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Releases

  • 사진은 흘러간 과거를 기록으로 남긴다. 사진에 담기면 어떤 과거든 제법 되돌아볼만한 해진다. 사진은 또한 전문적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도 그럴듯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주류 예술이다. 운이 좋으면 무심결에 세상의 멋진 단면을 수집할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은 여행과 나란히 성장해왔다. 사진은 여행을 다녔다는 증거이자, 여행의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프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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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9-07
    레닌이라니. 전생에 잠깐 스친 첫사랑처럼 흠칫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이름이다. 우연찮게 일 년 터울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2006) (2007) (2008) 각각 시집, 사진책, 철학서인데 표지나 표제가 빨갛다. 마치 3부작 같다. 아직도 참숯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레닌을 호명하는 이들은 대체 뉘신가. 시인 김정환은 레닌을 노래했다. 기억의 시간의식이 ‘지워지는 것’은 지나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짓밟히는’ 것이라며 “인간의 조직이 아름다웠던 시간”을 환기했다...
  • 우울증 진료 인원과 진료비 추이(2005-2009)
    ‘모든 나쁜 것은 신자유주의 탓’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더 나아가 모든 병이 사회적인 것이고 시대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이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에서 생겨난 것인지, 혈통이나 유전의 문제인지, 자연환경의 문제인지, 사회문화적 특성 탓인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탓인지, 그 유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 371_밀양
    구원을 둘러싼 종교와 윤리의 모순을 그린 영화 , 세련된 화면 속에 도시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 핸드폰 분실을 계기로 촉발되는 두 남자의 극한 대립을 그린 스릴러 . 주제는 물론 줄거리, 장르, 화면 질감, 작품성 등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세 영화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한 가지 공통점은 가면형 우울증, 일명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을 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출처: 한겨레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31
    지난해 쌍용차 파업사태에 있었던 일이다. 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낮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의 아내가 자살했다. 4살과 생후 8개월 된 아들이 둘 있다고 한다. 비극적이지 않은 죽음이 없겠으나, 핏덩이 남겨두고 간 엄마의 죽음처럼 서글픈 게 또 있을까. 죽는 순간조차 미련의 긴 그림자가 쇠고랑처럼 발목을 잡아대니 얼마나 육신이 무거웠을까. 얼마나 고개 아프도록 뒤를 돌아봤을까. 죽어서도 나비가 되지 못하는 무거운 몸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약하고 여린 새끼를 두고 떠난 에미일 것이다.
  • 이주노조는 7월 13일부터 명동 향린교회에서 G20을 빌미로 한 단속 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우리의 주된 슬로건은 이주노동자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이런 그릇된 편견이 한층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부담스러운 짐짝처럼 취급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둥, 생산성에 비해 이들의 임금이 너무 높다는 둥 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그 알량한 임금마저 삭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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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22개 주가 선거를 앞두고, 애리조나 주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 및 처벌 강화 법안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 이민법이 인종차별적 요소 등에 의해 핵심 조항들이 발효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애리조나 사막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시신이 150구 넘게 발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단지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며, 마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추방해버리면 경제 위기 및 실업은 물론 범죄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떠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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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24
    ‘G20을 빌미로 한 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미셸 파울로(39) 이주노조 위원장. 그는 단식 12일째에 토혈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마치고 다음날 일반병동으로 옮겨야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다. 서류상 여자로 표기된 그에게 병원 측은 여자병동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현재 남성호르몬을 투여 중인 그는 남자병동을 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타협하지 못하고 중성지대인 중환자실에 이틀 더 머물렀다...
  • 장애등급심사에 떨고 있는 장애인들! 2010년 7월부터 장애인연금이 시행된다. 비록 대상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급여액은 실질적인 소득보장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것조차 접근이 쉽지 않다. 기존 중증장애수당 대상자가 아닌 신규 해당자들은 장애등급심사를 받아 1급 또는 2급으로 재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급 장애인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본인이 신규 해당자라 하더라도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칫 등급이 하락하는 날에는 활동보조가 중단될 테니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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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TV에서 ‘네 잎 클로버’만을 따로 재배·가공하여 액세서리로 만들어 국내시장만이 아니라 수출까지 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농장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음 머금었었다. 우리가 행운의 심벌로 여기는 ‘네 잎 클로버’야말로 사실은 장애를 지닌 이른바 ‘비정상적’ 클로버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행운의 심벌로 여기고서 온 들판을 헤매며 찾기도 하고, 앞의 경우에서 보듯 임의로 재배하고 상품화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
  • js0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17
    생의 윤곽이 흐릿하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후 집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에 4학년 봄소풍, 중학교 입학식,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연대별 서사로 생애를 구성할 수 없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을 닮은 내일을 살았다. 스물다섯까지 그랬다. 시간의 강물은 설움으로 엉켰다. 방, 마당, 병원 등 공간과 결합된 몸의 기억들, 분리된 사건과 이미지만 아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파란색 장애인수첩을 처음 받던 날, 오른쪽 아래께 날짜가 반쯤 지워진 내 인생의 한 컷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3.사쿠라이
    두 달전 R3에 실린 연극인 사쿠라이 다이조씨의 인터뷰 원고를 봤다. 평소 각성만을 가져다주는 연극 말고 다른 방식의 연극에 목말라 하던 중 사쿠라이씨의 인터뷰기사 중 '자의식의 혼재상태에서 창출해내는 공공성, 계몽이 아닌 결핍으로부터 현실 사회 속에 함몰을 내는 연극, 사람들에게 가시화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가시화하기' 등등의 말은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만드는 연극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연극이 '어떤'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걸까. 계획은 '무작정'으로 마음만은 '작정'하고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공연에 앞선 배우들이 분장하는 모습
    중국은 거짓말처럼 더웠다. 아니다. 거짓말 같지 않고 '리얼'하게 더웠다. 텐트가 세워지고 있는 피춘(皮村)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숨 막힐 듯 뜨거운 공기가 살에 닿았다. 서울과 비교해 온도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습도 때문인지 정말로 뜨거운 공기가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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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8
    . . . . .
