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6월
Releases
- 걸어다니는 미술사전 김달진 (1)미술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서울아트가이드를 만든 김달진 소장을 지목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무가지 서울아트가이드는 이름 그대로 낯선 전시장을 찾은 일반관객과 작가 화랑을 연결하는 휴대용 매체이다. 거의 모든 갤러리 입구에 비치되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서울아트가이드는 9년이 지난 현재 많은 작가들과 갤러리, 미술관에서 홍보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 인사동에서 미술잡지 사진기자를 하고 있을 때 허름한 차림에...
- 22호 (0)| 편집자의 말 | 회색 보따리와 검정 우산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홈리스, 또는 세계의 상실 _ 사사누마
탈노숙, 죽어서 떠난 사람이 더 많아요 _ 은유
노숙인 지원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_ 박사라
홈리스 지원체계 통합 철회를 규탄한다 _ 홈리스행동 | 수유칼럼 | 부시초청 평화기도회, I am Sorry 기도회 _ 김경미 | 매이데이 | 닥치고 편지 _ 매이 아빠 | … - 회색 보따리와 검정 우산 (4)지금 살고 있는 집은 3층입니다. 세 가구가 한 층씩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계단을 돌고 돌면 제가 사는 집이고 반 계단을 더 오르면 옥상입니다. 처음 집을 보러왔을 때 옥상 전망에 감탄을 하고는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회색 보따리와 검정 우산 하나가 있습니다. 재작년 겨울, 영하의 칼바람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던 때였습니다. 아내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옥상 쪽에서 인기척이 난다고. 밤에 현관문을 열쇠로 따려할 때 그 반 계단 위에 누가 있는 것 같아 아주 무섭다고 했습니다...
- 여행의 덕 (3)여행을 떠나며 나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렸다. 낯선 텍스트를 접한 독자의 이미지 말이다. 나는 장소를 텍스트로 삼아 한 명의 신중한 독자가 되고 싶었다. 낯선 텍스트를 대할 때 어떤 이는 자기 마음에 드는 일구만을 건져간다. 어떤 이는 행간을 읽어내기도, 전체상을 움켜쥐기도 한다. 장소가 텍스트라면, 행간은 그 장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직조해내는 삶의 논리일테며, 전체상은 역사에 값하리라...
- 음악회에 다녀와서 (0)우리의 판소리나 대중가요 음악회에서는 전혀 아닌 순수 음악회를 관람하면서 늘 이해 못한 나의 아쉬움이 있다. 음악은 듣고 감동하며 즐기는 것이라면 어떤 격이나 룰에서 좀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이면 안될까? 판소리 굿판에서 추임세나 가요제에서 환호처럼, 음악회에서도 음악가의 열창이 있다면 관객의 감동도 함께 했으면 하는데...무지의 소치려니 소양도 부족하고 경망스런 나는 도대체 힘겨워 때로는 엉뚱한 실수로 나를 당황케하는 관람 분위기의 적응이다...
- 홈리스, 또는 세계의 상실 (1)2006년 1월, 오사카 지방법원은 4년간 공원에 거주해온 홈리스 남성에게, 그 공원을 주소지로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홈리스의 공원불법점거를 인정했다는 식의 시비가 있었지만, 주소를 인정한 것은 공원 점용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가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정한 것이다. 거주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거주 사실만을 인정한 것인데도 왜 그리 사람들은 난리를 쳐야 했을까...
- 바람 같은 그니 (0)아주 멀리서도 그니는 눈에 확 띈다. 한 그루 미루나무처럼 호리호리한 몸에 바바리 자락을 날리며 휘청휘청 걸어가는 것을 볼라치면, 슬며시 다가가 팔이라도 잡아주고 싶다. 밥상머리에 앉아 간드러지게 ‘사랑밖에 난 몰라’ 라며 노랫가락이라도 흥얼거리는 날은 좀처럼 그니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몇 겹의 비닐봉지 안에 담긴, 그니가 직접 담근 오이지 맛이라도 보게 되면 영락없이 그니의 덫에 턱 걸리고 만다. 그래서인지 그니 주위엔 광팬들이 참 많다...
- 황당함, 쓸쓸함, 따뜻함 (2)대학을 졸업하던 해, 중등교사임용시험에 보기좋게 떨어졌다. 나는 하루빨리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빠는 집안형편을 생각해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이 시험에 합격하자 직장에 근무하며 야간대학에 다녔다. 그리고 의학공부를 하고 싶어하던 동생은 학비가 들지 않는 간호사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입시를 두 번 실패하고서야 대학에 들어간 나만 여전히 부모님의 짐이 되고 있었는데 중등교사임용시험마저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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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와 노숙인 추방은 동시에 일어난다. 한강의 기적과 판자촌 철거가 그랬듯이. 잔치가 성대할수록 출혈도 크다. 삶의 자리에서 내몰린 도시빈민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친다. 이를 군부독재 시절엔 빈민운동이라 불렀다. 반정부세력이었다. 21세기에는 빈곤퇴치운동이다. 나라에서 권장한다. 기업엔 사회공헌팀이 가동되고 지자체가 앞장선다. 기부와 봉사로 종교인은 건물을 세우고 연예인은 이름을 얻는다. 감동한 시민들도 나눔 행렬에 동참한다...
