라는 정체성을 지닌 최초의 영화제입니다. 1996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인디포럼 2010’이 2010. 5. 27(목) ~ 2010. 6. 2(수)까지 7일 동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립니다. * 인디포럼(http://www.indieforum.co.kr)이 위클리 수유너머 독자분들에게 초대권을 드리고자 합니다(선착순 1인 2매, 10명. 아래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문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은 적이 있었다. 미련퉁이 같은 여자. 사랑도 고행처럼 하는 여자.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여자. 서영은이 그려내고 있는 속 그녀, 문자는 내가 읽었던 여느 소설 속 주인공과는 너무도 달랐다. 너무 어수룩하고 너무 평범해서 어디서건 불현듯 마주칠 것만 같았고, 그럼 단박에 척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1주기였죠. 비가 오는 중에도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추모 공연을 다녀왔더군요. 엊그제 위클리 수유너머에 <밍글라바 코리아>를 연재 중인 소모뚜씨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요. 소모뚜씨도 거기 있었나 봅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보고 있던 그는, 사실 무대에 있어야 했던 사람입니다. 주최측에서 소모뚜씨네 밴드, ‘스탑크랙다운’에 공연요청을 한 모양입니다.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거절했다고 하네요. 대신 늦은 시간까지 비를 …

  • 사람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그저 세월에 몸을 맡긴다는 것 외에도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음을 뜻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늙어도 나의 부모는 늙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 늙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내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아버지가 늙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 이번학기가 대학교 졸업학기인 나는 학교에 가기보다는 주로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연구실에서 빡쎄기로 유명한 콜레기움과 DNA등의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3개의 일반 세미나와 빵집 워크샵을 하고 있었던 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3월에 끝나는 것들이었고, 5월 한 달간 교생실습이 잡혀있던 나는 4월에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작할 수 없게 되었다. ...
  • 2008년 이맘 때, 우리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소리높여 외쳤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대통령은 촛불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시 5월을 맞아 촛불들이 일어날까봐 두려운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2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6월 2일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선거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며 결의를 모은다. 과연 우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후퇴한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 있을까? ...
  • 저는 파트타임으로 중학생 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몇 번을 설명해도 머리를 갸우뚱하는 얘들을 상대하고 있죠. 하루는 중2 얘들에게 문제 풀이 숙제를 왕창 내줬습니다. 그랬더니 넉살좋은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그러시다가 나이 마흔에 스물여덟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랑 결혼하실거에요.” 마치 저주라도 내리는 표정으로 음흉하게 저를 쳐다보면서 말이죠. ...
  • 현재 버마의 정식 국명은 미얀마연방이다. 하지만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고 ‘버마’라는 국명을 고수하고 있다. 미얀마라는 국명은 1988년 8월 8일에 발생했던 이른바 8888민중항쟁을 유혈 진압한 군부가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버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버마행동한국(Burma Action Korea)’대표 우 뚜라(U THURA)씨의 ‘버마 혹은 미얀마 이해하기’ 를 싣는다.
  •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안 가느냐, 깡충깡충 안 뛰어서~” 취침 전 침대 쇼에서 매이가 이상하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를 ‘안 부정문’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다. ‘안’자를 여기 저기 넣어보면서 까르르 웃는다. “곰 세 마리가 안 한 집에 있어, 안 아빠곰~ 아빠곰은 안 뚱뚱해~” “매이야, 왜 그래? 이상해!” 하니까, 매이는 “안 이상해” 하며 또 까르르. ...
  • 오래전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을 하는 박이창식쌤과의 인연으로 만난 춤꾼들이 있었다. 분야는 틀렸지만 서로의 예술적 끼와 추구하는 방향이 같았기에 의기투합해 서로가 필요한 역할과 도움을 주고 박쌤이 기획한 여러공연에 참여해 매번 다른 이미지의 몸짓을 선보였다. 춤을 출때면 어떤 형식에도 매달리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완벽한 호흡에 너무도 멋지고 잘어울린다 싶었는데 두사람은 부부였다. ...
  • 날마다 새벽 2시까지 하얗게 밤을 지우던 그. 노래책을 탑처럼 쌓아두고 손끝 부르트고 목청 터지도록 노래하던 청년 소모뚜. 그는 스무 살에 정든 고향을 등졌다. 부모님과 여동생들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TV가 필요하면 전자제품 가게에 가고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가는 것처럼” 꿈을 찾는 그에게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행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5-25
    화창한 봄날, 연구소 가는 날을 접고 잠깐 야유회를 다녀왔다. 모처럼 나들이로 한강변은 초록빛 자연에 마음이 상쾌하다. 잘 정비된 도로, 벌써 두물머리 양평 양수리에 있는 “세미원”이다. ...