  • 쑨거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8
    몇 해 전의 일이다. 타이페이에 들렀을 때 친구의 안내로 「차사극단差事劇團」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일본어를 알아듣는다고 친구가 소개하자 극단의 책임자는 “당신은 사쿠라이 다이조씨를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어왔다. 아무래도 그에게 사쿠라이 다이조는 일본 이해의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인 모양이었다.나는 그때 사쿠라이와 텐트 연극의 존재를 처음으로 들었다. 내가 “모른다”라고 답하자 그 타이완의 예술가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내 뇌리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사쿠라이 그리고 그와 고락을 함께 하는 「야전지월해필자」, 「타이완해필자」라는 극단의 멤버와 만나게 되었다...
  • 27sp01
    최근 아동성폭행 문제로 온 사회가 들썩 거린다. 비분강개 속에는 애들에게 성폭행을 하다니, 어쩌다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냐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아동성폭행이 최근에 생겨난 일이거나 갑자기 늘어난 현상은 결코 아니다. 80년대 중반에 가톨릭계 여고에 다녔던 나는 30살 정도의 수녀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씀을 똑똑히 기억한다. 수녀님은 요즘 여학생들이 성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음란한 말들을 입에 담는다고 개탄하면서 “세상에 국민학생 여자아이가, 공원에서 오빠들이 빤스를 벗기고 음부를 만졌다”는 ‘말을 하더라’며 “우리 학생들 중에는 그런 (발랑 까진)아이들이 없기 바란다”는 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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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달 동안 끔찍한 아동 성범죄가 계속 보도되면서 범죄자에 대한 대중의 증오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무참히 살해한다든지 겨우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학교 안까지 들어가 납치 성폭행을 한다든지, 연일 방송되는 엽기적 범죄 행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세상이 도대체 어찌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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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보고 있자면 이게 정말 4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란 말인가 하고 뜨악하게 된다. 끊임없이 난무하는 폭력과 지나치리만큼 자세한 강간장면 등 각종 폭력이 종합세트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폭력의 강도만을 놓고 보면 더 자극적일수록 상품가치를 높이는 오늘날에는 더 한 것도 왜 없겠느냐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과 사회를 유지시키는 최소한의 기초에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갈긴다는 점에서 보면 는 진정 폭력적이라 할 만하다...
  • 1007-003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1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자기에게로 가까이 간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나야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존재의 비밀을 확대해보면 한 사회에도 해당된다. 한국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한국에게로 가까이 간다. 박노자를 보면 그렇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귀화 지식인이다. 한국에서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아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국립대학 한국학 교수로 일한다. 대표적인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 1, 2』는 지금까지 20여만 부가 팔려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밖에 지난 십년 간 저술과 강연을 통해 드러난 사유의 편린을 꿰어보면 한국사회와 물샐틈없이 밀착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258_타니가와간+이미지2
    조금 자랑을 섞어 말하자면 나는 내 생애에 어떤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만들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지 않다. 물론 전체를 포괄하기를 멈춘 사상은 불구일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왜 전체를 포괄해야만 할까. 저 유닉함에 대한 열망에 빨려 들어가 먹혀버려 목숨을 다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을 증식하고 확대하는 것일까?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이른바 여러 개(複式)의 자아와 그런 자아의 생산 시스템을 확립하는 건 불가능할까?...
  • 255_타니가와+간
    타니가와 간의 부활의 조짐이 일고 있다(2006『서클 마을』복간, 운동 관계자들의 재평가 작업). 왜 그럴까? 또 어떻게 다시 읽어야 할까? 최근 신자유주의의 진행 속에서 나타나는 노동자들의 난민화, 유민화(비정규노동자, 파견노동자)와 그 속에서의 새로운 코뮨 운동(‘새해 맞기 파견 마을’)의 등장이, 2차 대전 후 주변화되어 가던 민중(광부와 가난한 농어민)과 함께 싸웠던 그 사상과 운동에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 2010년 수유너머N은 일본 신좌파의 선구자로 불리는 타니가와 간을 중점적으로 공부합니다. 수유너머N 국제워크샾은 외국학자를 초청하여 일방적으로 그의 발표를 듣는 형태의 통상적 학회와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의 방문 이전에 그의 글을 사전에 읽고 토론하는 사전 세미나를 10회 이상 진행하게 됩니다. 그럴 때 비로소 개설적인 강연을 듣는 것과 다른, 심층적인 강연과 토론이 가능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영유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vhils1
    단단 in 동시대반시대 2010-07-21
