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9월

Releases

  •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몸값’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들이 소속된 곳에서 이적할 때 그 소유자(기획사나 구단)가 다른 소유자에게 상품값으로 받는 돈입니다. 소유니 상품이니 너무 심한 말 같지만, 스포츠신문을 떠들어보면 언제라도 ‘이적 시장에 방출했다’거나 “단기간 임대했다”는 식의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이진경(섬네일용)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09-29
    며칠 전 고려대학교에서 수시선발을 하면서 고등학교들에 대해 다른 점수를 주어 ‘차별’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던 것에 대해 법원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떨어진 학생들에게 위자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이 과학고나 외고 등 잘나가는 학교, 그리고 강남지역처럼 잘나가는 지역, 잘사는 지역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수시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도 등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입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내 귀에도 들어올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감추어진 공공연한 사실을 법원이 이제야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 사러가입구
    지난 1년 여 의 북아현동 생활을 정리하고 수유너머N과 달팽이 공방이 자리 잡은 곳은 부자동네 연희동입니다.(부자동네라고 해서 다 부자들만 사는 건 아니지요^^)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좋은 점은 참 여러 가지입니다. 연구실 바닥이 대리석이라는 것, 중국분들이 하는 싸고 맛있는 청요리집들이 즐비하다는 것, 걸어서 15분이면 홍대로 고고씽 할 수 있다는 것 등.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사러가 마트’가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 중동이
    대학로 혜화동 성당 앞이나 동묘 앞역 근처를 걷다 보면 필리핀계 사람들이나 미싱을 돌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주로 인도, 네팔인)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의 시장판에 끼어 물건을 사진 않는다. 왠지 비위생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끔 “스탑, 크랙다운”이라는 구호가 적힌 전단지를 보지만 그리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29
    나는 늦깎이 일자리로 황혼 창업의 준비중임을 알리는 글을 앞서 쓴 적이(위클리 18호) 있습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수유너머 위클리”에 맨 먼저 알리겠다는 약속을 그 때에 분명히 밝혔음도 기억합니다.. 늦었지만 오늘은 그 약속, 황혼 창업 이후의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준비와 더불어 시작한 일이 그동안 그럭 저럭 진행되고 있어, 아직은 말처럼 그럭 저럭입니다만, 크게 잘못 되어 후회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차적 사업 “한가로운 여행”에 대한 경험에 비해 어쩐지 좋은 예감의 고무적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pp01
    빗속을 달렸다. 퇴근 후 저녁 7시 30분에 울산에서 출발했다. 경기도 남양주를 향하는 먼길이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차 속에는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네 명의 벗이 있었다. 독서교육활동가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좀더 긴호흡으로 독서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연수를 기획했다. 이 연수에서는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사례, 사례를 전달하는 방식, 앞으로 마련해야 독서정책을 고민하게 된다...
  • HannahArendt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차피 인간 또한 영토적 동물이라, 자신의 ‘나와바리’를 만들고 타인들로부터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스런’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사람이라도 다 같은 건 아니어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그런 성향을 ‘본성(nature)’이라고 간주하여 고수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대면하고 넘어서려는 줄기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를 잡아먹는 것이 ‘자연적 성향’이라고 보아 그것과 대결하고 바꾸어보려는 이들도 있다. 어떤 문제에서도 이런 두 가지 상반되는 태도는 나타나게 마련인데, 말 그대로 어떤 것을 지키려는 태도가 ‘보수주의’가 전자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주어진 것을 바꾸려는 태도로서 ‘진보주의’라는 말에는 후자를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 458_34호_자기계발+담론1
    34호 (0)
    편집자 in Weekly 2010-09-29

    34호 내 몸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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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t0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28
    매이의 연기본능이 폭발하고 있다. 일단 감정표현에 과장이 심하다. 조금만 기분 좋으면 양손을 들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폴짝폴짝 뛰고, 별로 슬퍼할 일도 아닌데 폼 잡고 우는 시늉을 한다. 어제는 잘 놀다 말고 “아빠, 민준이 오빠는 키가 커. 오빠라서. 매이는 애기라서 키가 작아.” 하며 처연한 표정을 짓더니 양손을 눈에 대고 눈물까지 훔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도 슬픈 척하며 “엉엉, 그랬구나. 매이가 많이 슬펐구나.” 하며 안아 줬더니 금새 해죽거리며 TV쪽으로 뛰어간다. 비가 오면 분홍색 우산을 쓰고 빨간 색 구두를 신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센치한 표정을 짓는다...
