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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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8th
    118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5-31
    118호. 데리다의 정치
  • 김재철 (0)
    부처님의 자비는 정말 훈훈하다. 어떻게 월요일에 태어나실 생각을 하셨지. 앞으로 향후 4년 간 부처님은 ‘황금연휴’를 만들어내실 예정이니, 석가의 위치선정 능력은 가히 대단하다 할 것이다. 보고 있나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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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한 불안이나 두려움이나 미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그러나 불쾌한 또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이야. 이는 마치 몸의 통증이 병이나 상처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치료하라고 경보를 울리는 것과 같단다. 이들은 더 나쁜 일이 닥치기 전에 피해를 막아 나를 보호하려는 감정들이므로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감정들이야.
  • 최진호 in 사상가 특집 2012-05-30
    데리다는 [마르크스 유령들]에서 '햄릿'을 등장시켜 '시간의 이음매가 어긋나있다' (Time is out of joint)는 말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사실 우리는 미래를 예측가능하길 바라고 예측에 따라 행동하지만, 데리다에 의하면 이런 예측은 불가능하다. 시간의 이음매가 어긋나 있는 한 미래를 예측하려는 체계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의 시간이 우리에게 열릴 수 있다
  • 강민혁 in 사상가 특집 2012-05-30
    나는 출근길에 매번 똑같은 노숙자와 마주친다. 그는 항상 정류소의 번호 표지판에 기대어 서서 초점 잃은 눈으로 행인들을 이리 저리 바라본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그가 그런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지나간다. 출근길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지나갈 때마다 풍
  • 위크리 수유너머에 실릴 기사를 써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은 과연 어떤 독자가 이 글을 볼까? 라는 것이었다. 아마 일본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재밌게 쓰면 그만한 게 없을 것이다. 일본의 이야기를 하면 될 텐데 한국에 있어보니까 요새 일본에서 재밌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러니까 한국에 있으면서 문맥 없이 생각하게 된 것을 아웃풋을 할 샘치고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독자에게도 나
  • 최진석 in 사상가 특집 2012-05-30
    1930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데리다의 첫 번째 저술은 1962년 후설의 『기하학의 기원』을 번역하며 붙인 장편의 해제로 알려져 있다. 단지 번역문에 대한 해설 이상의 함축을 담고 있는 이 논문은 데리다에게 프랑스 최고 철학상인 카바예스 상을 안겨주며 ‘천재’ 소리를 듣게 해 주었다. 젊은 철학자의 전도유망한 미래가 엿보이던 순간이었으나, 이후 40년간 그가 80여권의 저작을 출간하고 수백 편의 인터뷰를 남기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5-30
    농사 일지를 쓴지가 까마득합니다. 너무 오래여서 기억도 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일지쯤은 쓸거리가 없거나, 쓸 여건이 안되면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마땅히 심어야 하는 작물을 놓치고 말았으니, 이 농직이는 할 말이 없습니다. 농사꾼이 바람이 나도 많이 난 모양입니다. 이런 내 짖이 왜인지를 나도 잘 몰겠습니다. 특히 일상 가장 많이 늘 먹는 채소류를 거의 심지를 않고 빠뜨렸습니다. 쑥갓, 아욱, 근대, 열무,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5-30
    두 번째 증인 29세 안00은 아주대 졸업생으로 공공기관 연구원이다. 2003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아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아좋사)”이라는 카페를 개설하였고, 현재까지 운영자로 있다고 한다. ‘아좋사’는 아주대 학생들의 최대 커뮤니티로 현재 약 3만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검사는 안00가 경기지방경찰청에 우편으로 보내온 참고인 조서를 보여주면서, 본인 자필로 작성된 것이 맞는지 확인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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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5-25
    내 고향은 따뜻한 남쪽 바닷가이다. 늘푸르러 하늘을 치솟는 울창한 대밭이 있고, 긴 고샅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다 이맘 때면 하얀꽃을 피워 가을엔 노랗게 익은 탱자가 주렁 주렁 열리고, 가시로 빽빽한 탱자나무 숲엔 참새들 노릿터로 석양이면 모여든 새들의 우짖는 소리에 귀청이 터질듯 하다. 지금은 머릿속 기억만의 어렷을 적 고향 모습이다. 오래전 우리집 대밭은 돌림병으로 자취를 감췄고, 그 많던 참새들
  • 그림 2010. 5 서울-팔당 두물머리 자전거 떼잔차질
