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Releases

  • dssam
    마리에서 일렬로 걸어 나오는 용역깡패들을 보며 나는 매이에게 “봐, 저기, 바퀴벌레 나온다.” 라고 소근거렸습니다. 앞에 섰던 경찰이 뒤돌아보며 깡패들 자극할까 걱정스러워선지, 애한테 못할 소리 한다는 한심스러움인지 신경질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매이는 “바퀴벌레? 우와~ 꼭 사람 같이 생겼다.” 라고 대구합니다. 나는 “응, 사람은 때로는 바퀴벌레로 변신하기도 해”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 dssam
    공개재판임에도 베일에 가려진 법정의 ‘진상’을 평론가 특유의 ‘캡처’ 능력으로 실황 중계하는데, 있는 그대로 썼다지만 그 실상의 황당함과 참담함이 믿기지 않고 혹시나 명예훼손죄로 고발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합니다. 즐감!
  • kbg
    모두 잘 아시겠지만 지난 주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한도를 늘리는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협상 타결은 그다지 놀라운 게 아니었습니다. 국가 부도를 낼 수는 없으니까요. 정작 놀라운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그 골인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이 그토록 지지부진하고 지저분할 수 있었느냐는 겁니다.
  • yyi-80x80
    노르웨이 연쇄테러 용의자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테러를 감행하기 직전 인터넷에 1518쪽 분량의 선언문 을 올렸습니다. 선언문의 1천407쪽에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돌아다닌 모양입니다.
  • slut
    잡년행진은 여성을 시선의 대상으로만 놓고 싶어 하는 남근권력과의 ‘시선 전쟁’을 선포하는 포탄이었습니다. ‘너네 이런 거 좋아하지? 이런 거 보면 막 꽂고 싶지?’ 라며 거리로 난입할 때 그건 항상 보고 싶을 때만, 보고 싶은 데서만, 보고 싶은 형태로만 보려는 수컷들을 무력하게 화나게 만드는 유인공격입니다. 그녀들은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거기 들러붙어 있는 수컷들의 음탕한 시선까지 ‘아웃팅’ 시킨 것입니다. 어두운 곳에서만 익숙한 그 음울한 시선을 대낮의 광장에 끌어 놓고 ‘자, 그래, 어쩔래? 여기서도 한번 즐겨 보시지?’라고 조롱한 것입니다.
  • 그날, 내게 접견 시간 몇 분 더 넣어주었다고 힘주어 말하던 교도관, 무슨 노래방 주인도 아니고 참 재밌었지. 그런 말을 하고는 경례까지 했지. 이런 걸 그로테스크하다고 해야 하나?
  • hope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
  • 1.2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이 마을에는 몇 아름이나 되는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조그만 초등학교 운동장에 솟은 터라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이 운동장에 드리워집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 300살이 넘은 나무라네요. 이 느티나무 덕택에 소호초등학교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한답니다.
  • yyi-80x80
    위클리 수유너머 편집진은 수유너머R의 작은방에서 편집회의를 합니다. 수개월 내 편집회의 장소가 바뀔 것 같습니다. 수유너머R은 이사 가기로 정했습니다. 도시살이에서 이사가 특별할 것이야 없지만, 연구실에서는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park
    지난 일요일 저녁, 명동에 있는 카페 ‘마리’에 갔습니다. 커피 마시러 간 건 아닙니다. 오후에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쳐 철거반대 농성중인 상인들을 이불로 덮어 내동댕이치고 내부집기를 때려 부수고 있다는 트윗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 hanjin
    쥐 그래피티 후원을 위한 ‘파티하쥐’가 멋지게 치러졌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야마가타 트위스터와 ‘저질, 돈만 아는 저질’을 외치며 디오니소스 제전의 무리들처럼 춤추며 가두를 점거한 게 압권이었습니다. 두리반은 살아있고, 우리는 여기서 얼마든지 즐기며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준 파티였습니다.
  • yyi-80x80
    “술자리로 간 가게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대학원생인 이탈리아 여성에 관한 일입니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으로 결성된 자원봉사자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진재해 후 고국의 부친이 티켓을 보내 3월 16일에 일단 귀국했습니다.
  • chosun
    쥐 그래피티 사건이 8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에 비해 너무나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격동의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피티 행위 자체보다 너무 정치적으로 인플레이션 된 건 아닐까, 거품에 취해 ‘오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kbg
    로 잘 알려진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그가 지난 18일, 칸 영화제에서 자신을 나치라고 말해 행사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영화제 사무국은 당장 그에게 행사장 출입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트리에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을 순서대로 짚어보면 ‘나치 커밍아웃’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미묘한 대목이 느껴집니다.
