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8월

Releases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8-30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자연적인 훼손과 인위적인 파괴. 그 중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안타깝게도 인위적인 파괴 쪽이다. 먼저 자연적 원인 잠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태풍 볼라벤이 올라오고 있다. 바람, 비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전에 국가기록원에 근무할 때 한 지방자체단체에서 침수된 기록물의 복원에 대한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침수(沈水)는 전통적
  •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나는 또 ‘거절’당했다. 무엇을? 그 동안 나와 당신이 ‘연애’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공유했던 행위 일체를 이제 그만두고 싶단다. 대체 그 이유가 뭔지, 무엇 때문에 내가 싫어진 건지 한 마디라도 해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리고 싶지만, 무응답 혹은 반대로 너무 솔직한 답을 들을까봐 지레 겁먹은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메인 목 뒤로 넘길 수밖에. 그래, 차갑게도 뜨겁게도 아니고 그냥 이대로
  • 토요일 저녁 6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시청은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제가 한창이다. 집회 현장은 난생 처음 와보는 소심한 나였다. 빨간 수건을 목에 두르고 ‘해고는 살인이다’ 외치는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을 헤집고 지나가기가 망설여진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는 대형 스크린 쪽은 백 미터 남짓 앞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집회 발표자의 쩌렁쩌
  • 물래길을 가꾸는 두물머리의 지킴이들. 사진: 양평매일뉴스
    한 5년 싸우면 승리한다는 분명한 보장이 있는 경우 누군가는 기꺼이 싸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싸움이 한정없는 것이라고 느낄 경우에는 단 1년을 버티는 것도 쉽지가 않다. 2 천 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여러 투쟁들이 장기투쟁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짧게는 수백 일에서 수 년에 걸친 점거 농성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들 투쟁을 현재의 용례에 따라 ‘장기투쟁사업장’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 투쟁에서 ‘장기’는 단지 ‘긴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라리 ‘긴 투쟁’이라기보다 ‘무한정한 투쟁’의 형상을 띠고 있다.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30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띄는 꼭지는 <멘붕스쿨>이다. <멘붕스쿨>은 학교상담실이 배경이다. 학교상담실은 본래 ‘질풍요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오는 곳이고, 공교육붕괴와 조기유학 등으로 다양성의 폭이 더 넓어진 요즘에는 캐릭터의 각축장이 될 만한 곳이다.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30
    이번 독일 방문에서 음악 공연을 제외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종교 개혁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주요 무대인 비텐베르크(Wittenberg)와 바르트부르크(Wartburg)성의 답사였다. 별로 알려지지 않던 대학의 한 은둔 교수가 혼자의 힘으로 세계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그의 활동 현장의 발자취를 따라 생생한 기록들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챤으로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
  • 우리 동네에 성범죄자, 아니 성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의 여자 아이를 강제 성추행한 사람입니다.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고, 어디 사는지 정확한 주소도 압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법무부가 알려 줬습니다. 우편으로 선명한 칼라 명함판 사진과 범죄 내역, 주소지까지 상세히 알려 줬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성범죄 전과자의 성폭력, 살해 기사가 연달아 나오면서 신상공개 여론이 들끓은 덕분입니다.
  • 131th
    131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8-29
    131호. 성범죄 전과자들에 대해 야수가 될 것인가, 새로운 통치자가 될 것인가?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24
    는 자메이카의 레게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밥 말리의 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밥 말리는 1945년 자메이카에서 50대 백인 아버지와 10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떠났고, 흑백 혼혈인 말리는 흑인사회에서 배척당했다. 수도 킹스턴의 빈민가 에서 음악을 접한 그는 17세에 그룹 ‘웨일러즈’를 결성한다. 1962년 자메이카가 영연방에서 독립하자, 가장 자메이카적인 음악을 찾던 사람들에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23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닷새동안을 줄곧 내리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에 내렸던 비는 어쩜 비가 아닐 것 같았다. 마치 하늘에 댐이 있어 제방에 구멍이라도 뚤린 듯, 쏟아 붓는 ‘국지성 호우’가 그토록 무서운 것임을 이번 새삼 알게 됐다. 비는 지금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다. 가을 채소 파식이 정말 걱정이다. 아직도 얼설킨 잡초를 제거하지 못해 파식을 못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고 순조롭게 파
  • 별다른 찬이 없어서 김치랑 대충 뭐 한 가지를 갖다놓고 느직한 저녁상을 앞에 둔 자리였다. 11시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KBS 공영방송에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를 하고 있더란 말이다. 서너일 전쯤 MBC의 ‘100분 토론’에서도 만형만제를 가졌다는 김태호 후보가 박후보를 누님으로 모시는 걸 잠시 보다가 코를 골며 잠이 들었는데, 오늘은 밥도 앞에 둔 참이라 좀 눈 여겨 보았다. 그러고 보니 런던 올
  •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2-08-23
    낮이 저녁으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 기르던 개의 실루엣이 마치 나를 해칠 늑대인 양 어둠 속에서 낯설게 빛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친숙한 것에서 낯선 것으로의 단 한 번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을 ‘이행’에 대해 거는 희망, 그것이 우리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에서 느끼는 감촉이며 데모나 집회 그 자체의 에너지다.
