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Releases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0-28
    진즉부터 우리 집에도 가축을 몇 종류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나, 마음뿐 실천을 못해 늘 아쉬운 마음이었다. 나처럼 산골짝 외딴 곳에 살면서 집을 자주 비우는 사람에게는 가축을 기르기가 쉽지를 않다. 한 식구가 된 그들에게 끼니를 제대로 챙겨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가축은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풀어서 방목할 수가 없어, 가두어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챙기거나, 관리 조절하는 능력이 없는 그들이다. 그렇다고 마냥 굶길 수도 없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으나 우리 집 사정으로는 무엇보다 식솔 관리가 절대적 불가 조건이었다.
  • sg3
    유튜브에서 '밤섬해적단(Bamseom Pirates)'을 검색해보면 2인조 밴드의 공연 영상이 뜬다.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마이크를 먹을 것처럼 노래하는(소리 지르는?) 자가 바로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장성건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곳에서 운영위원을 겸하고 있다. 또한 그에게는 무대 위 모습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직업이 있는데, 바로 '생협 일꾼'이다.
  • a
    지난번에 나는 ‘3-18 사건’에 대한 루쉰의 글, 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루쉰은 이 글 외에도 이 사건에 대해 몇 편의 글을 더 썼다. 이 글들은 모두 그가 이 사건에 대해 받은 충격을 말해 준다. ‘적수공권’, 맨 손으로 오직 나라를 위해 ‘청하는 말’ 하나를 가지고 간 인민들에게 ‘빗발 같은 총탄’을 퍼부은 정부. 그는 사건 당일에 쓴 글 말미에 “민국 이래 가장 암흑한 날”이라고 적었다.
  • 신광호 in 편집실에서 2013-10-28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반대 일인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뒤편 오십여 미터 떨어진 데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고 정면으로 횡단보도가 좌우에 자리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주변의 빌딩들이 어딘가에 위치할 소실점을 따라 정연하게 이어지는 모습이 시야 한눈에 들어와, 정말이지 도심(都心)에 서 있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 댐 공사 전의 싸야부리. 출처 internationalrivers.org
    제가 메콩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당신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강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과 무지입니다.
  •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0-28
    개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는 개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고양이는 단독으로 생활한다는 점이 아닐까?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한다는 것은 서열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생활하는 것을 말하며, 단독으로 생활을 한다는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개는 ‘충성스럽고 애교가 많고’, 고양이는 ‘도도하고 독립적’이라고 묘사하는 하는 것이 두 동물의 이런 생활의 차이를 가리킨다.
  • 오늘의 요리는 햄이 들어간 김치찌개. J가 좋아한다. 채식을 하는 K는 본인은 하나도 먹고 싶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말한다. 나는 안 괜찮다. K가 없을 때를 골라서 먹는 것도 썩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채식을 풀고 고기를 잘 먹는 J가 있어서 조금 괜찮다. 공간에서 함께 먹는 점심시간, 한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는데 K는 먹지 않는 음식을 나는 맛있다며 먹는 행동이 멋쩍은 것인지, 아니면 무엇이든 K도 함께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상황이 나에겐 썩 유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 global-warming-31
    지금까지 읽어 오신 분들, 여러 가지로 의문이 생겨나지 않나요? 만일 이 대담자들의 의견이 건강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론을 지지하는 걸까요? 개중에는 자본가들의 로비를 받는 개인이나 단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심지어 진보적인 과학자들도 지구 온난화설을 지지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 어머니의 노력과 땀, 눈물이 깃든 가게가 새카맣게 타 한줌 재로 내려앉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잿더미를 정리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골목 모퉁이에서 훔쳐보았습니다. 멀리서도 불에 탄 냄새가 콧등을 시큰하게 했습니다. 가슴을 후벼 파고 드는 그 흔적들 속에서도 어머니는 묵묵히 차근차근 차분히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 168_neasung
    168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0-28
    168호. 일인 시위 이후, 단상
  • 김민밀양사진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과 단식 농성에 참여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신 지영선 님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시며 환영해 주셨습니다. 이후 김윤겸님과 김진서 님을 만나 함께 즐겁게 어울려 놀며 단식을 진행했습니다. 경찰들이 바닥에 깔고 앉을 깔개를 깔지 못하게 하자 함께 단식하던 사람들이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김윤겸 님은 “경찰 아저씨, 왜 못 깔게 해요. 엉덩이에 흙 묻으면 아저씨가 털어 줄 거예요?”라고 항의를 하셨습니다.