- 버터이야기 (0)< 식빵 굽는 시간> 주인공의 엄마는 매일 아침, 집 근처 빵집에서 갓 구워져 나온 크루아상 두 개를 먹습니다. 그 책을 읽은 후 처음으로 크루아상이라는 빵을 먹어보았습니다. 초승달처럼 생긴 모양도 탐스럽고 무게도 가벼운데다, 아주 고소했습니다. 무엇보다 빵의 결이 켜켜이 살아 있어 참 맛있었습니다. 크루아상의 이 결, 이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버터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과 고소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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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저녁이었던 것 같다. 교회 청년부 클럽 게시판에 누군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허거덩~ 정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엔 없었다. 그 글은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평화기도회 홍보 웹자보였는데, 초대강사가 조용기, 김장환, 김삼환 목사 등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부시가 기도회에 간증자로 초대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 닥치고 편지 (2)그동안 그 사진이 거기 붙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매이가 일깨워줬다. 칸차나는 2005년부터 우리 부부가 '플랜 코리아'라는 NGO를 통해 1:1 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11살 소녀이다. '플랜 코리아'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돕는 국제 NGO 단체인데, 후원자와 아동 사이에 사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면서도, 아동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동이 사는 지역에 상수도나 학교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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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있게 살자 (0)“하늘에서는 건조한 기운이고, 땅에서는 금이며, 괘에서는 태(兌)이고, 몸에서는 피모이며, 빛깔에서는 흰 것이며, 음에서는 상(商)이고, 소리에서는 울음이며, 병적인 것에서는 기침이며, 구멍에서는 코이고, 맛에서는 매운 것이며, 지(志)에서는 근심하는 것이다. 경맥에서는 수태음이고, 진액에서는 콧물이며, 겉에 나타난 것은 털이고, 냄새에서는 비린내이며, 숫자에서는 9이고, 곡식에서는 벼이며, 집짐승에서는 닭이고, 벌레에서는 딱지가 있는 벌레이고, 과실에서는 복숭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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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심각한 주거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난 홈리스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부랑인복지시설이나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쪽방, 고시원, 역사, PC방이나 찜질방 혹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심지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극단적 주거취약계층의 생활위기는 점점 더 가중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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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점점 그들의 삶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고민을 하도록 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연대책임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만난 이들과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노숙을 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야할 정부와 서울시는 그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에 급급한 모양이다. 때문에 빈곤계층을 위한 서울시 복지정책은 가난한 이들에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코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 사십대 / 고정희 (8)꽃단장 컨셉에 맞추느라 신발장을 지키던 7센티 정통 하이힐 신고 외출했다가 아주 고생을 했다. 집에 오자마자 벌겋게 달궈진 발을 따순 물로 씻고 로션을 발랐다. 왠지 뼈랑 힘줄이 툭 튀어나온 것 같아서 발을 정성스레 주물렀다. 구겨진 발톱을 폈다. 불과 작년까지 멀쩡히 신어놓구선, 저 신발 당장 버릴 거라고 투덜거렸다. 그 꼴을 아들이 보더니 “그러게 왜 하이힐은 신었어요” 한다. 그 뉘앙스가 꼭 전원일기 김회장이 팔순 노모 나무라는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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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학도병의 실화를 다룬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면 어떤 영화가 상상되는가? 반전의 메시지나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기대했다면 < 포화속으로>를 보지 말기 바란다. < 포화속으로>는 반전이 아닌 반공 메시지를 담은 ‘무용담’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시각은 냉전시대 ‘공식입장’에서 한 치도 어긋남이 없으며, 어머니를 비롯한 온갖 클리셰들이 포탄처럼 떨어진다. 국가보훈처가 150억원 예산으로 극장판 < 배달의 기수>를 찍는다면 이와 흡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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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제너레이션>은 ‘자신의 세대’에 대해 발언한다. < 플레전트빌>이 아니더라도 의미를 파악함직한 무채색 화면으로, 영화는 담담하고 처연하게 청년실업과 ‘카드깡’을 말한다. 시무룩한 표정과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영화가 전하는 아픈 진실은 이런 것이다.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은 IMF사태 이후 일어난 일시적인 소요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사적 과정이며, 노동과 고용의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고...
- 아, 불온해! 너무 불온해! (3)< 가난뱅이 역습>은 한마디로 '가난뱅이 계급의 서바이벌 기술 실용서'이다. 고로 이 책을 '읽을거리'로 취급하는 당신 혹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척하는 당신'! 당신에게는 이 기술들이 필요 없다. '바가지나 씌우는 부자 계급'은 가난뱅이의 적임이 분명하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도 집에 '남아도는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다든가,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차를 혼자 타고 다닌다면 말이다. ...