    공공미술은 그 자체로 기존미술체계에 대한 도전입니다. 전통적 기법을 고수하는 것을 거부하고, 화이트 큐브(갤러리)를 거부한다는 것은 기존 제도들의 지속적인 작동과 미술계 대부분 사람들의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그 도전이 갖는 의미는 더 이상 미술가들 자신들끼리를 위해, 선택된 몇몇 비평가와 작품의 구매자를 위한 작업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의 연장선상에서, 더 나아가 좀 더 확장된 저항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그래피티 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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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7-21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것. 구성진 트롯 가락으로 접하고서야 고개를 주억거린다. ‘서울이 좋아요’가 ‘강남만 좋아요’가 됐다는 것. 발랄한 포스터를 보고서야 무릎을 친다. 비통하거나 혹은 통쾌하거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삶의 비의(悲意)를 발언하는 예술가 덕분에 우리는 삶을 감각한다. 서울시정 홍보포스터로 도배가 된 거리에 웃음의 숨통을 반짝 틔워준 주인공은 젊은 예술가집단이다. 서울대 미대 선후배로 구성된 디자인 창작그룹 에프에프(ff). 지금은 동문의 벽을 넘어 5~10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지난 4월 ‘불법 서울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그림1
    사건의 계기는 광화문광장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광화문광장, 휠체어를 끌고 한 남자가 이순신 동상 앞에 선다. 남자는 가방에서 준비된 피켓을 펼친다. 순간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순식간에 남자는 휠체어를 탄 채로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연행된다. 걸을 수가 없던 남자는 발버둥칠 수 조차 없었다. 남자는 사라졌고 광화문 광장의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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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7-14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25일까지, 그는 누구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한성대학교 연구동 805호에는 방송사 카메라가 찾아와 전쟁과 분단을 물었다. 각종 학술행사와 원고청탁이 밀려왔다.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을 전공한 학자는 많지만 젠더(gender) 관점의 평화 연구자로서 김귀옥 교수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한반도 분단 역사에서 민중, 여성이 당한 역사적 고통을 집중 연구해 남성중심의 기성 정치사에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동안 그 실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북파공작원과 민간인 납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월간 < 말>지와 < 민족21> 등에 기고해 주목을 끌었다...
  • '위안부' 문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1년에 김학순 할머니의 고발로 공식적으로 문제화되었다. 그런데 하나 상기해야 할 것은 이전에 일본 혹은 한국에서 위안부의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나 연구자들은 물론, 책들을 통해 그런 ‘비극’이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일본정부 고관들의 잇따른 망언에 분노한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그들의 삶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일 뿐 공식적으로 책임의 소재를 촉구하거나 사죄를 요구하는 일은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면서 가족(가부장제) 바깥에 있게 된 자는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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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시위, 어느덧 강산이 거의 두번 바뀔 시간이 흘러 925회를 맞았다. 2010년. 7월 6일. 젊은 나도 견디기 어려운 더위였지만 925회의 시간 동안 추위도 더위도 견뎌오신 할머님들은 거뜬해 보이셨다. 오히려 그게 더 마음 아플 정도로.
  • - 단단 어떤 주제라도 다 상관없지만 '영장 찢고 하이킥'처럼 진행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꼭지가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좀 더 실감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 ‘정치’라는 말이 그토록 오래도록, 그토록 다의적인 방식으로 사용되었고, 많은 경우 서로 상반되는 관점과 정의가 대결하고 있었음은 잘 아는 바일 것이다. 정치를 사유하는 장을 ‘정치철학’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수도 없이 다른, 대립적이고 이질적인 정치의 개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연합하면서 유동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의 개념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정치를 사유한다는 것 자체가 항상-이미 계급투쟁이라고, 혹은 어떤 대결을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한국 최고의 서평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은 제 꿈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평’이라는 글쓰기 형식이 마케팅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형식의 ‘서평’으로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책들은 저마다의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이란 세계를, 인간을, 특정한 현실을 사유하는 방식과 시선의 표현물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상품화를 우려하는 시선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 – 김유미(비마이너 편집부국장)

    매주 < 위클리 수유너머>가 발행되는 날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모여 있는 아아, 여기는 장애인의 주홍글씨 < 비마이너>입니다. < 위클리 수유너머> 지금도 참 좋은데 대대적인 개편을 한다니요. 기대가 아주 큽니다!

    < 위클리 수유너머>가 보여주는 세상을 들여다보다가 반갑게도 비슷한 종류의 고통과 다채널 연대의 주파수를 동시에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 비마이너>와 < 위클리 수유너머>의 독자들이 뒤섞여, 끈끈하고 촘촘하게 공동 지점을 확장시켜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앞으로도 < 비마이너> 독자

  • 시경은 몇 년 전, 우응순 선생님의 강의 때 처음 만났다. 그때까지 나는 시경이라고 하면 가수 성시경을 먼저 떠올렸고. 그저, 사서삼경 할 때 삼경-시경, 서경, 역경 중의 하나인 옛날 경전 정도로 알고 있었다. 경전이라고 할 때 느껴지는 묵직한 부담감. 그래, 선인들의 지혜가 많이 들어 있는 훌륭한 책이겠지. 듣도 보도 못한 한자들이 빼곡한 이 책에서 재미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웬걸? 우응순 선생님이 워낙 강의를 재미있게 하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전이라는 말의 권위에 주눅들어 접하기 어려웠던 시경은 뜻밖에도 너무너무 생기발랄하고 유쾌하고 무엇보다 신선했다...