  • 여태 살면서 혼자인 여자에게 관대한 남자치고 멀쩡한 사내를 본 일이 없다. 혼자 오셨어요, 라니. 너무 구식이어서 차라리 순진하게 들린다. 대체 혼자인 여자의 그 무엇이 남자들을 용감하게 만드는 것일까. 용감한 남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는 여자의 대꾸 없음을 수줍음이나 앙탈, 뭐 그런 식의 호감의 신호
  • 올 여름이 오기 전 일본에서 생활보호 수급자를 향한 공격이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일하지 못해 수입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유도 묻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돈을 주는 데 토를 놓았다. 정치가들은 생활보호 기간을 한정해야 한다, 현물지급 해야 한다 등 여러모로 제한을 둬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한 불만에 동의하고 있는 듯 했다. 금융자본주의의 노예처럼 일을 해야만 하는 사
  • 일본사회는 1990년대 초 거품경기가 무너지고,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른 장기적 불황을 겪었다. ‘비용 삭감’, ‘합리화’라는 외침 속에서 제일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해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이었다.
  • 구름 in 글쓰기 최전선 2012-08-22
    역삼역엔 하루 약 1만 명의 사람들이 오고간다. 대부분이 금융권회사건물이기에 3~40대 직장인들이나 그보다 조금 나이가 있으신 보험 아주머니들을 주로 볼 수 있다. 무심하게 높이 솟아 있는 잿빛 건물들, 제복이나 무채색의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 비슷한 색깔,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늘 무언가에 쫓기듯 자기 갈 길만 바쁘게 오고가는 곳이 바로 역삼역이다.
  •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민중은 서로 적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두 국민은 서로를 불신했다. 나는 일본이 패전하기 한 해 전인 1944년 태어났다. 전후 [한국의 경우 해방 후] 일본 공산당원으로 지낸 아버지는 병으로 활동을 접고 오사카의 슬램인 가마가사키(釜が崎)에서 나날이 삶의 의욕을 잃고 있었다. 여덟 살 무렵이던 나는 사회 구조에 대해 잘 몰랐지만, 가마가사키에 많은 조선인, 오키나와 출신인,
  • 자본과 임노동 관계를 통한 착취가 아니라 투기와 신용자본주의에 따른 새로운 자본축적이 나타났다. 이 새로운 자본축적은 다국적 기업과 주식회사의 배당, 임노동자와 중간층의 연금, 생활재의 대부loan화 따위에서 나오는 다양한 금융자본(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부채가 금융자산이 된다) 투기에서 나온 이윤으로 자본을 축적한다. 투기자본가 사이에서 상상도 못한 벼락부자가 나타났다. 생산자의 자본축적과 생
  • 카페 커먼즈의 사람들이 놀러온다는 소식에 수유너머N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처음 가 본 곳이 새로운 것은 당연하지만, 평소의 수유너머N과 카페 커먼즈의 사람들이 있는 수유너머N은 저에게 분명 다른 장소겠지요. 이튿날 삼선동 수유너머R과 별꼴카페가 커먼즈의 사람들로 채워지자 다른 공간이 되었던 것 처럼요. 덧붙이자면 수유너머N의 두 분이 저를 일본인으로 순간 착각하셨습니다. 서로에 대해 낯선 사람들
  • caffe
    워크샵 다음날 카페 커먼즈 분들이 별꼴 카페에 놀러왔습니다. 와타나베 상, 타카하시 상, 사카이 상, 니시지마 상과 따님, 미쿠도 상, 마츠모토 상, 이시다 상이 함께 인터뷰해주셨어요. 와타나베 상이 유스트림으로 인터뷰 장면을 생중계했는데요, 다시 보기가 가능 하니 궁금하신 분은 검색과 클릭을!