  • dssam
    지난 5월 13일 쥐 그래피티 선고가 있었습니다. 형법 제 141조 ‘공용서류 등 무효죄’에 의거하여 유죄! 벌금, 박정수 200만원 최** 100만원!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매체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는지, 쥐 그래피티가 그 ‘공용물건’의 효용을 어떻게 해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사는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yyi-80x80
    수유너머 위클리의 편집진은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반에 모여 편집회의를 합니다. 그 풍경을 얼마 전 [편집자의 말]에서 고추장이 묘사해주셨죠. 편집진들은 한 자리에 모여 고정코너의 글들을 검토하고, ‘동시대 반시대’를 기획하고, 특집을 정합니다. 이후 3, 4회분의 기획을 잡고 필자들을 섭외합니다. 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합니다.
  • unyu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1-05-02
    서태지를 좋아한지 19년이 되었습니다. 1992년 데뷔 때부터 2011년까지. 인생의 꽃시절을 함께 한 셈이죠. 올드팬으로서 서태지-이지아 사건의 충격이 남다릅니다. 물론 서태지는 나의 반려뮤지션이기 전에 마흔 살 남성입니다.
  • dssam
    작년부터 이상하게 예술이나 문학이 자꾸 땡깁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꽃무늬 편지에 온갖 공감각적 수사들로 치장된 편지를 남발했고 불문과 다니던 대학시절에는 “문학이란 말야. 삶의 바다에 언어의 그물을 던지는 행위야.” 따위의 말 만들기를 좋아하던 ‘문청’이었는데, 10여년 동안 “소설책 읽을 시간 있으면 철학책 한권 더 보겠다.”
  • kbg
    여러분 오랜만에 ‘편집자의 말’에 복귀한 고추장입니다. 어떻게들 지내고 계세요? 인사말을 뱉고 나니 ‘5분 대기조’라도 되는 듯 맘 속 어디선가‘애틋함’이 신속히도 튀어나오는 군요. ㅎㅎ 아는 분 알고 모르는 분 모르는 사실, 지금 제가 미국에 있습니다. 3월에 와서 한 달하고 보름 지났습니다.
  • pajung
    오는 4월 22일 G20 그래피티 사건에 대한 (아마) 마지막 공판이 열립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지난 해 10월 30일 저는 시내 가판대에 부착된 G20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스텐실 기법으로 홍보포스터의 청사초롱 옆에 쥐 그림을 덧그린 것이었는데요.
  • yyi-80x80
    3월 11일, 일본 동북부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날 저녁, 일본의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하루 이틀에 걸쳐 다들 답장을 보내줘 일단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 kbg
    지난 겨우내 라는 작은 책을 집필했습니다. 글은 자기 변신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글을 쓰면서 제게 일어난 변화에 스스로 놀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내 생각이 이렇게 변했나?’ 책을 쓰는 내내 싱거운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 yyi
    “동사 사랑하다(aimer)의 변화는 까다롭다. 과거는 단순하지 않고, 현재는 직설적이며, 미래는 조건적이다.” - 장 콕도 ‘20대 무한독전’ 팀이 사랑 얘기를 진탕 쏟아내셨다. 사랑 얘기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천일야화를 갖고 있으리라. 그러나 흔하디흔한 게 연애담, 사랑담이라지만, 그게 경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험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만만치 않다.
  • unyu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1-03-15
    위클리수유너머 에는 세 분 선생님이 책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달맞이 박혜숙(아동문학평론가) 풍경지기 박혜숙(국어교사) 김대경(국어교사)입니다. 둘은 이름이 같고 또 둘은 직업이 같습니다. 우연히 짝을 이뤘습니다. 그래서 편집팀에서 가끔 혼선을 빚기도 합니다.
  • yyi
    고위인사의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는 편지 한 장이 고급 아파트에서 도난당했다. 도둑이 지목되었다. 그는 장관이다. 그가 편지를 가로채는 장면이 목격된 것이다. 편지는 여전히 그의 수중에 있다. 파리 경찰청이 수사를 맡았다.
  • kbg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이 민주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들이 이번 봉기를 뒤늦은 민주화 투쟁처럼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80년대 말에 성취한 것을 이제야 그들이 이루는 것처럼 말이지요. 어떤 언론은 이번 시위를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있었던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1-02-21
    뜨거운 커피에서 냉커피로 입맛이 바뀔 즈음이니까, 아마 6월일 겁니다. 우리 위클리수유너머에 ‘사진공감’을 연재하는 임종진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회원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월간 소식지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는 ‘이달의 회원’ 자격으로 자리에 나왔죠.
  • pajung