- 청년유니온의 존재 (10)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열린 최저임금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젊은 사람들의 호응이 상당했어요.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 청년유니온> 위원장인 김영경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날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최저임금 권리 찾기 캠페인’이 있었거든요. 청년유니온 잘 아세요? 한국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요. 만 15세부터 39세까지 가입하는 세대 노동조합입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심지어 구직 중인 사람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일종의 일반 노동조합입니다. 지난 3월 13일 창립식을 가졌어요. 하지만 노동부가 조합 설립신고서를 계속 …
- 알바 9단 S양의 인생역전! (8)눈치 챘겠지만 대졸자 백수 S양은 바로 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와 여성공동체 W의 목공작업장에서 일하는 지금의 나. 둘 다 시간당 페이를 받으며 임노동을 하는 모습이지만 알바생으로서의 삶에 비해 지금의 삶이 확실히 자본 논리에서 그래도 반 발짝쯤은 벗어난 느낌이다.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자본주의 내에서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화폐로 환산될 뿐인 무표정한 내 시간에 ...
- 책 읽기와 공감능력 (3)얼마 전 어느 대학교 화장실에서 청소일 하는 아주머니와 젊은 대학생이 말싸움하는 장면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떠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뉴스에까지 등장한 이 사건은 결국 그 당사자인 학생이 직접 아주머니를 찾아가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사건이 터지자 여기저기서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어머니같은 사람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 ...
- 다문화=다 한국인 만들기 (3)파란 눈에 노란 머리,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음식을 만든다. 이런 장면은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나 보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우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단체와 지방정부에서 다문화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잔치를 벌입니다. 거기에는 어김없이 검은 눈에 검은 머리, 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음식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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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이 되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서울세관 주변이 소란스럽다. 별관 4층에 입주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때문이다. 노동자위원(9명), 사용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들이 모여 다음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6월 29일까지 노동부장관에게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심의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란 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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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낙원, 샹그릴라는 이제 실재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것은 중국에 있다. 1997년 중국 정부는 샹그릴라를 발견했다고 대대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원난성의 중띠엔(中甸)이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었다. 2001년에는 중띠엔을 샹그릴라(香格里拉, 샹거리라Xiānggélǐlā)로 개명하여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개발하였다. 도로를 포장하고 공항을 개설하고, 2003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켰다. ...
- 21호 (0)| 편집자의 말 | 청년유니온의 존재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당신의 한 시간 노동은 얼마입니까? _ 이영일
알바 9단 S양의 인생역전! _ 서다혜
아, 불온해! 너무 불온해! _ 소하영 | 수유칼럼 | 월드컵과 전자책 _ 유재건 | 매이데이 | 매이야 놀자 _ 매이 아빠 | 밍글라바코리아 | 다문화=다 한국인 만들기 _ 소모뚜 | 달팽이공방통신 | 엄마의 손 _ 졸린 … -
하얀 바탕에 진회색의 육중한 건물이 우뚝 서 있는 겉표지를 보는 순간, 스르르 손이 먼저 움직였어. 『섬』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도 좋았고. 정현종이 그랬던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켰으니 그에게 섬은 아름다운 공간, 희망적인 공간일 거야. 섬을 통해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고 싶어 하니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보면 섬은 매개의 공간이요, 소통의 징검다리이기도 할 테지. 하지만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섬은 단절의 공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심연의 공간이기도 해.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섬』이라고 적은 건, 정말이지 절묘한 선택인 것 같아...
- 밥맛없는 세상 (2)질문 하나 하고 넘어가자. 오행, 오행 이야기하는데 그럼 오행(五行)이 뭘까? 목화토금수. 세상을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작위적인 것일 수 있다. 모든 세상의 사물들을 다섯 개의 틀에 억지로 끼어맞추는 듯 한. 그럼, 왜 꼭 다섯 개야 하는데? 나무이면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그 다섯 개로는 포괄 안되는 그 무엇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
- 엄마의 손 (3)얼마 전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머위 장아찌를 보낸다는 말씀이셨다. 아는 친구의 텃밭에서 머위를 따다 이틀밤을 꼬박 새며 껍질을 벗기고 간장을 부어 장아찌를 담그셨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팔을 다쳐 잘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왜 또 무리를 하냐고 약간은 짜증 섞인 소리로. 내가 좀 살갑지 않은 성격이라 그런지 여는 집 엄마와 딸들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난 엄마와 그리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다. 사실 별다른 일 없으면 난 친정엄마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다...
- 월드컵과 전자책 (4)월드컵과 전자책, 요즘 내 관심을 끌고 있는 두 가지 주제다. 둘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닮아 있다. 먼저 월드컵은 공중파(public wave)의 영역이고 전자책은 출판(publication)의 영역으로, 둘 다 퍼블릭(public) 즉 공공성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하나, 둘은 모두 시장에 종속되어 있는데, 똑같이 시장에 종속되어 있긴 해도 그 양상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월드컵은 시장의 맨 앞에서 설쳐대는 방식으로, 전자책은 시장의 맨 뒤에서 쭈뼛쭈뼛 눈치보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시장의 노예임을 보여준다...
