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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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deul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정신분석학자의 책에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변기 구조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독일의 전통적인 변기는 구멍이 앞쪽에 있어서 우리 눈앞의 똥을 관찰하여 건강상태를 점검하게 되어 있는 반면에 프랑스는 구멍이 뒤에 있어서 똥을 누자마자 내려 보냅니다. 미국은 중간 형태로 변기의 물 위에 똥이 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 여지 없이 내려 버립니다.
  • 주노정 in 편집실에서 2012-11-23
    5년만입니다. 사실상 대선이 시작 된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참 재미없습니다. 국가권력과 아주 먼 위치에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누가 되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실 문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누가 되어선 안 되느냐’일 것입니다. 어디 반대표 던질 곳은 없나요?
  • 나는 반 년 남짓 격주로 연재될 이 코너에서 한국 당대 미술이 사회적, 문화적, 인식론적 역할, 즉 공공(public)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갈 것이다. 또한 미술 이외에도, 미술의 영역과 근접해 있는 시각문화 활동이 어떻게 공공성을 띠고 정치적인 영역을 매만지는지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발품을 팔아 참관하고 참여하게 될 전시, 학술 이벤트, 그리고 요즘 자주
  • 선거가 되면 선거를 가지고 뭘 해야 하지 않나, 대응을 해야 하지 않나 이래서 빈민연대 차원에서 정책을 만들고 들이밀고 하는 정도 활동을 한다. 홈리스는 운동이 안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긴 하다. 빵이 급한데 깃발 들자고 하는 거니까. 그렇긴 하지만 복지지원을 직접 하는 건 아니니까 지원을 연계하고 계속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야학도 하고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 더디긴 더디다.
  • “투표는 민주시민의 기본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말한다. 여당도 말하고 야당도 말한다. 모두가 말한다. 그런데 만약 투표를 하지 않고 투표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면? 나는 민주시민일까 아닐까. 아무리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를 할 수 없다면? 나는 민주시민일까 아닐까. 내게 중요한 문제에 관심없는 후보들뿐이어서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민주시민일까 아닐까? 선거 때마다 튀어나왔다가 사라지는
  • 세자르는 1984년에 단일 클론 항체를 만들어 내는 Hybridoma개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나는 그와 6개월 동안 같은 연구소 비좁은 3층 서로 마주 보이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행운을 맛보았다. 나는 저녁이면 Mowbray road를 동료와 함께 산책하며 무언가 열심히 토론하던 그를 몰래 뒤 따라 걷다 몇 블록 넘어 있던 집까지 기쁜 마음으로 달음박질 치곤 했다. 내가 박사과정동안 하던 일 (B cel
  • 황진미 in 씨네꼼 2012-11-22
    <미쓰마마>는 세 명의 ‘비혼모’들의 유쾌한 수다와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기존에 미혼모들을 다룬 영상물들이 사회적 지원의 대상으로만 미혼모를 바라보았던 것과 달리 <미쓰마마>의 시선은 한층 밝고 당당하다. 27세의 현진씨는 2살 된 딸을 키우고 있다. 남자친구였던 딸의 아빠는 출산에 동의하지 않았고,
  • *오리님이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지 첨부를 부탁하셨습니다. 설문지를 읽기만 해도 제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이 성소수자에겐 요구해야할 권리라는 걸 알게 되네요. 결과도 궁금해요. 오리님 결과 나오면 알려주세요~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11-22
    빗발치는 음산한 늦가을 날씨에 종일토록 장포 정리로 바깥 일을 했더니 삭신이 노곤하고 기분이 으스스 했다. 읽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천근 눈 꺼풀에 겨워서 금세 혼미한 의식이 오락 가락이다. 스르르 잠이 들었었나 보다. 꿈결의 전화 벨소리에 짜증스럽다. 이 늦은 밤중에 무슨 전활까? 였는데, 택배원의 위치 확인 전화였다. ‘배달 물품이 있어 곧 방문하겠다’고 한다. 또 택배원이 바뀌었나 보다. 이미 밤 아홉 시가 가
  • 최요왕 in 수유칼럼 2012-11-22
    20대 때 서울에서 자취를 했었다. 뭐 자취야 지방 소도시에서 재수시절에도 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집도 가깝고 누나 동생이랑 같이 있었기 때문에 ‘주부’노릇까지는 하지 않았었는데 서울에서의 자취는 ‘주부’가 되어야 했다. 시장을 직접 봐야 했다. 헌데 생선을 사면 손질해준다며 대가리를 떼 내어 버리고 무를 사면 무청을 잘라내 버리고 뿌리만 주는 거다.