  • 123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0-21
    엄마는 동생과 내가 집에 들렀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고 말했다. 자식이 집에 들른 며칠 사이에, 거실에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다가 밥을 몇 끼 먹다가 갔는데도 그 빈자리가 허전한지 집에 갔다 오면 엄마는 며칠 동안 전화를 자주했다.
  • “거짓말 하지 마. 그건 여자 이름이잖아. 너 목소리 하며, 응? 내가 그런 걸로 속을 것 같아 보여? 너 아버지 뭐하시니? 너희 집에 전화 좀 해야겠다. 아니, 너 날 좀 봐야겠다. 너, 내가 그리로 찾아갈 줄 알아, 너.” “저… 남자 아닌데요. 정말… 여자 맞는데요.” “아니, 이 미친놈 봐라. 너, 내가 우습니? 그럼, 넌 누구니?” 나는 알 수가 없어서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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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축제 중에서 가장 큰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지난 6월, 올해도 어김없이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렸다. 퍼레이드가 시작되기에 앞선 개막무대에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고, 드라큘라 복장을 한 나영 씨와 공동 사회자인 홀릭이 무대에 올라섰다. 여름 초입의 작열하는 태양을 가르며 "전 세계의 퀴어 여러분, 여기 다 모였나요?"라고 외치던 나영 씨의 목소리를 듣고서 이 사람은 '발언'에 특화된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끄러운 도로 한복판 집회에서도, 커다란 음악 소리가 가득했던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후원의 밤 행사에서도 약간 하이톤인 이 목소리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3-10-21
    활동가가 주는 이미지란 어떤 대단하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 똑 부러지고, 알아서 할 일을 찾고, 모든 열정을 투여하며, 일당백을 해내는 사람들 말이지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당혹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때도 이겨내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주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대개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구성해 가고 그걸 지켜 나가는 사람들일 것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 속할 것입니다.
  • 최요왕 in 수유칼럼 2013-10-21
    새벽 다섯 시 반. 집사람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거의 동시에 꺼진다. 집사람이 반사적으로 끈 거다. 30분 후 다시 울린다. 알람 끄고 다시 잠들어버려 허겁지겁대는 경우가 허다한 집사람의 자구책이다.
  • 205_389x292
    올겨울 날씨 관련하여 예언 하나 하겠다! 만일 예년보다 기온이 높으면 언론에서 지구온난화의 증거라고 할 것이다. 반대로 예년보다 기온이 낮으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기온이 낮아졌다고 할 것이다. 어떻게 아냐구?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당신이 지난 10여 년간 반복해서 경험한 것인데 정말 모르겠느냐구?
  • 1962년은 가출전성시대였다. 5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보고된 가출 소식이 신문지상을 메우더니 11월까지 계속 이어진다. 급기야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이 가출 러쉬를 두고 동아일보 11월 21일자에는 “십 대의 가출 경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린다. 기사에 의하면 62년 10월 한 달에만 212명이 가출했는데(물론 경찰에 신고된 숫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중 삼분의 일이 10대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당시 보고된 기록으로는 유래 없이 많은 숫자였다. 62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출 청소년들이 급증한 것일까? 하지만 어른들은 왜? 가 아니라 어떻게? 이 사태를 막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 HAPAXvol1coverh1
    요새 일본에서 "HAPAX"라는 잡지가 창간되었다. 사상에 관한 잡지이다. 도쿄에 사는 어떤 분이 보내 주셔서 읽고 보았다. 중요한 잡지라고 생각되었다. 다양한 기사가 있으며, 모든 기사를 소개하면 나열적인 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싱거운 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니까, 그냥, 내가 특히 중요하다고 느낀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기사를 중심으로 소개를 해보고 싶다. 그런데, 소개라고 했으나, 나의 주관도 많이 들어가는 글이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서평이며, 서평이면서도 "HAPAX"에 촉발되면서 쓴 나의 느낌을 몇 가지 써보겠다는 것이다.