- 매이야 놀자 (4)어린이집에서 연장 운영 참가 신청서를 보내왔다. 이번에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가받으면서 서울시의 ‘연장 운행’ 지침을 따라야 하는데, 3명 이상 신청하면 밤 10시까지 아이를 봐 준다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매달 1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만세를 부르며 신청했을 것이다. 매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다는 이유로 가장 늦게(저녁 7시 30분) 찾아오고 토요일에도 오후 3시까지 홀로 있는 매이를 데려오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 문화살롱 공을 만든 사람들 (3)2008년 12월 어느날. 그동안 스폰지 그룹을 만들어 섬展및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해오던박이창식샘 에게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작업실을 알아보다 공동으로 갤러리를 만들어 같이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위치는 의정부 시청앞 의정부2동 주택가골목. 갤러리를 하기엔 정말 생뚱맞고 지하공간에 인적도 별로없는 낯선이곳은 박샘의 제자가 작업실겸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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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남성동지들의 연인이 되어주며 독신으로 살 줄 알았던 선배다. 뜻밖에 서른중반에 같이 일하는 연하남 동지랑 결혼했다. 아이없이 지냈다. 마흔이 넘으니 슬슬 아기가 눈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아기를 가지려니 생기지 않았다. 두 번의 유산. 언니가 '유산했다'고 전화한 날, 언니네 잠시 들렀는데 서랍장 위에 장난감 같은 아기신발이 놓여있었다. 그걸 보니 마음이 짠했다. ...
- 식물아, 나는 어쩌란 말이냐! (5)요즘 참 바쁨니다. 뚜렷하게 잡히는 무엇도 없이 허우적 거리게 바쁨니다. 오늘도 사당역 부근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다녀 옵니다. 오래전에 정해진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부랴 다녀옵니다.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는 다행히 빗나가 날씨는 햇빛이 납니다만, 이삼 일후면 장마가 시작되겠다는 예보가 내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합니다. 손 봐줄 야채들 생각으로 더욱 조급해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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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열 살 어린 여자 친구가 있다. 지금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니까, 그녀는 열여덟, 즉 아직 ‘민증’도 나오지 않은 새파란 십대와 사귀고 있는 것이다. 천하의 도둑놈이이라고 지탄하는 자들도 있었고, 삼대가 복 받을 일이라고 부러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평상시 소심한 내 성격을 잘 알던 오래된 친구들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며 경악을 금지 못했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 질문은 한결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
- 좀 조용히 연애할 수는 없을까 (4)나의 첫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불분명하지만)은 장애여성이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서적으로 많은 교감을 나누었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나는 보통 나의 연애사에 대한 술자리 잡담에서 그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반면 그만큼이나 짧았던 찰나의 관계들도, 상대가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다고 내가 장애를 가진 나의 연인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숭고하고 지고지순한 사랑 따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일반적으로 ‘연인사이’라고 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복감을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 20호 (0)| 편집자의 말 | 이스라엘 대통령의 조용한 방한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좀 조용히 연애할 수는 없을까 _ 원영
빈마을 연애통신 _ 디온
나이가 아닌 문제와 정면승부하기 _ 지훈
연애가 불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연애 소수자’들을 위한 영화 < 미쓰 홍당무>
| 수유칼럼 | 소신공양, 혹은 개발-기계에 대한 분노 _이진경 | 매이데이 | 공포증 _ 매이 아빠 | 여강만필 | 식물아, 나는 어쩌란 … -
동성애자들이 슬픈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주고받을 인구군이 협소해서 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슬픈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이들에게도 사랑의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들은 이성으로부터는 물론 동성으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한다. 연애가 불가능한, 소수자 중의 소수자, 속칭 ‘찐따(들)’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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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은 화자인 루더포드가 친구인 콘웨이의 체험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930년대 초 인도의 바스쿨에서 영국의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나자, 현지의 영국 영사였던 콘웨이, 부영사 멜린슨, 미국인 사업가 버나드, 천주교 전도사 브링클로는 비행기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비행기는 안에 숨어 있던 티베트 청년에 의해 납치당해 히말라야 쿤룬산맥 서쪽 끝자락의 험준한 ‘푸른 달 계곡’에 불시착한다. 불시착으로 그 티베트 청년은 사망한다. ...
- 이스라엘 대통령의 조용한 방한 (1)이스라엘 대통령의 조용한 방한
폭력이란 인간 본성이 아닌가를 생각할 정도로 강자가 약자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걸 자주 봅니다. 국가 간 전쟁에서도, 권력집단의 법적 폭력에서도, 개인 간의 사적 폭력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강자의 폭력이 간혹 그가 가진 공포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강자가 스스로를 약자로 상상하면서 엄청난 공포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실로 무서운 순간이지요. 왜냐하면 두려움에 …
- 좁은 공간, 너른 품 (0)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 평생 전셋집으로 전전하던 우리에게 ‘우리’ 집이 생겼다. 그 동안 이년 혹은 삼년에 한번씩 꼭 이사를 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마냥 신났지만 중학생이 되자 우리가 이사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사를 하는 날이면 큰 대야마다 살림살이를 가득 담아서 집 앞에 늘어놓은 모습, 그 모습을 쳐다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내 자신이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
- 탈모를 막아라 (4)날이 더워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불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때이다. 요 몇 년 사이 불의 기운이 왕성하게 타올랐다. 남대문 화재나 촛불시위, 용산참사도 이 불의 기운이 왕성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는 명리학자들도 있다. MB가 실제로 뱀띠이고(그러고보니 실제로 생긴 것도 뱀 닮긴 닮았다. 아니, 쥐인가?), 뱀은 불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다. MB가 그렇게 청계천이니 4대강이니 물에 매달리는 것도 이 불의 기운을 잠재우기 위한 설이 있을 정도다. ...
