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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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3th
    93호 (0)
    편집자 in Weekly 2011-11-30
    93호. 밥그릇과 밥상
  • maing2
    가을이 깊어가는 로마의 밤거리에서 내가 본 것은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라, 바로 이탈리아 국민들이 마음속에 품은 욕망이었다. 그 욕망이 베를루스코니라는 `스캔들의 제왕'을 만들어냈고, 최장수 총리라는 지위를 허락했다. 정치 지도자는 곧 국민의 욕망이 빚어내는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로마의 풍경은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년 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우리 유권자들의 욕망과 뉴타운을 건설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때의 욕망이 부질없고 그릇된 것임은 이미 널리 확인된 것 같다. 문제는 2012년 4월과 12월에 어떤 욕망을 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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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오후 예기치 않은 만남에 화들짝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오늘도 공부방을 열거냐’고 매달리는 1학년 아이를 보자마자 자동적으로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바람 부는 비탈길 한 쪽에 치우쳐 얇고 허름한 옷차림에 신발을 질질 끌며 하릴없이 혼자 걸어오던 아이가 밥만 먹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훨씬 반가운 얼굴로 아이를 대했을 것이다. 학교도 안 가고 공부방도 열지 않는 일요일이니 오늘은 무조건 집에
  • 황진미 in 수유칼럼 2011-11-30
    지난 22일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안이 기습 상정되어 4분만에 통과되었다. 표결 직전 이들은 비공개를 선언하고 기자들을 내보냈다. 왜 이 역사적인 표결을 굳이 비공개로 하려 했을까?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던 것일까? 국회 ‘날치기’ 통과 후, 전국에서 시민들이 연일 “비준무효”를 외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물
  • 오래 전에 나는 밥상머리에서 줄곧 어지러움을 느꼈다. ‘밥 먹자.’ 소리가 들리고 밥상에서는 내가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또 시작되었다. 그렇지. 아버지 동창 ***의 이야기, 이미 알고 있지. 난. 그렇지. 그 동창이 왜 요새 동창회에 못 나오는지도 알고 있지. 난. 그렇지. 아버지의 군시절 추억담. 베스트 5. 이미 알고 있지. 난. 그렇지. 아버지의 관심사. 이미 알고 있지. 난. 그렇지.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들을 내용도 알고 있지. 난. 몇 백번은 더 들었으니까.
  • park-jung

    밉상스런 이권(利權) 다툼할 때 관용적으로 “밥그릇 싸움한다”고 표현합니다. 또 누군가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할 때 “밥그릇 보전하려고…” 라며 나무라기도 합니다. 참 나쁜 표현입니다. 밥과 이권을 뭉뚱그리면서 권세욕도 다 ‘먹고 사는’ 노릇으로 합리화하고, 정말 먹고 살기 위한 싸움을 이기적인 이권다툼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교묘함이 숨어 있는 관용구입니다. 밥과 이권은 전혀 다른 겁니다. 이권을 비유하는 ‘밥그릇’에는 밥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자본과 권력, 즉 …

  • nodle
    노들, 노들 네 단체 중에서도 매일 저녁 장애인학생들이 몰려드는 야학에서 밥은 꽤 뜨거운 화두다. 노들야학,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학생이 많을 때는 50명이고 이 가운데는 제 손으로 밥을 못 챙겨먹는 사람들이 섞여있다. 활동보조인이든 가족이든 야학교사든 동사무소 직원이든 자기를 대신해 누군가가 숟가락을 들어줘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존재. 노들야학에 존재하는 이 언니 오빠들은 밥상 앞에서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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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발하려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가 내 머리를 자르면서 나를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버마에서 왔다고 하자 미용사가 나에게 “버마요? 버마가 후진국이죠? ”라고 물었다. 후진국? 미용사가 물어본 후진국이란 어떤 것인가? 미용사가 말한 후진국의 기준을 알고 싶어서 내가 “후진국이요? ” “물리적? 정신적? 어느 쪽에 후진국이냐고 물어 보신 거예
  • 황진미 in 씨네꼼 2011-11-30
    한미 FTA관련 ‘괴담’ 중 가장 핫한 이슈가 ‘맹장수술 900만원’ 등 의료관련 ‘괴담’이다. 한편에선 ‘괴담’이 허구라고 말한다. 한미 FTA에서 의료분야가 예외조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단순한 무역관세 조치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경제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기 위한 시스템도입이라는 점을 감안할
  • homelessaction_psr