  • 우리의 신체성(身體性) 자체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다.’ 이것은 1960-1970년대 일본의 급진적 장애인운동단체인 푸른잔디회(뇌성마비 장애인단체)가 외쳤던 구호입니다. 중증장애인들은 자본주의적 경쟁 원리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며, 따라서 속성상 반자본주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경쟁이 요구하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대다수 장애인은 주변부로 밀려납니다. 생산
  • 내가 어떻게 생겼났지? 문수안(3년 8개월) 나는 잘 모르는데 엄마가 가게에서 사가지고 애기 씨를 먹었을 거야. 뭐라고 홍아야? 예쁜 애기 씨를 먹고 아빠랑 결혼해서 또 어떻게 했다구? 이렇게 이쁜 딸을 나아가지고 또 이렇게 이쁘게 키워가지고 …… 그랬을 거야. 그래서 엄마가 홍아를 이렇게 이쁘게 키웠어. 그런데 그 애기 씨 가게에서…
  •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시간을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라 하면 한달20~22일정도 일하는데, 월급여는 100만원 전후입니다. 평균 활동보조인의 월급여는 70~80만원 정도입니다. 저는 처음 연결된 발달장애아동은 한달에 60시간이였고, 그 다음
  • 최근에 장애인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양적인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용당사자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안전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실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용자당사자
  • 141th
    141호 (0)
    141호. 말할 수 없는 무력함
  • 1
    송이 in 글쓰기 최전선 2012-11-15

    지난 10월 내 동생 짱구(가명)가 전역하며 혼자 살던 집이 시끄러워졌다. 짱구는 입을 옷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며칠 동안 방에서 뒹굴더니 인터넷에서 알바를 검색했다. 내년 3월에 복학하기 전까지 다섯 달 동안 집에서 할 일도 없으니 바짝 돈을 벌어 “급전을 땡겨놓겠다”고 말했다. 22살 짱구는 외모에 관심이 많다. 알바비를 받으면 요즘 유행하는 워커 1켤레, 가죽 재킷 1벌, 싱글 버튼 블랙 울 코트를 사겠다고 단단히 …

  • 황진미 in 씨네꼼 2012-11-15
    는 고 김근태님의 수기을 바탕으로 찍은 극영화이다. 모두가 알듯이, 노태우정권 때까지 고문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1986년 부천성고문사건이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잘 알려져 있지만, 무수한 간첩단 사건이나 의문사사건에 고문이 있었음은 간과되는 사실이다.
  • “다락 다락 다락” 키보드를 두들기면서도 조심스럽다. 피곤에 지쳐 웅크리고 자고 있는 짝꿍이 깰까봐. 침대 맞은편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를 차마 켜지 못하고 침대 반대편으로 와 최대한 불빛을 숨기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짝꿍의 쌔근쌔근 코고는 소리를 들으니 또 괜시리 엄마 모드로 변한다.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만해도 토닥토닥 엉덩이를 두들겨주고 싶다. 고생했다며.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활
  • 2012년8월26일, 내 친구가 일본 교토에서 체포되었다. 범죄를 저질러서 체포된 것이 아니라, 정말 어이없는, 그러니까 하나도 정당성이 없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게다가 체포된지 2달을 넘었는데 아직 석방되지 않는 상태이며(2012년11월12일 현재), 구치소에서 여전히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지원자들이 만든 불로그를 보시기 바랍니다.
  • DSC07433
    하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얘기가 방향도 없이 길어져? 벌써 며칠째야. 나 지금 따분해. 아, 홍아야, 아직도 결론이 안 보이니 지루할 거야. 이제 결론을 꺼낼 때야. 결론을 찾기 전에 하나 묻자. 앞에서 하버지가 인간의 두 가지 운영체계 중에서 조건반사체계가 스
  • 그이들은 갇힌 자들의 내러티브에 속할 때는 마치 푸코의 <말과 사물>에 등장하는 ‘멀리서보면 파리처럼 보이는 짐승’이었다. 그러나 워크숍이 진행지면서 각자만의 ‘어메이징 스토리’를 풀어내자 사태는 일변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후미진 구석에서 홀로 고립되어 있는 줄 알았으나 그 시절에도 같이 있었던 동무가 있었으며, 그들 자신이 그 곳에서 누군가의 동무
  • 어떤 집단이 스스로를 하늘이라 일컫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누구라도 코웃음을 치며 오만의 극치라 비꼬았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이라는 말은 어떤 질서를 뜻하기도 하는가 하면, 만물의 주재자로서의 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하늘이라 칭하니 얼마나 오만해 보일까요.