    지난 1월 3일부터 시작된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44일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싸움이 여느 노동운동과는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맑스가 ‘공산주의자당 선언’에서 “유럽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라고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 kbg
    이번호 표제로 올린 글은 김민수님의 입니다. 지난호의 ‘신선한 커피’에 이어 이번호 ‘극한의 감정이입’도 진한 욕설로 끝내셨군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 욕설들이 신선한 것은 물론이고 읽는 사람을 꽤나 울컥하게 합니다.
  • 3.1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1-01-31
    진동젤리팀이 돌잔치 시작 전 2시 반부터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즉흥연극도 연극인지라, 연습은 하고서 무대에 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즉흥연극이었습니다!! 즉석에서 관중에게 꿈이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들려달라며 그것을 연극으로 펼쳤답니다. 이것이 진정 각.본.없.는 드라마. 배역도 대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연극을 만들어내다니...
  • 2.2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1-01-31
    추운 날씨. 에스키모 패션이 이인방. "우리 같은 나라에서 왔죠?" 재치있는 입담으로 분위기 녹여주시고. 지방에서 장애인 야학 준비하려고 지금 노들에서 공부중이라는 선생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
  • 1.6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1-01-31
    All Power to the Commune!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창간한 '위클리 수유너머' 돌잔치가 1월의 마지막 토요일 수유너머R 큰방에서열렸습니다. 경찰추산 50명, 체감인파는 100여명. 어쨌거나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운이 좋아' 이 자리에까지 모인 축하객들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
  • kbg
    스피노자의 에는 ‘정서적 모방(affectuum imitatio)’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 아기가 울면 옆에 있던 아기도 괜히 따라 우는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웃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 단지 누군가 눈물을 흘리는 것만을 보았을 뿐인데 그런 감정이 일어납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는 단지 어떤 신체가 우리와 유사하다는 바로 그 이유만으로도 그 신체와 유사한 정서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 kbg
    위클리 수유너머가 드디어 5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위클리 수유너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속으로 이런 다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딱 100호만 내자!’ 그때 생각엔 제법 큰 숫자라고 생각해서 ‘100번은 해야 뭔가 해본 거지’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잡았는데, 벌써 그 다짐의 반을 돌았습니다. 시즌3을 시작하며, 우리가 거기에 이른 것이 아니라 거기서 시작하는 것임을 알겠습니다. 나무는 하나의 테를 두르고 뱀은 허물을 벗습니다. 새로 두른 테 바깥에, 새로 돋은 살 위에, 위클리 수유너머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겠습니다...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1-01-17
    ‘위클리 수유너머’가 창간되고 나서 1년이 흘렀습니다. 50호가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께 소중한 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고마운 분들을 돌잔치에 초대합니다.
  • 닭고기를 끊은 지 9년이 되어갑니다. 어떤 일을 결심하고 군말 없이 그대로 행한, 제 삶에서 아주 드문 일 중 하나입니다. ‘내게 이런 힘이 있었다니’ 하고 나름 대견하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 계기는 사실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당시 수유너머 회원 모두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던 ‘케포이필리아’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리프킨의 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고기의 대량 생산과 유통, 소비 시스템이 갖는 각종 폐해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만, 제 결심을 추동한 것은 그런 사회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들에게 지옥 갈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kbg
    작년 7월 미국의 에 ‘1급비밀 미국(Top Secret America)’이라는 기획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테러, 국토안보, 정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기관이 1271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안보 영역에도 시장(?)이 형성되어 거의 2천 개에 이르는 민간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군요. ‘탑 씨크릿’으로 불리는 1급 비밀을 다루는 사람만 85만 여명. 미국이 그야말로 거대한 정보 제국이 되었답니다.