    ‘밥’, 나의 별명이다. 밥은 하늘이고, 하늘은 혼자 가질 수 없듯이 서로서로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밥가처럼 밥이란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또 내가 밥을 좋아한다. 밥을 안 먹으면 괜히 힘이 빠지는 것도 같고, 신경질적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성격순
  • (1)
    월화수목금금금… 6시간의 수면과 2시간 가량의 휴식을 제외하면 온전한 학습 노예노동으로 하루를 보내던 고등학생들이 수능을 치뤘다. 12년 간의 질리게 씹어 삼킨 교육 수준(!)을 점검하는 데에는 한나절이 채 소요되지 않는다. 완전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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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었던 공동체의 상은 바로 ‘밥상공동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 돌이켜보니 그 때에는 ‘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의미는 물론 ‘공동체’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었다. 그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정을 나눈다는 것만 생각했을 뿐.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들은 ‘밥’을 할 줄 몰랐다. 사회복지기관의 관행대로 취사를 담당하는 분이 늘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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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홍아야, 그렇다면 안경의 색깔을 단일하고 옅게 만들고 그리고 굴절을 일정하고 작게 다듬어 가는 방법이 무얼까 알아보자. 생각한다는 것은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므로 진선미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당면한 사물이나 상황에서 진선미가 드러나도록 질문을 잘 만들어야해. 그리고 질문으로 얻은 진선미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나 지식이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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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11-29
    일기가 무척 음산하여 을씨년스럽다. 상경하여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귀가길 전철 안이다. 청량리 부근이었다. 노곤하여 멍해 앉잤는데, 누군가 거칠게 옆좌석에 앉는다. 나이 든 할머니가 양손에 부피 큰 비닐보따리를 들고, 배낭까지 멨다. 거친 몸짖에 주위의 시선 쏠림을 의식하며 멋쩍은 듯 모면을 위한 수다를 떤다. 아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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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1-11-29
    <백야행>은 추리소설의 대가로 유명한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원작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2006년 방영되었으며 국내에서는 2009년에 영화화되었고 일본에서도 2010년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작은 지독하리만치 건조한 '추리소설'이었으나 드라마는 사건 그 자체보다 소설에서 생략된 채 문장 너머에 아스라이 느껴지던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완성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이는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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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11-24
    입동이 지나면서 빠르게 겨울로 치닫고 있다. 엊저녁엔 첫 눈도 내렸다. 아침에 나가보니 장포가 싸락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다. 대지에 덮인 하얀 눈을 보려니 겨울이 더욱 실감난다. 작물 재배를 한답시고 일 년을 내내 줄곧 함께 했던 장포에 뒤덮인 낙엽이 딩굴고 있어 쓸쓸한 모습이다.
  • 생일이란...우리는 내 생일 날을 아주 특별한 날로 생각해그냥 지나치지 않았죠?생일 축하 말도 받고 싶고,생일 선물도 받고 싶고,맛난 것도 먹고 싶고,기분 좋게 지내고 싶은 게세상 모든 사람들의 동일한 간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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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 in 수유칼럼 2011-11-23
    날씨가 좀 추워졌다. 며칠 째 입어 소매가 꼬질꼬질한 하얀 후드티를 또 주워 입다가 짝꿍에게 혼났다. 히잉. 아이처럼 입던 옷을 벗고 그럼 뭘 입어야 하나 두리번거리다, 갑자기 이상한 망상이 머리에서 뻗쳐 나온다. 세 가지 패션 전략을 가진 세 명의 인민 모델이 나의 망상에 짝을 맞춰 팔짱을 끼고 워킹을 시작한다. 포즈를 잡는다. 찰칵! 찰칵! 찰칵! 스따-일!
  • kbdr
    수원 장안면장 김현묵은 3·1 운동 당시 34세였다. 장안면 토박이였고, 1910~11년에 경무학교를 다닌 후 졸업해 순사가 되었다. 1년 동안 순사 노릇을 한 후에는 다시 측량학교에서 반 년 간 공부한 후 인접한 우정면에서 겨냥도[見取圖] 그리는 일을 했다. 토지조사사업의 일환이었으리라. 1915년에는 장안면사무소 서기로 취직했다.