  • 이제부터 번역 연재할 < >(L'insurrection qui vient)은 2007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인데 그 저자가 익명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익명으로서 자신을 드러냈다. 그 이름은 ‘보이지 않는 위원회(comité invisible)’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대의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보는 전통적 좌파들과 달리, 이들은 “지도자도 없고, 요구도 없고, 조직도 없고, 단지 제스처와 음모만 있는 사건, 사회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30
    2006년 1월, 오사카 지방법원은 4년간 공원에 거주해온 홈리스 남성에게, 그 공원을 주소지로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홈리스의 공원불법점거를 인정했다는 식의 시비가 있었지만, 주소를 인정한 것은 공원 점용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가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정한 것이다. 거주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거주 사실만을 인정한 것인데도 왜 그리 사람들은 난리를 쳐야 했을까...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9
    월드컵 개최와 노숙인 추방은 동시에 일어난다. 한강의 기적과 판자촌 철거가 그랬듯이. 잔치가 성대할수록 출혈도 크다. 삶의 자리에서 내몰린 도시빈민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친다. 이를 군부독재 시절엔 빈민운동이라 불렀다. 반정부세력이었다. 21세기에는 빈곤퇴치운동이다. 나라에서 권장한다. 기업엔 사회공헌팀이 가동되고 지자체가 앞장선다. 기부와 봉사로 종교인은 건물을 세우고 연예인은 이름을 얻는다. 감동한 시민들도 나눔 행렬에 동참한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9
    우리사회의 심각한 주거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난 홈리스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부랑인복지시설이나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쪽방, 고시원, 역사, PC방이나 찜질방 혹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심지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극단적 주거취약계층의 생활위기는 점점 더 가중되어 가고 있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9
    노숙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점점 그들의 삶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고민을 하도록 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연대책임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만난 이들과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노숙을 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야할 정부와 서울시는 그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에 급급한 모양이다. 때문에 빈곤계층을 위한 서울시 복지정책은 가난한 이들에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코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 < 가난뱅이 역습>은 한마디로 '가난뱅이 계급의 서바이벌 기술 실용서'이다. 고로 이 책을 '읽을거리'로 취급하는 당신 혹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척하는 당신'! 당신에게는 이 기술들이 필요 없다. '바가지나 씌우는 부자 계급'은 가난뱅이의 적임이 분명하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도 집에 '남아도는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다든가,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차를 혼자 타고 다닌다면 말이다.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3
    눈치 챘겠지만 대졸자 백수 S양은 바로 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와 여성공동체 W의 목공작업장에서 일하는 지금의 나. 둘 다 시간당 페이를 받으며 임노동을 하는 모습이지만 알바생으로서의 삶에 비해 지금의 삶이 확실히 자본 논리에서 그래도 반 발짝쯤은 벗어난 느낌이다.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자본주의 내에서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화폐로 환산될 뿐인 무표정한 내 시간에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3
    해마다 6월이 되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서울세관 주변이 소란스럽다. 별관 4층에 입주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때문이다. 노동자위원(9명), 사용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들이 모여 다음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6월 29일까지 노동부장관에게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심의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란 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16
    나에게는 열 살 어린 여자 친구가 있다. 지금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니까, 그녀는 열여덟, 즉 아직 ‘민증’도 나오지 않은 새파란 십대와 사귀고 있는 것이다. 천하의 도둑놈이이라고 지탄하는 자들도 있었고, 삼대가 복 받을 일이라고 부러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평상시 소심한 내 성격을 잘 알던 오래된 친구들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며 경악을 금지 못했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 질문은 한결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16
    나의 첫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불분명하지만)은 장애여성이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서적으로 많은 교감을 나누었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나는 보통 나의 연애사에 대한 술자리 잡담에서 그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반면 그만큼이나 짧았던 찰나의 관계들도, 상대가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다고 내가 장애를 가진 나의 연인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숭고하고 지고지순한 사랑 따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일반적으로 ‘연인사이’라고 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복감을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 동성애자들이 슬픈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주고받을 인구군이 협소해서 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슬픈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이들에게도 사랑의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들은 이성으로부터는 물론 동성으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한다. 연애가 불가능한, 소수자 중의 소수자, 속칭 ‘찐따(들)’말이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16
    처음 빈집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곳이 연애를 위한 최적의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했다. 당시 1인당 하루 숙박 2천원인데다가, 커플이 가면 화장실이 따로 연결된 제일 좋은 방을 내어주었으니까. 예닐곱 명이서 같이 밥을 차려멱는 집이니, 저녁 때쯤 놀러가서 숟가락 한 두 개 얹어 같이 식사를 하고, 술자리도 같이 하다보니 어색함이 금세 사라졌다. 무엇보다 내 경제적 사정이나 애인의 미래 비전, 둘 간의 결혼 계획 등을 묻지 않는 그들이 좋았다. 그럼, 오늘 밤, 여기서 묵어도 될까?...
  •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면서 ‘잘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대학 새내기였던 나에겐 대단하게만 느껴졌었다. 서로 ‘자기’라고 호칭하는 여자친구와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니면서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뿜어내기도 했고, 찌질하거나 무지한 동기들에게 호통도 잘 쳤고, 어르기도 잘 했다.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9
    김조광수는 제작자 겸 감독이다.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정치색이 강한 16mm 단편영화를 만들다가 1999년 기획과 홍보를 맡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청년필름을 설립해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2007년 커밍아웃 이후에는 등 퀴어 영화감독으로도 직접 나섰다. 그 밖에 각종 동성애 운동을 주도해온 인권활동가이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8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도 사람이 살만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던 건축기사 형님이 있다. 건축의 가능성을 믿듯이 연애의 가능성을 믿는 형님이다. 물론 연애는 젬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밤샘작업에 지방출장, 건설현장에서 그을린 시커먼 피부,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도 없고 직장도 변변찮다. 그러나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낙천적이던 형님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다니던 교회로 눈길을 돌린다...
  • ‘새끼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자글자글 주름꽃 핀 할매의 다정한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이는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통영사투리 간판이다. 표준어로 옮기면 ‘어서 오세요. 동피랑 언덕까지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라는 뜻이다. ...