  • 3
    오늘날 한국에서 작가, 미술행정가, 큐레이터, 비평가가 언명하는 ‘공공미술public art’이란 무엇일까? 사실 공공미술에 대한 출판물과 기록은 그 양이 지나치게 방대한데, 관련 기사, 논문, 보고서 등을 훑어보면서 드는 의문은 '왜 이렇게 많은 자원과 재원이 투자되는 데도 불구하고 공공미술이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질까'이다. 사실 지난 30, 40년간 한국에서 공공미술이라함은 민주주의적 정치개념이나 건축공간적 키워드, 즉 도시환경urban environment, 공간 정치학politics of space, 공공성publicness, 시민사회civil society, 지역local/community, 공동체collective, 공중public, 민중people, 시민citizens 등으로 풀어 서술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조금이나마 구체적이고 명확해진다.
  • 영국 BBC드라마
    “와, 쌤도 그 영화를 좋아한단 말이에요? 신기하다!” 이야기가 어쩌다 드라마 으로 흘러 나도 좋아한다고 말을 했더니 K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은 코난 도일 원작 추리소설 를 현대물로 각색한 영국 BBC TV드라마 시리즈다. 감각적이고 전개가 빠른 영상과 주연배우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괴팍한 천재 연기가 아주 매력적인 영화다.
  • 공안정국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10월 5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열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있습니다. 8년간 진행되어온 밀양 송전탑 공사는 주민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입니다. 10월 2일부터 공사를 재개해 송전탑 부지를 에워싼 5,000명의 경찰이 밀양 할머니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곳곳에서 할머니들이 실신해 실려 갑니다. 이런 상황이니, 밀양의 슬픔에 공감해온 시민, 대학생, 환경단체 등이 버스와 기차를 타고 밀양으로 오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저도 며칠간 학교에 휴가를 내고 밀양에 갔습니다.
  • ≪공공적 소란: 1998-2012_17개의 사회적 미술 아카이브 프로젝트≫ 토크,2013,토크전경 ⓒ 아트스페이스 풀
    포스트 스크립트 같이 간결한 글로 컬럼의 마감을 대신한다. 2012-2013년 서울생활과 함께 시작하고 끝을 맺은 글들이 당시 느끼고 생각한 점에 대한 솔직한 발자취임을 밝힌다. 파편적이고 매끈하지 않은 서사는 솔직함의 결과이며, 나 역시 공공의 장의 일원으로 다른 이들의 사고와 환경에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대화 상대가 되어준 모든 이들께 감사드린다.
  •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사에서 무엇을 봤을까. 아마도 나르키소스가 연못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 표면은 아주 잔잔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최선의 모습이 담길 만큼 고요한 수면 위에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수면 위는 늘 일렁거린다. 센 물결도 치는데다가 진흙과 물이 뒤섞여 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 천공의 성 라퓨타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를 기점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일어났다. 당시 고3이었던 나는 언론의 왜곡적 보도에 분노하며 집회에 참여하였다. 내가 분노했던 이유는 언론의 모습이 보통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도덕과 역사의 모든 것을 거스르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저들은 뻔뻔하게도 국민을 대상으로 왜곡된 보도를 하는 거지?’ 그리고 ‘왜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거지?’ 이명박의 공약들은 다시금 그 실체가 낱낱이 벗겨지게 됐다.