  • 16호 (0)
    편집자 in Weekly 2010-05-19
    | 편집자의 말 | 엥겔스처럼 ‘좋은인연’ 만나려면 _ 은유 | 동시대반시대 | 칼 맑스 -혁명적 삶의 어떤 유형 _ 고병권
    맑스의 코뮨주의적 인간학 _ 박정수
    맑스의 “프랑스혁명3부작 읽기 ” – 민주주의와 공안통치 _ 정정훈
    내가 읽은 < 자본> – 콩나물 버스, 이상한 사회 _ 김해완
    내가 읽은 < 자본> – 자본론에서 말하는 소비의 문제 _ 지훈
    내가 읽은 < 자본> – 때리고 달아나고 뒤엉키고 _ 쿠다 …
  • 지금도 간혹 그런 꿈을 꾼다. 시험 보는 꿈. 꿈속에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 시험을 본다. 꿈에서 자주 치르게 되는 시험 과목은 물론(?) 수학이다. 시험지를 보니, 모르는 문제가 절반 이상이다. 정신없이 풀다 보니, 답안지를 하나씩 밀려 썼다. 시험 종료 종이 쳤는데, 등에서 진땀이 난다. 악몽이다. 휴,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철없이 시험 보는 꿈을 꾸다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험에 대한 강박 관념이 내 무의식 속에 이렇게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남아 있었구나 하는 씁쓸함과 동시에 시험이 주는 중압감이라는 게 얼마나 큰지도 새삼 실감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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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스의 여자관계는 어땠을까. 맑스가 무슨 면벽수행 하는 수도승도 아니고 학자에게 지고지순형 러브스토리를 기대할 이유는 없다. 그저 궁금증의 발로다. 알아봤더니 부인 외에 하녀에게 나은 자식이 한 명 있었다. 맑스의 공식인정은 아니고 여러 정황에 따른 추측이다. 맑스 혼외자식설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맑스가 죽은 후 그 아이를 엥겔스가 돌봐주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들이 났으리라. “엥겔스가 돌봐주는 걸 보니 맑스의 자식이 틀림없군!”

    여기서 맑스와 …

  • “그들 철도 노동자는 보통의 인간이지 신화에나 나오는 장사(壯士)들이 아니다. 어떤 일정한 점에 도달하면 그들의 노동력은 고갈된다. 그들은 무감각 상태에 빠진다. 그들의 두뇌는 사고를 중지하며 그들의 눈은 보기를 중지한다.” 1866년 런던, 배심원 앞에 3명의 철도노동자가 출두했다. 끔찍한 철도사고가 수백 명의 승객을 저세상으로 수송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철도노동자의 부주의’이며, 그들은 지금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
  • 는 광기가 빚어내는 영웅성이 어떤 식으로 체제의 결함을 교묘히 가려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그리하여 영화가 현상 유지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권력과 얼마나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가 사상 최대 관객을 기록한 를 누르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각종 굵직굵직한 상들을 싹쓸이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권력과 쉽게 결합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노동자 파업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도로를 점거한 경찰차와 노동자들 때문에 버스는 그야말로 굼벵이 걸음을 기고, 확성기를 통해 전 시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구호 때문에 머리까지 다 아프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어떤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나도 배웠다. 또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한다. 그러나 요구를 할 때는 ‘대화’라는 아름답고 다분히 평화적인 방법도 있지 않은가? ...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5-19
    나는 시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누구도 행복할 땐 시를 쓰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내가 살만할 땐 시를 읽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서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이 막막할 때 삶에 지칠 때 처방전을 찾기 위해 시집을 편다. 톨스토이의 통찰대로 행복한 사람들의 이유는 대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 오만가지 상처의 사례가 시집에 들어있다. ...
  • 박민규의 소설 에는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한탄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백화점 마트 일을 하는 주인공에게 세상이란 인간다움을 가르쳐주는 이 없고 경쟁만을 종용하면서 등수를 매겨 성공 아니면 실패로 사람을 판단하는 곳이다. 진보적이라고 자신의 성향을 밝히는 사람 중에서도 이러한 성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
  • 자본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자기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존재다. 즉, 노동자는 노동을 할 때 자유롭지 못하다. 좋다.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하고 싶어진다. 노동이라는 생산의 영역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소비의 영역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은가? 소비를 통해 재화를 누리는 것은 즐겁다. ...