  • 이름은 주문이다. ‘이르다’는 뜻의 이름에는 저마다 타고난 사명이 담겨있다. 땅이름도 그렇다. 인천(仁川)은 어진 내, 어진 흐름이다. 물길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시절 인천은 근대화의 진입통로였다. 항구에서 받아들인 서구문물을 서울로 실어냈고 외지사람들은 여기서 성공하면 서울로 나갔다. 엄마처럼 정성스레 품어 내어주는 곳이 인천이었고 그 중심에 배다리마을이 있다.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2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아침 7시. 동네의 초등학교에 일군의 아저씨들이 모였다. 각자 가지고 온, 혹은 빌린 트럭을 타고 동네교회 (목양교회), 대안학교 (이우학교), 생협 (이우생협), 지역쎈터 (좋은친구쎈터)로 이동해 당일 마을어린이날 행사에 필요한 물품, 책상, 의자, 천막, 음향기기 등을 싣고 온다. 속속 도착한 아줌마들과 함께 , ...
  • 이런 저런 지면에 공동체가 소개되면서(영상 매체는 극구 사양하지만, 글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은 종종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공동체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어디서부터가 공동체요?”라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다. 공동체의 영역을 알리는 ‘표지’ 없음으로 그 분들은 헷갈리셨던 거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강북구 인수동 북한산 아랫마을 곳곳에 살고 있다. 어디부터 공동체라는 표지는 없다. ...
  • 해방촌은 마치 혈관처럼 곳곳에 골목길이 나 있다. 옛스러운 타이포그래피로 사람을 반기는 세탁소 간판들,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달려가는 아이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이 동네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새 아파트로 깔끔하게 정리된 동네가 된다면 해방촌에서는 더 이상 옛 시간을 품은 듯한 풍경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 남산 중턱에서 해방촌을 바라보았다. 즐비한 교회의 첨탑들이 마치 중세 이탈리아의 한 도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조그만 동네를 압도하는 커다란 해방교회에서부터 "멸공"을 부르짖는 반공교회, 그 외에도 집 한 켠 세워진 조그마한 교회들까지. 정말 많은 교회들이 해방촌에 세워져 있었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갈 곳 없는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
  • 저는 파트타임으로 중학생 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몇 번을 설명해도 머리를 갸우뚱하는 얘들을 상대하고 있죠. 하루는 중2 얘들에게 문제 풀이 숙제를 왕창 내줬습니다. 그랬더니 넉살좋은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그러시다가 나이 마흔에 스물여덟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랑 결혼하실거에요.” 마치 저주라도 내리는 표정으로 음흉하게 저를 쳐다보면서 말이죠. ...
  • 현재 버마의 정식 국명은 미얀마연방이다. 하지만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고 ‘버마’라는 국명을 고수하고 있다. 미얀마라는 국명은 1988년 8월 8일에 발생했던 이른바 8888민중항쟁을 유혈 진압한 군부가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버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버마행동한국(Burma Action Korea)’대표 우 뚜라(U THURA)씨의 ‘버마 혹은 미얀마 이해하기’ 를 싣는다.
  • 날마다 새벽 2시까지 하얗게 밤을 지우던 그. 노래책을 탑처럼 쌓아두고 손끝 부르트고 목청 터지도록 노래하던 청년 소모뚜. 그는 스무 살에 정든 고향을 등졌다. 부모님과 여동생들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TV가 필요하면 전자제품 가게에 가고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가는 것처럼” 꿈을 찾는 그에게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행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
  • “그들 철도 노동자는 보통의 인간이지 신화에나 나오는 장사(壯士)들이 아니다. 어떤 일정한 점에 도달하면 그들의 노동력은 고갈된다. 그들은 무감각 상태에 빠진다. 그들의 두뇌는 사고를 중지하며 그들의 눈은 보기를 중지한다.” 1866년 런던, 배심원 앞에 3명의 철도노동자가 출두했다. 끔찍한 철도사고가 수백 명의 승객을 저세상으로 수송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철도노동자의 부주의’이며, 그들은 지금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
  •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노동자 파업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도로를 점거한 경찰차와 노동자들 때문에 버스는 그야말로 굼벵이 걸음을 기고, 확성기를 통해 전 시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구호 때문에 머리까지 다 아프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어떤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나도 배웠다. 또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한다. 그러나 요구를 할 때는 ‘대화’라는 아름답고 다분히 평화적인 방법도 있지 않은가? ...
  • 자본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자기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존재다. 즉, 노동자는 노동을 할 때 자유롭지 못하다. 좋다.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하고 싶어진다. 노동이라는 생산의 영역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소비의 영역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은가? 소비를 통해 재화를 누리는 것은 즐겁다. ...
  • 요즘 나는 ‘노들 장애인 야학’의 학생, 교사, 활동가들과 함께 푸코 세미나를 하고 있다. 지난주 야학 교사이면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한 분이 푸코의 ‘인간주의’ 비판(‘인간’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면서 탄생한 근대의 지식체계와 통치 권력에 대한 계보학적 비판)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그럼 우리가 장애인의 인권을 주장하고 장애인도 인간이라고 외치는 것도 문제라는 거냐?” 라고 물어왔다. ...
  • 칼 맑스. 인류 역사상 이토록 많은 적과 동지를 동시에 가진 이가 있을까. 그가 죽은 지 1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한국에서 그를 읽는 것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지만(국가보안법 위반자가 그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에게는 ‘이적표현물소지’라는 죄목이 하나 더 추가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이 출판되어 있고, 다른 책들도 간혹 교양필독서 목록에 오르곤 한다. ...