    우리는 외부세력이다. 올해로 벌써 3년이 되었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도로를 놓기 위해 강변의 유기농단지를 철거할 계획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곳에 가서 자전거도로 반대 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자전거를 좀 탄다는 친구들이 있어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나는 당시 자전거를 못 탔다. 출발과 정지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빈 운동장에서 매우 긴장하며 한 바
  • 이미 독자분들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얼마 전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세분께서 수유너머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활보일기’관련하여 간담회를 요청하셨기에 약속 후 방문하신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만남 이전부터 어떤 낌새를 채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술자리에서 동건씨를 비난한 장애인분이 계셨습니다. 동건씨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글의 내용들을 다 알고 있으며, 그 내용이 동건씨의 이야기임을 이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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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5-23
    만득귀자. 늦게 얻은 귀한 자식이 있네. 예전에 어느 역술인이 사주를 풀면서 한자로 써주었다. 표현이 하도 예스러워 신선했다. ‘늦게’라는 시간은 주관적이다. 간절히 딸을 원하다가 첫 아이 낳고 6년 만에 가까스로 만났으니 내게 너무 늦은 자식인 건 맞다. 주변 엄마들을 보아도 둘째 아이에게는 매우 관대하다. 나 역시 만득귀자를 보노라면 거의 부처님 수준의 자비심이 발했다. 발이 녹고 무릎이 없어지는 다정함의 세계. 품에서 내놓기 싫어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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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짓돈 모아서 만든 우리학교. 아무리 차별당하고 외면당해도 버릴 수 없는 단 하나, 우리학교만은 지켜야 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국적이 될 ‘조선적’을 버릴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건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닌 하나 된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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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5일 화요일 위클리 편집위원들이 두물머리에 방문했습니다. 두물머리에는 아직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물머리를 관통하는 자전거도로를 반대하며 불복종 텃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기나긴 싸움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지쳐 떠나가고 두물머리에는 이제 4명의 농부가 남았습니다. 4명의 농부들께서 시간을 내어주셔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습니다.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2-05-23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스윗 홈(My sweet home)>을 보았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다 부상을 입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끝내 법정 구속된 세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지금도 거기 나온 세 사람, 김창수, 김성환, 천주석 님의 얼굴은 잊혀지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길에 차창에 볼을 기대며 신록이 짙어가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도 영화의 한
  • 뉴욕에 대한 첫 인상. 야경사진 찍을 때나 쓸모 있는 높은 빌딩과 그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 그리고 고도 비만인들이 제법 많다는 것과 의외로 거리에 백인들이 드물다는 것. 하긴 평일 대낮에 거리를 배회하는 자들이란 관광객 아니면, 실업자일 확률이 높지. 혹은 그가 일용 계약직 육체노동자일 순 있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쭉쭉빵빵한 백인 뉴요커들은 다 어디에 숨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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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밭전위원회. 정부의 ‘4대강개발’로 경작권을 박탈당한 두물머리(양수리) 농민들과 농사를 함께 지으며 싸우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처음 본 이들 중 상당수가 무심코 ‘밭전’을 ‘발전’으로 읽습니다.‘개발’이나 ‘성장’, ‘발전’ 같은 말들이 오랜 세월 우리 눈에 씌여 있어서 일 겁니다. 뭔가 눈에 씌이면 바로 보고도 잘못 읽게 됩니다. 제 생각에 ‘두물머리밭전위원회’라는 이름 속 ‘밭전’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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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아야, 살다보면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반드시 들이닥친단다. 늙고 병들어 결국은 죽는 문제 말이다. 젊고 건강한 시절에 그걸 잊고 지내는 동안은 남의 일 같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늙음과 병듦을 데리고 들이닥치면 대개는 당황하다가 절망하고 비참해진단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나 차라리 젊고 건강한 때에 이 문제에 맞서자고 제안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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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2-05-23