  • 167th
    167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0-21
    167호. 오합지졸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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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들어 새롭게 등장한 음악은 1950년대를 풍미했던 음렬음악과 우연음악의 경계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태동하게 되었다. 이 시기 20세기 음악사에서 뚜렷하게 방향전환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새로운 음악을 음향음악, 음향작법 Klangkomposition, Sound-Mass Music이라 일컫는다. 음향음악이란 어떤 음악을 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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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송전탑 설치 반대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선 김정회 씨를 지난 9일 만났다. 몇 차례 서늘한 가을비가 지나고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정오 즈음이었다. 우리의 첫인상이 맥없이 보였는지 그는 외려 이렇게 물어 왔다. “밥 안 먹고 왔습니까?”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0-13
    이 글은 앞으로 연재될 밀양의 문제를 다룰 글들 중 첫 번째 글입니다. 라는 제목의 첫 번째 글은 밀양 송전탑 건설이 가진 많은 문제들 중 ‘송전탑이 진정 필요한 것인가, 이 송전탑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어디로 가는가, 전력난을 해소할 방법이 전기 생산에 있는가’라는 문제만을 다루고 있고, 앞으로 있을 글들에서 다른 문제들을 밝혀보려고 합니다.
  • P1170690
    또 하나 신자유주의 기획의 가장 중요한 공간은 개인의 '신체'이다. 철탑에 올라갔던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종탑에 올랐던 재능 교사들, 육 년 넘게 텐트에서 생활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 재능 해고 교사들, 콜트 콜텍 노동자들과 활동가들, 내성천에 텐트를 치고 강을 관찰하는 내성천 지킴이들, 몸을 서로 결속하여 구럼비를 지키려는 지킴이들, 원자력 발전소, 고압 철탑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이 어린 용역들과 싸우는 밀양의 할머니들, 이들의 점거는 공통재를 끊임없이 수탈하는 신자유주의의 무정부적 팽창을 저지하는, 신자유주의의 훈육을 거부하는 대항 품행 주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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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6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0-13
    166호. 도시의 가난함을 넘어서는 싸움
  • 6_1
    지난 10월 5일, 6일 탈핵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2일, 추수철을 겨냥한 듯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었고 7,80대 고령의 주민들을 상대로 경찰 병력이 3천 명이나 투입되었다고 했습니다. 먼저 발걸음 한 이들의 당부를 꼭꼭 씹으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밤에는 겨울처럼 춥고 낮에는 여름처럼 덥고, 현장은 전쟁터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피켓도 거의 부서졌다기에 함께 내려오지 못한 이들 몫까지 만들었습니다.
  • 05-einstein-college
    지난주에 나는 지동설과 천동설, 지구 중심설과 태양 중심설 모두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쪽을 선택해서 천체를 설명하든 자유지만, 둘 중 어느 한쪽이 실재와 일치하고 다른 한쪽은 그러지 못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주에는 그걸 판정해 줄 고정된 기준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단할 것 없는 소소한 상식과 심오할 것 없는 소박한 논리를 가지고 이러한 견해에 도달하였다.
  • 02_JGBPO4_2003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다. 첫 번째 봤을 때는 중3 때여서 그런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재밌는 SF물로 보았다. 수능 끝나고 우연하게 다시 봤을 때는 중3 때 봤을 때보다는 나름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였다. 허나 내가 느낀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역시 인간은 나쁜 동물이야' 정도였고, 영화가 반전 또한 괜찮아서 그냥 즐겁게 타임킬링 한 영화로 기억에 저장해 놓았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이 영화로 다시 보게 되었는데, 나는 정말 경악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0-13
    나는 아직도 “도, 레, 미, 파, 쏠, 라...” 그 음계를 잘 읽지 못한다. 글을 읽히면서부터 벌써 초등학교때에 배우기 시작한 음계를, 나는 때를 놓쳐서 못 배웠다. 또한 지독한 음치로 거의 일생을 지냈다. 어쩌다 어울리면서 노래방을 가면 부를 노래가 없어 겨우 구닥다리 옛노래를 불러 남들의 좋은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경험도 많다. 그런 내가 합창단에 끼어 노래를 하고 있다. 요즘 나는 음악이 좋와 노래를 즐기며 살고 있다.
  • kim1
    '이상한 모자'라는 필명을 쓴다. '야채인간'이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친다.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바로 가기)'라는 사이트를 운영한다. (텍스트 펴냄, 2009), (공저, 행복한책읽기 펴냄, 2010), (공저, 메디치 펴냄, 2011), (공저, 글항아리 펴냄, 2012) 등의 책을 썼다. '큰 스승'이라는 별명이 있고, 더러는 그를 '운동권계의 관료/공무원/골품'이라고도 한다. 현재는 미디어 비평지 에서 기사를 쓴다.