- 빈마을 연애통신 (2)처음 빈집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곳이 연애를 위한 최적의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했다. 당시 1인당 하루 숙박 2천원인데다가, 커플이 가면 화장실이 따로 연결된 제일 좋은 방을 내어주었으니까. 예닐곱 명이서 같이 밥을 차려멱는 집이니, 저녁 때쯤 놀러가서 숟가락 한 두 개 얹어 같이 식사를 하고, 술자리도 같이 하다보니 어색함이 금세 사라졌다. 무엇보다 내 경제적 사정이나 애인의 미래 비전, 둘 간의 결혼 계획 등을 묻지 않는 그들이 좋았다. 그럼, 오늘 밤, 여기서 묵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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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새러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는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 석좌교수로 있는 영장류학자다. 스스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 라자스탄에 사는 랑구르원숭이의 영아살해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내에 번역된 및 작년에 출판된 을 비롯한 여러 책과 글들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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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에서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별이 도운 것일까요?' 삼류 멜로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대사. 순박해서 익살스러운 이것은 니체의 말이다. 니체가 평생 사랑했던 단 한명의 여인, 루 살로메를 처음 보고 건넸다는 유명한 인사말이다. 38세의 니체는 21세의 루에게 변변한 데이트도 없이 청혼했다가 묵사발이 된다. 안타깝게도 루는 단 한번도 니체를 사랑하지 않았다. 루가 꽤 매력적이고 총명했나보다. 루는 훗날 릴케, 프로이트까지 당대의 지성들과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 공포증 (3)“매이야, 목욕하자” 욕조에서 아내가 매이를 부른다. “이거 좀 더 보고요” 거실에서 만화를 보고 있는 매이가 대답한다. “매이~, 빨리 오세요~.” 한참 지난 후 아내가 다시 매이를 부른다. “이거, 두 번만 더 보고요” ‘막대기 달린 아이스크림’을 빨며 만화에 빠져든 매이가 말한다. 2회분 방송이 끝나고 내가 “자, 이제 두 번 봤으니까 목욕하자.” 라고 말한다. 매이가 목욕하는 동안이 유일하게 뉴스나 드라마 같은 내 ‘만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 제2의 고향 (1)지난 토요일 저녁 2010남아공 월드컵에 한국팀이 그리스팀을 2대 0으로 이겼습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월드컵 첫 경기에 한국팀이 이겼으니 참 기쁘고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됩니다. 2002년도에도 4강까지 올라갔던 한국팀을 응원하느라 저와 이주민 친구들도 광화문광장으로 갔었고 대~한~민~국~ 라고 힘껏 함께 외쳤던 것이 기억 납니다...
- 구도자의 길을 가듯 – 염성순 (2)정말 우연하게도 만나야만 했던 운명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만나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많은 인연들도 있다. 전시를 앞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잘못찍어 쓸수가 없게되었고 전시할 갤러리에서 내게 다시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작가이름은 염성순. 정상적이었다면 만날일이 없었을것 같은 작가를 정릉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났다...
- 발빠른 달팽이의 신곡 이야기 (1)원더걸스의 "Tell Me", "So Hot" 그리고 작년 소녀시대의 "Gee"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많은 여성 아이돌 그룹중에서 별종이라 불리는 그룹들이 있다. 가창력 있는 여성 듀오 다비치. 대중적 일렉트로닉 음악을 내세우는 성인돌 브라운 아이즈 걸스. 그리고 우리나라의 프로덕션형 대형 기획사 YG Entertainment와 SM Entertainment의 2NE1과 f(x)가 그들이다. ...
- 칼국수 집 (1)사십년 전 단골집을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10년이 넘어서야 들렸습니다. 낙원동 뒷골목에 있는 구멍 식당으로 “해물 칼국수 집”입니다. 그 식당은 좁은 공간에 칼국수만 팔고 있는 헙수룩하여 전혀 볼품은 없지만, 옛부터 신문 잡지에도 소개되었고, 언제나 손님이 넘쳐나는 집이었습니다.
- 19호 (0)| 편집자의 말 | 연애 _ 박정수 | 동시대반시대 | 전선인터뷰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게이의 19금 격정멜로’ _ 은유
나는 연애를 모른다 _ 어둠의 왼손
똥꾸멍 찢어지게 가난한 젊은이들의 연애 _ 고헌 | 수유칼럼 | 유권자는 말할 수 있는가? 6.2 지방선거에 관한 잡상들 _ 들사람
소신공양, 혹은 개발-기계에 대한 분노 _이진경 | 매이데이 | 기르는 일의 위험 _ 매이 아빠… -
몇해전 우리나라 목판화가들을 찾아 1년정도 전국을 누빈적이 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강화,전라도,경상도,제주도까지 목판화가들이 서로 인정한 숨은 고수들을 찾아..기회가 되서 한분씩 소개를 하면 좋겠지만 그분들중 특히 기억에 남고 서로 인연이되서 자주 만나게 되었던분이 목판화가 오경영 선생님이었다.부드러운 미소속에 강한눈빛, 슈퍼마켓 지하창고 작업실,순박하고 따뜻한 마음씨,예사롭지않은 섬세하고 세밀한 작업들 ...