  • 통에 사는 디오게네스. 누구보다 삶을 근본적으로 고민했던 자기배려의 선구자다.
    만세 in 동시대반시대 2010-09-28
    당신에게 5000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그 5000원으로 2시간 동안 최대의 이익을 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경마장으로 달려가 100배 배당을 보장하는 이름 모를 경주마에게 5000원을 밀어 넣을 것이고, 누군가는 로또 5장을 산 후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다소 건전(?)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5000원으로 음료수를 사서 더운 날에 잔 당 500원 받고 파는 장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 462_졸음
    졸음 (1)
    아마 뉘라도 와서 깨우겠거니 했을 겝니다. 눈뜨고 기다리나 눈감고 기다리나 없을 손님이면 아예 기척도 없을 것이고 찾아올 누구라도 그나마 있다면 멈춘 발걸음에 깨어나면 그만일 것이니 말입니다.
  • 1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9-28
    그 많은 책은 누가 읽었을까. 서점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는 부동의 1위 자기계발서. 도대체 안에 꿀이라도 발라놨는가. 뭐가 들어 있길래 그렇게 와글와글 사람들이 모여들까. 별 내용 없다고 치부하기엔 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CEO는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훑고 신입사원은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보고 취업준비생은 도서관에서 읽는다는, 요즘 뜨는 자기계발서 내용을 추려봤다...
  • apple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9-28
    '난 사랑은 교통사고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피할 수 있다는 거?’ ‘응’ ‘음..그래. 어떤 점에서 그런지 더 설명해줘’ ‘주체는 자기 의지와 윤리적 선택에 따라 형성되는 거잖아. 먼저 결정돼 있는 게 아니고’ ‘그래도 싫은 사람을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잖아.’ ‘좋은 사람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나는 어떤 남자에 굉장히 빠졌었거든. 그 때 외로워서 그랬던 거 같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거야.’ ‘왜? 섹스하고 싶어서?’ ‘응. 근데 뻔히 보였어. 굉장히 강하고 복잡한 사람이었어...
  • 쿵푸
    신자유주의 시대, 그것을 이름하여 ‘오딧세이아의 시대’라 명명할 수 있겠다. 과거에 비해 국가의 부는 분명히 증가했지만 그렇다고 행복의 크기까지 커졌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개발도상국에서 가까스로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했지만 설령 선진국이 된다고 해서 안도할 수 있으리라는 가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개발독재시절에는 개인의 헌신이 국가 전체의 이득과 풍요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 근로의 기쁨이 개인적 차원에 한정되지는 않았다.
  • 11
    황진미 in 씨네꼼 2010-09-28
    첫 장면부터 리드미컬한 편집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휴대폰으로 사건을 맡을 ‘해결사’를 천거한다. 최고의 경찰이었고, 특히 ‘드라마’가 있다? ‘강태식 범죄연구소’라는 간판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해결사’가 출동한다. 불륜현장을 급습해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수년전 아내를 죽인 연쇄살인범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던 정신과의사가 죽어있고, 모니터엔 살인스너프필름이 나오는 게 아닌가? 복잡한 듯 시작하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다. 비밀은 곧 공개되고, 그 자리에 타격감 좋은 액션장면들이 들어선다...
  • 어느해 추운 겨울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에서 조각가의 글을 쓰기위해 와있던 시인 한분을 만났다. 추위를 녹이듯 다정다감한 말투와 눈빛이 따뜻해 낯선곳에서의 어색함은 금방 사라졌고 밤새 계속된 촬영을 곁에서 도와주며 나눴던 인연으로 이천에 살고 있는 시인 최종상씨를 자주 찾게 되었다.