    작년부터 그 파급력을 주목받기 시작한 이른바 병맛 개그 코드는 이제 인터넷 월드의 상층권을 뚫고 리얼 월드에 진입하여 맹렬히 번식중이다. 이 병맛 개그의 탄생과 번성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하는 분석들이 현재 일반적인데 훌륭함만을 최대치로 늘이고자 하는 욕구의 반작용, 루저의 감각을 일찍부터 깨우친 젊은 세대의 확산 등이 그 근거로 꼽히고 있다. 현실에서는 실존인물인지 의심이 드는 엄친아,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5-23
    [2차 공판] 2012년 4월 18일 10시에 있었던 2차 공판은 약 30분 만에 끝이 났다. 박정근은 지난번 공판 때와는 달리, 잠을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새로 바뀐 이원모 검사는 뭔가 예습을 안 해온 학생마냥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반면 변호사는 무척 의욕적이고 공세적인 자세를 보였다.
  • 117th
    117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5-23
    117호. 치명적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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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5-22
    요즘 제가 좀 바쁩니다. 금년은, 봄이 왔으나 계속 영하의 겨울같은 기온이, 또 갑자기 여름 날씨로 변합니다. 못난 농부 날씨 탓만 한다지만, 원체 농사란 것이 날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요즘처럼 변더스러운 날씨에 맞춰 농사를 짖기란 쉽지를 않습니다. 일상이 뒤죽 박죽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저뿐 아니라, 작물들도 어리둥절 어쩔봐를 모른 것은 마찬가진가 싶습니다. 멋 모르고 싹을 틔웠다가 따가운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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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기 시작한 이후로, 5월 들어 MBC 언론노조의 파업은 100일을 넘겼고, 삼성공장 노동자가 32번째로 백혈병을 앓다 세상을 등졌다. 그 밖에도 너무 많은 일들이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다. 어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전부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로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사건들이 나에게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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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대 법대에 다니고 있던 양주흡이 고향인 함경북도 북청을 향해 떠난 것은 1919년 1월 31일이다. 도쿄 유학생 사이 2․8 독립선언 계획에 참여한 후 자못 흥분돼 있는 상태였다. 조선 유학생들 사이 공개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월 6일이었던 듯하다. 이 날 학우회 편집부 주최 웅변대회에 참석했던 양주흡은 “구세의 국책을 설명하여 만장일치가 되었으므로” 위원 열 명을 뽑아 일본에 대해 시위운동을 벌이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5-17
    조선시대 실록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자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실록을 그냥 역사책이라고 알고 있다. 맞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史)이다. ‘史’에는 근대적 의미의 역사(history) 뿐 아니라 기록(archives)이 포함된다. 실록은 기록의 모음, 문서 모음이다. 사관(史官)들이 후대에 남길만하다고 생각하여 보존한 문서를 날짜순으로 모아놓은 것이다.(2011년 7월 19일자 수유너머 위클리 칼럼에
  • 현대인은 문명을 발전시켜 편리와 편안을 그리고 건강과 수명을 누리고 있지. 그러나 갑자기 문명의 보호막을 벗겨냈을 때 현대인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원시인들만큼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버지가 걱정하는 것은 육체적인 생명력보다 허약해진 정신적인 생명력이야. 만약 3차 세계 대전이라도 일어나서 갑자기 문명의 편리와 편안의 보호막을 거두어간다면 그 충격과 두려움과 절망감 때문에 고통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5-17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박진영이다. (이하)와 (이하 )를 거쳐 까지. 박진영은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 사이를 줄타기하며 스스로를 가장 핫한 트렌드로 만들어버리는 탁월한 매니지먼트 능력을 보여주었다.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5-17
    며칠 전 나는 옛 친구와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나로선 오랜만의 해후였다. 사오년 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부쩍 나이 들어 보였다. 살아갈수록 삶은 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고단하고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회사생활, 가족들 사는 모습, 취미생활, 노후 걱정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그의 입에서 또 다른 친구들의 근황이 흘러 나왔다. 어떤 친구들은 파산 이후 몇 년째 도망 다니고 있었고, 어떤