  •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우리는 매일매일 7,80년대 민주화운동이 성취한 성과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적인 언론들과 지식인 그리고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역사를 30년 후퇴시켰다고, 다시 말해 군부독재시대로 우리 사회를 회귀시켰다고 비난한다. 물론 현 정권이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고, 그 양상이 군부독재정권과 갈수록 닮아가고 있지만 현 정권의 성격을 단지 과거로의 회귀, 역사의 퇴보로만 단정할 수 있을까? ...
  • 지난 5월 10일 명동성당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23년 만에 열린 시국미사라고 한다. 비단 명동성당에서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당 두물머리에서, 남한강 여강선원에서, 낙동강 상주에서, 금강선원에서, 그리고 거점화되지 않은 수많은 곳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
  • “내가 짝사랑이란 의미를 배운 것은 사람보다 강이 먼저였습니다.” 백발성성한 그가 낙동강에 눈길을 던지며 애틋함을 터놓는다. 하지만 짝사랑의 진짜 불행은 만나고 싶을 때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의 짝사랑은 복되었다. 언제 찾아가도 낙동강은 옥빛 물결 넘실대며 너른 품으로 맞아주었으니까. 그렇게 낙동강 1300리 물길에 ‘그 집 앞’ 드나들듯 하기를 36년 세월. ...
  •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던 봄날의 오후,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걸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강바닥에선 금빛모래가루가 흩날렸다. 강물 안에는 송사리들이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산의 푸르름이 와 닿아 비친 연초록 빛의 강의 표면은 복잡했다. 깊이 숨을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옷이 물에 흠뻑 젖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강 옆을 지나다녔고, 한 임신부는 남편의 손을 잡고 ...
  • 그동안 파괴와 살육에 시달리는 강의 비명소리를 진즉부터 듣고 있었음에도 선뜻 현장을 향해 걸음을 내딛지 못했던 건 사소한 일상을 핑계로 한 '귀차니즘'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따라서 휴일 아침의 이른 새벽, 단잠을 포기하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는 게 당연하다 싶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침대로 돌아가고픈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강을 향하며 '강이 더 망가지기 전에..'라는 문구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
  • 애플의 아이폰에서는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그의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킬 수 있다. 간단한 길찾기 기능은 물론이고, 자기 반경 5km(최대 100km) 안에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찾아주기도 한다. 또 ‘증강현실’ 어플이라고 불리는 몇몇 어플들은 주변의 역, 버스 정류장, 약국, 편의점 등 온갖 편의시설의 위치를 띄워주기도 한다. 끔찍하게도! ...
  • 지난 2008년, 검찰은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대상자 100여 명의 최장 7년치 전자우편을 통째로 압수해 열어보았다고 한다. 편지라는 극히 사적인 대화 조차도 한번 기록된 이상, 절대적인 보호를 보장받을 수 없다. 아예 전자우편 기록 자체가 없었다면 압수수색 영장인들 의미가 없었을 것을. 오늘날 정보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된다. ...
  • 한국식 ‘전자발찌법’이라 불리는 개정안이 3월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전자발찌 부착대상을 살인범으로까지 확대하고, 부착기간을 최장 30년까지 상향조정하며, 형기 종료 후 의무적으로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것이 주된 개정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중처벌이다, 재범 예방 효과가 의심스럽다, 프라이버시권을 비롯한 인권침해 요소가 너무 크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
  • 김융희 선생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99년부터 인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공부해왔다. 연구실 주방에 갖가지 맛난 음식을 남몰래 가져다놓아 ‘우렁각시’로 통한다. 조용히 베풀고 사라지는 손. 그 고마운 손으로 6080의 사는 이야기 을 위클리수유너머에 연재 중이다. 4월 14일 볕 좋은 날, 편집팀은 경기도 연천군 신망리 김융희 선생 댁으로 봄 소풍을 떠났다.
  •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한국판 ‘희망의 인문학”이다

    그리고 임영인 신부님은 한국의 얼쇼리스일 것이다

    노숙인과 인문학…어울리지 않는 만남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지만 인문학이란 노숙인,교도소 재소자등의 빈곤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들에겐 한 끼의 식사와 몸을 누일 따뜻한 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잠시 그들에게 도움을 줄뿐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지를 선물하지 못한다

    인문학이 무엇인가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라는 …

  • 2010년 ‘평화인문학’ 인권연대와 수유너머, 지행네트워크, 성공회대 등이 함께 진행하는, 재소자와 함께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2008년부터 이 이름을 사용했다.이 2월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전자카드를 댈 때마다 철컹거리는 쇠문 소리에 맘까지 철컹거리더니 이젠 교도소 출입이 꽤나 심상해졌다. 딸이 ‘우리 아빠 오늘 감옥 갔어요.’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이 엊그제 같은데 횟수로는 벌써 3년째다. ...