  • _DSC0780_1
    작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 발생 소식. 그곳에 '조선학교'와 '재일동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포들의 참상과 조선학교의 피해소식은 sns를 통해 겨우 접할수 있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피해를 입은 도호쿠조선학교건물이 붕괴직전까지 파괴되었고 후쿠시마아이들은 방사능누출로 1년간 니이가타조선학교로 더부살이를 하러 떠나야했습니다.
  • 공룡옥수수와 함께 환대를
    저는 수유너머R에서 금요일 오전에 하는 요가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참석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세명 네명의 사람들이 모여 행하는 소규모 요가입니다. 17일 오전 여느 때처럼 약간의 지각을 하며 요가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카페 커먼즈 분들이 함께 요가를 한다고 합니다. 요가를 진행하는 수유너머R 마루방이 가득 찼습니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한 후, 요가는 진행되었고, 차담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8-22
    요즘 나는 달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덕분에 몸도 가벼워지고, 잦은 병치레도 사라졌다. 그만큼 달리기는 뒤늦게 찾아온 친구 같다. 하지만 달리기도 다른 운동 못지않게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그래서 행여 허리라도 삐끗할까봐 노심초사하며 달려왔다. 하지만 부작용은 이런 나를 보란 듯이 무시하며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몇 주 전 뭔가에 홀려서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뛰고 말았다.
  • 130th
    130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8-22
    130호. 비슷한 사람들
  • 심보선 in 수유칼럼 2012-08-17
    나는 이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소위 '눈팅'은 종종 하는 편이다. TV 뉴스나 신문에서는 접하기 힘든 소식을 알고 싶어서, 때로는 급한 상황에서의 긴요함 때문에, 혹은 지인들의 이야기나 의견을 엿보고 엿듣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소셜 미디어에서 '소셜'보다는 주로 '미디어'에 방점을 찍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소셜 미디어의 '소셜social'에 대해서, 무엇보다 그것
  • 티 파티의 ‘건국의 애비들’과 <헌법> 숭배를 비꼰 삽화. 출저: The Econcomist
    총 때문에 매일 근 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도 수정헌법 제 2조에 명시된 총기소유의 권리는 제 1조에 규정된 민주주의의 근본원리인 언론과 종교, 출판의 자유와 동급의 취급을 받는다. 수정헌법의 처음 10개 조항은 ‘권리장전’으로 불리며 건국 초기에 일괄 수정된 것으로 최초 <헌법>의 일부처럼 인식되기에 다른 수정헌법 조항들보다 그 권위가 더 높다. 하위법으로 총기 소유에 부분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 들뢰즈와 데리다, 이들은 대표적인 ‘차이’의 철학자다. 데리다에게 ‘해체’, 그리고 이 해체주의가 내포하는 ‘차연(差延, différance)’이 있었다면, 들뢰즈에게는 ‘차이’, 정확히는 ‘차이 그 자체(différence en elle-même)’가 있었다. 그들이 ‘차이’를 말함에 있어 ‘차연’ 혹은 ‘차이 그 자체’를 사용했던 이유는 ‘차이’가 전통적인 사상에서 사용되던 ‘개념적 차이’로 오해됨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이들은 ‘차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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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8-17
    방학이 길어지니까 애들이 악마로 보이기 시작한다. 끼니 때마다 고개 쳐들고 웃으면서 나타나는 뿔 달린 악마. 복면한 밥도둑. 칠월말 팔월초 폭염에는 정신이 혼미해서 힘듦을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데도 최소한의 에너지가 필요한가 보다. 며칠 전. 외출했다가 5시30분쯤 귀가했다. 아들은 학원에서 친구랑 저녁 먹는다고 했던 참이다. 집
  • 들뢰즈(1925~1995)의 사적인 전기에는 특별히 극적이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의 삶에는 결정적인 단절(또는 위기)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대신, 일종의 커다란 휴지기가 나타난다. 그는 53년 자신의 첫 저서(『경험론과 주체성』)를 쓴 이후, 8년이 지난 62년에야 다음 책(『니체와 철학』)을 출간했다. 들뢰즈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바로 이 8년간의 ‘구멍’이다. 이 강렬하고 독립적인 ‘지하연구’ 기
  • 쿠다 in 동시대반시대 2012-08-17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은 말 그대로 차이와 반복에 대한 글이다. 여기서 반복은 차이짓는 차이화로서의 운동으로 표현되고, 차이는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딱딱한 차이가 아니라 반복을 통해 생성되는 차이이다. 들뢰즈의 박사논문인 이 책에서 그가 던진 물음은, ‘차이는 어떻게 생성되는가?’ 혹은 ‘반복은 어떻게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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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들뢰즈의 감성론

    기존의 동일성의 철학, 재현의 철학에서 감성은 여타의 인식능력에 의해 파악될 수 있는 것만 파악하고, 공통감 안에 관계하는 대상으로서만 그것을 포착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인식능력에 의해 파악될 수 없는, 공통감의 밖에 위치하는 감성이 남아 있다. 들뢰즈는 감성적인 것의 존재가 진정한 사유를 촉발하는 것으로 보고 “사유되어야 할 것으로 이르는 길에서는 진실로 모든 것은 감성에서 출발한다”(DR, 322)라고 말한다.