  • 다른 이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완승이다.필자의 화법으로 쓰자면, 지구를 ‘어느 정도’ 구했다. 근로기준법 55조(유급주휴일)에 근거하여 카페베네 측과 사회적 교섭을 이루어냈으며, 커피빈 측이 쥐도새도 모르게 5억 원의 금액을 3000명의 근로자에게 지급한 일련의 스토리에 대한 평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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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1)
    어색함을 면해 보려고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다니는 저를 마을사람들은 항상 환한 미소로 맞아 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색의 옷, 장신구, 아이들의 웃음소리, 나지막한 마을풍경.. 비가 내리기 시작 했습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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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코티공원(Zuccotti Park)’과 ‘리버티스퀘어(Liberty Square)’는 야곱과 이스라엘처럼 동일한 것의 다른 이름이다. ‘주코티공원’은 맨하튼 남쪽 3100평방미터의 작은 공원이다. 소유는 사적인데 이용은 공적으로 하게 되어있는 묘한 공간이다. 뉴욕시가 개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일부 면적을 공적 용도로 만들라고 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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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7일,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가 두 달 째 되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점거자들은 이 날을 기념해서 전국적 공동행동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 전 경찰이 리버티스퀘어를 철거하면서 상황은 크게 변화했다. 점거 시위가 또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15일의 철거 이후, 언론에서도 이번 시위가 계속 이
  • 그림1
    황진미 in 씨네꼼 2011-11-22
    여성들이 야한 농담이나 영상을 즐기기 않는 이유는 야한 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음담패설이나 포르노가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왜 여성이 즐길만한 에로물은 별로 없을까? 여성주의 에로물의 필요성은 국내에서도 꽤 많이 논의되었다.
  • 92th
    92호 (0)
    편집자 in Weekly 2011-11-22
    92호. 안 보이는 사람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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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힘은 위대합니다. ‘사람을 보라’ 사진들에서 우리사회의 희망을 보고 갑니다.” (우은희) “크레인에서 내려오셨다는 기사를 보고 하루 동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 한진중공업 노동자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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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 판단에 대한 두 번째 상황은 주체가 요구하는 각각의 재화나 용역이 얼마나 쓰임새가 있느냐를 물어 가치를 따지는 상황이야. 이 상황에서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실험적이 사고방식은, 주체를 고정시키고 그 주체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재화나 용역이 주체의 이익이나 편리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만족시킨다면 왜, 얼마나 만족시키는지 묻는다는 가정적 질문이야.
  • nosuntag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1-11-22
    ‘기억할만한 지나침’이라는 기형도의 시가 있습니다. 눈이 퍼붓는 날, 하얀 서류뭉치로 변해버린 관공서 건물을 지나다가 춥고 큰 방에서 어느 서기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입니다. 읽고 나면 찡합니다. 우는 남자 때문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 때문입니다. 다 자란 남자가 우는 일보다 더 놀라운 건, 우는 사람을 애틋하
  • warak3
    황진미 in 씨네꼼 2011-11-16

    또 한명이 죽음을 맞았다. 벌써 19명 째이다. 2009년 4월부터 11월 10일 현재까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배우자 19명이 자살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송경동 시인은 17번째 죽음을 접하고, “만약 어떤 사회적 전염병으로 17명이 죽어갔다면 전체 사회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만약 어떤 흉악범에 의해 17명이 테러를 당했다면 온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건조하고 귀찮은 일상이 돼버렸다.”라고 말했다. 맞다. 특정 사회적 사건과 결부된 집단적인 …

  • lks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11-16
    잠자리에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안철수의 1,500억 기부를 가끔 떠올렸던 것이 생각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자신이 밝힌 바 그대로,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내가 성서에서 얻은 가르침이란, 가진 것을 내 놓는 일에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제는 이런 이야기는 어디 대놓고 할 데도 없다. 안철수는 ‘가진 자들의 의무’를 말한다. 가지지 못한 자들은 생각할 수 없는, 오직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권능의 행사다.
  • kyh77.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11-15
    지금까지의 초가을처럼 온화했던 날씨가 간밤 사이에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졌다. 거친 바람까지 겹쳐 마치 겨울날씨 같아 몹시 을씨년스럽다. 옛 어머니께서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 찬물에 손을 담그시며 힘들어 김장 하시던 일이 또렷히 떠올라, 서둘러 김장 담그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으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쉰다.
  • 91th
    91호 (0)
    편집자 in Weekly 2011-11-15
    91호. 잉여들에게 장소를 허하라
  • 일단 우리 세대를 동일한 문화 선상에 있다고 단정하는 건 좀 안 될 것 같다. 초딩 시절 HOT를 좋아하던 친구와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던 친구를 하나로 묶기가 좀 애매하단 말이다. 실사 남친과 종이 남친의 차이는 그들의 입체감(!)만큼이나 다르니까. 그래도 굳이 비슷한 점을 찾는다면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쫓아 용돈을 다 쏟아 부을 만큼 좋아했다는 거다. 특히 어릴 적부터 친구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일본만화와 친구 먹었던 내 경우에는 그 충성도가 가히 최고였다.