  • 3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벙깍호수’ 4구역 마을. 이곳은 오랜 기간 도시빈민의 안식처였습니다. 돈 없고 땅 없는 이들. 날품팔이로 하루를 채워가는 이들. 비 피할 곳 찾는 이들. 하나 둘 이곳을 찾아온 그들은 나무판자 몇 개로 얼기설기 호숫가에 집을 지었습니다. 새 생명이 태어났고 세간도 늘었습니다. 호수에 넘쳐나는 물고기를 잡아 밥을 지어먹고 시장에 내다팔며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호수를 둘러싸고 모두 7개 구역의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벙깍호수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의 둥지가 되었고 그렇게 30년이 흘렀습니다.
  • po33_02
    정치란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현실 정치가 궁극적으로 어느 곳에 돈과 영향력이 배분되어야 할지 결정하는 투쟁 혹은 교섭인 것은 그 때문이다. 맑스주의는 이런 정치를 늘 혁명과 연계한다. 혁명이야 말로 희소한 자원을 가장 극단적으로 재배분하는, 나아가 무엇이 희소하고 귀중한지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버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 시경詩經 주남周南에 나오는「卷耳」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슬픔을 노래한 시이다. 즉 실연가失戀歌이다. 이 시에서 사랑을 ‘애인愛人’이라고 하지 않고 ‘회인懷人’이라고 하였다. 사람을 품다! 그렇다. 사랑은 너의 전부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슴이 심장을 품고 있는 것처럼 너와 나는 사랑이라는 사건 속에서 하나가 된다. 나는 네가 되어 이 세계를 함께 바라보고, 함께 느낀다. 그러므로 실연失戀은 내가 가진 어떤 것 중에서 무언가를 조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가슴에서 심장이 사라지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게 되는 치명적인 사건이다. 내 존재의 근거 자체가 무너지는, 생명의 순환 리듬이 일순간 끊어지는, 일종의 ‘죽음의 체험’이다.
  • 8961471295_1
    알랭 바디우의 ‘비미학’은 ‘미학’과 ‘반미학’ 모두를 겨냥한 철학적 개념이다. 그의 『비미학』은 “비미학이라는 말은 철학과 예술이 맺는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처럼 “철학과 예술이 맺는 관계”를 사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정작 ‘미학’이라는 단어에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철학과 예술의 관계가 ‘미학’이 아니고 왜 ‘비미학’이어야 하는가, 이 책에서 이 의문에 대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독서가 될 것이다.
  • 이번 가을 특집을 맞아 지난 2주간 «마이너리티의 배우자 선택 기준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유너머, 노들장애인자립센터, 발바닥 행동, 참여연대, MWTV, 빈집, 그린비,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100명의 조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설문지 전문과 함께 공개합니다.
  • ma
    송언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어떤 선생님일지 눈에 확 그려진다. 아이들보다 더 아이 같고, 아이들보다 더 어수룩한, 아이들보다 더 눈물이 많고, 아이들보다 더 짓궂은 선생님. 키도 아이들처럼 아담하고, 얼굴도 아이들처럼 동글동글한, 그래서 한없이 만만한 선생님. 그래서 어른이라는 걸 깜빡깜빡 잊어버리게 하는 재주 좋은 선생님.
  • 33_추석괴담_결혼은 스펙이다
    33호 (0)

    33호 누구랑 같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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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주간에는 가 한 호 쉽니다. 두 주동안 꼼꼼히 읽어주세요~ ^^
  • 일주일 전, 나는 수유너머 위클리 관계자 박 모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내게 수유너머 위클리팀이 야심차게 기획한 ‘마이너리티의 배우자 선택 기준 설문 조사’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해줄 것을 제안했다. 음,,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사회학과 출신이라는 이유로 연말 행사의 ‘사회’를 맡아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 노예 (4)
    어머니. 옛날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현재의 우리는 노예로 살기 위해, 스스로 나갑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 최근 들어 장애인 연금을 신청하는 장애인에게 장애 상태와 등급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또 이것이 활동보조서비스의 자격에까지 영향을 미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 등급제를 개선하거나 나아가서 폐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겠으나, 서비스․프로그램 제공에 있어서의 자격 기준이 되는 장애의 정의를 재고해 보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일이 될 것이다.