  • 10월 4일 제주 강정을 출발한 생명평화대행진이 11월 3일 서울에 도착하였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강제철거 금지, 4대강 원상회복과 핵발전소 폐기, 강원도 난개발 중단 등의 요구를 내걸며, 이 땅에서 배제된 자들,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표출해내는 2012생명평화대행진이 한달 동안 진행되었으며, 어제 12일에는 대한문 쌍용자동차 텐트 옆에 ‘함께 살자
  • 10월 5일 제주도청, “함께 살자! 모두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를 외치며 2012생명평화대행진의 전국 순회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단지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고 만은 할 수는 없지만 2012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이명박 정권하에서 크나큰 고통을 당해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이번 대행진의 모체가 되는 스카이액트(SKYact)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일터와 삶터에서 폭력적으
  • 140th
    140호 (0)
    140호. 하늘임을 자임하다.
  • 06 (1)
     
  • 마의 (0)
    황진미 in 씨네꼼 2012-11-08
    는 조선시대 실존인물 백광현의 삶을 그린 50부작 드라마로, 등을 연출한 이병훈의 사극이다. 는 을 잇는 한방메디컬드라마이자, 를 이어 신분을 뛰어넘는 입지전적 인물을 그린 드라마이다. 백광현(조승우)이 탁월한 외과의이자, 노비인 마의(馬醫)에서 어의가 된 인물이란 점은 한방메디컬드라마와 신분상승의 코드를 모두 충족시킨
  • 송이 in 글쓰기 최전선 2012-11-08
    <구여친들ex-girlfriends>은 지난 4월 송이와 해어린이 결성한 여성듀오다. 해어린의 '나도 누군가의 구여친이고 싶다!'는 외침과, 송이가 어떤 사정으로 집에 있던 구구구남친의 남방을 해어린에게 넘긴 것에서 영감을 얻어 그룹 이름을 정했다. <구여친들>은 그룹을 결성한 것 외에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 골든디스크상 수상을 노리고 음반을 기획했으나 아직 구상에 머무르
  • 한강의 60년대
    얼마 전 작업실을 연희동 근방 ‘모래내’ 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사갔다. 예쁜 이름이구나 생각하다 문득 모래내를 한문으로 바꾸어 보았더니 사천(沙川) , 우리나라 마지막 모래 강 ‘내성천’의 옛 이름과 같았다. 맑은 물, 끝없는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강 내성천과 같은 이름인 동네에서 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모래내는 모래대신 콘크리트가, 맑은 물 대신 시궁창 냄새나는 물이 흐르고 있다. 하지
  • “엄마가 나에게 ‘여섯 살’이란 걸 가르쳐 주던 날 엄마, 아빠와 함께 공원에 갔어요. 엄마는 먹을 걸 사온다 하셨고 아빠는 잠깐 어디엘 다니러 갔다 오신다 하셨지요. 잠깐은 수 십 번도 더 지났는데 엄마, 아빠는 오시지 않았고, 울었어요. 그리고 낯선 사람의 손에 이끌려 경찰서에 가게 되었고 경찰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어느 아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우리들의 하루 일과는 6시
  • DSCF0513
    엄마, 나 결혼하고 싶어요. 응, 그래? 누구랑. 윤재 오빠요. 수안아, 윤재 오빠 어디가 좋으니. 윤재 오빠가 나한테 차~암 좋게 해줘요. 민수 오빠는 나한테 남자라고 했는데 윤재 오빠가 아니야 여자야, 그랬어요. 그리고 또 윤재 오빠가 너한테 잘해준 거 있어? 그리고 또 민수 오빠는 내 신발 보고 수안이 꺼라고 했는데, 윤재 오빠는 아니야. 수안이 꺼야. 모양은 똑같지만 크기가 달라. 작은 게 시우 꺼고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11-08
    알라이다 아스만은 차곡차곡 쌓아 놓는 기억을 저장기억이라고 부르고, 탁 떠오르는 또는 그렇게 떠올리는 기억을 기능기억이라고 불렀다. 저장기억은 비활성화되어 있고, 비교적 무념무상하게 불러줄 때를 기다리고 있다. 19세기 역사 실증주의시대에 니체는 이 저장기억을 역사학의 책무로 삼는 경향에 대해 기억과 회상의 활기를 빼앗는 원흉으로 보고 비판했다. 물론 문서와 책으로 남은 기억에 대해
  • 경제는 재화의 생산, 유통, 분배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그런데 재화라고 함은 예외 없이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며 이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에도 인간 공동체 고유의 방식이 묻어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경제행위가 똑같이 이루어진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재화의 종류와 쓰임새는 지역마다 각양각색이고 여기엔 지역 특