  • park jung
    어제(15일) 카페 ‘별꼴’에서 재미난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오오사카에서 ‘카페 커먼즈’를 거점으로 ‘커먼즈 대학’, ‘니트피아’(니트족들의 유토피아) 활동을 하고 있는 와타나배 후토시의 실험 보고였습니다. ‘대학’이라고 해서 교과과정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같이 식사하고 맥주나 커피를 마시며 즉흥적인 주제로 잡담하듯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가령 ‘발효’를 주제로 “성장한다는 말보다 발효된다는 편이 좋지
  • 후쿠시마 여성들에 대한 전국의 격려 메세지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11-15
    2011년 11월 10일. 85호 포크레인 위의 그녀가 309일만에 내려왔다. 해고자와 비해고자의 구분이 사라진 직후였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철의 노동자”들도 울고, 그녀도 울고, 대한민국의 모든 비정규직이 울고,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땅 속의 전태일도 울었을 것이고 그렇게 울음이 웃음이 되었다.
  •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마이클 무어, 패트릭 브루너, 링코 센, 윌리엄 그레이더, 나오미 클레인
    지난 10일 저녁, 잡지 <더 네이션(The Nation)>과 대학 <뉴스쿨(The New School)>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있었다. 제목은 “모든 곳을 점거하라: 기업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정치와 운동의 가능성(Occupy Everywhere: On the New Politics and Possibilities of the Movement Against Corporate Power)”. 사회는 <네이션>의 편집자(executive editor)인 리처드 김(Richard Kim)이 맡았고, 패널로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 이번 학기 중간고사는 모의 면접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학원에서나 가르칠 법한 내용을 이제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학교는 학문의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 되어 버린지 이미 오래다. ‘교양 수업’이고, ‘말하기 수업’이라고 하기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오랜 밤을 고민했다. 다른 강사들과 상의도 했다.
  • 2
    AA in AA의 일드보기 2011-11-15
    드라마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사랑의 그녀가 백혈병으로 죽은 후 17년이 지나도록 남자는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이 한 줄로 본다면 '백혈병'이라는 올드한 클리셰까지 겸비한 완벽한 신파물인 이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2004년 TBS에서 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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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아야, 이번에는 가치라는 것이 무엇이고, 가치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지, 있다면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 중에 정말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지 찾아보자꾸나.
  • 잉여
    일단 질문 하나. 메뚜기 동생은? 바로 사마귀다. 무슨 소리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은 포털 검색창에 ‘사마귀 유치원’을 넣어보라. 배꼽 잡을 준비를 하고, 수유너머 위클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까먹지 말고.
  • ‘우리가 점거하고 있다’(11월 2일)
    지난 10월 29일 밤 리버티스퀘어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여기 신문과 방송 몇 곳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점거자들의 꼬투리를 잡으려 했던 세력들이 호재를 만난 듯 흥분했다(묘하게도 나는 이 사건을 한국 뉴스를 통해서 먼저 접했다. 참고로 여기 언론은 한국의 신문과 방송보다는 훨씬 차분하게 소식을 전했다.).
  • 90th
    90호 (0)
    편집자 in Weekly 2011-11-09
    90호. 맑스를 읽는 청년
  • 위키 피디아는 청년유니온을 이렇게 소개한다.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총 단결, 총 투쟁의 빨간 조끼와 단식투쟁 머리띠로 상징되는 ‘노동조합’과 ‘청년’이라는 단어, 이 둘의 조합은 유행가 말마따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만큼 어색하게 들린다. 노동조합을 사회경력 있는 어른들만의 전유물로 알아온 나에게는 더욱 그랬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정체가 뭘까?