  • 위클리 수유너머의 1년이 지나갑니다. 달력처럼 1월에 시작했으니 한 해의 마지막 장에 1년을 똑같이 마감합니다(참 내년 1월 29일 돌잔치를 연답니다. 많이들 오세요. *^^*). 지난 호들을 쭉 훑어보니 염치없게도(?) 스스로 뿌듯해집니다. 뭐, 잘하고 싶은 것,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히 많지만, 우리 스스로 삶을 고쳐가듯 위클리도 계속 고쳐 가면 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의 코뮨을 가꾸어가듯이, 잘나든 못나든 위클리도 하나의 코뮨으로서 웹상에서 조금씩 삶의 숲을 이루어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 위클리 수유너머의 1년이 지나갑니다. 달력처럼 1월에 시작했으니 한 해의 마지막 장에 1년을 똑같이 마감합니다(참 내년 1월 29일 돌잔치를 연답니다. 많이들 오세요. *^^*). 지난 호들을 쭉 훑어보니 염치없게도(?) 스스로 뿌듯해집니다. 뭐, 잘하고 싶은 것,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히 많지만, 우리 스스로 삶을 고쳐가듯 위클리도 계속 고쳐 가면 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 (2)
    . . 70 . . ...
  • 이번 동시대반시대 주제를 ‘우리, 난민’으로 정한 것은 지난 11월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 때문입니다. 11월 초 산업연수생으로 왔다가 버마의 민주화와 국내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버마행동’ 회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난 일이 그 중 하나입니다.
  • 이 글을 쓰는 오늘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한 지 22일입니다. 제 자신은 ‘상식’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현대차가 이들 노동자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새삼 ‘상식’을 확인해두고 싶어집니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 기간 2년이 넘은 노동자의 경우 원청업체는 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이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자신들이 아니라 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파견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죠...
  • 3년 전 쯤 어느 단체로부터 제 책 중 하나의 저작권을 공개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책을 사보기 어려운 오지 청소년들에게 독서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는데요. 저작권 전체는 아니고 전자책의 전송에 대한 권리를 개방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지라고 하지만 요즘 웬만해서는 인터넷 서점 배송이 다 이루어지고, 책은 읽고 싶은데 정말 생계 때문에 사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겠냐고, 그런 청소년들이 있다면 차라리 책을 사서 보내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0-11-23
    재작년에 강남의 유명한 음식점에 취재 갔다가 들은 얘기입니다. 사장님이 나름 대형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들여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더군요. 그 때가 베니건스, T.G.I Friday, 아웃벡스테이크 등이 성업을 이루다가 절반 이상 문을 닫아가던 시기였습니다. 한 발 앞서 트렌드를 읽을 만큼 사업적 감각이 남달랐던 그 분은 ‘쇠락의 징조’도 간파하여 일찌감치 그 업계를 빠져나와 새로운 음식점을 차린 것입니다. 사장님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줄줄이 망한 이유에 대해 이게 다 카드할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1970년 11월 13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이군요. 전태일이라는 이름의 ‘어느 청년 노동자’가 일 년 내내 동토였던 서울 한 복판에서 제 몸으로 뜨거운 불을 피워낸 것 말입니다. 지난 40년간의 겨울공화국에서도 불은 꺼질 줄 모르며 정신의 계주를 이어왔습니다. 불을 이어받은 정신들은 각자의 공화국에서 늙어갔지만 그 불길은 처음 그대로, 청년 나이 그대로 도무지 늙지를 않습니다.
  • 대체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경찰들은 눈에 불을 켠 채 길거리를 감시하고 방송 프로그램들은 온통 G20 특집입니다. 텔레비전, 신문, 길거리 가릴 것 없이 ‘줄 똑바로 서라’는 명령형 광고들이 국민을 향해 남발되고 있습니다. 7-80년대 ‘국민학교’ 다니던 때가 떠오릅니다. 외부에서 손님 온다고 운동장 풀 뽑고, 줄맞춰 ‘앞으로 나란히’를 얼마나 반복했었는지.
  • 아주 유명한 이야기지만 플라톤의 국가에서 시인은 추방된 자, 즉 난민입니다. 이데아에 대한 회화나 조각의 모방도 탐탁지 않게 보는 그가, 도무지 묘사 대상을 알 수가 없는 시에 대해 가졌을 불만은 짐작이 갑니다. ‘시인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 게다가 걸핏하면 ‘격정과 광기에 휩싸이고’. 진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철인의 세계에서 시인의 거짓과 광기는 난민 생활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플라톤도 한때는 대단한 문학청년이었다고 합니다...