  • 위는 습한 것과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마른 음식과 찬 음식은 싫어욧!!
    담담 in 백수 건강법 2010-09-15
    무언가를 아는 것은 쉽다. 누구나 이렇게 하면 몸에 안 좋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무언가를 안다는 것과 무언가를 믿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것이 단지 정보 차원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자기 구원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 앎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머리 속으로만 아는 것, 그것이 자신의 삶의 문제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믿음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믿는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믿음이 행동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앎이 삶이 되는 것은 믿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믿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것은 다들 경험들 해보셨으리라.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하기는 쉬우나 그것을 계속해서 지켜내는 것을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단계까지 와야 비로소 도를 지키며 오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14
    여름내내 계속 내리고 있는 비는 참으로 지겹습니다. 높은 하늘아래 맑은 햇빛이 내려 쪼이면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랐던 작물들의 결실이 탐스럽게 여물어가는 풍성한 가을이여야 함에도 계속 비만 내리고 있습니다. 금년 내내 떠올리기 조차 싫은 비, 비로 인한 작물 피해와 그에 따른 힘든 작업...
  • jj0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9-14
    “와인파티에 와인 마시러 가는 바보가 어딨니~” “결혼정보회사 직원도 보험직원처럼 병원으로 세일즈를 다니거든” “서울대 졸업반 23세 여자는 가입비 무료래” “6회 쿠폰 다 쓰고 기간 연장하면 할인 안 해주나?” "같이 살려면 금기가 같아야 해" “하필 그 때 옆에 있었고 마초 아니어서 결혼했어” “서로의 존재감으로 물들면 그게 사랑이지” ......
  • 다음 주에는 추석이 있습니다. 연휴 기간에는 웹진을 열람할 시간이 적을 것 같아서 오늘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두 주 동안 계속 노출하기로 했습니다. 필진 여러분은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 글을 준비해 주시고 독자 여러분은 새로 업데이트 되는 글을 느긋하게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회에 놓쳤던 이전 기사 두루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old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0-09-14
    지하철에서 소요했다. 이리저리 헤매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취재였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잠실에서 무학재까지, 3년간 매일 세 시간 가량을 지하철에서 보냈다. 사춘기 시절 나의 자궁이었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친숙하고 중요한 삶의 장소인데 ‘이용자’가 아니라 ‘관찰자’의 배치에 놓이니까 그 공간이 한 없이 낯설었다. 개찰구 주변 저만치에 나처럼 서성이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열다섯살 정도 되었을까. 얼굴은 검고 키가 작았다. 몸집이 왜소했다. 생기없는 낮은 걸음걸이. 보라색 셔츠에 검은 넥타이로 멋을 냈는데 몇 개월 갈아입지 않은 옷 같았다...
  • cc01
    황진미 in 씨네꼼 2010-09-14
    여기 한 집안이 있다. 문상 온 동창생이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는 집안. 서울토박이에 중산층이며, 딸은 30대 후반에 서교동 집을 물려받는다. ‘홍대 권역인데, 땅값이 얼마야?’라는 감탄이 튀어나오는가? 영화는 그 감탄의 지점에 질문을 들이민다. 당신이 부러워하는 한국주류우파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무엇으로 사는가?...
  • 영악한 계집애들은 20대 초반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남자를 만난다. 미리미리 대학이나 집안 등을 충분히 고려해가며, ‘장래성이 있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 하지만 20대 열정에, 그러기는 어디 쉬운 일이랴. 필이 통하는 애인과의 ‘이대로 죽어도 좋을 사랑’을 희구하는 게 몇 배는 더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내 인생이 뭔지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부터 생각하는 것은 ‘배운 뇨자’로서 비겁한 노릇이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 언젠가 같이 밤을 새며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눈동자가 풀려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 제자가 “저 죽을 것만 같아요”해서 자라했더니 나중에 깨서 하는 말 “사진 찍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위험한 지역에서 사진을 찍은 것일까? 물론 전혀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지역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일 것이다.