  •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태어났다." 소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는 불리는 자본의 탄생 과정을 분석하는 의 한 장에서 맑스는 자본의 탄생 과정을 이렇게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사회적 삶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체제로서 구축되기 위해서 농민들과 노동자들, 심지어 소자본가의 피를 요구했다는 말이겠지요. 다시 말해 자본의 기원에는 힘없는 자들의 피눈물이, 그들의 죽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 5월 9일 저녁 7시, 여느 날처럼 대한문분향소에서는 문화제가 열렸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 무섭다고. 마치 연쇄살인범에 쫓기듯 우리를 죽음이 쫓아오는 것만 같다고. 22번째,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생명의 줄을 놓아버렸다. 대한문 분향소에 가면 영정 안에 오려진 그를 볼 수 있다. 지난 5월 9일 대한문 분향소를 찾았다. 3년전 77일의 옥쇄파업을 벌였던 이들, 자신들을 사실상의 무자비하게 진압해오던 경찰특공대를 맞이하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던 이들이,
  •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2-05-17
    웬 놀부 심보냐구 하겠지만, 이 말들은 내 가슴을 쳤다.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데모에서 이 말을 반복해서 외치자, 어쩐지 왈칵! 눈물이 나며, 가슴 속 깊은 빗장이 스스르 풀리는 듯 했으며, 땀과 비로 범벅이 된 옆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우산을 씌어주고 싶어졌으며.... 자유와 생존의 맛은 임금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이런 게으름뱅이의 맛,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맛, 그 순간 생기는 외부로 열리는 어떤 교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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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5-17
    라디오를 들으면서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라디오와 멀어졌다. 그러다가 2007년 즈음 임태경이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려 다시 라디오 앞에 턱 괴고 앉았다. 들으니 좋았다. 평소에 듣던 노래도 디제이가 중저음으로 소개하고 강원도 삼척 사는 사람의 사연과 곁들이면 어쿠어스틱 버전처럼 낭만이 솔솔 피어났다. 음악이 손 잡아주는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라디오는, 영혼의 감기 정도는 금세 낫게 하는 ‘느낌의 공동체’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연소개 끝에 이름 대신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불렀다. 4951님 신청곡입니다. 이런 식이다. 깜짝 놀랐다. 수인번호 같았다.
  • 116th
    116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5-17
    116호. 스물 두 번의 절망에 절망하지 않기 위하여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5-12
    아주 이따금씩 이용되고 있는 나의 한가한 이메일이다. 단 하나만을 제외하면, 그것도 지극히 사무적인 문서만이 오갈뿐이다. 예외의 하나뿐인 메일을 보내준 고마운 이를, “아마 그가 아닐까”를 어렴풋 짐작할 뿐, 나는 아직 누구인지를 확실히는 잘 모른다. 산촌에 갖혀 사는 나에게 세상의 화제와 세태를 알려주는 고마운 매신저인 것이다. 딱딱한 문서를 위해 메일을 열면 그의 엉뚱한 소식이 전혀 새로워 싫지를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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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5-09
    115호. 노동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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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늦었지만, ‘활보일기’에 대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3주 전에 위클리수유너머 편집진과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몇 분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활보일기’의 일부 내용에 대해 전장연 활동가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어서,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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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미 in 씨네꼼 2012-05-09
    영화 는 영리한 작품이다. 70대 노시인과 30대 소설가가 여고생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치정극이지만, 받아들일만한 탐미적 로맨스로 형상화되었다. 게다가 젊음과 늙음에 대해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영화가 어디 있으랴. 정지우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해 일문일답을 나눴다.