  • 지난 몇 달 동안 ‘타블로’라는 이름이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타블로의 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점점 판을 키워가더니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의 회원이 2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타진요’에서 떨어져나간 일부 회원들이 만든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라는 또 다른 카페에서는 성적표 위조로 타블로를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 국제철학콜레쥬(College International de la Philosophie).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자크 데리다 등 프랑스 몇몇 철학자들이 주도해서 만든 철학학교입니다.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것은 그 운영방식입니다. 재정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을 받습니다만 운영은 완전히 독립되어 있습니다.
  • 예전 밤하늘 초롱초롱한 별빛을 보면, 바다처럼 일렁이는 하늘과 등대처럼 반짝이는 별을 그린 고호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벤야민을 생각합니다. 벤야민이 보았을 밤하늘을 제멋대로 생각해봅니다. 저는 유물론(역사)과 혁명(구원)에 대한 벤야민이 생각이 점성술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그 자신도 어디선가 점성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몸값’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들이 소속된 곳에서 이적할 때 그 소유자(기획사나 구단)가 다른 소유자에게 상품값으로 받는 돈입니다. 소유니 상품이니 너무 심한 말 같지만, 스포츠신문을 떠들어보면 언제라도 ‘이적 시장에 방출했다’거나 “단기간 임대했다”는 식의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다음 주에는 추석이 있습니다. 연휴 기간에는 웹진을 열람할 시간이 적을 것 같아서 오늘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두 주 동안 계속 노출하기로 했습니다. 필진 여러분은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 글을 준비해 주시고 독자 여러분은 새로 업데이트 되는 글을 느긋하게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회에 놓쳤던 이전 기사 두루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은유 in 편집실에서 2010-09-07
    벌써 3년 전이네요. 잿빛 톤의 잔잔한 격정이 흐르는 포스터에 끌려서 본 영화가 있습니다. 니콜키드먼 주연의 입니다. 에서 버지니아울프의 생애를 보여주었던 그녀가 또 한 번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완벽하게 그려냈더군요. 는 사진가 디앤아버스Diane Arbus(1923-1971)의 자전적 영화입니다. 디앤아버스는 꽤 유명한 사진작가입니다. 장애인, 기형아, 성전환자 등을 ‘대놓고’ 찍었거든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허문 사진가로 불립니다. 다큐사진을 거대담론에서 한 개인의 심리로 옮겨왔다고도 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졌다고도 평가됩니다...
  • 입추,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오고 있습니다.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가을기운이 인간의 몸에도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뇌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들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영혼의 감기’라고 하나 봅니다. 누구나 걸리지만,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성 질환으로 발전하여 인간관계의 파탄이나 자살로 치닫는 사람도 있고, 만성화되어 정동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작, 이펙사 등 항우제가 감기약처럼 팔리고 있지만 이미 우리사회의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우울증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합니다...
  • 재작년 여름 일본 홋카이도의 도야코에서 G8회담이 열렸습니다. ‘G8에 맞서는 포럼(Counter G8 Forum)’에 참가하기 위해 당시 도쿄를 방문했는데요. 그 포럼은 여러 나라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운동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G8’으로 상징되는 전지구적 통치체제에 반대를 표명했습니다만, 지구화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대안적 운동, 대안적 삶의 지구화를 모색하는 장이었지요.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연구자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는 지적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G8 정상회담 반대의 형식을 취한 것이지요...
  • 여러분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1급 장애인, 2급 장애인, … 사실 저희 아버지도 2급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등급 판정 받을 때 어떻게든 한 등급이라도 높았으면 하고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삶을 살게 되느냐가 이 등급 판정에 달려있으니까요. 이번주 의 표제에 들어간 ‘생사의 저울’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일상을 가능케 하는 온갖 서비스들이 국민연금공단이 지정한 전문가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