  • 원점 (0)
    돼지누린내가 연기로 날리는 국밥집 구석자리에 앉아 연거푸 소주를 들이켰다. 그녀는 내 국밥에 새우젓을 넣어 주며 허기를 달래길 재촉했다. 그녀의 잔을 채우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긴 싸움을 끝내야 한다.
  • 시부모님(저는 혼인신고서에 잉크도 안 마른 새내기 유부라 이 호칭이 어색하네요. 남의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언제 몸에 맞는 옷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매번 남편의 부모님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그냥 이렇게 써야겠지요)은 20 여 년 전 서울 살이를 청산하고 경기도 포천에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집 앞 뒤로 텃밭을 일구어서 당신들 먹을 채소 정도는 기릅니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3-10-13
    ‘서양현대사’ 강의 시간. 백효리가 외우기 시작했다. “민중운동을 위해 승리의 기록을 날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역사 서술의 목적이 과거를 지배하는 실패만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사가들은 끝없는 패배의 순환에서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 역사가 창조적이라면, 또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도 가능한 미래를 예견하려면, 덧없이 스쳐 지나간 일일지언정 사람들이 저항하고, 함께 힘을 모으며, 때로는 승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 20121002 755
    Q : 사랑도, 우정도, 결혼도, 공동체도 돈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A : 그렇군요. 돈 아니어도 헤어질 일은 많죠. 돈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데 그 ‘많거나 적은 돈’ 때문이라기보다는 많을 때는 어떻게, 적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운용의 주체가 헤어짐을 맞는 거겠죠.
  • CAM00450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0-13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한쪽 어금니를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어느새 신경으로 파고들어 갑자기 시작된 치통처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것 같기도 했고, 길을 걷다가 새똥을 맞은 것처럼 어디서 툭 떨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꼭 고양이였다. 개도 아니고, 거북이도, 금붕어도, 고슴도치도 아니고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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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호 (0)
    편집자 in Weekly 2013-10-07
    165호. 우리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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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깨 in 수유칼럼 2013-10-07
    인도의 동해안 뿌리라는 도시에서 난 벵갈만의 일출을 보러 새벽 일찍 바닷가로 나갔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해안가를 걷는데 사람들이 잔뜩 앉아서 나와 같은 동쪽 방향을 보고 있었다. 난 그때 현지인들도 일출을 감상하는구나 하며 신기해 했다.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일출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해는 떴고 주변이 밝아진 덕에 난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닷물이 밀려오는 해변가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장엄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올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나왔지만 숙소로 돌아갈 때는 뭔지 모를 꺼림칙함을 감내하며 발밑을 조심하며 해변을 걸어야 했다. 이후 나는 ‘똥’에 대한 느낌의 다름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게 됐다.