  •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5-19
    흔히 ‘진빠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기서 진이 빠진다는 것은 몸의 주리가 열려서 땀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땀이 많이 나는게 뭐 문제될게 있냐고? 흔히 사람들은 땀흘리는 것에 대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땀은 피의 다른 이름이라고 동의보감에도 나와있다. 피와 진액은 모두 수곡의 정미로운 기운에서 나온 것이여서 옛말에도 진혈동원(津血同原)이라고 해서 진액과 피가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5-19
    나이가 점점 들면서 함께 느는건 손자녀들 뿐이다. 자식들이 벌써 어버이가 되어 그들의 식구들도 십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전혀 가족이 늘었다는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나보다는 자식 손자들이 훨씬 더 바쁜 것 같다. 언뜻 언뜻 생각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
  • 고달과 수유너머로 이어진 긴 여정속에 참으로 많은 인연의 끈을 만들고 함께했던 동료이자 절친인 이영섭 작가와의 만남은 다른작가들과의 만남과는 틀린 또다른 의미가 존재했었다. 오래전 첫만남이후 몇해가 흘러 여주 산속에 있다는 소식을 직접 전해듣고 다시만난 이후 작업뿐아니라 서로의 깊이있는 인생고민까지 많은부분을 공유하고 나눴기에.. ...
  • 루소의 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루소는 인간 유형을 자연인과 시민으로 나눈다. 자연인이란 ‘자기 자신이 전부인 사람, 그 사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전체’인 사람이다.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에 반해 시민은 사회라는 전체와의 관계에 의해서 가치가 정해지는 상대적 존재이다. 이는 근대 국가에서 학교가 만들어진 배경과도 일치한다. ...
  • “매이야!” “매이야, 아빠 왔다!”(선생님) “아빠~” 어린이집에서 매이를 데려올 때마다 반복되는 대사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에는 매이의 대사에 다분히 작위적인 한 마디가 추가되었다. “아빠~ 따랑해요” 그리고,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종이컵으로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면서 목에 걸어주라고 선생님이 시켰나보다. ...
  • 요즘 나는 ‘노들 장애인 야학’의 학생, 교사, 활동가들과 함께 푸코 세미나를 하고 있다. 지난주 야학 교사이면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한 분이 푸코의 ‘인간주의’ 비판(‘인간’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면서 탄생한 근대의 지식체계와 통치 권력에 대한 계보학적 비판)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그럼 우리가 장애인의 인권을 주장하고 장애인도 인간이라고 외치는 것도 문제라는 거냐?” 라고 물어왔다. ...
  • 칼 맑스. 인류 역사상 이토록 많은 적과 동지를 동시에 가진 이가 있을까. 그가 죽은 지 1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한국에서 그를 읽는 것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지만(국가보안법 위반자가 그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에게는 ‘이적표현물소지’라는 죄목이 하나 더 추가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이 출판되어 있고, 다른 책들도 간혹 교양필독서 목록에 오르곤 한다. ...
  •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우리는 매일매일 7,80년대 민주화운동이 성취한 성과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적인 언론들과 지식인 그리고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역사를 30년 후퇴시켰다고, 다시 말해 군부독재시대로 우리 사회를 회귀시켰다고 비난한다. 물론 현 정권이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고, 그 양상이 군부독재정권과 갈수록 닮아가고 있지만 현 정권의 성격을 단지 과거로의 회귀, 역사의 퇴보로만 단정할 수 있을까? ...
  • 우리동네는 일주일에 3번 화, 목, 일요일이 쓰레기 버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주로 연구실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별로 많치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쓰레기를 집밖에 내다놓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만들어진 재활용 쓰레기들이다. 과일포장용 스티로폼 통, 비닐 봉지, 두부포장용기와 같이 모아두면 부피가 꽤 되는 것들이다. ...
  • 죽음. 프리다와 디에고, 트로츠키는 모두 코요아칸에서 숨을 거뒀다. 하지만 내게 코요아칸은 생의 이미지로 충실하지 그다지 죽음을 떠올릴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죽음의 장소라는 말에는 차라리 이슬라 네그라라는 곳이 떠오른다. 그곳은 칠레에 있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두 종류의 시를 썼다. ...