  • cha
    우리는 모니터에서 밥 먹는 사람을 보고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차명진 의원이다. 아니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차명진 의원을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이다. 이 사진은 지난 7월 24일 차명진 의원 홈페이지에서 태어났다가(?) 원본은 금세 사라지고 복제된 이미지만 인터넷에서 무수히 떠돌고 있다. 크기가 480x320도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디지털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커져 사람들 마음을 가슴 아프게 하는(그래서 분노하게 하는) 거대한 폭탄이 되었다. 이 사진 폭탄은 이제 그 방향을 잃어 무작위로 인터넷 이곳저곳을 가리지 않고 터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은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그냥 흘려보면 보이지 않는다...
  • 근심이 많은 마음이여[心之憂矣]/빨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구나[如匪澣矣]” 처음 시경을 읽었을 때, 「백주柏舟」의 이 두 구절에 완전히 꽂혔다. 맞다 맞어!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무릎을 치면서. 그건 마치 오래 비가 오다 해가 나는 날씨와 같았다. 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아무도 모르는 나의 시름을 깊이 헤아려주는 지기知己를 만난 듯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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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지리산 새벽 눈꽃... 티베트 땅 드넓은 광야를 찢겨내 듯 나부끼는 바람의 향연... 호기심 가득한 함박웃음으로 기분을 풀어주는 어느 동네 아이들의 눈빛...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9-08
    지난 4월 전주대로 자리를 옮기고나서 그 좋은 방학도 없이 동료 학자들과 위백규(魏伯珪)라는 호남 학자의 문집 《존재집(存齋集)》을 번역을 하고 있는데, 매주 수/목요일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 7시까지는 합동 검토시간을 갖고 있다. 그동안 나온 논문들을 보면 위백규에 대해 ‘호남 실학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번역하느라 그의 문집을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위백규의 문집은 지방 학자가 충실하게 성리학을 공부했을 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다. 해서, 조만간 나는 이 분을 놓고, 성리학의 변이(變異)라는 사실(史實)의 측면과, 실학 개념의 해체라는 인식(認識)의 측면을 엮어 곧 글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한다.
  • 맑스 아님. 윌리엄 모리스이다.
    일상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공예는 근대 산업화 이후 오랫동안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며, 기계와 비교해 경제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전근대적이라고 평가되었다.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는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만들어 내는 대량생산품에 반대하고 수공예에 의한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인간 감성을 회복하자는 새로운 예술운동을 주창하였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노동을 돈 버는 것에만 사용하는 것을 몹시 한탄했다.
  • 897291116x_1
    한달여 일의 제주에서의 체류를 마치고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로 떠날 때는 그동안 하고 있던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찜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다. 돌아와보니, 별일 없었기 때문이다.
  • 413_32_감각의제국_사진
    32호 (0)
    은유 in Weekly 2010-09-07

    32호 카메라 들고 떠난 그들의 색계(色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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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985
    테네시 윌리암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희곡의 배경은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한 집에 모인 떠들썩한 가족의 모습이다. 형님 내외인 구퍼와 메이는 다섯 아이를 대동하고 곧 여섯째가 될 아이를 임신했다. 반면 동생 내외인 마거리트와 브릭은 학생시절부터 연애를 했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결혼한 젊은 부부다. 브릭은 한때 잘나가던 축구 선수였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은 채 스포츠 중계일도 그만둔 상태. 마거리트는 여전히 아름답고 조금은 앙큼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상냥하고 좋은 아내. 하지만 브릭과 마거리트는 아직 아이가 없다...