- 동양, 여행, 상상 (0)“인간”이라는 통칭을 저리도 쉽게 사용할까. 다른 땅을 그토록 열망하고 열망할 수 있는 인간은 누구인가. “항상”이라는 말 앞에는 어떤 사회적·감정적 상태가 조건절로 붙어야 하지 않을까. “자아를 벗어나”라는 대목 역시,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면 나는 정신적 자유를 원했지만 언제나 자아(와 모어사회)라는 ‘맥락’을 이끌고 낯선 장소를 찾았으며, 결국 여행하는 동안 사고의 공간이 마련된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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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매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은 종종 독자의 은근한 기대를 보란 듯이 배신한다. 순진한 독자들의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푸코의 , 유명세를 무색하게 만드는 마조흐의 소설들, 정작 대상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란 무엇인가?’ 같은 원초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 그 책의 리스트 마지막에 이 책(오사와 마사치의 )을 추가해도 결코 결례는 아닐 것이다. ...
- 나는 연애를 모른다 (12)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면서 ‘잘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대학 새내기였던 나에겐 대단하게만 느껴졌었다. 서로 ‘자기’라고 호칭하는 여자친구와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니면서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뿜어내기도 했고, 찌질하거나 무지한 동기들에게 호통도 잘 쳤고, 어르기도 잘 했다. ...
- 시앗서방을 둔 여자들의 영화 (1)여자가 (남자)첩을 둔다는 설정이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다. 흔히 처첩제는 일부다처의 상황을 그리는 것이었다. 시대를 많이 올라갈 것도 없다. (1994)에서 보듯, 한국전쟁 직후까지 한 지붕 아래 처첩이 기거했던 풍경이 존재하였다. ‘한 지붕 아래’라는 규정이 빠지면, ‘두 집 살림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에서 에 이르는 무수한 멜로영화는 물론이고 ...
- 피로야 물러가라 (6)지금까지 이 코너를 통해 본 것들은 좀 따라해보고 계신지? 생활 속에서 실천들은 하고 계신지? 몸은 좀 건강해 지셨는지? 뭐. 아닐거란거 안다.ㅋ 하지만 백날 강조하지만 귀동냥은 귀동냥일 뿐이다. 귀동냥에 그치는게 아니라 직접 자기가 몸으로 실천하고 그것이 자기의 습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귀동냥은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 스스로 내 몸에 대한 공부들을, 수련들을, 실천들을 하시라...
- 기르는 일의 위험 (2)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구실 뒤안에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어디 그런 생명이 숨어 있었던 건지, 딱딱한 씨앗을 땅에 묻고 물을 주었더니 사나흘 만에 땅바닥을 가르고 싹이 움트는 게 너무 신기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눈에 띄게 자라 있는 것도 놀랍고, 어느 새 솎아낼 만큼 무성하거나 열매를 맺는 것도 내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특했다. 자식이든 작물이든, 혹은 국민이든 ‘기르는 일’에는 공통점이 많다. ...
- 보리/ 이재무 (1)선거 전후로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냥 다 속상하고 안타깝고 갑갑했다. 적합한 관념을 취하지 못해 심하게 작용 받았다.;; 화병이 났는지 선거 날은 아침부터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침대에 자석처럼 붙어 있다가 오후 2시에 가까스로 투표장에 갔다. 줄이 길었다. 안에서 먼저 투표를 하고 나오던 40대 남자가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는 반갑게 아는 척이다. ...
- 이주의 탄생 (0)일제시기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이주노동자로 간 한국인들이 미국 이주 1세대를 형성했다고 들었다. 이들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왜 하와이에 사탕수수밭이 만들어 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왜 머나먼 하와이까지 갔는지는 잘 알 것 같다. 한국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로 먹고 살기 너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죽어라 일했을 뿐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써 싸웠다고 한다...
- 편집자의 말 (0)연애
6월 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보느라 날밤을 새웠습니다. 월드컵보다 더 긴장되고 흥분되더군요. 월드컵이야 내가 뛰는 것도 아니고 내 삶과 별 상관없는 경기지만, 선거는 나와 내편의 투표가 승패를 결정짓는 데 동참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나와 내 아이의 삶이 바뀔 수도 있기에 가슴 졸일수밖에 없더군요. 연애할 때를 빼고 이렇게 가슴 졸이며 날밤을 새운 게 또 언제였나 싶습니다. 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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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는 제작자 겸 감독이다.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정치색이 강한 16mm 단편영화를 만들다가 1999년 기획과 홍보를 맡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청년필름을 설립해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2007년 커밍아웃 이후에는 등 퀴어 영화감독으로도 직접 나섰다. 그 밖에 각종 동성애 운동을 주도해온 인권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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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대단하고 멋있는 결심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고백하건대 제주도를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책을 읽어야 '책빵'의 글을 쓸 텐데, 거기서 도무지 책 구경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라 가방에 잔뜩 옷을 쑤셔 넣고 나니, 책 들어갈 여지가 없었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딱 한 권 넣어간 책이 그만 레비 스트로스의 였다. ...