    들뢰즈는 말라르메의 『책』이나 …

  • 8차선 고속도로는 다분히 작위적인 길이다. 별로 타협하지 않고 길게 직선으로 난 길.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길이다. 보통 길은 타협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강물이 흐르는 궤적과 타협하고, 언덕과 산들의 생김새와 타협하고, 나무나 생태계의 분포와 타협한다. 인류를 비롯해 움직이는 생명체들이 길을 내는 원리는 이러한 타협이었다. 나는 진보를 이러한 길의 속성에 빗대 개념 지을 수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17
    <연가시>가 4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이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크게 밀릴 거란 예상을 깬 흥행이다. 평단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재난영화에 가족신파를 뒤섞인 상투적인 구성에, 공포물로서의 완성도도 높지 않다는 평가였다. 뜻밖의 흥행에 추측도 분분하다. 3-4년 전부터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했던 ‘곱등이-연가시’ 괴담이 주효했으며, 개봉에 앞서 ‘연가시’ 웹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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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17
    입추가 지나며 유별났던 무더위도 한풀 꺾였다. 이제 처서가 다가 오고 있다. 기후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며 마치 지구의 종말이라도 맞은 듯, 호들갑을 피우며 들떠 요동치던 인구도 이젠 시들해졌다. 자연의 대순환은 말 없이 묵묵히 순리적일 뿐이다. 모두가 경거 인심의 지랄짖들인 것이다. 이제는 겨울준비를 위한 가을채소의 파식을 서둘 때이다. 모종으로 심는 배추는 좀 여유가 있으나, 무, 갓과 같은 씨앗으로
  • 8월 16일 카페커몬즈가 수유너머N에 방문했습니다. ‘비노동과 생존의 정치’라는 주제로 워크샵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도 이 자리에서 ‘공동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짧은 글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개인이 집단에 합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각각의 개인들은 어떻게 공동성을 형성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우리가 무엇에 의지하지 않는, 무엇에 의해 규정될 수 없는 것으로써 공동체를
  • ▲ 파도에 곧 휩쓸려 갈 손바닥 자국, 지금의 널 영원히 사랑하지는 않아. 나와 함께 매 순간 변화해가는 여러가지의 너를 사랑해.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동공에 아침의 빛을 한껏 받으면서 깨어난다. 아침에 하는 일은 똑같다. 밥 짓고, 밥 먹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선풍기 바람을 쏘이면서 마당에 봉선화가 꽃 피우는 거 감상하기, 화분에 물을 주면서 비타민D를 온 몸으로 흡입하며 나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것.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 세월이라는 스승 덕분이다. 내 나이 서른. 영화 ‘싱글즈’의 주인공처럼 일에 성공
  • 129th
    129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8-17
    129호. 현대 철학의 대부, 들뢰즈
  • 2012년8원6일 아침, 나는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의 현장에 써 있었다. 8원6일에는 다행히도 대집행이 되지 않았다. 어떤 폭력사태가 될까 걱정을 하던 나로서는 우리가 모여서 대집행을 막았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으며, 마냥 단순히 기뻤다.