  • 황진미 in 씨네꼼 2011-11-09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나는 … 세종이요.” 요즘 인기있는 온라인 게임 ‘문명’의 내레이션이 말해주듯, 세종은 한국 ‘문명’의 아이콘이다. 만원짜리 지폐에도 있고, 광화문의 흉물스런 동상으로도 있고, 행정수도 이름도 세종이다. 곳곳에 편재한 그분. 그러나 세종의 고뇌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1-09
    몇몇 대학교가 퇴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정을 보면 퇴출당해도 싸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부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예술대학에서 취업률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듯이 대학평가의 기준이 갖는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른바 대학 운영에 대한 ‘감독’ 기관으로서 그동안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책임이 바로 교과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hona
    하버지: 얘들아, 우리 동물원 놀이 하자. 동물 흉내를 잘 내야 홍아가 잘 맞출 수 있어요. 아빠: 그래요, 제가 먼저 낼께요. 홍아야, 나의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송곳니에 누가 맞 설까. 어흥, 힘세고 무서운 난 동물의 왕이란다. 홍아야, 내가 누구게? 홍아: 사자 엄마: 사자야, 나 잡아 봐~라. 용~용 죽겠지. 내 몸에 꽃무늬가 예쁘단다. 날씬하고 튼튼한 내 다리 부럽지. 나는 누굴까? 홍아: 몰라.
  • 구직급여(편의상 실업급여라 표현한다)의 수급 요건을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위와 같다. 예컨대 실직 전의 일당(평균임금)이 8만원 이였다면, 그의 50%에 해당하는 4만원(1일)을 지급받게 된다. 이 금액을 연령과 보험가입기간에 따라 90~240일 동안 따박따박 지급 받게 되는 것이, 실업급여느님의 성스러운 매커니즘이다.
  • 한 섬 (2)
    이제는 꽤나 오래전 일이다. 2007년 여름, 나는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이었고 내 용돈이라도 벌어 써야겠다 싶어 한 커피점에서 주말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나의 시급은 3700원, 카페라떼 한 잔의 가격은 4000원이었다. 한 시간 일해서 커피 한 잔 사먹을 수가 없다니.. 무척 힘이 빠졌지만 다른 알바를 구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커피점은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고 해서 평소 일 해보고 싶었던 곳이라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 kbdr
    수원 장안면이라면 3·1 운동 당시 공세적인 시위를 벌인 것으로 이름 높은 고장이다. 4월 1일 밤 장안면 및 이웃한 여러 면 산 위에서 봉화가 솟은 데 이어, 3일에는 장안면과 우정면에서 대규모 시위가 전개되었다. 보통 지방에서의 시위가 장날 군중이 모인 와중에 몇몇이 만세를 선창하면서 시작되었다면, 장안·우정면에서의 시위 양상은 한결 조직적이다.
  • 사자후. 가녀린 영혼을 불사질러, 그가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단 한 마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그 후 40여 년. 나는 이 지면을 빌어, 21세기 전태일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시대와 역사는 과연 진보했는가?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다.
  • 작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연구실 카페에 들렸는데 한 청년이 맑스의 <경제학철학초고>를 읽고 있더군요. 세미나 교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몰입하고 있는 표정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물었습니다. 재밌냐고. “맑스를 읽어보니 알겠어요. 우리, 확실히 소외된 것 같아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 진지한 답변을 듣자마자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 내가 왜 학원강사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한다. 재미없는 얘기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한 점은, 그리고 함께 논구하고 싶은 지점은 ‘(일부 스타강사를 제외한 ) 영세보습학원의 종합반 강사들이 근로자인가 근로자가 아닌가’이며, 보다 공격적으로 표현하면 ‘왜 그들을 근로자로 취급해주지 않는가’이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대부분의 학원강사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 apple

    여행의 둘째날 아침은 새들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시작됐다. “찌르르 찌르르” 찌르래기가 공기의 현을 두드리자 멧새가 “츄이~ 츄이~” 높은 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새도 질세라 “치칫 치칫” 화음을 넣었다. 새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것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귀청이 떨어져라 울리는 자명종 때문에 아침잠에서 깨곤 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자명종이 있을 수 있다니! 혹시나 지휘자의 날갯짓에 맞춰 노래 부르는 새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창문을 활짝 …

  • 황진미 in 씨네꼼 2011-11-02
    갑작스러운 분노의 표출은 왜 일어나는 걸까? 정신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억압되어 있던 상실감이나 죄의식 등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화 <평범한 날들>은 결핍과 상실감이 숨어 있다가 분노로 표출되는 순간을 그린 옴니버스 영화이다.