  • 서구 문명에 의해 평정된 세상을 살아가면서, 또한 그것이 지옥이건 낙원이건간에 서구 문명이 만들어 낼 세상의 미래를 고스란히 우리의 미래로 안고 살아가면서 그 문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두고 아주 자주 고민에 빠져 든다.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면 대체로 세 가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kbg
    작년 5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미국에 있던 나는 인터넷에서 한국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의 짧은 영상을 보았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학생시위와는 아주 달라보였다. 과거에 내가 봤던 선배나 동료들은 ‘무슨 무슨 전사’ 내지는 ‘무슨 무슨 선봉대’ 같은 티셔츠를 입고 머리와 팔에 붉은 띠를 묶고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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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2-05-08
    전편에 소개했듯 마츠모토 세이쵸는 세이쵸 월드라는 고유의 장르를 구축하여 왕성하게 2세대를 배출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먼저 꼽히는데 얼마 전 변영주 감독이 만든 영화 의 원작이 그녀의 작품이다. 또 대중적 인기를 두루 누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세이쵸 2세대로 이 코너에 그 이름이 여러 번 언급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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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일 날도 좋은 어린이날 저녁 ‘cafe 해방촌’을 들렀습니다. 빈집 (http://binzib.net) 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그간 몇몇 장기투숙객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빈가게’가 준비되고 있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던 터였습니다. 남산교회 근처에 있던 기존의 ‘빈가게’를 아주 가끔 들르고 있었고, 해방촌 오거리에 ‘재활용센터’가 있던 곳으로 옮기기 까지의 과정을 얼핏 얼핏 듣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 love
    최진호 in 앎과 향연 2012-05-08
    이 아름다움의 큰 바다로 향하게 되고 그것을 관조함으로써, 아낌없이 지혜를 사랑하는 가운데 많은 아름답고 웅장한 이야기들과 사유를 산출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결국 거기서 힘을 얻고 자라나서 어떤 단일한 앎을, 즉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것으로서의 앎을 직관하게 됩니다
  • 5월 8일을 앞두고 어버이를 잃은 두 아이의 비극 앞에, 우리는 무엇을 답해야 한단 말인가. 남편 정희수 씨에게 이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용서해주라’였다. 그러나 정씨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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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5-08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랑 점심을 먹었다. 친구가 후배직원과 같이 나왔다. 뿔테 안경에 더벅머리를 인 선머슴 비주얼에다가 어딘가 겅중거리는 뒤태가 단독의 망상체계를 구축한 소년 캐릭터를 연상시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월의 다정한 햇살로 데워진 합정동 주택가 골목길을 터벅터벅 내려가는데 그 소년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말을 걸었다. “저, 등단 하셨어요?” 첨엔 놀랐고 바로 웃겼다. 너무 뜬금없어 무슨 접선하는 거 같았다. 시 읽는 여자로 나를 치장한 적은 있을지언정, 시 쓰는 인격으로 행세한 적은 없다. 그 푸른색 거짓말을 나는 모른다.
  • 활동보조일기는 어떤 연대의 수줍은 기록이다. 우선, 장애인과 노동자의 연대이고. 수유너머와의 어떤 방식의 연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의 기록이다. 우선 나는 수유너머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다.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 좋다 아니다를 말하기란 여간 쉽지않다. 일단 나는 공부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샌님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유너머가 말만 앞서고 공부만 하는 모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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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5-04
    114호.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이미 보았습니다
  • 우리들은 오늘 또 한 번의 메이데이를 맞아, 전 세계의 총파업에 대한 미국발 오큐파이 운동의 호소에 부응하여, ‘총파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파업’은 어쩌면 매우 기이한 의미의 총파업이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면적인 파업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전면성’은 파업참가자들의 규모나 파업에 참가한 조직의 수를 뜻하지 않으며, 파업이라곤 하지만 중단할 ‘노동’조차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5-04
    <더킹-투하츠>은 입헌군주제하의 남한 왕(이승기)과 북한장교 김항아(하지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이다. 연기자들의 매력과 시각효과 등 흥행요소가 충분함에도 시청률은 고전중이다. <더킹>의 시청률고전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그와 별개로 드라마의 ‘정치적 반동성’을 짚지 않을 수 없다. <더킹>은 삼중으로 반동적이다.