- 아이와 함께 공방 활동 (1)웹진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코너 중 하나는 ‘메이데이’입니다. ‘흠, 저 또래의 아이는 저렇군. 참고해야겠엉’. 아, 제게 아이가 있냐고요? 제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함께 생활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메이와 동갑인 린이 수유너머N에 있거든요. 린이는 오전에는 어린이 집에 갔다가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연구실로 출근(?)합니다. 저녁을 먹고 연구실 활동을 시작하지요. 린이의 퇴근시간은 강좌나 기획세미나가 있으면 7시 반, 각종 뒷풀이(파티)가 있으면 퇴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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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6월 2일, 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인사동에 나갔다가 조계사 부근을 지나는데, “문수수님, 소신공양의 큰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소신공양? 바쁘게 무심히 지나치던 눈길을 잡아끄는, 생각지 못했던 단어였다. 고등학교 땐가 교과서에 실린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에서 본 이후로는 본 적도, 생각할 기회도 없던 단어였다. 그래서였을까?...
- 유권자는 말할 수 있는가? (4)울엄니한테 물어봤다. 한명숙이 ‘분패’한 게 노회찬의 완주 탓이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참고로 울엄니, ‘노짱’ 얘기만 나오면 일단 짠해지고 보는 양반이시다. 그거야, 권세와 호사 쫌 누린다는 한국산 시민 계급한테서 노짱이 사실상 분수도 모르고 깝친 ‘쌍놈’ 취급받던 게 도무지 남일 같지 않아서였을 터. 나야 물론, 헌데 그 노짱이 대통령 하던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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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휘둘리지 않고도 사람이 살만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던 건축기사 형님이 있다. 건축의 가능성을 믿듯이 연애의 가능성을 믿는 형님이다. 물론 연애는 젬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밤샘작업에 지방출장, 건설현장에서 그을린 시커먼 피부,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도 없고 직장도 변변찮다. 그러나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낙천적이던 형님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다니던 교회로 눈길을 돌린다...
- 18호 (0)| 편집자의 말 | 삶을 내맡기라고 부추기는 시대 _ 고병권 | 동시대반시대 |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 – 함께 하는 탈주에는 유쾌함이 있다 _ 한희정
마을, 공부가 삶이 되는 곳 _ 문탁
배다리-옛 정취 간직한 역사문화마을 _ 은유
통영 동피랑 벽화길 – 달동네 꽃물들다 _ 은유
스케치로 담아 본 해방촌 풍경 _ 이상미
과꽃이 피어나는 동네 “해방촌” _ 박카스 | 수유칼럼 … -
‘새끼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자글자글 주름꽃 핀 할매의 다정한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이는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통영사투리 간판이다. 표준어로 옮기면 ‘어서 오세요. 동피랑 언덕까지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라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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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주문이다. ‘이르다’는 뜻의 이름에는 저마다 타고난 사명이 담겨있다. 땅이름도 그렇다. 인천(仁川)은 어진 내, 어진 흐름이다. 물길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시절 인천은 근대화의 진입통로였다. 항구에서 받아들인 서구문물을 서울로 실어냈고 외지사람들은 여기서 성공하면 서울로 나갔다. 엄마처럼 정성스레 품어 내어주는 곳이 인천이었고 그 중심에 배다리마을이 있다. ...
- 마을, 공부가 삶이 되는 곳 (0)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아침 7시. 동네의 초등학교에 일군의 아저씨들이 모였다. 각자 가지고 온, 혹은 빌린 트럭을 타고 동네교회 (목양교회), 대안학교 (이우학교), 생협 (이우생협), 지역쎈터 (좋은친구쎈터)로 이동해 당일 마을어린이날 행사에 필요한 물품, 책상, 의자, 천막, 음향기기 등을 싣고 온다. 속속 도착한 아줌마들과 함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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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지면에 공동체가 소개되면서(영상 매체는 극구 사양하지만, 글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은 종종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공동체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어디서부터가 공동체요?”라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다. 공동체의 영역을 알리는 ‘표지’ 없음으로 그 분들은 헷갈리셨던 거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강북구 인수동 북한산 아랫마을 곳곳에 살고 있다. 어디부터 공동체라는 표지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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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내맡기라고 부추기는 시대
가족 중에 많이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요? 지난 호 의 최정은 대표님 글을 읽은 후 저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중3 때 처음 쓰러지신 후 생명을 다투는 수술만 세 차례를 받으셨죠. 건강이 잠시 회복되었다가도 병이 곧잘 재발했고 연세가 드시면서 점차 몸이 나빠지셨습니다. 지금은 최대표님의 아버님처럼 의식도 많이 흐릿하시지요. 지난 일요일에는 공원에 잠시 모시고 갔는데, 자녀가 어찌되느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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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는 속담이라고 들었다. 중국인으로 태어나 평생토록 할 수 없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중국의 모든 성에 가보는 것이요, 중국의 모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요, 중국의 모든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그 불가능함에서는 중국이라는 규모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부의 복잡한 민족 문제도 짐작된다. 윈난성은 중국에서도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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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기 자식을 또 죽였다. 지난해 9월, 30대 여성이 선천성 눈꺼풀 처짐과 안면신경마비 장애를 가진 생후 2개월 된 딸을 베개로 얼굴을 덮어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자식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형법 250조에 의하면 부모에 의한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는데, ‘본인이 자수를 했고, 남편 등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이 선처를 한 것이다. ...