  • 대한민국이 온통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필자가 주재하는 스위스에서도 중요한 선거가 있었다. 4년에 한 번 총 200석의 하원 의원과 46석의 상원 의원을 뽑는 스위스 총선은 서울시장 보선 사흘전인 10월 23일에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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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안아, 이제 인간에게는 왜 다른 동물보다 지적인 호기심이 훨씬 많게 되었는지 얘기해 보자. 그리고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면 왜 즐거워지는지도 생각해보자. 동물들은 생명을 이어갈 에너지를 얻고 외적으로부터 방어하기에 알맞은 신체구조로 진화했잖아. 그러나 인간은 수렵이나 채집이나 경작에 특별히 알맞은 신체구조를 가진 것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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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뉴욕을 방문한 일군의 일본 운동가들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파괴로 인해 빚어진 비극에 일본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며 살고 있는지를 듣고 같이 얘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일본출신 뉴욕 운동가 사부 코소(Sabu Kohso)와 유코 토노히라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이번의 방문에는
  • 뉴욕시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워싱턴 스퀘어로 행진을 했다. 여기서 최소한 두 개의 제너럴 어셈블리가 열렸다. (사진: Stephen O’Byrne)
    2011년 8월 2일, 나중에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가 될 초기 모임, 십여 명의 사람들이 보울링 그린(Bowling Green)에 둥글게 앉았다. 우리가 언젠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그런 사회 운동을 위한 ‘프로세스 커미티(진행위원회, process committee)’라고 명명하고 거기에 스스로를 임명한 사람들이었다. 거기서 이들은 아주 중요한 결정에 대해 숙고했다. 우리의 꿈은 뉴욕 제너럴 어셈블리를 만드는 것 이었다:
  • 10월 25일 밤 경찰이 쏜 물체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스캇올슨(Scott Olsen)을 동료들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새벽, 오클랜드 경찰은 ‘아큐파이 오클랜드(Occupy Oakland)’ 점거자들을 급습했다. 중무장한 폭동진압경찰이 출동해서 점거 장소를 철거한 것이다. 이후 시위대가 3천명 가까이 늘면서 하루 종일 산발적인 시위가 있었다. 경찰은 최루탄이나 전기 충격탄(shock grenade)을 사용했고 고무 총탄도 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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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1-11-01
    츠츠미 유키히코는 일본의 영상문화를 대표하는 연출자 중 하나이다.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장르의 벽을 넘나들며 출몰한다.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은데다가 심지어 다작이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츠츠미 감독의 연출작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전편에 소개된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의 연출에도 참여했고 가장 최근에는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의 영화판 감독으로 국내에 개봉작을 올리기도 했다.
  • 철길 위 사람들1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1-11-01
    한진중공업 사태를 기록한 사진집 <사람을 보라>가 지난 8월 출간됐다. 사진집으로는 드물게 2쇄를 찍은 이 책은 한국의 내로라하는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참여했고 그 중심에 ‘한금선’이 있다. 그가 선후배와 동료 사진가 23명을 집으로 불러서 같이 사진을 보고 고르고 배치하고 찍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열흘. 사진가들에게 전권을 부여받고 일사천리로 만들었다. 신뢰와 열정과 내공 돋는 그이기에, 자칭 “성격 지랄 맞은 애”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책을 100권이나 팔았다”며 눈을 다 감고 웃는 이 사람. 사진가-디렉터-판매왕에 빛나는 이 사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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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1-11-01
    뮤직비디오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락뮤지션들이 연신 들락거리는 홍대 부근 건물 앞. 저만치서 검은 트렌치코트 자락 휘날리며 누군가 걸어온다. 부석부석한 단발머리, 주름지고 약간 부은 얼굴, 청바지와 검정구두...낙락장송 같은 쓸쓸한 아우라가 물씬 피어나는 그는, 한대수다.
  •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경험한다는 것, 그것은 부득이하게 잘못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니체의 말입니다. 어쩌면 니체야말로 방사성을 띠는 그의 아포리즘이 너무도 쉽사리 타인에 의해 ‘아름답게’ 인용되는 사상가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두 쌍둥이가 동시에 필사적으로 외치는 소리다. 엄마는 그 옆에서 언제나처럼 웃고만 있다. 괜히 아무 말이나 붙여 볼 심산으로 말을 꺼냈던 나는 살짝 엄마 눈치를 보았다. 파탄 난 엄마의 결혼생활 같은 것을 자기들에게 하라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듯 두 딸이 동시에 외치는 소리를 그녀는 어떻게 듣고 있을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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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호 (0)
    편집자 in Weekly 2011-11-01

    89호.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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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0일 NGO단체 월드샤프와 함께 3주 일정으로 인도에 갔습니다. 뭄바이에서 남동쪽으로 1백20km에 위치한 뿌네(Pone). 카스트제도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달리트', 인도인들이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고 여기는 불가족천민이 사는 곳입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지라니 합창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김재창 씨(월드샤프 대표)가 작년 이곳에도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