  • 고대 종교 탄생을 이야기 할 때 역사학자들은 공포가 신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자연재해, 무서운 짐승들에 대한 공포로 인해 사람들은 신을 모시기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두려움이 부족 모두가 인정하는 하나의 신으로 바뀌기에는 단순히 공포만으로는 무언가 고리가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익을 따지는 물물교환은 마을 내부가 아닌 외부와 거래를 하면서 주로 이루어졌다. 무역과 같은 교환관계들에서는 이익을 추구하였다. 그레이버는 ‘물물교환은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라고 한다. 신뢰가 없는 관계에서 교환을 하고 나면 이익을 따지게 되고, 그때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덜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더 이익
  • 수경 in 동시대반시대 2012-11-08
    공놀이 모임에서 그리스 비극을 읽었다. 어릴 적 만화로 접했던 적이 있던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다시 보니 내용이 꽤나 장엄한 것이 생소했다.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도 많았다. 어릴 때에 보았을 때도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자신의 정부와 함께 아가멤논을 죽인 부분에서 정당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출항을 하기위에 부인과 딸을 속이고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쳤던 아가멤논, 그것을 계
  • 공*놀*이 모임이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덤쌤이 공부 모임이 있던 날 세미나실에서 4대강사업으로 두물머리 유기농농지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에 대한 탄원서를 쓰고 있었다. ‘참, 무슨 이 놈의 정부는 농사에 맺힌 것이 있나. 농사 짓는 곳 비껴가서 자전거도로를 만들라고 해도 말이 안 통하네. 왜 그러지. 농사를 떠올리면 막 못 참겠는 건가? 농사는 아주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나? 아 참내
  • 2년전에 위클리 수유너머에 서평코너 무한독전을 진행했다. 그때, 서평코너에서 함께 했던 무주에 사는 정현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1년정도가 지나 그때 만나뵈었던 정현의 부모님과 연락이 닿아 올해초 가정연대 홈스쿨링 친구들과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서로의 소개를 나누고, 6명의 친구들이 수유너머R에서 만났다. 공부
  • 04
    친구들이 사는 집으로 떠났다. 공부모임의 중간즈음 쉬는 시간을 가질 겸 산하 집으로 놀러가게 됐는데 그 이후로는 수유너머R 연구실이 아니라 아예 지역의 친구들 집에 모여 공부하고 잠까지 자고 다음 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있을 때보다 잠자리로의 이동이 편했던 점이 있었고, 공놀이 모임하는 친구들은 오래간만에 다른 가정의 식구들을 만난다는 기쁨이 있어보였다. 또 친구들과, 친구들 부모님
  • 김주영 활동가가 불에 타 죽은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김주영 활동가의 노제에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연대자들은 함께 소리 높여서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주장했다. 그 속에는 활동보조인연대의 회원들은 물론 많은 활동보조인들도 있었다. 활동보조인연대 회원들의 카카오톡 채팅창에서는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에 대한 슬픈 감정은 물론이겠지만, 함께 활동보조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김주영 활동가
  • 고손 in 편집실에서 2012-11-08
    이번 주 들어 몇몇 버스들이 '수능 시험장 경유'라는 흰 종이쪽지를 창문에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시험에 목을 매고 있을까요. 하루에 열 다섯 시간씩 삼 년간 학교에 앉아있다보면 수능이 절대적인 목표이며 학교가 유일한 정상적 길인 줄로만, 그렇게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놀이 원고를 읽으며 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 139th
    139호 (0)
    139호. 공놀이란?
  • 밤 10시 퇴근을 준비한다. 몸뚱이는 무감각해져 온다. 뇌의 신경회로는 간간이 접속에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들이 부은 커피의 카페인은 끈적하게 들러붙어있는 혈병들 속을 파고들지 못한다. 하나하나 컴퓨터의 전원이 내리면서 마침내 오늘도 전원 오프 중이다. 곧 끝난다.