  • '평화 인문학' 활동으로 안양교도소를 드나든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평화인문학 활동을 통해서 재소자들과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하며 강의를 들으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처음 교도소에 도착했을 때 낯선 곳도 낯선 곳 나름인지라 시작 전부터 약간 긴장했다. '어떤 분들이 함께 할지, 어떤 질문들이 던져질지, 또 나에겐 어떤 사건들이 들이닥칠지.' 기존의 내 머릿속에 있는 교도소의 이미지를 지우고 교도소 문 앞에 서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막상 교도소 문 안으로 들어갈 때는 그 이미지를 갖은 채 교도소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
  • 근무하다보면 수용자 면회시 입회 하게 됩니다. 현재는 컴퓨터기술의 발전으로 이른바 무인접견이 실시되어 자동녹화기계가 대신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수용자와 가족이나 방문자의 접견 시 입회하여 대화내용을 수기로 기록하였습니다. 일상적인 안부 대화가 대부분이라서 별로 기억에 남지 않지만 아직도 어느 모자의 면회는 가끔 생각납니다. 아들은 무척 수척해 보였고 어머니는 초라한 옷을 입은 평범한 모자였기에 기계처럼 오가는 안부를 기록하려는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
  •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질문한다. “아예 그럴 것, 차라리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와서 보호를 받으면서 하면 깨끗하고 또 안전하지 않을까요?” 현장에 있으면서 상당히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2007년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에서는 창립 20주년과 성매매방지법 시행 3주년을 맞아 ‘독일의 성노동 합법화, 그 이후 우리는 왜 반성매매인가?’라는 주제를 갖고 국제회의를 기획했다 ...
  • 지난 몇 개월 동안 내 활동의 주요 공간은 W-ing이었다. 재작년, 연구실 학술제 주요 행사였던 ‘현장인문학 워크샵’의 인연으로 그곳에서 강의도 하고 행사 때마다 얼굴도 비치곤 하다가 우연찮게 좀 더 가깝게 사귈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W-ing은 탈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쉼터와 자활훈련작업장, 그리고 그룹 홈과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거공간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 ‘친구들’은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고 일하면서 지낸다. ...
  • 나뭇결이 벗겨지고 손때가 묻은 둥그런 밥상. 생선조림과 묵은지찌개, 호박전, 가지나물, 겉절이 등 9첩 반상이 올랐다. 푸짐하다. 게다가 3월 하순 다순 햇살이 비스듬히 밥상 위로 쏟아지니 잡지의 화보처럼 입맛을 돋운다. 첫술을 뜨며 두런두런 이야기 오가고 젓가락이 스친다. 반찬이 금세 동났다. 밥 한 그릇 뚝딱 비운 식구들은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당번을 정하느라 왁자지껄 소동이다. ...
  • 장찢고 하이킥을 연재하던 현민은 지난 3월 12일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아래 영상은 그날 아침 현민과 그의 친구들의 만남을 짧게 기록한 것입니다.
  • 총 안 쏘면 감옥 가는 세상

    현민형이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예정대로라면 입대를 해야 하는 날, 그는 홍대 근처의 조그만 카페를 빌려 입대 대신 몇 명의 기자들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결심을 털어놨다. 얼마 전까지도 각종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며 운동권에 몸 담아왔고, 더 좋은 삶을 만들어 보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다. 열 장이나 되는 병역거부 선언서를 낭독하면서 그는 눈시울이 …

  • 검찰청 호송버스 타러가던 날

    한국에서 병역거부 운동이 갓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당시 활동가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것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병역거부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없던 시절, 병역거부를 고민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담하다보니 필요성이 제기되어서 만들게 된 소책자였습니다. 그 가이드북 안에는 입영영장이 나온 뒤 병역거부를 하고 나서의 일련의 사법절차들, 감옥에서의 생활에 관한 소개가 나와 있었습니다.

    이 가이드북이 쓰인 것도 벌써 …

  • (2005)는 으로 흥행배우 반열에 오른 강지환의 스크린 데뷰작이자, 같은 해 파키스탄 이주노동자와 촛불소녀의 사랑이라는 센세이셔널한 소재의 영화 로 이름을 알린 신동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신동일 감독은 에 이어 두번째 작품 (2006)로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사회파 감독’이라는 칭호가 얻게 되었는데, ...
  • 만화를 그리는 일은 내게 무엇일까? 그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밤을 꼬박 새워 그림을 그리고 나면 이전보다 커진 나를 느낀다. 나의 상상력이 지면 위에서 생명을 얻는 것을 볼 때의 환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마감시간에 쫒길 때는 피를 뽑히는 기분이다. 그보다 더한 고통은 나보다 몇 수 위의 작가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작품들을 보면서 밀려오는 열등감과 싸우는 일이다. ...
  • "좋아하는 만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원고 청탁을 받을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야 나는 나의 만화읽기가 하나의 '길티 플레져'였음을 깨닫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좌파로서의, 혹은 꼬뮨주의자로서의 공적인 내 모습이 너무나 피곤하고 견디기 괴로울 때, 나는 집 앞 만화방(그 이름도 찬연한 STARBOOKS였었다.)로 달려가 목이 뻣뻣해지고 눈이 아플 때까지 만화를 읽곤 했었다. ...
  • 고대 동양의 우주관은 흔히 ‘상관적 사유(corelative thought)’라는 말로 정의되곤한다. 인간-국가-우주가 하나의 상관성으로 이어져있다는 말이다. 하늘이 둥글고 땅이 네모난 것을 닮아 사람의 머리는 둥글고 발이 네모나다는 것. 이것이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논리이며, 하늘에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는 것,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 오장이 있다는 것이다. ...
  • 초속 30만 km,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로도 저 별에 닿으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수십 년 뒤 우주 저편 어느 별에서 반짝이는 후레시 불빛을 발견하더라도 그 소년은 이미 지구에서는 중장년이 되어 있어있겠지. 바꿔 말하면 하늘에서 보는 모든 별들의 모습은 수십 광년, 혹은 수억 광년을 달려온 수십, 수억 년 전 과거 모습이라는 말이다. ...