  • 이번호는 ‘텐트연극, 현실을 허구화하다’이다. 그 주인공은 사쿠라이 다이조(桜井大造)다. 그는 일본과 타이완, 중국, 한국 등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연극인이다. 그는 1973년부터 1980년까지 극단 ‘곡마관’(曲馬館)으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텐트연극을 했다. 해산 후에는 ‘바람의 여단(風の旅團)’을 창단해 10년간 전국 공연을 다녔고, 1994년 다시 ‘야전의 달(野戰の月)’을 꾸렸다. 1999년에 대만에서 「EXODUS出核害記」를 공연하면서 이후 일본과 타이완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극단 이름을 ‘야전의 달=해필자(野戰の月=海筆子)’로 바꾸어 …

  • 이번호 동시대반시대 주제는 화학적 거세입니다. 원래 명칭(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을 두고도 다들 ‘화학적 거세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거세’라는 단어가 주는 복합적인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성폭력에 응당한 ‘성적 보복’이라는 느낌도 있고, 그런 정신이상자는 ‘씨를 말려야’ 한다는 인종개선의 느낌도 있고,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무리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제4회 수유너머 국제워크숍이 열립니다. 국제워크숍은 수유너머가 주목하는 외국 학자를 초대해서 거의 일주일 간 완전 녹초가 될 정도로 함께 공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회 때는 사카이 다카시(酒井隆) 선생을 초대해서, 그의 (그린비출판사에서 출간예정입니다)과 (산눈, 2007)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진행했지요. 촛불집회의 여진이 남아 있을 때였는데 횡단보도 시위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숙소까지 모셔가곤 했는데 세미나가 끝나면 완전히 방전된 사람처럼 푹 주저앉으셨어요. 하지만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강의 준비를 하고 서울 골목길을 함께 누볐습니다...
  • 사회 불온 세력! 대학 다닐 때까지 뉴스에서 참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뭐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온순과 순수를 혈안이 돼서 추구하는 사회. 불온 세력, 불순 분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 이번 주 는 여기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불온과 불순이 없는 사회는 ‘함께 함’도 불가능합니다. 즉 '불온'이 없으면 '함께'도 없습니다.
  • 지난 주 <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학술면 필자들께 감사의 말 전합니다. 디자인과 편집은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 조금 엉성하고 부족한 면이 있을 겁니다. 이역만리에서 작업과 공부를 병행하고 계시는 저희 막강 디자이너, 매주 밤을 지새우는 웹팀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개편 축하메시지와 독자가 만드는 < 위클리 수유너머> 코너는 일주일 정도 더 받겠습니다. 이미 응모하신 분들, 경쟁률이 낮아 경품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흐뭇해하셨겠지만, 경품에는 역시 ‘흐뭇’보다는 ‘스릴’이죠...
  • 2010년 7월 7일, 드디어 < 위클리 수유너머>의 시즌 2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용도 디자인도 모두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 큰 주제 없이 나열된 메뉴들이 시사, 문화, 일상, 학술 범주로 묶여서 깔끔하게 정리되었지요. 학술이 있었냐구요?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제 새로 생겼습니다. 무슨 연구자 집단이 만드는 잡지에 학술면 하나 없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아, 일상이 다 공부죠, 하하’, ‘공부하다 남은 시간에 만들다보니 아무래도 여가정신이...’, ‘동시대반시대 코너 찾아보면 간혹 학술적 내용도 있어요, 흠흠’... 이런 식으로 더 버티기는 힘들었습니다...
  • 지금 살고 있는 집은 3층입니다. 세 가구가 한 층씩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계단을 돌고 돌면 제가 사는 집이고 반 계단을 더 오르면 옥상입니다. 처음 집을 보러왔을 때 옥상 전망에 감탄을 하고는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회색 보따리와 검정 우산 하나가 있습니다. 재작년 겨울, 영하의 칼바람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던 때였습니다. 아내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옥상 쪽에서 인기척이 난다고. 밤에 현관문을 열쇠로 따려할 때 그 반 계단 위에 누가 있는 것 같아 아주 무섭다고 했습니다...
  • sros23 in 편집실에서 2010-06-23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열린 최저임금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젊은 사람들의 호응이 상당했어요.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 청년유니온> 위원장인 김영경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날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최저임금 권리 찾기 캠페인’이 있었거든요. 청년유니온 잘 아세요? 한국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요. 만 15세부터 39세까지 가입하는 세대 노동조합입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심지어 구직 중인 사람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일종의 일반 노동조합입니다. 지난 3월 13일 창립식을 가졌어요. 하지만 노동부가 조합 설립신고서를 계속 …