  • 영영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시세미나를 처음 시작했던 작년 10월 15일. 하필 그 날은 10월답지 않게 추웠고 비도 왔었다. 비를 맞아서 축축한 몸을 가누면서, 계속 고민했다. 시세미나, 갈까 말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간다 한들 계속 갈 수 있을까. 낯선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새로 이사했다는 삼선동 연구실도 너무 멀었고, 바쁘다기보다 지쳐가는 그 때의 일정에 또 무슨 사건을 만드는 게 내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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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붐비는 도시의 토요일 저녁 6시. 서로의 공통점이 없는 몇몇 이들이 모여서 시를 읽는다. 시를 읽으며 시어와 시어 사이를 산책한다. 그 산책의 풍경은 때로는 건조하고 때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때로는 서늘하고 때론 통쾌하고 때로는 무섭도록 낯설고 때론 피비린내가 난다. 다양한 풍경의 길을 서로의 감각을 따라 시인의 의도를 따라 그 길을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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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시집 한 권을 꺼내 읽고 있는데 그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고 있었냐는 물음에 시집을 읽고 있었다고 시 한 편 읽어주겠다고 했더니 그가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시집을 읽어?" 그러게 말이다. 나는 왜 시를 읽을까.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어 그냥 좋다고, 요즘의 난 다른 어느 책보다 시를 읽는 게 참 좋다고 했다. 그가 말한다. "너 외로운가보다."
  •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완전 다른 시집이야. 혼자 읽을 때와는 다른 시집이라니까” 시세미나 끝나고 나오는 길, 한 친구가 들떠서 중얼거렸다. 나도 그랬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세미나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달랐다. 낮이 밤으로 바뀌는 동안 여럿이 모여 시를 읽고 나면 어둡던 시집은 환해지고 모난 가슴은 둥글게 부푼다. 마른 장작 같이 뻣뻣하던 시집이 분홍빛 솜사탕처럼 끈끈하게 몸에 엉긴다. 좀처럼 속내를 보여주지 않
  • 창피하게도 ‘행정대집행’의 ‘대’자가 ‘대신할 대(代)’인 줄 몰랐다. 막연하게 ‘큰 집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대신 집행한다’는 뜻이란다. 행정대집행법은 누군가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행정청(그 위임을 받은 제 삼자)이 ‘대신’ 이행하고 그 비용을 당사자에게 청구하도록 한 규정이다. 굳이 ‘대신’이란 단어를 넣고 또 나중에 비용까지 청구하도록 한 걸 보면, 공익을 위해 긴급히 해야 할 일임
  • 주노정 in 편집실에서 2012-08-09
    이 더위 잘 보내고 계십니까?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으로 된 강이 흐릅니다. 정말 ‘무지하게’ 덥습니다. 요즘 같은 더위에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무언가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은 예삿일입니다. 이른바, '멘붕'이 오지않으면 다행이지요.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09
    오심과 경기운영미숙으로 런던올림픽은 ‘개막식만 멋진 올림픽’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기야 개막식은 최고였으니까. 근대의 성찰과 이 시대가 추구할 가치를 보여준 종합예술이었으니까.
  • 말미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누군가를 만나 ‘나’를 소개할 때 우리는 ‘나의 무엇’을 말하게 되는가?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나이는 어떻게 되며’처럼 변함없이 증명할 수 있는 것, ‘누구와 살고 있고,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며’처럼 역할이나 위치, ‘어떤 사건들을 겪었으며, 겪고 있으며’처럼 깊이 있다고 여겨지는 완성된 과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상대에게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며, 상대방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안정된 이야기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09
    한때는 우리에게 희망의 나라로써, 독일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멀면서도 가까운 매우 특별한 관계의 나라이다. 패전의 고통을 극복하면서 경제를 일으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그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비젼을 갖고 “한강의 기적”을 외치며 헐벗고 굶주린 속에서 허리띄를 졸라 맺던 것이 아직도 엊그제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의 광부들은 지하 1000m의 땅굴에서 석탄을 팟고, 간호원들
  • 투박한 디자인의 통장. 필체 좋은 직원분이 통장 커버에 직접 이름을 적어준다.
    어느 서점에서 노동자를 주제로 한 잡지를 보고 있었다. 상담코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한 달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그렇지만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재무설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분들은 재테크라고 부르기도 힘들지만… 자산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 뒤에는 보험과 적금 등에 ‘계란을 나눠 담고’ 가계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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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아야, 한번 만들어진 컴퓨터의 운영체계는 인간의 도움 없이 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가 있니 없니. 운영체계가 뭔데? 컴퓨터에는 운영체계 또는 운영체제가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을 가리킨대. 이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응용프로그램이 작동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의 자
  • 128th
    128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8-08
    128호. 멘붕이라서 행복해요
  • 03
     
  • 주변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르게 도시에서 나고 도시를 떠난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도시토박이 _서울 용산역 광장 / 1980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02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슈퍼히어로물이자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다. <다크나이트>가 사회실험 장면을 비롯해 선악과 정의에 대한 법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무장봉기의 환영을 통해 체제절멸의 공포를 환기하는 정치영화다.