  • 프리다 칼로의 화폭에는 트로츠키(Leon Trotsky)의 초상화가 그리다 만 상태로 남겨져 있다. 러시아혁명의 이 위대하고 불행한 혁명가를 프리다 칼로는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트로츠키 생애의 마지막 시기는 추방과 망명의 연속이었다. 그는 1929년 2월 소련에서 추방된 이래 이스탄불에서 4년, 프랑스에서 2년, 노르웨이에서 2년을 보냈다. ...
  •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 되면 생각이나는 작가 한사람이 있습니다. 상처많았던 가슴을 술과 작업으로 토해내고,그 힘겨운 외로움을 안고 살아갔던 작가. 술을 마시면 굽이굽이 이어진 밤길을 걷고 또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이해하기 쉽지않았지만 나중에 작업실에 가서 작품들을 보고 그 행위가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이자 행위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 지난 5월 10일 명동성당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23년 만에 열린 시국미사라고 한다. 비단 명동성당에서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당 두물머리에서, 남한강 여강선원에서, 낙동강 상주에서, 금강선원에서, 그리고 거점화되지 않은 수많은 곳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
  • 월급날 (1)
    오늘 MWTV사무실로 출근하며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월급날노래를 들었다. 오랜만에 우리 밴드의 노래를 mp3로 들어본다. “오~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그 동안 밀린 내 월급을 주세요”라는 가사을 들으니 또 마음이 아프고 답답해진다. “나를 욕한 것을 참을 수 있어도 내 월급만은 돌려주세요.”라는 노랫말에 지난 날 겪었던 일이 영화라도 보는 듯 떠올랐다. ...
  • 15호 (0)
    편집자 in Weekly 2010-05-12
    | 편집자의 말 | 거짓 반성과 정직한 절망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전선인터뷰 – 김상화 36년 낙동강지킴이 _ 은유
    4대강 살리기,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_ 홍덕화
    울음이 타는 강, 낙동강 순례를 다녀와서 _ 김은영
    4대강 순례길을 다녀와서 _ 박카스 | 수유칼럼 | 재난의 사유, 재난의 글쓰기 _ 이진경 | 매이데이 | 아빠는 이등 부모 _ 매이 아빠 | 여강만필 …
  • 거짓 반성과 정직한 절망

    여러분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촛불시위 2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도무지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일갈했다는 뉴스가 포털에 처음 뜬 날, 저는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요즘 검찰과 경찰 개혁도 내세우고, 선거철이 되니 정부가 더 낮은 포복을 하는구나. ‘촛불’ 이야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더니 이제 촛불시위를 언급하며 ‘반성하는 사람이 없음’을 개탄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니. 선거가 중요하기는 하네. 그런 생각을 했죠.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학위 반납해야 …

  • “내가 짝사랑이란 의미를 배운 것은 사람보다 강이 먼저였습니다.” 백발성성한 그가 낙동강에 눈길을 던지며 애틋함을 터놓는다. 하지만 짝사랑의 진짜 불행은 만나고 싶을 때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의 짝사랑은 복되었다. 언제 찾아가도 낙동강은 옥빛 물결 넘실대며 너른 품으로 맞아주었으니까. 그렇게 낙동강 1300리 물길에 ‘그 집 앞’ 드나들듯 하기를 36년 세월. ...
  • “호미도 날이언 마라난 낫가치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어마님 가치 괴실이 없세라.~” 아내는 약 올리듯 사모곡을 외다가 묻는다. “여기서 '괴실'은 혹시 피동이 아닐까? 아빠보다 엄마가 더 아이를 사랑한다기 보다,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하더니 “자기는 어쩌다 매이한테 '이등부모'가 됐어?” 하고 안 됐다는 듯 묻는다. ...
  • 비슷비슷한 많은 음악을 듣다보면 아까 들었던 노래를 또 듣는거 같은 느낌, 첫 소절만 들었는데도 그 다음 소절이나 클라이막스가 절로 떠오르는 노래 등등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그러던 중 귀에 팍 꽂힌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가사가 아주 그냥 죽여준다. 밥도 못 먹고, 버스도 못 타고, 영화도 못 본다는 ‘그’는 그녀와 헤어졌다. 이 가사를 음미하며 제일 가슴을 울리던 가사는 ‘살아서 뭐해’와 ‘니가 돌아올까봐’다. 보컬의 아주 처절한 목소리로 이 가사를 외칠 때면 ‘그래.. 그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5-12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법 혼잡한 여섯 번째 쯤 칸에 탔다. 어지간히 혼잡한데도 앞 칸에서 계속 승객들이 건너오고 있다. 문이 열리면 아주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지독한 악취가 찬 공기와 함께 몰려와 숨쉬기 조차 고통스럽다. 그 때마다 빨리 문을 닫으라고 여기 저기서 고함이다. 영문 모른 나는 어리둥절이다.