  • 만화 속 벌레는 생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그 종류가 무수하며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들은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어떤 벌레와 언제 어떻게 마주치게 될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화 속 인간들은 벌레와의 만남으로 인해 때로는 목숨을 잃고, 때로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
  • 기생수? 워낙 유명한 만화라서 알만한 사람들 알만한 만화이긴 하지만 처음 제목을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만 하다. 생수 이름인가? ㅡㅡ;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감이 왔겠지만 기생충할 때의 기생처럼 기생하는 동물이라서 기생수(寄生獸)이다. 이와아키 히토시(Iwaaki Hitoshi)의 작품으로 그림체가 보기에 따라서는 워낙 엉성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쉽게 손이 안가는 만화책이긴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
  •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자고, 하루 세끼 집 밥을 먹는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빠의 인생 철학이었다. 수능 시험을 치고 서울 신림동에 사는 언니의 자취방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나는 고등학교 내내 아침밥을 먹고 다닌 거의 유일한 아이였다. 아빠가 오래 보관이 되는 마른 반찬을 싫어하셨던 터라, 엄마는 매 끼니마다 한 두개의 반찬을 새로 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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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나 혁명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혁명하면 대단히 장엄한 모습을 떠올린다. 지리멸렬한 현실과는 다른 고귀하고 위엄 있는 세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혁명 세계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균열을 일으킨다. 혁명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하고, 또한 투쟁하는 동안에도 먹고사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
  • 4년 전쯤, 과방에서 후배 한 명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는데 후배가 넌지시 나에게 물었다. '형,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몸을 던졌을까요?' 그때 나는 '심청이? 왜 공양미 삼백 석 가지고 지아비 눈 뜨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 라고 답을 했다. 그러자 후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무래도 자기가 살기 싫으니까 뛰어 내렸던 거 같은데.' 라고 나의 대답에 대꾸했다. ...
  • 요즘에는 청년이 유행어다. 입을 열면 청년, 입을 닫아도 청년이다. 하지만 청년이라고 해도 일률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 깨어 있는 자도 있고, 자고 있는 자도 있으며, 혼수상태에 있는 자, 엎드려 있는 자, 놀고 있는 자와 그 밖에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전진을 지향하는 자도 있다. 전진을 지향하는 청년들의 대부분은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고자 한다―절대로 찾지 못할 것이라고. ...
  • 풍상에 시달린 영혼은 사납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와 같은 영혼을 사랑한다. 형태도 색도 없이 생생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사나움에 나는 입을 맞추고 싶다. 가엾는 이름난 정원에 진귀한 꽃과 풀이 만발하고, 두 뺨이 발그레한 숙녀는 뜬 세상 아랑곳없이 이리 저리 거니는데, 외마디 학 울음소리에 흰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 “생각컨대, 나 자신은 아직까지도 간결함이 치밀어 저절로 말로 되어 나온다는 식의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그 무렵 내 적막의 슬픔을 잊을 수 없는 탓이어서인지 때로는 뜻하지 않은 납함이 입에서 나올 때가 있는데, 그나마라도 적막 가운데를 돌진하는 용사로 하여금 그가 안심하고 앞장서 달릴 수 있도록 다소의 위안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
  •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은 이미 루쉰 연구자들에게 고전으로 읽히지만, 이 작품이 그저 연구서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루쉰>을 읽으면 여러 곳에서 비약이 눈에 띄는데, 짙은 정서가 그런 비약마저 머금고 하나의 전체상을 구현하고 있다. 그 속에서 루쉰의 다양한 면모는 ‘문학가 루쉰’으로 응결된다. ‘문학가 루쉰’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다케우치가 루쉰의 사상적 장소를 ‘문학’에서 찾을 때 ‘문학’은 이미 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 ...
  •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팔리고 있는 중국현대문학 작품 가운데 90% 이상이 루쉰(魯迅)의 작품이다(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치가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말은 “루쉰”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면 웬만큼 팔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럴까, 루쉰의 대표작인 을 타이틀로 달고 나온 책들을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나 를 내걸고 ...
  • 1909년 일본에서 귀국한 루쉰은 항주와 절강에 있는 두 사범학교에서 생리학과 화학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이듬해 고향인 소흥부 중학교의 교사로 취임했다가 중화민국정부가 수립되던 해 산회초급사범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했다. 1912년부터 17년까지 잠시 공백이 있었지만 교육부 직원으로 일하다가 1920년부터 베이징대와 베이징여자고등학범학교에 출강했고 ...
  • “처음 왔을 때 엄청났죠. 말이 공부방이지 골목을 막아서 천막 치고 주방으로 쓰고 있었어요. 애들은 시커멓고. 첫날에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급한 볼일 있다며 도망치듯 나왔어요.(웃음) 다음 날부터 근무했는데, 제가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이랬대요. 너희들 정말 안 되겠구나!” 구로동 일대에 철거가 한참이었다. 어수선한 틈에 아이들은 방치됐다. 어느 날 집에 가보면 아이만 두고 가족이 다 이사를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은 자주 싸웠다. 거칠었다. ...
  • 배움이란 소박한 것이다. ‘학學’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진 배경만 봐도 알 수 있다. 학學은 원래 집을 짓는 일에서 유래했다. ‘짚이나 억새 등으로 덮은 초가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새끼줄로 묶는’ 일을 상형한 게 학學이다. 지붕宀 위에서 새끼줄爻을 묶는 두 손의 모양을 보고 글자를 만든 것이다. ‘뚜껑 있는 집’에 살려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가 학學에 담겨 있는 셈이다. 그래 까막눈도 할 수 있는 게 배움이어야 한다.