  • 그리고 싶은 것
    권효 감독의 은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서 위안부를 소재로 택한 권윤덕 작가 그림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을 했고,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할머니들이 늘어 가는 현실을 알리고 호소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회화를 위해 투쟁하다 돌아가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에 의해 1991
  • 재규어 in 편집실에서 2013-10-07
    몇 달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아주 조용히 들려오는 물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무엇인가?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에 맞춰 준비를 하면서 생긴 궁금증이다. 이 물음이 위클리 수유너머 때문에 생각해보게 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연구실에서 공부하면서 종종 들었던 물음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구실에서 공부만 할 때에는 공동체에 대해 이상적이었으며 내 머릿속은 추상적인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0-07
    봄 날씨는 비가 내리면서 여름에 다가가며, 가을엔 비가 내리면서 차츰 겨울로 다가 간다.여름 내내 줄곧 내렸던 비는 가을에도 종종 내려 마치 하늘을 씻기라도 한 듯, 쪽빛 하늘이 더욱 푸르러 보인다. 여름도 오기 전, 지난 봄에는, 원전의 갑작스런 고장과 불량 부품의 무더기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가장 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력 수요 차질로 인한 파동을 크게 우려했다. 소수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전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도적맞는 꼴이라니... 기계의 고장이야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관계자들의 서류 조작과 납품 비리로 불량 부품이 무더기 사용되어 가동이 중단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 크기변환_103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0-07
    밀양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전에서는 2일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에 퍼트렸지만 실제로 1일부터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 트위터에는 경찰 2000명이 밀양 4개 면에 나눠서 배치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왔고, 추가로 계속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서울 지역에서 밀양 긴급 탈핵버스가 수목, 금토 양일에 밀양으로 향했고, 부산이나 청도 등 기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연대하는 이 인원들을 빼면 24시간 장기적으로 움막을 지키는 것은 소수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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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첫 이름은 였다. 앙코르와트? 박상훈감독이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왜 앙코르와트인가를 설명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앙코르와트가 갖고 있던 어떤 ‘이미지’와 그가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이미지가 겹쳤던 듯하다. 그러나 앙코르와트는 이미 지워져 버렸다. 이름 없는 이름, 사라져 버린 이름의 자리를 〈벌거숭이〉가 대체했다. 이 벌거벗은 삶이 앙코르와트가 드러내고자 했던 이미지와 등치되는 것 같지는 않다.
  • bulgu
    “반성문이에요. 제 인생의 반성문. ” 박상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반성을 한 사람의 얼굴이 왜 개운하지 않을까.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잘못했던 일이 사라지진 않는다는 걸 가슴을 치고 반성해본 사람은 안다. 영화를 보면서 속이 답답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반성의 속성 때문이다.
  • 지역아동센터는 요즘 한창 긴장 중이다. 내년부터 전체 초등학생들을 위한 학교 중심의 방과 후 무상 돌봄이 전면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돌봄‘이 전적으로 가정과 특히 여성이 부담해야 할 몫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짊어져야 할 몫으로 인정받고, 정책적으로 배려 받는 현실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들은 스스로가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이 정책의 실현에 앞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 황윤지2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향하고 불황의 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활발히 치솟는 수치들은 다음과 같다. 고시 응시율, 대기업 입사 경쟁률, 청년 실업률, 청년 부채율. 주거비를 비롯한 생활비는 나날이 오르는데,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은 미비하고 계층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 세대의 불안은 윗세대의 욕망을 뛰어넘는 동력이 되어 청년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생활 기반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에 매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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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의 할매들은 남한 사회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나는 이 말이 과장된 수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저항은 한국 사회의 대 전환점이다. 과연 한국 사회는 ‘탈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탈성장은 한국 사회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우연과 함께 변화가 찾아왔다. 그들의 싸움으로 탈성장과 탈핵이라는 의제를 우리가 사고하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점거는 우리가 잊고 있는 ‘땅’과 ‘공간’의 영속성을 다시 사고하게 한다.
  • 외할머니는 매일 저녁 7시에 잠에 들어 다음날 4시에 기상한다. 5시면 천주교TV에서 나오는 를 복창하고, 6시엔 세탁기를 세 번씩 돌려 구정물이 안 나오는지 확인하고, 8시 반엔 침 묻은 젓가락을 휘둘러 밥그릇마다 마늘장아찌를 추가한다. “마늘 두 쪽씩 먹어야 건강하다.” 외할머니는 매년 장독 두 동이를 마늘장아찌로 채운다. 장아찌가 알맞게 익으면 그 중 반을 건져내어 자식과 손주들에게 전해 주고, 반은 자신이 먹는다. 가장 저렴한 설탕과 간장으로 재워 둔 마늘에서는 불량식품 같은 단맛이 난다.
  • Copernicus_crop3
    나는 자연과학을 좋아한다. 그러나 전문가는 아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나는 아마추어 과학자다. 아마추어란 amateur라는 단어의 생김새에서 얼추 연상할 수 있듯이 “연인이라는 뜻의 라틴어 amator에서 유래된” 단어다(제임스 N. 가드너, [생명 우주]). 그러니까 아마추어 과학자란 자연과학과 연인 관계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혹은 과학 애호가(愛好家)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애호가라..... 참 좋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