  • 402_땡큐마스터
    황진미 in 씨네꼼 2010-09-07
    은 2008년도에 호주에서 만들어져, 2009년 더번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나라에는 200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던 작품이다. 호주의 유명 재즈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2001년도에 한국인 제자가 건넨 ‘무형문화제 82호’ 김석출의 연주CD를 듣고 낯선 충격에 휩싸인다. 그 후 수년간 한국을 십여차례 방문하여 이미 80세에 가까운 김석출을 뵙고자 탐문하지만, 한국에는 그를 아는 이는 커녕 변변한 자료조차 없다...
  • 401_매이데이3
    엄마 (7)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07
    요즘 매 주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미신고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조사를 나가고 있다. 지난 주 고양시의 한 장애인시설을 보고 느낀 게 많다. 지적장애인들과 무의탁 청소년들이 함게 생활하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재활용처리사업과 병행한다고 해도 주거환경이 너무 끔찍했다. 컨테이너 건물 주변에는 분리중인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건물 안에는 쥐들이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0-09-07
    태풍 “말로”가 남해안을 지나고 있다는데, 이 곳은 맑고 쾌청한 날씨입니다. 많은 상처를 남기고간 “곤파스”도 이 곳엔 비만 좀 내렸을 뿐, 조용히 지나가 주어 다행중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전국이 너무 많은 상처로, 특히 농작물과 과일의 피해지역 농가를 생각하면 나만의 무사함이 버거운 마음입니다.
  • 사진은 흘러간 과거를 기록으로 남긴다. 사진에 담기면 어떤 과거든 제법 되돌아볼만한 해진다. 사진은 또한 전문적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도 그럴듯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주류 예술이다. 운이 좋으면 무심결에 세상의 멋진 단면을 수집할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은 여행과 나란히 성장해왔다. 사진은 여행을 다녔다는 증거이자, 여행의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프레임이다...
  •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0-09-07
    벌써 3년 전이네요. 잿빛 톤의 잔잔한 격정이 흐르는 포스터에 끌려서 본 영화가 있습니다. 니콜키드먼 주연의 입니다. 에서 버지니아울프의 생애를 보여주었던 그녀가 또 한 번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완벽하게 그려냈더군요. 는 사진가 디앤아버스Diane Arbus(1923-1971)의 자전적 영화입니다. 디앤아버스는 꽤 유명한 사진작가입니다. 장애인, 기형아, 성전환자 등을 ‘대놓고’ 찍었거든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허문 사진가로 불립니다. 다큐사진을 거대담론에서 한 개인의 심리로 옮겨왔다고도 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졌다고도 평가됩니다...
  • llljs78200708311904460
    ‘들뢰즈의 정치’에 대해서 말하려 하면, 먼저 ‘들뢰즈와 정치’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한다. 들뢰즈 사유의 정치철학적 함의를 다룬 폴 패튼의 저서 제목이 『들뢰즈와 정치』가 된 것도, 아마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들뢰즈는 아주 강한 의미에서의 ‘철학자’이고, 그의 사유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존재론이고, 그 ‘존재론과 함께 하는 윤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 정치가에 대해, 또는 그들과 함께, 자신의 사유를 펼쳤지만, 한 번도 특정 분야에 대해 ‘반성’하는 철학(가령, 예술철학, 과학철학, 정치철학 등)을, 적어도 명시적으로는, 펼친 적이 없다. 들뢰즈의 정치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들뢰즈의 존재론과 정치를 접속시키는 창조적 재구성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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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9-07
    레닌이라니. 전생에 잠깐 스친 첫사랑처럼 흠칫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이름이다. 우연찮게 일 년 터울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2006) (2007) (2008) 각각 시집, 사진책, 철학서인데 표지나 표제가 빨갛다. 마치 3부작 같다. 아직도 참숯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레닌을 호명하는 이들은 대체 뉘신가. 시인 김정환은 레닌을 노래했다. 기억의 시간의식이 ‘지워지는 것’은 지나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짓밟히는’ 것이라며 “인간의 조직이 아름다웠던 시간”을 환기했다...
  • 지난 9일 서울에서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운행 도중 폭발해 17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버스에서 ‘펑’하는 소리가 크게 나고 연기 속에 발목을 심하게 다친 아주머니가 한 명 보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디자이너 앙드레김 아저씨도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