  • sros23 in 편집실에서 2010-06-16
    이스라엘 대통령의 조용한 방한

    폭력이란 인간 본성이 아닌가를 생각할 정도로 강자가 약자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걸 자주 봅니다. 국가 간 전쟁에서도, 권력집단의 법적 폭력에서도, 개인 간의 사적 폭력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강자의 폭력이 간혹 그가 가진 공포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강자가 스스로를 약자로 상상하면서 엄청난 공포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실로 무서운 순간이지요. 왜냐하면 두려움에 …

  • 연애

    6월 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보느라 날밤을 새웠습니다. 월드컵보다 더 긴장되고 흥분되더군요. 월드컵이야 내가 뛰는 것도 아니고 내 삶과 별 상관없는 경기지만, 선거는 나와 내편의 투표가 승패를 결정짓는 데 동참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나와 내 아이의 삶이 바뀔 수도 있기에 가슴 졸일수밖에 없더군요. 연애할 때를 빼고 이렇게 가슴 졸이며 날밤을 새운 게 또 언제였나 싶습니다. 지난 …

  • 삶을 내맡기라고 부추기는 시대

    가족 중에 많이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요? 지난 호 의 최정은 대표님 글을 읽은 후 저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중3 때 처음 쓰러지신 후 생명을 다투는 수술만 세 차례를 받으셨죠. 건강이 잠시 회복되었다가도 병이 곧잘 재발했고 연세가 드시면서 점차 몸이 나빠지셨습니다. 지금은 최대표님의 아버님처럼 의식도 많이 흐릿하시지요. 지난 일요일에는 공원에 잠시 모시고 갔는데, 자녀가 어찌되느냐는 …

  •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1주기였죠. 비가 오는 중에도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추모 공연을 다녀왔더군요. 엊그제 위클리 수유너머에 <밍글라바 코리아>를 연재 중인 소모뚜씨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요. 소모뚜씨도 거기 있었나 봅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보고 있던 그는, 사실 무대에 있어야 했던 사람입니다. 주최측에서 소모뚜씨네 밴드, ‘스탑크랙다운’에 공연요청을 한 모양입니다.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거절했다고 하네요. 대신 늦은 시간까지 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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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스의 여자관계는 어땠을까. 맑스가 무슨 면벽수행 하는 수도승도 아니고 학자에게 지고지순형 러브스토리를 기대할 이유는 없다. 그저 궁금증의 발로다. 알아봤더니 부인 외에 하녀에게 나은 자식이 한 명 있었다. 맑스의 공식인정은 아니고 여러 정황에 따른 추측이다. 맑스 혼외자식설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맑스가 죽은 후 그 아이를 엥겔스가 돌봐주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들이 났으리라. “엥겔스가 돌봐주는 걸 보니 맑스의 자식이 틀림없군!”

    여기서 맑스와 …

  • 거짓 반성과 정직한 절망

    여러분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촛불시위 2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도무지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일갈했다는 뉴스가 포털에 처음 뜬 날, 저는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요즘 검찰과 경찰 개혁도 내세우고, 선거철이 되니 정부가 더 낮은 포복을 하는구나. ‘촛불’ 이야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더니 이제 촛불시위를 언급하며 ‘반성하는 사람이 없음’을 개탄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니. 선거가 중요하기는 하네. 그런 생각을 했죠.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학위 반납해야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5-05

    지난 14호가 발행 된 후 목요일(1일)부터 접속 장애가 있었습니다. 월요일(5일)이 되어서야 겨우 접속할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지난 12호 때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주말에 문제가 생겨서 대충 넘어갔는데 이번 문제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요일에 기사를 올리면 목요일, 금요일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사를 읽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14호 기사를 읽지 못하셨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집자의 말을 덧붙여 …

  • 대통령의 고백질과 다짐질

     

    4월 20일,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작년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던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는 장애인 합창단 앞에서 눈물을 흘렸죠. 그러면서 장애인들을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잊지 않았는지 올해도 대통령은 특정한 날에만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장애인의 날에만 생색내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훈계를 했습니다. 옆에 있던 영부인도 숭고한 다짐을 했는데요. 장애인이 역경을 …

  • 목련꽃 필 무렵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거리에서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봄이 온 거다. 조회 시작할 때 애국가 부르는 것처럼 <하얀 목련>을 부르며 봄을 맞는다. 난분분 낙화하는 양희은의 목소리에 위로받는다. 뭇 생명 약동하는 봄이라지만 언제부턴가 버겁고 부럽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보다.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곁눈질 하면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 …

  • ‘법 앞에서’와 ‘밥 앞에서’

    카프카의 작품 중에 <법 앞에서>라는 아주 짧은 소설이 있습니다.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고 워낙 짧은 분량이라 줄거리 요약이라는 게 이상합니다만 대강 이런 이야기입니다. 법 안에 들어가길 원하는 시골 사람이 있고, 그의 입장을 허가하지 않는 문지기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문지기는 자기 뒤에는 더 강한 문지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시골 사람은 어떻게 거기 들어갈 수 있을까를 골몰하며 긴 세월을 …

  • 노근리라고 쓰고 대추리라고 읽는다

     

    <작은연못> 시사회 날. 친구 따라 극장 갔다. 일전에 얼핏 들었다. 노근리 사건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대추리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알고 갔다. 친구가 그랬을 리 없다. 내 머릿속 편집기 소행이다. ‘노근리’를 ‘대추리’로 접수한 것이다. 극장 안. 무대인사 차 올라온 제작자가 말했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에 맞춰 영화를 개봉하게 됐습니다.” 그 순간 왜곡됐던 기억이 재빠르게 돌아왔다. “아!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3-24
    만화, 만만치 않습니다

    “9호는 쉬어가는 느낌으로 만화 어때?” 편집회의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 바로 나온 답변이 “만화가 그렇게 만만해?”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속웃음이 나왔습니다. 오래 전 아내에게 들었던 말이거든요. 만화 보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 사귀던 때에도-그러고 보니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군요- 아내는 만화에 빠져 있었습니다. 만화방은 아내가 저를 기다리는 장소였거나, 만나서 함께 찾아가는 장소였지요.