  • 이따금 미국은 근대국가의 외형과 시스템을 갖췄지만 중세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진화론보다 천국과 지옥의 존재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처녀잉태를 믿는 나라, 정교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 없는 나라, 전국민보험 같은 기본 사회보장 정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좀 아는 사람들은 왜 미국은 외형과는 달리 왜 이렇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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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5-04
    여느 해 같았으면 벌써 농사에 메달렸어야 할 때 임에도, 이상기온으로 아직 꽁꽁 언 땅을 건드릴 수가 없다. 요즘처럼 내 일상의 기복이 심한 때면 어쩜 다행이다. 지난 12일 저녁엔 광화문 광장에서 ‘텐트마당연합공연’ “들불”을 관람했고, 다음 날인 13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오페라를 관람했다. 14일에도 중요 준비모임이 있고, 다음 날인 주일에도 계속 관계된 행사가 있다. 그런데 익숙하지도 않는 일, 원고
  • . in 동시대반시대 2012-05-04
    첫 번째 인터뷰 자료에서 스피박은 총파업에 대한 요구를 단지 그것이 법적인 변화나 노동 조건들에서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개량주의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혁명을 어떤 상상된 ‘대격변’으로 바라보는 관점이야말로 이제는 무덤에 보내야 할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어휘들을 통한 일종의 딱지 붙이기를 통해 새롭게 일어난 변화를 보지 않으려 해서는 안 된는 것이지요.
  • 최근에 거기 다니는 아이들이 공부방에 들어왔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 각자의 열심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거기에 다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아이들이 다섯이나 한꺼번에 들어오고 보니 조금 정신이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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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아야, 이제부터 거울뉴런이 가진 공감 능력에서 규칙의 근거를 찾는 우리의 과제로 돌아가자. 먼저 양심이 거울뉴런의 공감능력에서 생기는지 양심의 실재성을 살펴보고, 만약에 실재한다면 양심이 규칙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역사적으로 볼 때 거의 모든 문화는 양심의 존재를 인정했었고 몇몇 종교에서는 신의 목소리라고 믿어왔단다. 그러나 근대 경험주의 철학은 양심의 선천적 자명성을 부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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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5-04
    지난 주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여의도에 갔다. 약속한 사람이 MBC 조합원이다. 엠비시 노조는 지금 사방이 화택이다. 파업 80일을 넘기면서 본사 마당에 텐트 치고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동참하는 그와 잠시 나와서 저녁을 들었다. 파업이 너무 길어지고 회사는 요지부동이고 시민은 무관심하고. 내부에서도 업무에 복귀하는 조합원이 생기고 (파업에 합류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회사는 경
  • <위클리 수유너머> 이번호는 지난호에 이어 ‘총파업(general strike)’ 특집입니다. 평소보다 하루 늦춰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업데이트 예정일인 5월 1일에 예정됐던 총파업 행진 풍경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수만 명이 참여한 노동절 기념행사가 있었습니다만 저희 편집진은 한국은행 앞에서 명동 을지로를 돌아 대한문, 상공회의소까지 행진을 했던 수백
  •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때 사람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5월 1일 400여명의 청년들이 총파업을 선언하며 거리로 나왔을 때, 이들과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이 그랬다. 비정규직, 백수, 알바생, 장애인, 대학생, 예술가, 성소수자, 생태운동가 등이 모여 총파업을 한다?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아닌 이들이 총파업을 한다는 사실에 벙쩌했고, 무언가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이들이 모였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