  • 로맨스 조
    두물머리에서 로맨스 조를 만나기로 했다. 꽃모자를 쓰고 가방에 도시락을 챙겨서 중앙선 열차에 올랐다. 소풍가는 기분이다. 양수역에서 내려 많은 사람들은 아스팔트 깔린 '4대강 자전거 길' 쪽으로 갔고, 나는 유기농 농사짓는 두물머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개망초꽃이 가득한 밭길을 걸으니 로맨스 조가 작사한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바람이 되어 만날까, 구름 되어 만날까, 강물이 되어 만날까, 바다 되어
  • 애완견을 데리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
    발터 벤야민은 어떤 도시를 잘 알기 위해선 그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렇다. 도로의 표지판, 지도, 유명한 랜드 마크들에 의지하는 방문객에게 어떤 도시가 보여주는 건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무엇, 어쩌면 그 도시를 방문한 목적일수도 있는 유명한 지형지물, 딱 거기까지이다. 어떤 낯선 도시를 방문했을 때, 우리가 즐겨하는 행동은 유명한 건축물과 지역 그리고 먹거리를 찾
  • 미국 ‘건국의 애비들’
    ‘근대국가’는 전근대적 질서의 표상인 왕의 목을 자르는 상징적 ‘부친살해’를 감행하며 탄생하였다. 그렇게 국가는 구성원들의 무한한 희생을 요구하는 궁극적 ‘절대 공동체’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길어야 몇 세기를 넘지 못하는 근대국가의 오래지 않는 기원은 근대국가의 절대성을 위협하는 근거가 된다. 절대성이란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기에. 근대국가가 여전히 신화적 힘에 의존해 자신을 신비화하고 그 유구함을
  • 지난 일요일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중단을 위한 유기농행진’에 참여했습니다. 명동에서 청계천, 대한문을 거쳐 서울국토지방청까지 세 시간에 걸친 행진이었는데요. 참 이상하죠? 집회장이었다면 한 시간도 못 견딜 폭염이었는데 별로 덥다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너무 재밌어서 더위도 잊었나 봅니다. 밀짚모자와 몸빼바지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손에는 부들, 보리, 호박, 가지, 노각오이 등 유기농산물을 든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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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보면 사회운동은 각 개인이 저마다의 삶에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통로를 만들어 낸 순간, 그 순간에 바탕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세계에 의해, 국가에 의해, 사회에 의해 규정되고 있지만 또한 각자의 사연에 의해 굴절되고 있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 거슬러 올라 따져본다면 ‘빈틈없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나의, 내 가족의 생애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정신이상으로 30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8-02
    큰애, 말도 늦게 배우고 쪼그만 해서 이게 세상을 제대로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시킨 적이 많았다. 지금은 빈들거리기도 하고, 뭔가 꼼지락거리며 하기도 하면서 지 인생 알아서 살고 있다. 나도 애들 인생과 내 걱정은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고.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02
    이번 독일 공연을 함께 다녀온 '이영일 총제'(현, 한중 문화 협회 총제)께서 이메일을 보내 오셨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귀국 길, 독일 여행중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공감하며 동의했던 내용이 잘 정리된 글이었습니다. 역시 통일 전문가요, 정치인이었던 총제께서는 같은 분단의 처지에서 통일을 이룬 독일을 보면서 통일을 소원으로 지향하는 우리로써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를 혜안으로 관찰해 주셨습니
  • 127th
    127호 (0)
    편집자 in Weekly 2012-08-02
    127호. 삶에 대해 아마추어가 되자
  • DSCF0022
    하버지, 행복 얘기가 아니라 공감 얘기잖아. 그럼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이들도 행복을 느낄 수가 있어? 그럼, 행복은 욕구가 채워진 만족 상태니까 그들에게 욕구가 있고 그것이 채워지기만 한다면 그들도 만족한 상태인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생명은 욕구와 만족 사이의 긴장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그들도 살아있으니까 당연히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만족도 가지고 있지. 그럼 공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