    연인의 손에 …

  • 사랑하려거든 독사처럼

     

    지난 주 김예슬씨가 아주 상징적인(!) 대학인 고려대학교 경영대에서 ‘자발적 퇴교’를 선언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스스로 ‘부스러기’를 자처하며 ‘덩어리’와의 싸움을 준비하던 70년대의 ‘전태일’이 떠올랐답니다. 물론 전태일은 조금 달랐죠. 분노와 슬픔, 어쩌면 희망까지를 끼얹어 그는 제 몸에 불을 놓았어요. 하지만 김예슬은 그런 것들을 발끝에 담아 적에게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렸다고나 할까요. 아무런 애원이나 호소, 청원이 담겨 있지 않은, 말 그대로 행동의 …

  • 편집자의 말 – 아이가 되기 위한 인문학

    3년 전 즈음, 어느 어린이 독서캠프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철학 강연을 해달라는 거였는데요. 제목이 ‘철학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아마도 세상의 여러 물음 중에 제일 무서운 게 ‘…란 무엇인가’ 아닌가 싶어요. 요즘 제 딸이 글자, 특히 받침 없는 글자를 조금씩 읽는데요. 어제는 책상에 있던 플라톤의 <정치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더니, 두 글자가 똑같다고 ‘정치’를 가리킵니다. 아직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3-03

     

    홍대 앞에서 친구랑 떡볶이 먹다가 김연아 선수 금메달이 확정되는 장면을 봤다. 가슴이 방망이질 해대는 통에 간신히 견뎠다. 연아가 울음을 터뜨릴 땐 뭉클했다. 덩달아 손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난 그녀를 잘 몰랐다. 수십 개의 CF를 찍고 시대의 아이콘이자 희망의 등불로 이름을 날리는 동안, 그런가보다, 예쁘고 장하다고 생각했다. 입때껏 경기모습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무한도전도 일박이일도 무릎팍도사도 지붕킥도 그런 것처럼, 그저 …

  • <위클리 수유너머> 5호 특집 주제는 ‘대학 등록금’입니다. 비싼 등록금이 가난한 이들을 배움의 장에서 내쫓고 있습니다. 고등교육에 들어갈 학비를 내려줄 생각은 죽어도 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등록금을 내리느니 싼 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건데요. 대학은 등록금 올려받고 정부는 이자받고 빌려주고. 무슨 짜고 치는 사기꾼들 같습니다. 서민들의 피를 빠는 사채업자들 광고 있지 않습니까. ‘싼 이자 묻지마 대출’, ‘나중에 돈 생길 때 갚으면 돼요’. …

  • 만국의 가난한 이들에게

    “혼자 살 건지, 함께 살 건지의 문제입니다.” 이번 3호 <전선인터뷰>를 위해 ‘빈집’을 찾았을 때, 아규씨가 한 말입니다. 제가 물었거든요. 당신한테는 집이 무엇이냐고. 웬 동문서답인가 싶었는데, 어쩐지 그 말이 묘하게 저를 사로잡습니다. 집만이 아니겠지요. 세탁기도 그렇고, 냉장고도 그렇고, 책상도 그렇고. 혼자 쓸 건지, 함께 쓸 건지 생각해보라는 건데요.

    혼자서 오래 넓게 누리는 게 불가능한 빈자들은 결국 함께 …

  • 편집자 in 편집실에서 2010-02-03
    위클리 수유너머 창간파티 성황리 개최 “온갖 섞여 사는 이야기 담길 것”

    필진 및 하객 50여명 첫출발 축하

    ‘위클리 수유너머’ 창간기념 오픈파티가 따뜻한 성원과 관심 속에 치러졌습니다. 지난 1월 31일 수유너머R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필진 및 외부인사 50여명이 모여 ‘위클리 수유너머’의 힘찬 첫걸음을 축하해주었습니다. 먼저 위클리 수유너머를 기획한 고병권 편집장이 창간 취지 및 제작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온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