  • 캄보디아 시엠립에 있는 전쟁박물관. 나무들 사이사이에 전쟁이 끝나고 수거한 무기들이 나열돼있다. 조금씩 부숴지고 녹슨 모습 그대로 놓여져 있다. 마침 비가 쏟아졌는데 영화나 책으로 접했던 밀림 사이로 크메르 루주 군이, 베트콩이 다가오는 장면이 연상됐다. 무기들엔 설명이 조금씩 돼있는데 캄보디아 군이 썼던 무기들은 소련제, 폴포트가 썼던 무기는 중국제, 크메르 루주 전정권이 썼던 무기들은 미제가 많다. 대부분 무기는 2차대전 때 사용됐던 무기를 중고로 판매한 무기이며 캄보디아 전쟁이 어떤 대립구도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이 곳의 가이드도 대부분 지뢰로 다리나 팔을 잃은 전직 군인이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2-11-02
    냉전은 사기였다. 실제로 전쟁을 치루지 않은 전쟁이라는 뜻의 냉전이었지만 어떤 곳에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폭탄이 뿌려졌고 근대에 들어 가장 잔인했던 학살이 이뤄졌다. 미국과 소련, 중국 등 열강들이 개입했고 그것은 누구나 알았지만 비밀이라 했다. 이 전쟁엔 한국도 참여했다.
  •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오는가 싶으면 동내 어귀에 게장수가 등장한다. 트럭 가득 게를 싣고 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이었던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친구가 자기 동네에서는 와인에 꽃게를 쪄먹는다고 가르쳐 주었다. 와인 먹은 삼겹살 따위는 들어보았지만 와인 먹은 꽃게라니! 꽃게탕 따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신비의 조리법은 충격 그 자체였다.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당연히 ‘먹고 싶다...’
  • 수유너머R에서는 매달 둘째, 넷째주 목요일 저녁이 되면 목요 밥상이 진행된다. 이제 2회 진행했지만, 감이 좋다. 주방매니저 죠스에게 인터뷰좀 하자고 하니, 자기가 기획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공동 주방매니저 중 한 사람인 덤쌤이 해보자고 했단다. 덤쌤에게 인터뷰 좀 해보자고 했다. 연구실에서 만났는데, 시작부터 반응이 냉랭하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위클리에서 기획을 할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
  • 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서 나 너랑 잘 생각 없는데, 하고 말한다. 이리 저리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보니 한 달 전쯤 극장에서 봤던 영화가 나온다. 참 빠르네. 그는 옷을 벗기는 손을 멈추지도 않은 채 나랑 못 잘 이유도 없잖아, 라고 대답한다. 하기야 이미 그를 따라 이곳까지 들어왔으니 얘기는 다 끝난 셈이다. 나는 더 말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서 한 말도 아니었고 그만두자고 한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11-02
    秋收冬臧(추수동장)은 한문 세대의 처음 배우는 교과서 천자문(千字文), 첫 페이지에 나온 문구(文句)이다. “천자문”은 양(梁)나라 주흥사(周興詞)가 지은 책으로, 자연 현상과 인륜 도덕의 내용인 지식 용어를 사용한 주로 어린이(童蒙)의 교양 습자로 쓰인,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어린 시절, 한석봉의 필사본으로 첫 구절 천지현황(天地玄黃)에서 끝 절인 언재호야(焉哉乎也)를 내용도 모
  • 남색 모자를 쓴다. 검은색 머리망 사이로 머리카락이 빠져 나오지 않게 머리카락을 구겨 넣는다. 시선을 아랫도리로 옮긴다. 지퍼는 잘 닫혔는지, 신고 있는 신발이 검은 구두가 맞는지 확인한다. 가끔 의도한 건 아닌데 어짜자고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지퍼를 내리고 있는 경우가 있어 민망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윗도리 검은색 티셔츠 OK. 검은색 깔맞춤 완성. 휴대폰을 보니 9시 55분. 지금 내려가면 10시 정시 출
  • 속이 허해 뱃속까지 찬바람이 드는 것 같은 겨울날이면 굴국을 끓입니다. 손질해놓은 굴 한 바가지, 크지 않은 무 한 덩이가 필요해요. 굴은 찬물에 여러 번 헹궈내면서 붙어있는 껍데기를 잘 골라냅니다. 손이 빨갛게 시려오지만 대충하다보면 나중에 빠각, 어금니 사이에 껍데기가 끼일지도 몰라요. 이제는 무를 다듬습니다. 껍질을 긁어내고 채를 썹니다. 씹히는 맛이 있는 게 좋으므로 채칼보다는 그냥 칼을 써요. 무를
  • 138th
    138호 (0)
    . in Weekly 2012-11-02
    138호. 너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