- 한국모던포크의 창시자-한대수 (2)2004년부터 대략 3년정도 경기문화재단에서 발행하던 ‘기전문화예술’이란 잡지 프리랜서 사진기자를 지낸적이있다.뜻이 맞는 편집장과의 일이라 즐겁게 잘 보낸 세월이었다. 그전에는 주로 미술쪽 인물들을 만나왔다면 잡지 성격상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교류하게 되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한사람. 어릴적부터 이미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랐고 좋아했던 한대수를 만난것이었다. ...
- 기러기 / 메리올리버 (3)직감이라는 것.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나이 들면서 경험치에 비례해 발달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고통 체험이 감각세포를 단련시킨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있듯이 번뇌 그 후, 눈에 들어오는 세계는 넓고 깊어진다. 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한테 가을날 단풍이나 밤하늘 둥근달이 이전처럼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또 자아 붕괴의 통증으로 몸부림쳐본 사람은 누군가의 표정과 말투에서도 고유의 느낌을 짚어내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다. ...
- 미자에게 다가가기 (1)예순 여섯의 할머니인 미자가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무를 잘 보기 위해 나무를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던 이웃 할머니가 미자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할머니가 뭐하냐고 묻자 미자는 나무를 보고 있으며,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한다. 말을 건 할머니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간다. 정신 나간 사람을 만났다는 표정이다. ...
- 스케치로 담아 본 해방촌 풍경 (1)해방촌은 마치 혈관처럼 곳곳에 골목길이 나 있다. 옛스러운 타이포그래피로 사람을 반기는 세탁소 간판들,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달려가는 아이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이 동네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새 아파트로 깔끔하게 정리된 동네가 된다면 해방촌에서는 더 이상 옛 시간을 품은 듯한 풍경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 통(通)하였느냐? (2)옛날 이야기 하나 하면서 시작하자. 옛날 옛날 중국에 곤(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물을 다스리는 일을 맡고 있었다. 당시는 계속되는 홍수로 이 물을 어떻게 하면 다스릴 수 있을지가, 즉 치수(治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큰 문제였다. 곤은 피해가 막심한 홍수를 막을 방법으로 제방을 쌓고, 둑을 쌓았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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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의 는 김기영의 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다. 원안을 대자면, 내용면에서는 김동인의 이, 스타일 면에서는 이 연상되며, 콘텍스트 적으로는 ‘21세기 식모살이’라는 화두를 꺼낸 과 맞닿아 있다. 세경의 사랑이 참혹한 결말로 ‘꿈의 불가능성’을 입증하였듯, 의 결말 역시 ‘복수의 불가능성’을 역설한다. ...
- 매이와 함께 만화를 (1)드디어 나도 아내처럼 매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매이와 싸웠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는 날 저녁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매이의 동태부터 살폈다. 또 TV를 끼고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직 TV도 안 켠 채 엄마 젖을 문 채 막 잠이 들었다. 저 상태라면 족히 한 시간 반 정도는 잠을 잘 것이다. 조심스레 TV를 켰다. 마침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었다. 그런데, 환희는 곧 좌절로 돌아왔다. ...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쓴 작가. 로알드 달을 일컫는 찬사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현대인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 숨어 있다.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멋진 여우 씨>또한 다르지 않다. 인간과 여우의 한 판 승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
- 버마의 문화 이야기 (1)이번 이야기는 버마의 문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버마에서는 얼굴 닦는 수건과 허리아래부분 닦는 수건을 구분하여 씁니다. 한국처럼 큰절은 흔히 하지 않습니다. 또한 큰절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허리를 숙이는 것에서부터 상대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는 것에까지 존경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은혜 베푼 사람이나 부모님, 선생님, 스님들에게 존경의 표시로 발을 닦아드리기도 합니다...
- 황혼의 창업 (2)삼 년 전이었습니다. 하동 매화마을의 친구가 매화나무를 보내 왔습니다. 집을 지었다는 소식에, 홍매화 세 그루에 청매화 두 그루를 보내 주었습니다. 한 그루는 욕심낸 친구에게 선물하고 네 그루는 터를 잡아 대충 심었드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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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중턱에서 해방촌을 바라보았다. 즐비한 교회의 첨탑들이 마치 중세 이탈리아의 한 도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조그만 동네를 압도하는 커다란 해방교회에서부터 "멸공"을 부르짖는 반공교회, 그 외에도 집 한 켠 세워진 조그마한 교회들까지. 정말 많은 교회들이 해방촌에 세워져 있었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갈 곳 없는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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