  • 5월 2일, 과 그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홍대 앞 생명 평화모임 회원들과 함께 정부의 대대적인 구호활동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낙동강엘 다녀왔다. 파우스트가 보았다면 감동의 대사를 던졌을 놀라운 기적의 현장,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기적의 공사장이었다. 넓고 조용하던 강 위엔 수많은 포크레인이 떠있고, 나뭇잎 한 장의 도움도 없이 묵직한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강을 건넌다. ...
  •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5-12
    요즘들어 가장 나를 괴롭히는 것 한가지.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책을 읽으려해도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고, 무언가 생각할라 치면 그네들의 말소리에 이끌려 어느새 그 대화에 끼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싸우는구나.’ 지하철은 그나마 양반이다. 내가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대부분 몇 정거장 안 가서 사람들이 내리니 말이다. ...
  • 아내가 집 나간 줄도 모르고, 장난처럼 이혼을 선언한 남자가 후배와 함께 아내를 찾아다니는 좌충우돌의 코미디 은 일견 ‘남자들끼리 놀고 자빠진’ 상황을 그린 버디무비이거나, ‘그녀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네’ 를 깨닫는 로드무비 성장담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이성애와 결혼의 가치를 부인하는 은폐된 퀴어 영화로, 성 정치적 전복성을 지닌 텍스트이다. ...
  • 스무 살 무렵 내가 살던 동네엔 헌책방이 많았다.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던, 그 동네엔 유난히 책에 목숨 건 이들이 많았다. 동네 끝에 위치한 조그만 복지관에선 매주 독서 토론 모임이 열렸다. 노동자, 시인 지망생, 헌책방 주인, 앳된 직장 여성, 늙수레한 아저씨 등이 오래된 난로가 품어내는 온기에 의지해 머리를 맞대고 조잘거리곤 했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만난 곳도, 박노해를 깊이 읽게 된 것도 그 곳을 통해서였다. ...
  •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던 봄날의 오후,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걸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강바닥에선 금빛모래가루가 흩날렸다. 강물 안에는 송사리들이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산의 푸르름이 와 닿아 비친 연초록 빛의 강의 표면은 복잡했다. 깊이 숨을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옷이 물에 흠뻑 젖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강 옆을 지나다녔고, 한 임신부는 남편의 손을 잡고 ...
  • 그동안 파괴와 살육에 시달리는 강의 비명소리를 진즉부터 듣고 있었음에도 선뜻 현장을 향해 걸음을 내딛지 못했던 건 사소한 일상을 핑계로 한 '귀차니즘'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따라서 휴일 아침의 이른 새벽, 단잠을 포기하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는 게 당연하다 싶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침대로 돌아가고픈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강을 향하며 '강이 더 망가지기 전에..'라는 문구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
  • 누군가 거대한 탑에서 돌멩이 하나를 빼낸다. 탑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나는 바라보고 있다. “너무 나대는 것 같아요.” 1학년 남학생반 수업시간이었다. 국어시간에 대안교육 잡지 에 실린 김예슬 선언을 읽어주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 아이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 아이의 표정은 장난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해 보였다. 내가 받은 인상은 그랬다. ...
  •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5-11
    "나는 광주가 참 좋아요." 두해전 5월이었다. 광주역 앞. 기차를 기다리던 나는 가슴팍으로 짱짱하게 파고 드는 남도의 햇살을 쬐이면서 중얼거렸다. "만약에 서울을 떠나면 광주에서 살고 싶어요." "왜요?" 옆에서 물었다. "따뜻하니까, 뜨거우니까, 맛있으니까" 내게 광주는 온통 뜨겁고 따스하고 맛깔스런 기억 뿐이다. 열아홉 어느 날, 명동성당 앞에서 삭발한 모습으로 거리선전전을 펼치던 조대생 언니를 보았다.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5-05

    지난 14호가 발행 된 후 목요일(1일)부터 접속 장애가 있었습니다. 월요일(5일)이 되어서야 겨우 접속할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지난 12호 때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주말에 문제가 생겨서 대충 넘어갔는데 이번 문제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요일에 기사를 올리면 목요일, 금요일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사를 읽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14호 기사를 읽지 못하셨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집자의 말을 덧붙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